만약 고흐가 병들지 않았더라면 名作 ‘별이 빛나는 밤’은 없었을 수도
신자영 기자 jyshin1111@chosun.com 입력 : 2023.03.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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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명화, 탄생의 비밀
고흐, 모네, 세잔…. 미술계의 거장들이에요. 이들이 앓던 병이 작품에도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세기의 명화가 화가의 질병 덕분에 탄생한 셈이에요.
▲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The Starry Night)’ Oil on canvas, 1889년, 92×73㎝
고흐 노란 색감과 소용돌이의 비밀
네덜란드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는 유독 '노란' 색감이 많이 보여요. 특히 별과 전등 주위의 노랗고 동그란 테두리(운륜)와 빛은 그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이 특징은 알코올 중독으로 고흐가 앓았던 '황시증' 때문에 탄생했어요. 19세기 가난한 예술인들은 압생트라는 독하지만 값이 싼 술을 즐겨 마셨어요. 고흐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압생트는 색맹이나 황시증 같은 시각 관련 부작용을 일으키는데요. 고흐는 음주 후 환시로 보이곤 했던 노란빛에 매혹돼 자신이 원하던 노란 색감을 얻어내고자 술에 더 집착했어요.
고흐는 정신장애도 갖고 있었어요. '별이 빛나는 밤'은 그가 정신분열증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완성한 작품이에요. 그림 속 별은 소용돌이 미로 형태로 거리를 구별하기가 어려워요. 정신분열증 환자는 발작을 일으키기 전 '아우라'라는 증상을 경험하는데요. 그때 고흐가 그린 것 같은 소용돌이 형태가 보인다고 해요. 고흐의 '밤의 카페' 등불에서도 볼 수 있어요.
▲ ①클로드 모네 ‘수련 연못’ 1889년, 92×88㎝ ②클로드 모네 ‘일본식 다리’(수련 연못 연작) 1923년, 54×40.5㎝
모네 백내장으로 '빛' 표현 달라져
클로드 모네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예요. 빛과 색채를 이용해 자연 변화를 묘사했죠.
모네의 작품은 60세 전후로 달라지기 시작해요. 젊은 시절부터 눈에 안개가 낀 것 같다는 증상을 호소했는데요. 실제 사물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 보이는 '백내장' 진단을 받았어요. 그러나 수술을 받지 않았죠. 결국 사물의 형태를 구별할 수 없고 빛의 움직임도 혼동하기 시작했어요.
모네는 같은 '일본식 다리'를 보며 작품을 여럿 그렸는데요. 1889년에 그린 그림과 1923년 그린 그림을 비교하면 같은 다리인데도 완전히 다르게 표현한 것을 알 수 있어요. 연못의 물은 황색으로, 나무와 숲, 풀의 녹색도 황색이나 적갈색으로 표현했죠. 실명 상태에 이른 모네는 결국 수술을 받았지만 이후 작품에서도 사물의 구분이 확실하게 돼 있지 않거나 황갈색 또는 청색조가 짙은 색감이 드러나요.
▲ ①폴 세잔 ‘사과 바구니’ 1893년, 80×65㎝ ②폴 세잔 ‘두개골이 있는 정물화’ 1896~1898년, 65×54㎝
세잔 사과의 화가… 왜 사과에 집착했을까
프랑스 출생 폴 세잔은 40년이 넘도록 사과를 소재로 그려낸 작품만 110점이 넘어요. 그는 인물이나 풍경을 그리기보단 원하는 대로 위치와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정물(사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당시 비교적 값이 싸고 구하기 쉬웠던 사과를 소재로 택했죠.
하지만 세잔의 건강 상태에 따라 사과를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집니다. 먹음직스럽고 싱싱한 사과를 그리던 그의 1896~1898년 작 '두개골이 있는 정물화' 속 사과는 누군가 먹었거나 썩었고, 사과 뒤에는 무시무시한 두개골이 있어요. 두개골은 죽음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그의 지병이었던 당뇨와 관련이 있습니다. 당뇨는 음식이 몸속에서 에너지로 사용되지 못해 당이 축적되는 병이에요. 세잔은 1891년 당뇨 진단을 받았어요. 사과를 자신의 건강 상태와 연결 지어 당뇨로 신진대사가 나빠지고 면역력이 떨어지자 죽음에 가까워진 자신을 표현한 겁니다.
→ 기분 좋을 때와 아플 때 내 기분을 그림으로 표현해볼까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