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각경 제9장. 정제업장보살장 - 5
선남자야,
말법 세계 중생들이
병(病)을 법(法)이라 말하리니
그러므로 참으로 불쌍한 이라 하겠다.
아무리 애써서 정진할지라도
온갖 병만 한층 더할 뿐이요
청정한 깨달음[淸淨覺]에는 들어갈 수 없느니라.
선남자야,
말법 세계의 중생들이
네 가지 상(相)을 분명히 알지 못하므로
여래에 대한 견해(見解)와 그가 행한 자취로써
자기의 수행인양 여기나니
끝내 성취하지 못하리라.
혹 어떤 중생은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 하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였다 하며
나보다 뛰어난 이를 보면 질투심을 내나니
그 중생은 아직 나[我]라는 애착을 끊지 못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청정한 깨달음에 들어가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말법 세계의 중생들이
도(道) 성취하기를 희망하되
깨치기를 구하지는 않고
오직 듣는 것만 더하여
나라는 소견만 더욱 자라나게 하느니라.
다만 부지런히 정진하여
번뇌(煩惱)를 조복(調伏)시키고
큰 용맹을 일으켜서 얻지 못한 것을 얻고자 하고
끊지 못한 것을 끊고자 하면
탐냄과 성냄, 은애(恩愛)와 아만과,
아첨하는 마음과 질투하는 마음 따위가
경계를 대하여도 생기지 않게 되며
피아(彼我)간 은애(恩愛)가 고요히 소멸되리니
부처님은 이 사람을 일러 점차로 성취한다고 하노라.
선지식을 구하면
삿된 소견에 떨어지지 않겠지만
만일 구하는 바에 대해 따로 미움과 사랑을 일으키면
청정한 깨달음의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때
세존께서 이 이치를 거듭 펴시기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정업(淨業)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라
일체 중생들 모두가
나[我]를 사랑해 집착하므로
끝없는 옛날부터 허망하게 윤회하였나니
네 가지 상을 제거하지 못하고
보살을 이루지 못하리라.
사랑함과 미움은 마음에서 생기고
아첨과 삿되게 왜곡함[邪曲]이 마음속에 있으면
헛갈리고 답답한 일이 많아져서
깨달음의 성안에 들어가지 못하느니라.
만일 깨달음의 세계에 돌아가려면
맨 먼저 탐(貪), 진(瞋), 치(癡)를 버려야 하나니
법의 사랑까지도 마음에 남지 않으면
차츰차츰 성취할 수 있게 되리라.
내 몸도 본래에 있는 것 아닌데
미움과 사랑이 어디서 생기랴
이 사람 선지식을 구하면
끝까지 사견에 떨어지지 않으려니와
구하는 바에 별다른 생각을 내면
끝내 성취하지 못하리라.
출처 : 동국역경원
출처 : 다음카페 『가장 행복한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