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 노동력 제공으로 건축 예산 절감에 큰 몫, 절제된 창호로 채광 살려 장식보다 의미있게 구성
대구대교구 김천시에 황금동성당에 이어 두 번째로 평화동성당이 계획되면서 1958년 독일 태생 탁세영 신부가 초대 주임으로 부임했다. 탁 신부는 성전 건립에 앞서 주야로 타자기로 쓴 편지를 은인들에게 보냈다. 성당은 전적으로 유럽 자선가들, 특히 독일인들의 희사에 의해 건축됐다. 설계는 알빈 슈미트 신부가 했으며,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직사각형 성당 옆에 낮은 부속실을 첨부한 단순한 외형을 갖고 있으며, 종탑에는 독일 자선가가 봉헌한 3개의 종이 달려 있다.
탁 신부는 고 유창국(야고보) 초대 사목회장이 봉헌한 3300㎡를 포함해 대지 4398㎡를 마련했다. 성당 면적은 2649㎡로 계획됐다. 유 회장은 대지 구입을 위해 물심양면 노력했으며, 현금을 봉헌할 수 없었던 교우들은 성당 건립에 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건축비 절감에 큰 몫을 했다.
성당 구조미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탁 신부는 영적인 면과 예술적인 면이 잘 조화된 성전을 건축하게 된다. 내ㆍ외부 및 천장 골조를 그대로 노출시켜 골조미를 표현했고, 수성 페인트 외에는 다른 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골조공사에서도 거푸집 사용의 불합리한 낭비 요소를 없애기 위해 곡선이나 사선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확실한 형태와 비례감, 절제된 창호를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주님을 찬양하는 기도의 집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건립 후 50년이 지난 이 성당은 아직 큰 흠이 없고,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몇 년에 한 번씩 페인트만 칠하는 것이 전부라고 본당은 자랑한다.
정면 주 현관에 일곱성사를 의미하는 7개 출입문을 둬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성당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을 구성하고 있는 골조 라인 중 5개의 선을 제대 십자가상으로 모이게 하고 있다. 이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오상을 의미하며, 제대를 향한 집중도를 높여주고 있다. 제대 벽면에는 12사도를 의미하는 12개 작은 창을 두는 것 외에는 어떠한 장식도 첨가하지 않았고, 별도의 화려한 조명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본당 벽면은 동판으로 제작한 십자가의 길이 장식의 전부이다.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탁 신부는 건축 시작에서부터 완성 때까지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었다고 하겠다. 최근 이 성당에는 공동사제관이 세워져 김천에 거주하는 타 본당 신부와 학교에 재직 중인 신부 8명이 함께 기거하고 있다. 다른 본당에는 별도 사제관을 두지 않아 성당 건축 예산 절감에 큰 몫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