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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검도회 홈페이지를 써핑하다 자유칼럼코너에 올려진 이세원님의 시합 참가기를 올립니다. 조금은 긴 글이지만 시합에 대한 느낌을 간접경험 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을 올리신분은 근 오십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검도의 매력에 푹 빠져 열심히 수련중이신 분입니다...
제목: 검도대회 개인전 3위를 하고 나서
2003. 10월 4.19기념탑 근처에 있는 강북청소년 수련관에서 고 송성식 선생 추모 강북구 연합회장기 검도대회가 열렸습니다.
<대회 개요>
강북구 검도연합회 추최였지만 강북구 지역뿐만이 아니라 평택, 오산, 구로, 서대문등 여러 지역에서도 참가하였고 약 20개의 소속팀들이 참가하였습니다.
남자 일반부에서는 연령에 상관없이 급부와 단부로 나뉘어 단부에는 약60여명(대진표 기준)의 성인이 참가하였고 4개조(A,B,C,D)로 나뉘어 토너먼트로 진행하였습니다.
저는 C조에 속하였고 각조 모두 4번을 연속하여 이기면 조 1위로 4강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시합 내용>
1회전
이기긴 했지만 득점 부위는 생각이 나질 않고 단지 2:1로 이긴 것만이 기억 됩니다.
첫 번째 경기라서 마음의 안정이 안되었고 시합장에 들어가기 전 가슴이 계속 두근두근 불안하였고 입안도 바싹 말랐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경기장 밖으로 나오니 같은 도장의 동료가 잘했다고 격려해 주었습니다.
첫 경기를 끝낸 후부터 득점 부위가 기억 되었고 비로소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2회전
절대로 서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경기장을 들어섰습니다.
1회전 보다는 마음이 많이 안정을 찾았습니다.
예전의 시합에서 서둘다가 진 적이 생각났고 초반의 체력 소모 떄문에 후반에 거의 공격을 못하고 진 것도 생각이 났습니다.
머리를 먼저 맞아 1:0으로 진 상황에서도 서둘지 않았습니다. 상대가 공격해 들어오는 순간을 놓지지 않고 손목을 쳤고 정확히 들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1:1이 되었습니다.
경기 도중 침착하게 상대를 관찰했습니다.
상대는 제가 공격해 들어가려고만하면 제자리서 죽도를 치켜들었습니다.
저의 머리를 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 뛰어들어가면서 허리를 치면 승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조금 먼 거리에서 머리를 치는 것처럼 뛰어들어가면서 바로 허리를 쳤습니다.
예상대로 상대는 죽도를 치켜들었고 저는 그 순간 상대의 허리를 치고 빠졌습니다.
치는 가속으로 인해 장외로 나가면서도 허리가 제대로 들어간 것을 느꼈습니다.
한점을 먼저 내준 상태에서도 침착하게 경기에 임해 결국 2:1로 이겨 3회전에 진출하였습니다.
3회전
20대 중반의 군대 갔다온 대학생이며 소속 대학의 주장을 지냈습니다.
군 입대 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였고 같은 도장에서 함께 운동을 하여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알고 있습니다.
머리를 상당히 잘 쳤습니다.
손목을 먼저 맞아 1: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서둘지 않았습니다.
저도 기회를 보아 손목을 쳐서 1:1동점이 되었고 그 상태에서 경기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체력을 상당히 아꼈음에도 불구하고 호흡이 가빴습니다.
상대는 저의 절반 정도 나이입니다. 체력전으로 나간다면 매우 불리하다고 생각하여 상대의 공격을 기다렸습니다.
공격 거리가 되었음에도 상대는 공격을 안 했습니다.
상대의 특기는 머리치기인데 제가 머리 막고 허리를 잘 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얼마후 젊은 상대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공격하였습니다. 머리치기가 아주 적당한 거리였고 그 거리에서 저는 상대가 머리치기를 기다렸고 바랬습니다.
상대가 공격해 오는 순간을 보고 머리 막고 허리를 쳤습니다.
허리 공격이 순식간에 정확히 들어갔습니다.
관전하던 주위 사람들은 저의 허리 득점에 감탄했을지 몰라도 만약 그 순간 상대가 손목을 치고 들어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릅니다.
연장 끝에 3승을 했고 4회전에 진출하였습니다.
4회전
3회전 끝나고 승자는 쉬는 시간 없이 바로 4회전을 치뤄야 했지만 저는 3회전 끝나자 마자 경기장 밖으로 나가 호면을 벗었습니다.
연장으로 인해 얼굴에 땀이 비오듯 흘렀고 호흡도 너무 가빴습니다.
물로 입안을 축였지만 금방 바싹 말랐습니다.
호면 끈을 다시 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것은 저에게 힘을 다시 저축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4회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상대는 30대로 보였습니다.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죽도에 머리를 맞아 1:0이 되었습니다.
공격 도중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 몸이 바짝 붙으면 상대는 죽도를 저의 몸에 붙이곤 하였는데 그 상태에서 상대의 죽도를 훑어내리듯 힘있게 쳐버렸고 예상대로 죽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죽도를 놓침으로 인해 상대는 반칙을 하나 받은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가까이 붙으면서 죽도를 대각선으로 저의 어깨에 걸어서 공격을 방해하였습니다.
저는 그 상태에서도 연속 공격을 하였습니다. 물론 공격이 힘들었고 득점은 되지 않았지만 상대의 반칙을 또 하나 유도해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공격이 계속되니 상대는 실점을 할까봐 어깨에 대각선으로 걸어 놓은 죽도를 거둬들이지 못했고 결국 심판이 중지 선언을 했고 심판끼리 합의가 있었습니다.
합의 후 상대에게 반칙이 선언 되었고 상대의 반칙 2번으로 인해 1:1이 되었습니다.
의도한 바 그대로 2번의 반칙을 얻어냈습니다.
1:1 상황에서 경기 시간이 종료되어 3회전 때와 마찬가지로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공격하다가 몸이 붙으면 뒤로 물러나면서 서너번 퇴격머리를 쳤는데 한번도 득점과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몸이 가까워졌고 떨어지지 못하고 기회만을 보고 있다가 상대의 죽도를 밑으로 내리 눌렀고 죽도가 다시 올라오는 순간을 노려 퇴격 허리를 치고 45도 뒤로 빠졌습니다.
심판의 기가 올라가는 것이 옆으로 보였고 제가 4강에 진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4회전 경기는 서두르진 않았지만 일단 공격시는 상당히 격했습니다.
저의 거친 찌름으로 인해 상대가 밀려나서 장외로 나간적이있으며
저도 죽도가 어긋나서 죽도를 바꿨지만 상대도 죽도가 시합 도중 기역자 모양으로 일순간에 부러져서 바꾸고 계속할 정도로 격했습니다.
5회전
4회전 후 바로 준결승 경기에 들어가지 않고 동일 경기장에서 단체전을 치뤘기 때문에 저에겐 충분한 휴식이 되었습니다.
저는 4승을 거둬 C조 1위로 올라왔고 상대는 D조 1위로 올라왔습니다.
40대 같아 보였고 먼저 공격을 잘 안하고 기다리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저는 연습 도중에도 손목을 잘 맞는 약점이 있는데 경기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도 어이없이 손목을 맞아 실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대의 머리 공격을 피하면서 손목을 쳐서 1:1 동점이 되었고 경기 시간이 종료되어 연장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원래 공격형인데 상대는 받아치는 훈련을 많이한 것 같았습니다.
한참을 서로 공격의 틈만 보다가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제가 먼저 손목 머리를 치고 들어갔습니다.
상대는 저의 손목을 죽도로 받아 흘렸고 이어서 바로 머리를 쳤습니다.
죽도의 타격이 그리 세지는 않았지만 그 외는 흠 잡을데 없는 공격이었습니다.
상대는 저의 손목 공격을 기다린 것 같았고 제가 졌다는 것을 바로 느꼈습니다.
이로서 저의 결승 진출은 연장 끝에 좌절되었습니다.
경기 끝나고 상대에게 다가가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적어 보였지만 체격도 좋고 호감가는 인상이었습니다.
<당초 목표>
당초 목표는 4강 진출이었습니다.
결승 진출은 못했어도 4강 진출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목표가 달성된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보면 이렇습니다.
- 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 운영을 했고
(2회전부터 5회전까지 모두 먼저 실점을 했음. 1회전은 기억 못함.)
- 상대의 버릇을 파악해 가면서 득점 부위를 생각했으며
(기술 외에 작전도 병행)
- 헛 공격을 극히 제한하고 체력을 아꼈습니다.
결승 진출이 좌절된 이유로는 저의 실력이 아직은 결승 진출에까지 못 미친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참고 사항 >
저는 작년 봄(2003년 4월)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난나 검도대회"에서도 남자 일반 단부 개인전에서 3위에 입상한 적이 있는데 그 동안 수련했던 기량의 평가가 4강 진출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대진운>
당일의 대진운도 작용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같은 날 열린 단체전(초등학생을 시작으로 성인 남자까지 포함된 7인조)에서는 제가 속한 도장의 선수 구성이 상당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는 달리 첫경기에서 탈락하였습니다.
상대는 5인의 선수만이 출전하였는데도 승승장구하였고 결국 결승에 진출하여 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런 걸보면 개인전에서도 훌륭한 선수가 초반에 우승자와 맞붙어 불운하게 탈락됐을지도 모릅니다.
말 그대로 (대진)운도 좋았다고 봅니다.
<당일 컨디션>
일전 치료 받은 치아로 인해 통증이 약간 있었습니다만 사전 예방 차원에서 진통제를 미리 복용한 후로는 시합중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그 외의 몸 상태는 좋았습니다.
시합전 운동 연습
2개월여 운동을 못하다가 시합을 앞둔 일주일 시점부터 일 한시간씩 연습하고 시합에 임하였는데(휴일을 빼면 실제 연습 기간은 닷새) 짧은 기간 연습한 것 치고는 의외로 몸이 가벼웠고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판 판정>
저의 퇴격머리 공격이 2번 정도는 들어갔다고 생각되어 지는데 득점이 안된 걸 보면 아쉽더라도 심판 보기에 미흡했을 것이고
반대로 상대한테 손목을 맞았다고 생각되어 지는데 그 것도 실점으로 연결 되지 않은 걸 보면 저도 득 본 것이 있습니다.
결국 심판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했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심리 상태>
1회전 시합은 끝나고 나서도 어느 부위로 실점을 했고 득점을 했는지가 생각 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불안정하였습니다.
2회전 이 후부터는 실점과 득점 부위가 기억되는 걸로 봐서는 시합을 거치면서
마음이 점차 안정을 찾았습니다.
<운동 경력>
대학 4년 동안 검도에 반해 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재미있게 운동하였습니다.
대학 시절 아주 즐거웠던 시간중의 하나가 수업 끝내고 저녁 때 도장으로 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운동 끝내고 교정을 걸어 나오는 상쾌한 발걸음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참으로 즐거운 시절이었습니다.
검도는 대학 졸업 후 20여년간 중단되었지만 40대 중반부터 다시 시작하였고 다시 시작한 이후 7년이 되었습니다.(7년중 1년 중단.)
따라서 총 운동 경력은 10년이 되며 단수는 대학 졸업반때 받은 3단 그대로입니다.
<지병 >
저는 40대 후반의 어느 날 검도 자유대련 연습 도중 가슴에 격심한 통증을 연달아 느꼈고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 협심증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통증이 처음 나타난 날은 샤워도 못 할 정도로 숨이 가쁘고 아팠었는데 통증은 하루 전 날 연습할 때까지도 전혀 없었음. 따라서 증세는 시일을 두고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어느날 돌발적으로 나타남.)
제가 만약 검도를 하지 않았다면 3년이 더 지난 현재까지도 발견하지 못해서 증세를 악화 시켰을 지도 모르며 아니면 돌발 사고를 당했을 지도 모릅니다.
검도를 함으로 인해 협심증을 조기에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에게 검도를 가르쳐 주신 분들과 동료분들께 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병원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으며 또한 검도를 통해 건강을 다지고 있어서 일상 생활을 하거나 시합을 해도 지장이 초래되는 일은 없습니다.(다만 호흡은 가쁨.)
주치의께서도 지속적인 운동을 권유하셨고 저는 운동으로 검도를 계속하면서 진료 때마다 주치의께 검도 연습시의 통증 발생 여부와 정도를 말씀드리곤 합니다.
<바램>
몸 겉부위의 이상은 발견이 쉬우나 몸 안의 이상은 검도와 같이 격동적이고 호흡이 가쁘지 않으면 발견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저와 같은 연배에 있는 모든 분들도 검도를 하셔서 몸 안의 이상 부위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시어 노년까지도 건강한 삶을 사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열망>
병원에서의 검사 결과가 협심증으로 판명되던 날 매우 궁금하여 주치의께 여쭤본 질문이 있습니다.
질문 내용은 "제가 협심증이 있는 상태에서도 검도를 계속 할 수 있겠습니까?"였습니다.
중단된지 20여년만에 벼르고 별러서 다시 시작한 운동이 또 중단되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걱정이 있었습니다.
중단된 기간이 길면 길수록 검도에 대한 열망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대답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주치의로부터 "하면 안 됩니다."라는 부정적인 말이 들려 올까봐 무척이나 걱정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는 안심했습니다.
주치의 대답은 "가슴이 안 아플 정도까지만 하세요."였습니다.
그 정도의 대답을 듣는 것만이라도 매우 기뻤습니다.
협심증이 있더라도 검도는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검도 예찬>
모든 운동이 다 좋습니다만 특히 나이 들어 하는 운동치고 검도만큼 좋은 운동도 찾아보기 드물 것입니다.
날씨의 제약을 안 받는 실내 경기이면서도 빠르고 격합니다.
반면에 보호 장비가 있어서 안전하며 운동의 강도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수분 정도의 짧은 시간 운동에도 단거리 달리기를 뛴 것처럼 호흡이 가쁘며 땀을 많이 낼 수 있는 효과도 있습니다.
<맺는 말 >
저는 검도를 중단 없이 꾸준히 연마하지도 못했고 꾸준히 연마하신 분들 만큼 잘하지도 못합니다.
기량이 높으신 분들께서 보신다면 도움되는 내용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 정도의 연배나 또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짬짬이 시간을 내어 검도 연습을 하시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께 저의 수련 정도와 협심증이 나타난 과정과 협심증이 있더라도 검도 연습은 물론 시합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드림으로서 작으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썼습니다.
글 내용중에는 호면을 쓴 상태에서 상대를 보아 나이 가늠이 잘못되었는 지도 혹은 득점과 실점 부위를 혼동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로서 잘못된 게 있다면 사과드립니다.
끝으로 검도로 인연을 맺은 모든 검도 가족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화목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후기
저는 상기 시합이 있고나서 반 년 후(2004. 4. 24일)에 광명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회 국민생활체육 전국 검도대회 개인전 노년부에서 준우승을 하였습니다.
늘 부족한 저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도움을 주신 선후배님과 동료 검우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
첫댓글 '타인으로 인해 미소짓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평생검도... 란말이 생각 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