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규
그 숲에서 열애 중인 하늘소 외
하는 일이란 교미밖엔 없나보다 벌레들,
감히 인간 세상의 미래를 창궐
산란 천국은 때 이른 낙엽나무 숲이 되었다
그들을 유인한
나의 자동차 배기통에서 나온 것들
우리가 함부로 웃었던 매연이란 이름들
일찍이 찰스 다윈이 말했듯
뇌가 없어도 오로지 신경세포로서
우리 집 초파리들끼리 향유 한다는 것이다
참나무 숲을 점령당하고
누가 누구에게 먹히고 있는지도 모를
공중에서 벌레 비 내리고 있다
새소리 아닌 짧은 신호가 야호!
나를 야유라도 하는 듯
막무가내 세상을 알리고 있다
어느 도심지는 우산을 쓰고 다니고
아이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출산이 귀한 세상 저들이 먼저 번식하는 것들
쓸어 담아 볶아먹을 수는 없을까
모르긴 해도
인간 세상은 세균과 벌레로 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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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카레니나 법을 아는 소금쟁이
떠 있는 초서체가 경전의 적막이라면
저 못에 꽃을 띄울 일이다
발등에 물 한 방울 안 적시고 수면을 걸어가는
네가 미웠다
물 밖 무게보다 물속 네 꿈이 더 힘차다는 거지
떨리는 아킬레스로 표면장력을 디뎌야 하는 너의 열렬일 터
적에게 낚일 불행을 피할 줄 아는
너의 하늘을 읽었다
가축화된 개가 맨 처음엔 유라시아 이리였듯
유기견이 될까 봐
보신탕이 될까 봐
모든 생은 길들여지기 전에 쫑긋 알아채야 하는 존재이듯
나의 헤어칼라는 오늘 이미지의 모든 것이 되었다
정장 어깨 속 패드 하나 더 끼우면
이런 완벽한 나의 친교도 없을 것으로
어제는 침관 세운 입으로 죽은 먼지들을 먹어 치웠다
날개를 모르고 물 위를 걷는 생이 전부인 소금쟁이
삶의 한순간이 돌이었다가 다시 별이 되는 황혼 녘
외투를 벗고 전부 벗어던져 얼굴 피부까지 걷어 낸다면
네 얼굴 내 얼굴 엇비슷한 모양새란 거지
저기, 저 아수라가 건너가고 있다
이자규| 2001년 《시안》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돌과 나비』 , 『아득한 바다 한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