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홍역·말라리아·영양실조 ‘삼중고’에 시달리는 가족 이야기

[김수영1]

생명을 살리는 의료서비스를 마을과 더 가까운 곳에서 제공하는 것은 의료시설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2023년 3월, 케냐 투르카나(Turkana) 지역에서 홍역 환자가 확인되며 홍역 발병이 선언되었고, 이후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역사회는 또한 지속적인 말라리아 발병으로 고난을 겪고 있다. 6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서부 투르카나 팀과 협력해 대규모 예방접종 및 통합 환자 관리, 2개 보건시설에서의 치료 제공, 지역 차원에서 필수적인 보건증진 활동을 펼치면서 홍역·말라리아 이중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광대한 서부 지역에서 대규모 홍역 예방접종 캠페인을 진행하여 170km 이상 떨어져 있는 마을을 포함한 지역내 26,862명의 아동에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이는 지역사회 참여 및 인식제고, 질병감시 등 보건증진 강화 활동과 병행됐다.

로다카크(Lodakach)에서 영양실조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아동과 보호자들 ©LUCY MAKORI/MSF

홍역·말라리아·영양실조: 가족의 '삼중고'

로다카크(Lodakach) 지역의 한 마을에 사는 에코페(Ekope) 가족은 이러한 질병들에 시달리는 가족 중 하나다.

로다카크 병동에서 지역사회 보건증진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헬렌 아디르(Hellen Adir)는 걱정이 깊다. 세 아이의 엄마인 헬렌은 두 살이 된 아들 에키도르 에코페(Ekidor Ekope)와 열 살 된 딸 아벤요 에코페(Abenyo Ekope)를 데리고 팀을 찾아왔다. 환자분류 절차를 밟고 있는 아벤요는 허약해 보인다. 뜨거운 햇빛 때문에 증상을 견디기 더욱 힘겨운 듯하다. 아벤요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질문에 답하는 엄마를 바라본다.

딸이 관절, 복부, 다리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약을 얻으려고 왔습니다. 딸이 말라리아에 걸린 것 같습니다. 지난 2주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이 차례대로 아팠기 때문이죠. 다섯 살 된 아들 롱엠 에코페(Longem Ekope)도 홍역이랑 말라리아에 걸렸었고, 지금은 집에서 회복하고 있어요. 롱엠은 지난주에 로푸르(Lopur) 지역 진료소에 가서 치료받았습니다.”_헬렌 아디르 / 아픈 두 아이를 데리고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을 찾은 보호자

낸시 기치키(Nancy Gichiki)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담당자가 아벤요의 체온을 재자 열이 매우 높게 나오는데, 이는 보건증진 활동을 통해 만나는 다른 아동 및 성인들이 보인 증상과 동일하다. 낸시는 아벤요의 귀 주변에서 발진을 발견하고 인후 염증을 확인하기 위해 입을 열라고 한다. 아벤요의 증상이 홍역 증상과 일치한다. 몸살 증상도 호소하는 아벤요는 다음 단계로 말라리아 검사를 받는다. 검사 결과 양성이다. 당장 치료가 시작되어야 한다.

2023년 7월 아벤요에게 실시한 말라리아 검사 결과 양성이 뜬 모습 ©LUCY MAKORI/MSF

아벤요를 비롯, 서부 투르카나 지역에서만 보고된 홍역 환자는 451명, 말라리아 환자는 1,475명이다. 홍역과 말라리아는 유아부터 고령자까지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다. 숨 막히는 더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 팀으로 찾아왔다. 일부 환자들은 아픈 와중 얼마 없는 나무 그늘에 누워 더위를 식히며 진료 순서를 기다린다. 고령층은 관절 고통을 호소하며, 가장 타격을 받은 집단은 5세 이하 아동이다.

하지만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이 목축민 지역사회의 고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가뭄은 아동, 임신부, 모유 수유 중인 산모들에게 영양실조를 초래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가축을 잃고 생계가 무너지는 바람에 가족을 먹일 충분한 식량을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헬렌의 2세 아들 에키도르는 영양상태 검사를 받았고, 국경없는의사회 영양학 전문가 피나 보타(Phinnah Botta) 로부터 중증 급성 영양실조 치료를 위한 식품보충제로 쓰이는 영양치료식 플럼피 너트(plumpy nut) 2주치 배급량을 받았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은 보건증진 활동 및 의료시설 치료 제공을 통해 가장 취약한 9개월에서 5세 이하 아동, 임신부, 모유 수유 중인 산모들을 대상으로 영양 검사를 실시해 왔다. 영양실조 상태가 확인되면 후속치료 및 경과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자들을 인근 시설로 이송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영양학 전문가 피나 보타가 임신부 팔 상단에 뮤악(MUAC, 팔뚝 굵기를 재서 영양 상태를 판단하는 도구) 밴드를 둘러 영양실조 검사를 하고 있다. ©LUCY MAKORI/MSF

보건증진팀은 부모들에게 집에 증상을 보이는 자녀가 없는지 계속 물어보고,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자녀를 데려오라고 안내하고 있다. 한 남자는 괴로워하며 이렇게 답하기도 했다.

다른 아들은 너무 무겁고 허약한 상태라 도저히 데려올 힘이 없었어요. 이 아이는 적어도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움직여서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홍역 예방접종 또는 말라리아 치료를 받지 않은 아이가 남아있지 않도록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아버지의 사정을 들은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지역 보건증진 팀을 집으로 안내해줄 것을 부탁한다. 마침내 이들은 집에 도착하여 해당 아동을 데리고 돌아온다.

바로 근처에서는 모기장 배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응 기간 동안 15세 미만 아동 및 임신부, 모유 수유 중인 산모들을 대상으로 모기장 8,403개가 배급되었다. 에키도르 가족도 에키도르를 비롯해 회복 중인 형제자매를 보호하기 위해 모기장을 수령했다.

이날 기준으로만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로다카크 지역에서 100건이 넘는 진료를 실시했고, 대응 기간 동안에는 시설에서 또는 보건증진 활동을 통해 1,466건의 진료를 실시했다.

[송순영]

오늘도 고통스럽게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돌아보아 해야 할일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왜 그토록 자신들의 욕망만을 채우려고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