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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陶淵明)의 飮酒(음주)
음주시(飮酒詩) 서문(序文)
余閑居寡歡 兼比夜已長 偶有名酒 無夕不飮。
여한거과환 겸비야기장. 우유명주 무석불음
顧影獨盡 忽焉復醉 既醉之後 輒題數句自娛
고영독진 홀언부취 기취지후 궤제수구자오
紙墨遂多。辭無詮次 聊命故人書之 以爲歡笑爾。
지무수다 사무전차 료명고인서지 이위환소이
내가 조용히 살다 보니 달리 즐거운 일도 없고 게다가 요즘 밤도 길어 졌는데
우연히 귀한 술이 생겨 저녁마다 빼놓지 않고 마시게 되었다.
등불에 비췬 내 그림자를 벗삼아 마시다 보니 혼자서 다 비우고 금방 취해 버렸다.
취하고 나면 자주 시 몇 구를 지어 보고 혼자서 흐뭇해하곤 했다.
이렇게 짓다 보니 여러 수(首)가 되었지만 잘 정리해 놓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냥 친구더러 다시 정서해 달라고 했다. 그것은 다만 같이 기쁘게 웃을 거리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
飮酒(음주)1
衰榮無定在 彼此更共之(쇠영무정재 피차갱공지)
邵生瓜田中 寧似東陵時(소생과전중 영사동릉시)
寒署有代謝 人道每如玆(한서유대사 인도매여자)
達人解其會 逝將不復疑(달인해기회 서장불복의)
忽與一觴酒 日夕歡相持(홀여일상주 일석환상지)
영고 성쇠는 정해져 있는 것이 없고
피차에 바뀌고 서로 돌게 마련이라.
오이밭 가운데 있는 소생(邵生)이가
동릉후(東陵侯) 엿다고 어찌 알리오.
추위와 더위 교체하는 자연같이
사람의 도리도 언제나 그와 같다네.
그 이치를 터득하여 통달한 사람은
다시는 앞으로 미혹되지 않으리라.
한 동이 술이 공짜로 생겼으니
해도 저물었으니 밤새워 술이나 마셔야지
飮酒(음주)2
積善云有報 夷叔在西山(적선운유보 이숙재서산)
善惡苟不應 何事空立言(선악구불응 하사공립언)
九十行帶索 飢寒況當年(구십행대색 기한황당년)
不賴固窮節 百世當誰傳(불뢰고궁절 백세당수전)
선한 일 많이 하면 하늘이 복 내린다 했는데
백이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주렸네.
선과 악에 제대로 응보 되지 않거늘
무엇 때문에 부질없이 빈 말을 내세웠는가.
90 노인 새끼줄로 허리띠 매고 가난하게 살았거늘
한참 나이에 굶주림과 추위에 굽힐 수 있으랴.
곤궁하지만 꿋꿋한 절개에 힘입지 않는다면
먼 후세에 어찌 이름 전하겠는가?
飮酒(음주)3
道喪向千載 人人惜其情(도상향천재 인인석기정)
有酒不肯飮 但顧世間名(유주불긍음 단고세간명)
所以貴我身 豈不在一生(소이귀아신 기불재일생)
一生復能幾 倏如流電驚(일생부능기 숙여류전경)
鼎鼎百年內 持此欲何成(정정백년내 지차욕하)
도가 없어진 지 천년이나 되어 가는데
사람마다 자기의 맑은 정 주기를 아끼네.
술이 있어도 함께 마시려 들지 않고
세상의 명성만을 돌아볼 따름이네.
내 한 몸 소중히 하는 부귀영화도
찖은 한 평생에 지나지 않거늘
또한 한 평생은 얼마나 가내는가.
홀연히 번쩍하고 지나가는 번개 같은 것을
길어야 서둘러대는 백년 동안에
그것을 애써 얻어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것인가
飮酒(음주)4
栖栖失群鳥 日暮猶獨飛(서서실군조 일모유독비)
裴回無定止 夜夜聲轉悲(배회무정지 야야성전비)
厲響思淸遠 去來何所依(여향사청원 거래하소의)
因値孤生松 斂翮遙來歸(인치고생송 염핵요래귀)
勁風無榮木 此蔭獨不衰(경풍무영목 차음독불쇠)
託身已得所 千載不相違(탁신이득소 천재불상위)
황망하구나 무리를 잃은 새는
날 저물어도 여전히 홀로 날고 있네.
정착하지 못하고 노상 배회하면서
밤마다 더욱 서글프게 우네.
날카로운 소리는 깨끗하고 먼 곳을 그리워하면서
또한 잊지 못해 연연히 오락가락하네.
이윽고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를 만나
먼 길 날아온 날개 접고 들었네.
세찬 바람에 나무를 꽃피우지 못할새
오직 시들지 않고 우거진 덤불속에 홀로선 소나무
이미 나의 몸을 의탁할 곳을 얻었으니
천년토록 영원히 떠나가지 않으리.
飮酒(음주)5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결려재인경 이무차마훤)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문군하능이 심원지자편)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채국동리하 유연견남산)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산기일석가 비조상여환)
此中有眞意 欲辯已忘言(차중유진의 욕변이망언)
사람 사는 고장에 농막 짖고 살아가니
수레와 말 시끄럽게 찾는 사람 없네.
나보고 어떻게 그러할 수 있냐 묻지만
마음이 멀어지면 땅은 절로 멀어진다네.
동쪽 울타리 밑에서 국화꽃 따들고
마음 유유히 멀리 남쪽의 산을 보네.
가을 산 기운은 저녁나절에 더욱 좋고
날던 새들 짝지어 집으로 돌아가네.
이 가운데에 참뜻이 들어 있으나
잘 말하려 해도 이미 말을 잊어 버렸네..
飮酒(음주)6
行止千萬端 행지천만단
誰知非與是 수지비여시
是非苟相形 시비구상형
雷同共譽毁 뇌동공예훼
三季多此事 삼계다차사
達士似不爾 달사사불이
咄咄俗中惡 돌돌속중악
且當從黃綺 차당종황기
사람의 행실은 천차만별 하거늘
그 옳고 그름을 누가 알겠는가.
멋대로 경솔하게 옳고 그른 것을 정해놓고
뇌화부동하여 칭찬과 헐뜯으며 떠드네.
삼대(三代) (은,하,주)말엽에 그런 일 많았으나
통달한 사람들은 이를 닮지 않았네.
참으로 딱한 속세의 어리석은 자들이어 !
이제 나는 상산의 사호를 따르고자 하네.
*(黃綺/ 진시황의 무도한 정치를 피해 낙양근처에 있는 상산으로 은퇴한 네 사람을 商山四皓라 한다. 東園公/角理先生/夏黃公/綺里季)
飮酒(음주)7
秋菊有佳色 浥露掇其英(추국유가색 읍로철기영)
汎此忘憂物 遠我遺世情(범차망우물 원아유세정)
一觴雖獨進 杯盡壺自傾(일상수독진 배진호자경)
日入群動息 歸鳥趨林鳴(일입군동식 귀조추임명)
嘯傲東軒下 聊復得此生(소오동헌하 요복득차생)
가을 국화가 아름다운 색깔 지녀서
이슬에 젖은 그 꽃을 따다
이 근심 잊게 하는 술을 띄워 마시니
내가 속세 버린 심정 더욱 깊어라.
한 잔 하나로 홀로 마시다 취하니
잔 비우면 술 단지 저절로 기운다.
해 지고 만물이 쉴 무렵에
돌아오는 새들 수풀 향해 소리 내 우네.
동쪽 창 밑에서 후련한 휘파람소리 부니
잠시나마 참 삶을 되찾은 듯 하여라.
飮酒(음주)8
靑松在東園 衆草沒其姿(청송재동원 중초몰기자)
凝霜殄異類 卓然見高枝(응상진이류 탁연견고지)
連林人不覺 獨樹衆乃奇(연임인불각 독수중내기)
提壺撫寒柯 遠望時復爲(제호무한가 원망시부위)
吾生夢幻間 何事紲塵羈(오생몽환간 하사설진기)
동쪽 정원에서 자란 푸른 소나무
온갖 풀들에 묻혀 그 모습 보이지 않았네.
찬 서리에 다른 나무들이 시들자
높은 가지 우뚝 솟아 보이네.
숲에 가려 사람들은 몰랐으나
홀로 선 나무 온갖 것 중에 기묘하네.
술병을 들어 차가운 가지에다 걸어놓고
멀리서 되풀이하여 바라보네.
삶은 꿈과 환상이거늘
무엇 때문에 세상의 티끌 굴레에 매어야 하리.
飮酒(음주)9
淸晨聞叩門 倒裳往自開(청신문고문 도상왕자개)
問子爲誰與 田父有好懷(문자위수여 전부유호회)
壺漿遠見侯 疑我與時乖(호장원견후 의아여시괴)
襤縷茅詹下 未足爲高栖(남루모첨하 미족위고서)
一世皆尙同 願君汨其泥(일세개상동 원군골기니)
深感父老言 稟氣寡所諧(심감부로언 품기과소해)
紆轡誠可學 違己 非迷(우비성가학 위기거비미)
且共歡此飮 吾駕不可回(차공환차음 오가불가회)
맑은 새벽에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거꾸로 옷 걸치고 나가서 문을 열고서
누구신지요 하고 물었더니
얼굴 가득 웃음 띤 농부가 찾아왔네.
술 단지 들고 멀리서 찾아왔다고 하며
세상 등지고 사는 날 이상타하네.
남루한 차림에 초가집에 사는 꼴이
고아한 생활이라 할 수 없다 하네
온 세상 모두 어울리길 좋아하거늘.
그대도 같이 그 흙탕물을 튀기시구려.
영감님 말씀 깊이 느끼는 바가 있으나
본시 타고난 기질이 남과 어울리지 못함이니
말고삐 틀고 옆길로 새는 법 배울 수도 있으나 (적당히 벼슬사는)
타고난 성품을 바꾸는 것도 어찌 미혹됨이 아니오리
잠시 함께 이 술이나 즐깁시다.
본래 타고난 나의 성품은 돌릴 수 없음이니.
飮酒(음주)10
在昔曾遠遊 直至東海隅(재석증원유 직지동해우)
道路逈且長 風波阻中塗(도로형차장 풍파조중도)
此行誰使然 似爲飢所驅(차행수사연 사위기소구)
傾身營一飽 少許便有餘(경신영일포 소허편유여)
恐此非名計 息駕歸閑居(공차비명계 식가귀한거)
지난날에 먼 길을 군대를 따라
곧장 동해 구석까지 이르렀노라.
종군의 길은 아득하고 또 멀었는데
풍파와 험난함으로 중도에 고생했네.
누구를 위해 왜 그 길을 갔던가.
아마도 굶주림에 몰려서 그랬던 것 같네.
허나 노력하면 배는 채울 수 있고
약간만 하여도 살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거늘
아마도 그것이 좋은 계획 아닌 듯 해서
가던 길 돌아서 전원으로 왔음이네.
飮酒(음주)11
顔生稱爲仁 榮公言有道(안생칭위인 영공언유도)
屢空不獲年 長飢至于老(누공불획년 장기지우로)
雖留身後名 一生亦枯槁(수류신후명 일생역고고)
死去何所知 稱心固爲好(사거하소지 칭심고위호)
客養千金軀 臨化消其寶(객양천금구 임화소기보)
裸葬何必惡 人當解意表(나장하필악 인당해의표)
안연는 어질다고 이름이 높았고
영계기(榮啓期)는 도통했다고 칭송되었으나
끼니 자주 거르고 오래 살지 못했고
또는 늙도록 굶주림에 시달렸네.
죽은 후의 명성을 남기기는 하였으나
살아 생전엔 굶주리며 누차하게 지냈으니
죽은 다음에야 알 것이 무엇이랴.
살아서 마음에 차게 잘 지내야지
천금이나 보배로 육신을 가꾸어도
죽으면 함께 사라져 없어지네.
맨 몸으로 장사지낸들 싫어할 것 있겠는가
사람들아 속 깊은 참뜻을 깨달아라.
飮酒(음주)12
長公曾一仕 壯節忽失時(장공증일사 장절홀실시)
杜門不復出 終身與世辭(두문불부출 종신여세사)
仲理歸大澤 高風始在玆(중리귀대택 고풍시재자)
一往便當已 何爲復狐疑(일왕편당이 하위복호의)
去去當奚道 世俗久相欺(거거당해도 세속구상기)
擺落悠悠談 請從余所之(파락유유담 청종여소지)
장장공(張長公)은 일찍이 한 차례 벼슬했으나
장년에 느닷없이 세상을 버리고
물러나 문을 닫고 다시는 나가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세상과 등졌노라.
양중리(楊仲理)도 물러나 대택으로 돌아오자
고상한 기풍이 비로소 그곳에서 일깨워졌네.
한번 나갔으면 마땅히 그만두어 버릴 일이지
왜 거듭 망설이고 서성이는가.
냉큼 물러나서 어디로든 가야 하지(가거라, 망설이지 말고)
속세에선 오래도록 속여 왔거늘
쓸데없는 말 집어치워 버리고
나가는 곳으로 따라 오시라.
飮酒(음주)13
有客常同止 取捨邈異境(유객상동지 취사막이경)
一士常獨醉 一夫終年醒(일사상독취 일부종년성)
醒醉還相笑 發言各不領(성취환상소 발언각불령)
規規一何愚 兀傲差若穎(규규일하우 올오차약영)
寄言酣中客 日沒燭可秉(기언감중객 일몰촉가병)
披褐守長夜 晨鷄不肯鳴(피갈수장야 신계불긍명)
孟公不在玆 終以翳吾情(맹공부재자 종이예오정)
어떤 사람 둘이서 일찍이 함께 살면서
하는 일이 전연 딴판이었네.
한 사람은 늘 혼자서 취해 있었고
한 사나이는 일년 내 맨 정신이니
서로 멀쩡하고 취한 것을 비웃으며
말을 해도 서로 통하지 않았네.
허나 고지식한 맹숭이는 어리석고
오히려 의기양양한 주정뱅이가 현명하다.
얼큰히 취해 있는 객에게 한 마디 하겠노라.
날 저물면 촛불 켜고 계속 마시라고.
飮酒(음주)14
故人賞我趣 壺相與至(고인상아취 설호상여지)
班荊坐松下 數斟已復醉(반형좌송하 수짐이복취)
父老雜亂言 觴酌失行次(부로잡난언 상작실행차)
不覺知有我 安知物爲貴(불각지유아 안지물위귀)
悠悠迷所留 酒中有深味(유유미소유 주중유심미)
마을의 옛 친구들이 나를 반기어
술병 들고서 함께 몰려서 찾아왔네.
소나무 밑에서 자리 깔고 마시니
몇 잔 술을 마시니 벌써 취해 버렸네
마을 어른들 두서 없이 떠들고
술잔도 순서 없이 돌아가니
취하여 내가 누군지조차 알지 못하는 데
더욱 부귀 귀한 줄을 어찌 알겠는가.
한가로이 마시고 아득한 경지에 드니
술 속에 깊은 삶의 맛(뜻)을 알리라.
飮酒(음주)15
貧居乏人工 灌木荒余宅(빈거핍인공 관목황여택)
班班有翔鳥 寂寂無行跡(반반유상조 적적무행적)
宇宙一何悠 人生少至百(우주일하유 인생소지백)
歲月相催逼 鬢邊早已白(세월상최핍 빈변조이백)
若不委窮達 素抱深可惜(약불위궁달 소포심가석)
가난한 생활이라 사람 품 모자라서
뜨락의 나무들이 거칠게 자랐네.
오직 새들만이 날아올 뿐.
사람 발자국 없이 적적하여라.
우주는 참으로 크고 영원하거늘
사람 사는 건 백 년도 못 가며
세월이 서로 독촉하고 밀어대듯
어느덧 귀밑머리가 희여졌거늘
만약 곤궁과 영달을 도외시 않는다면
평생 지닌 정절 앞에 깊이 뉘우치리.
飮酒(음주)16
少年罕人事 遊好在六經(소년한인사 유호재육경)
行行向不惑 淹留遂無成(행행향불혹 엄류수무성)
竟抱固窮節 飢寒飽所更(경포고궁절 기한포소경)
弊廬交悲風 荒草沒前庭(폐려교비풍 황초몰전정)
披褐守長夜 晨鷄不肯鳴(피갈수장야 신계불긍명)
孟公不在玆 終以翳吾情(맹공부재자 종이예오정)
어려서부터 속인들과 어울리지 않고
오직 육경에 묻혀 마음을 즐겼거늘
어언간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니
그대로 머물러 있고 전연 성취한 게 없네.
결국 곤궁에 굴하지 않는 절개 지닌 채
싫도록 굶주림과 추위만을 겪었노라.
헐어빠진 초막에는 슬픈 바람 불어닥치고
마구자란 거친 풀이 앞 뜰을 뒤덮었네.
누더기 걸치고서 긴 밤 지새자니
새벽닭도 울려고 들질 않으며
문인을 알아주는 맹공도 없으니
끝내 내 가슴이 어둡기만 하여라.
飮酒(음주)17
幽蘭生前庭 含薰待淸風(유란생전정 함훈대청풍)
淸風脫然至 見別蕭艾中(청풍탈연지 견별소애중)
行行失故路 任道或能通(행행실고로 임도혹능통)
覺悟當念還 鳥盡廢良弓(각오당념환 조진폐량궁)
그윽한 난초가 앞뜰에 돋아나서
향기 머금고 맑은 바람 기다리네.
맑은 바람 후련히 불어오니.
그 향기 쑥 풀과 다름을 알겠더라.
이러구러 지내는 틈에 옛 길을 잃었으니
자연의 대도에 따라야 통할 수 있으리니.
되돌아갈 일 생각하며 깨달은 것은
새가 잡히면 활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飮酒(음주)18
子雲性嗜酒 家貧無由得(자운성기주 가빈무유득)
時賴好事人 載醪袪所惑(시뢰호사인 재료거소혹)
觴來爲之盡 是諮無不塞(상래위지진 시자무불색)
有時不肯言 豈不在伐國(유시불긍언 기불재벌국)
仁者用其心 何嘗失顯默(인자용기심 하상실현묵)
양자운(子雲:揚雄)은 천성으로 술을 즐겼으나
집이 가난하여서 마실 수가 없었네.
때로 글 좋아하는 이 막걸리 들고 와서
모르는 글을 깨우쳐 달라고 하니
술잔 돌아오면 쭉 들이켜 마셔 버리고
물으면 척척 흡족하게 대답해 주었지마는
때로는 말하려 들지 않았다
다른 나라 침략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니
어진 이가 마음을 바로 쓰기만 하면
언제인들 들어냄과 침묵을 함에 실수가 있겠는가?
飮酒(음주)19
疇昔苦長飢 投耒去學仕(주석고장기 투뢰거학사)
將養不得節 凍餒固纏己(장양불득절 동뇌고전기)
是時向立年 志意多所恥(시시향립년 지의다소치)
遂盡介然分 拂衣歸田里(수진개연분 불의귀전리)
冉冉星氣流 亭亭復一紀(염염성기류 정정부일기)
世路廓悠悠 楊朱所以止(세로곽유유 양주소이지)
雖無揮金事 濁酒聊可恃(수무휘금사 탁주료가시)
지난날 오랜 굶주림에 시달렸기에
쟁기 내던지고 벼슬살이 시작하였네.
그래도 가족들 의식을 마련하지 못 하여서
노상 춥고 배고픔이 나를 붙어 다녔네.
그 때는 30에 가까운 나이였는데
마음 속에는 부끄러움 많았네.
드디어 내 본분을 지키고자
옷을 털고 전원으로 돌아왔네.
어느덧 별 따라 세월이 흘러서
어언간 또 12년이 지나갔네.
세상사는 길이 넓고도 한정 없이 아득하여
양주(楊朱)같이 길 몰라 망설였네.
비록 마구 뿌리고 쓸 돈은 없으나
탁주라도 마시며 속을 달래리.
飮酒(음주)20
羲農去我久 擧世少復眞(희농거아구 거세소부진)
汲汲魯中叟 彌縫使其淳(급급노중수 미봉사기순)
鳳鳥雖不至 禮樂暫得新(봉조수부지 예악잠득신)
洙泗輟微響 漂流逮狂秦(수사철미향 표류체광진)
詩書復何罪 一朝成灰塵(시서부하죄 일조성회진)
區區諸老翁 爲事誠殷勤(구구제로옹 위사성은근)
如何絶世下 六籍無一親(여하절세하 육적무일친)
終日馳車走 不見所問津(종일치거주 불견소문진)
若復不快飮 空負頭上巾(약부불쾌음 공부두상건)
但恨多謬誤 君當恕醉人(단한다류오 군당서취인)
복희와 신농이 오래 전에 죽은 후로
참으로 돌아갈 사람 전혀 없어라.
노나라의 공자가 애쓰고 서둘러
순박한 세상 만들고자 애를 썼네.
비록 태평성세의 봉황새는 와 주지 않았지만
잠시나마 예법과 음악을 가다듬었네.
수사(洙泗) 강가에 글 읽는 소리 끊기자
미친 진나라까지 내려와서는
시서(詩書)에 또 무슨 죄가 있다고
하루 아침에 잿더미로 만들었나.
한나라의 치밀한 많은 노학자들이
정성들여 유학을 되찾아 밝혔으나
너무나 동떨어진 지금 세상엔
육경(六經)을 아무도 가까이하지 않네.
종일토록 수레를 몰고 뛰어 달려도
나루터 묻는 이 보이지 않네.(학문의 길)
만약에 다시 통쾌하게 마시지 않는다면
머리 위의 망건에게 미안하리.
다만 나의 못된 소리 많더라도
취한 사람이라 너그러이 용서해 주오.
[陶淵明(도연명)의 飮酒圖(음주도)]
중국 揚州八怪(양주팔괴)의 한 분인 黃愼황신의 ‘陶淵明도연명 飮酒圖음주도’다. 이 그림은 梁(양)나라 昭明太子(소명태자) 簫統(소통)이 지은 ‘陶淵明傳(도연명전)’을 바탕으로 그린 것이다. 도연명이 선 채로 벌컥벌컥 술을 마시는 모습을 과장되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도연명(陶淵明)
도연명(陶淵明, 365년~427년)은 중국 동진의 시인이다. 자는 원량(元亮), 본명을 잠(潛), 자를 연명(淵明)이라고도 한다. 오류(五柳)선생이라고 불리며, 시호는 정절(靖節)이다. 심양 사람. 동진 초기의 군벌의 대인물 도간(陶侃)의 증손이라 하는데, 부조(父祖)의 이름은 분명치 않다. 하급 귀족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부친은 일찍 사망했다.
생애
젊어서 면학에 전념하여 입신의 포부를 가졌으나 29세경에 비로소 주(州)의 관리로서 관직에 임했다. 그 후 13년간 지방 관계에 있었으나 입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팽택령(彭澤令)을 80일간 근무한 후 향리로 돌아갔다. “내 5두미(斗米)의 봉급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향리의 소인에게 절을 해야 하느냐”라고 한 말은 현(縣)을 시찰하러 온 군의 관리(郡 아래 縣이 있다)에게 절을 할 수 있겠느냐 하고 현령의 자리를 내동댕이쳤을 때의 명문구이다. 그때 전원으로 돌아갈 심경을 말한 것이 〈귀거래사(歸去來辭)〉이다. 그 후에는 심양에서 은일(隱逸)의 선비로 처세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10년 후에는 조정으로부터 좌저작랑(佐著作郞=당시 隱士에게 주어진 관직)을 수여받았다.
문학 세계
그의 시는 현재 4언시(四言詩) 9수, 5언시 120수 정도가 남아 있다. 내용은 전원에서의 은사의 생활을 읊은 것, 자적(自適)의 심경을 토로한 것, 지방관리와의 증답시(贈答詩), 영사(詠史), 의고(擬古) 등이 주가 된다. 한아(閑雅)한 취향 속에도 때로는 격한 감정이 나타나 있으며, 소동파는 “그의 시는 소박하나 그 실(實)은 아름답고(綺), 파리하지만(苟) 실은 풍부(裕) 하다”라고 평하고 있다. 연명 시의 특색은 은자로서의 시인을 주장한 점이다. 종영(鐘嶸, ?~518)은 〈시품(詩品)〉에서, “고금을 통해 은일 시인의 종(宗)이다”라고 그를 칭찬했다. 즉 그는 은자의 처세를 훌륭한 감각으로 노래한 최초의 시인이었다. 은사의 눈으로 본 자연, 은사의 태도로 접한 세상을 시로 읊어서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 시풍이 당시로서는 특이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시단의 주류에는 없고, 〈시품〉에도 중품(中品)에 있는 데 불과하다. 같은 시기의 사령운(謝靈運), 안연지(顔延之=남조 송의 시인, 384~456) 등의 수려한 시풍이 육조시의 본류로 대접받은 것에 비한다면 현저한 차이가 있다. 그 영향도 〈문선(文選)〉을 편찬한 양(梁)의 소명태자 등의 존숭을 받고는 있으나, 호사의 영역을 넘지 못하여 6조기에는 볼 수 없다. 당(唐)대에 들어서, 왕유, 맹호연, 위응물(韋應物, 737- ?), 유종원 등의 자연파 시인의 추앙을 받게 됨으로써 크게 위치를 높였고, 송나라 소동파의 상찬에 이르러서는, 6조 제일뿐 아니라 고금 독보의 시인이란 명성을 확립시켰다. 은일·전원시인으로서의 평가 이외에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절의의 선비, 권력자에 저항하는 경골(硬骨)한 인간으로서의 평가도 예로부터 뿌리깊은 것이었다. 또한 리얼리즘의 입장에서의 평가도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에 대해서는 아직 재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연명의 작품은 시 이외에 부(<閑情賦> 등), 산문(<自祭文> <아들 儼 등에게 주는 疏> 등), 잡전(雜傳)(<五柳先生傳> <五孝傳> <四八目> 등)이 있다.
〈귀거래사(歸去來辭)〉
도연명이 41세 때의 가을, 팽택(彭澤=장시성 심양 부근)의 현령을 그만두고 향리(심양)로 돌아갔을 때의 작품이다. 13년간에 걸친 관리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드디어 향리로 돌아가서 이제부터 은자로서의 생활로 들어간다는 선언의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지금까지의 관리생활은 마음이 형(形=육체)의 역(役=노예)으로 있었던 것을 반성하고, 전원에 마음을 돌리고, 자연과 일체가 되는 생활 속에서만이 진정한 인생의 기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돌아가련다. 전원이 바로 거칠어지려는데 아니 돌아갈소냐. (歸去來兮 田園將蕪 胡不歸)”의 명구에서 시작되어, 전체적으로 영탄적 어조가 강하나, 그려진 자연은 선명하고 청아한 풍이 넘쳐 있다. 짧으면서도 구성·표현이 정연한 걸작이며 연명의 대표작으로서 후세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백과사전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