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모터쇼에서 선보인 이오랩은 유럽연비시험기준 (NEDC)으로 1리터에 100km(km당 CO2 22g에 해당)를 주행할 수 있다. [사진=르노]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총성 없는 연비경쟁’이 시작됐다. 전 세계적으로 연비와 이산화탄소(CO2)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파워트레인 효율 개선은 물론 전기 동력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 단 두 가지 모델에서 이제는 가솔린, 디젤은 물론이고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전기차(EV), 수소연료전지차(FCEV)까지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달 초 열렸던 파리모터쇼의 화두는 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였다. 벤츠S 클라스, 덩치 큰 SUV의 대명사 BMW X6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파리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은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중형 세단 ‘파사트’의 플러그드 하이브리드 모델인 ‘파사트 GTE’를 월드프리미어로 공개했다.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E-모드' 상태에선 최대 50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고, 배터리 충전히 끝난 상태에서는 최대 100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르노는 ‘1리터카’이자 플러그드 하이브리드 콘셉트카인 ‘이오랩’을 공개했다. 친환경 모델 가운데서도 플러그드 하이브리드가 확실한 대세로 자리 잡았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포르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한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는 3.4리터의 연료만으로 100㎞를 운행할 수 있으며, CO2 배출량은 79g/㎞에 불과하다.
파사트 GTE는 폭스바겐이 파사트 세단 및 웨건 형 모델인 에스테이트 버전에서 내놓는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다.[사진=폭스바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이해하려면 우선 하이브리드를 알아야한다. 하이브리드는 우리나라말로 ‘잡종’, ‘혼성물’을 의미한다. 이름만 들어도 무엇인가 혼합된 걸 할 수 있는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 된 차량이 바로 하이브리드이다.
기존 가솔린과 디젤차량의 경우 엔진으로만 차량을 움직였다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굴리도록 한 것이다. 배터리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충전되며 그 충전된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돌려 내연기관 차량보다 연비가 좋다. 도요타의 프리우스가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모델인데 리터당 복합연비 21㎞를 자랑한다. 도요타 프리우스는 막히는 시내를 주행해도 연비가 괜찮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자가용은 물론 택시용으로도 인기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의 교집합으로 생각하면 된다. 하이브리드와 같이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전기차 처럼 플러그를 꽂아 전기 충전기 가능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하이브리드보다 연비효율이 높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00% 순수 전기차 시대로 넘어가기 전 거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김해진 현대·기아차 파워트레인 부문 사장은 지난 15일 '2014 KSAE 리더스포럼' 강연에서 "2014년에도 친환경차 시장은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며 "신모델, 연비, 가격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하이브리드의 시장주도가 예상되나 2020년 이후에는 연비 규제 강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역할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며 "다양한 친환경차를 병행 개발해야하는 완성차업체들의 기술제휴 움직임이 확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르면 내년 여름께 K5와 쏘나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양웅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7일 경기도 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계획대로 내년 쏘나타와 K5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100% 국산화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게 현대·기아차의 복안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이미 내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국내 출시를 두고 시기를 조율 중이다. 플러그 하이브리드의 원조격인 도요타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현대‧기아차에 맞서 국내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판매 시점을 지켜보겠다고 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내년에 일제히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BMW의 i8는 내년 초에 선보일 예정이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 폭스바겐도 골프 GTE의 국내 출시가 예상된다. 파리모터쇼에서 높은 연비로 화두가 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보조금을 지원키로 하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조금 규모가 시장 확대 속도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보조금 지급액 규모를 놓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준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각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최대 200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최대 310만원 정도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아울러 아직 전기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