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바쁘게 움직여서 이불빨래를 두번이나 돌리고 아이들 몰고 산책길행을 나섰습니다. 대기가 상쾌하진 않으나 기온이 높고 햇빚이 따뜻해서 어느 곳이든 걷기에 딱 좋을듯한 날씨입니다. 제주도에서 겨울을 나본 적은 없으나 제주도의 1월은 중부지방으로 빗대어보면 봄으로 풀려가는 그 정도의 날씨입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머체왓숲길인데요, 일전에 완이랑 와서 맛배기로 걸어보았는데 큰 아이들과 함께 하면 아주 좋을 듯 해서 오늘은 끝까지 걸어보리라 작심하고 나섰는데...
1119번 한라산일주도로에서 타이어공기압이 낮다는 표시가 들어옵니다. 좀 불안한 마음에 차를 세우고 타이어를 들여다보니, 운전석 뒷편 타이어가 반쯤 주저앉아 있습니다. 공기압이 낮은 정도가 아니라 타이어가 펑크난 듯한 느낌입니다.
긴급땜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하에 보험사에 긴급출동 호출을 하고 기다리는데 여기가 외곽이라 긴급차가 오는 것도 40분 이상 걸립니다. 더 문제는 타이어가 찢어져 버렸다는 것. 땜방 불가능, 견인이 불가피하답니다. 문제는 우리가 4명이니 견인지까지 따로 이동을 해야 된다는 것.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은 남원읍이니 남원에 있는 모든 택시회사에 연락을 해보았으나 우리가 있는 곳까지는 보내줄 택시가 없답니다.
하는 수 없이 태균이 준이는 마침 서귀포 축산시장이 옆에 있으니 거기에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하고, 제가 완이와 함께 견인차에 타서 남원에 있는 타이어점을 들러 얼른 고친 후에 다시 오는 수 밖에... 그렇게 태균이랑 준이를 놔두고 가려는데 마음이 불안해서 발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준이는 앉아있으라고 지정해 준 벤치에 그대로 있는데 태균이가 궁금한지 자꾸 나와서 봅니다.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112에 긴급전화로 도움을 요청했더니 흔쾌히 남원파출소에서 경찰차가 출동한다고 아이들을 지키고 있으랍니다. 저도 그게 맞을 것 같아 견인차만 먼저 떠나보내고 축산시장 입구에 앉아서 경찰차를 기다렸습니다.
곧이어 도착한 경찰차 두 대. 한 대에는 태균이 준이 태우고, 나머지 한 대에는 제가 완이랑 함께 타서 타이어점까지 무사히 도착. 어찌나 고마운지 오늘의 숲산책은 날아갔지만 혹시 모를 큰 사고는 막은 것 같아 다행이다 싶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완이는 어찌나 뛰어다녔는지 숲길대신 가축시장 입구에서 오늘의 에너지를 다 쓴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달리는 동안 뒷차타고 오는 녀석들에 피식 웃음이 나서 사진을 남겨봅니다. 멋도 모르고 신나해 하는 녀석들, 경찰차도 타보고 별 경험을 다 해봅니다. 감사하다고 90도 허리꺽어 인사하고나서 차 수리하는데 고객휴게실이 좀 작아서 그런지 휴게소 진입까지도 한참 망설이다 들어오는 완이. 그래도 형아들이 들어가 앉아있으니 마음풀고 들어왔지 그렇지 않았으면 바깥에서 빙빙 돌았을 것 같습니다.
차 수리하는 동안, 지루함을 이기지 못한 태균이 자꾸 들락달락하고, 운동하려다 못하게 되었으니 그것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벌써 오후 4시가 넘었으니 오늘의 숲산책은 물건너갔고 내일 다시 시도해야죠. 고속도로에서 사고 안나길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첫댓글 고생 하셨습니다.
태균씨 슬림해지니 더 멋있습니다.
체력이 안 받쳐 주면 더 힘들죠.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