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찾기는 쉽지 않다. 골목은 상가에서 길을 점유하고 내놓은 물건들과 노점상들이 북적거리는 길의 오른쪽편에 있다. 이곳이 갈치골목이라고 알려주는 것은 입구 높이 한 갈치조림집에서 내건 작은 간판 하나뿐 이다.
골목은 폭이 채 2m도 안된다. 두 사람이 걸어가면 어깨가 서로 부딪힐 정도다. 그안에 모두 8개의 갈치조림집이 빼곡이 들어서 있다. 전주, 왕성, 동아, 넝쿨, 동해, 희락, 내고향 등 제각기 상호명은 다르지만 메뉴는 모두 갈치조림으로 똑같다.
식당은 모두 허름하고 규모가 협소하다. 간이테이블이 4, 5개 있고, 다락방을 개조한 듯한 2층을 만들어 그곳에 또 앉은뱅이 테이블을 놓았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가파르고 비좁다.
그런데 한가지 눈길을 끄는 것은 집집마다 무슨 무슨 방송에 출연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TV출연당시의 화면을 찍어놓은 사진을 액자나 패널로 만들어 내걸고 있다는 점. 그래서 멋모르고 친구 따라 이 집을 찾았던 이들도 그런 사진을 보고 이곳이 남대문시장 내 명소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주억거린다.
실제로 이 골목은 점심 무렵이면 밀려드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말 그대로 북새통인데, 식사를 마친 후 함께 온 사람과 몇 마디 정담이라도 나눌라치면 금방 기다리는 사람에게 눈치가 보이기 일쑤다. 모두 넥타이부대라는 것도 특징이다.
전주식당의 최막내(65)할머니는

고 한다.
어떤 맛에 반해 이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것일까. 한마디로 표현하면 매콤하고, 얼큰하고, 개운한 맛이라고나 해야 할까. 가격도 헐하다. 1인분에 5000원.
왕성식당의 문혜순씨는

고 그 맛을 자랑한다.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갈치조림을 내는 희락식당을 제외하곤 대부분 뚝배기에 조림을 만들어 상에 올린다. 들어가는 양념도 대동소이한데 무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그릇 바닥에 깐후 양념장과 갈치를 넣고 끓여낸다. 양념장은 집집마다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고춧가루와 간장, 물엿, 마늘, 새앙 정도는 기본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어떤집은 소주를 , 또 어떤 집은 청주를 양념장에 탄다.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집은 희락, 30여년전부터 갈치조림을 해 인근 상인들에게 팔았다. 그런데 80년대 중반 그 맛이 소문나며 인근의 공무원이나 은행원들도 몰려들기 시작하자 한집두집 같은 메뉴의 식당이 들어서 오늘날과 같은 갈치조림 골목을 만들어냈다.
갈치조림 골목이 명소가 되며 이제는 일본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영업시간은 대개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경. 술손님보다는 식사손님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늦은 시간엔 영업을 안한다.
남대문의 소문난 맛집으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갈치조림 뒷골목 진국설렁탕 2층에 자리잡은 막내횟집(02-755-5115)이 바로 그곳. 22년전부터 남대문시장의 횟집에서 일을 배운 김선자(49)씨가 지난 96년 독립하며 차린 횟집이다.

특이한 것은 김씨가 남의 집 종업원으로 있을때 단골이었던 사람들이 여전히 막내횟집의 단골이라는 점. 여기에는 아마 주인 김씨의 뒤탈이 없어보이는 소탈한 웃음과 손님들과 술한잔 걸치면 “돈도 상관 안해, 인생사는데” 같은 너스레를 떨며 해삼, 멍게 같은, 운이 좋은 날은 전복 회까지 서비스로 ‘팍팍’ 내주는 푸근한 인심 때문인지 모른다. 물론 완도에서 매일 직송해 올라오는 회맛도 일품이고, 가격도 3, 4인이 먹을 만한 ‘모듬 중’자에 3만원을 받는 등 저렴한 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