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몸과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선택한 영화.
팥을 너무나 좋아하기 때문에 팥소 만드는 과정이 궁금하기도 했지요.
너무 잔잔하여 나중에는 졸음이 왔지만,
주인공 도쿠에의 연기와 대사를 보고 많이 힐링되었습니다.
일본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 예전엔 자주 먹어봤던 것 같아요.
팥소보다는 쉽게 만들 수 있는 단 쨈 같은 것이 들어갔던 것 같은데...
조용한 동네 구석에 자리 잡은 도라야키 가게.
가게 주인 센타로는 비호감 주인의 모습을 하고 - 어두운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장사에 의욕이라고는 1도 없네요,
가게를 점령한 채 도라야키 한 개씩 시켜놓고 수다를 떠는 여중생들에게 빨리 가라고도 하고(아, 손님을 이렇게 대해도 되나?)
센타로는 매일 이 가게에 들르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소녀 와카나에게 만들다 실패한 모양이 비뚤어진 도라야키를 나눠줍니다. 그 소녀는 고등학교 진학도 하지 못할 형편. 센타로가 준 도라야키를 냉동실에 넣어두고 꺼내먹더라구요.
그러던 어느 날 이 가게에 도쿠에(기키 기린) 할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찾아오지요.
센타로는 도쿠에 할머니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할머니가 만들었다는 팥소를 먹어본 후 마음이 바뀌지요.
도쿠에 할머니의 팥소로 만든 도라야키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센타로의 얼굴도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도쿠에 할머니가 한센병 환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가게에는 손님들 발길이 뚝 끊어지지요.
한순간의 실수로 감옥살이를 했던 센타로와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와카나는
또 세상과 격리된 채 고통스럽게 살아온 도쿠에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밝아집니다.
도쿠에 할머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는 벚꽃을 보고 심하게 감탄하고, 새를 보고 놀라워하고
팥소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마치 사람처럼 팥을 대하지요.
그런 연기가 너무나 자연스러웠어요.
팥소 만드는 과정은 사람들의 삶과 닮아있다는 생각.
대충 만들면 제대로 맛이 나지 않지만,
밤새 불려 색을 빼고 한 번 삶은 후 체에 걸러 찬물로 헹군 다음 팥이 설탕과 친해질 시간을 주는 등 하나하나 세세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낸 팥소는 떫지도 않고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이 난다고.
세 사람은 팥소를 만드는 과정처럼 은근히 다가가 조심스럽게 서로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줍니다.
도쿠에 역을 맡은 일본 국민 여배우 기키 기린은 70이 넘은 나이에도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었고,
와카나를 연기한 배우는 기키 기린의 실제 손녀라고 하네요.
세상과 단절된 채, 음식을 만들며 음식 재료들과 이야기하며 정성스레 만들었을 도쿠에 할머니.
할머니는 팥소의 장인이면서, 삶의 장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첫댓글 예전에 소설로 읽었는데 따듯한 분위기여서 좋았어요~~
아, 맞아요. 소설원작이라고 했어요. 따듯하고 힐링 되는 영화였어요.
저 할머니 배우는 진짜... 일본의 국민배우이겠죠?
이젠 세상에 없지만요.
근데 연기 정말 잘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