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박철웅 작가
봄은 산에서 눈이 녹으면서 오고 세찬 광풍이 미풍으로 먼 곳으로부터 우리 곁에 스치듯이 다가온다. 만상은 봄의 정기에 취하여 대지에서 생명의 싹들이 머리를 들고 죽은 곳에서 부활의 힘을 힘껏 북돋아 봄의 향기를 매화로, 산수유로, 시냇가의 버들가지로 봄소식을 우리에게 전한다.
봄은 움직임이 없는 공간에서 우리를 들로, 밭으로, 세상 밖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열린 마음의 동참을 요구한다.
농부에게는 가장 이른 파종인 감자를 심게 하고 씨앗들을 바라보게 하며, 만물이 모두 생명력 가득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출발점의 환호와 기쁨으로 봄을 찬양한다. 지난봄 교회 찬양대에서 찬양 연습을 하러 일요일 아침에 일찍 가서 앉았더니, 칠순이 넘으신 김 집사께서 갑자기 입춘대길(立春大吉)에서 입자가 한자로 설립(立)이냐, 들 입(入) 이냐, 물어보신다. 갑작스러운 질문이라서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한자를 경홀이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머뭇거리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시더니 입자는 들 입(入)자가 아니고 설립(立) 자라고 말씀하신다.
그러시면서 김 집사께서는 며칠 전에 봄 인사 편지를 선후배께 두루 보내셨다고 하신다. 첫 문구를 입춘대길 인사 글을 올리셨다고 하신다. 그런데 입자가 들 입(入)자로 해서 인사 글을 올렸더니 선배님 중에 글 쓰시는 문인이 계셨다고 하셨다.
그 문인 선배님이 입자를 설립(立)자인데 들 입(入)자라고 썼다고 호통을 크게 치셨다고 하신다. 그래서 문인 선배님과 모든 선후배님께 들 입(入)자 문제로 사과의 글을 올렸다고 하신다.
그 후에 김 집사님의 동생분이 모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어서 동생분에게 물어보셨다고 하셨다. 동생분의 대답이 입자가 설립(立)자가 맞지만, 들 입(入)자로 보내는 사람도 많다고 하신다.
모든 물상이 다 봄을 알고 맞이 하나 사람의 마음은 아직 남녀노소 누구나 상관없이 인생의 봄, 영혼의 봄을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무수히 많은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마음에 사랑과 감사와 용서가 없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동토의 땅에서 해동하지 못하고 겨울의 계절로 살아갈 수밖에는 없는 것이라고 피력하신다.
예배 끝나고 입춘의 입(入)자, 입(立)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은 더불어 사는 이웃을 이해 없이 외부적인 나이와 명예 직함만을 가지고 어찌 영혼의 자유로움과 봄을 음미할 수 있겠는가.
문인이라는 선배는 절기상의 입춘(立春)과 사람이 느끼는 봄의 입춘(入春)을 모두 포용할 줄 아는 도량을 갖추었더라면 봄은 더 아름다운 입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나는 이 찬란한 계절 봄 마중을 들녘으로 먼저 달려 나가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