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임성규
그을음이라 써놓고
그리움으로 읽는다
오래된 바닥에 눌어붙은 불의 기억
닦는다 속살 보일 때
붉어지는 네 낯빛
들썩이는 뚜껑을 슬며시 들추면
일어서는 거품 속에서
소리가 흘러내려
불현듯 나도 모르게
닦아낸 말의 무늬
기울어진 길 위로 타닥타닥 피는 어둠
까맣게 타버린 냄비 속 감자 같은
더 이상 씻을 수 없는
하루를 벗겨낸다
ㅡ 《성파시조문학》(2025, 제3호)
카페 게시글
시조 감상
냄비 / 임성규
김수엽
추천 0
조회 7
25.08.26 08:35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이 작품 공부 해 봅시다. 아주 멋진 표현으로 흠 잡을 데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최고의 작품으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어떤 가치나 철학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