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19장]
8 바울이 회당에 들어가 석 달 동안 담대히 하나님 나라에 관하여 강론하며 권면하되 9 어떤 사람들은 마음이 굳어 순종하지 않고 무리 앞에서 이 도를 비방하거늘 바울이 그들을 떠나 제자들을 따로 세우고 두란노 서원에서 날마다 강론하니라 10 두 해 동안 이같이 하니 아시아에 사는 자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주의 말씀을 듣더라 11 하나님이 바울의 손으로 놀라운 능력을 행하게 하시니 12 심지어 사람들이 바울의 몸에서 손수건이나 앞치마를 가져다가 병든 사람에게 얹으면 그 병이 떠나고 악귀도 나가더라 13 이에 돌아다니며 마술하는 어떤 유대인들이 시험삼아 악귀 들린 자들에게 주 예수의 이름을 불러 말하되 내가 바울이 전파하는 예수를 의지하여 너희에게 명하노라 하더라 14 유대의 한 제사장 스게와의 일곱 아들도 이 일을 행하더니 15 악귀가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예수도 알고 바울도 알거니와 너희는 누구냐 하며 16 악귀 들린 사람이 그들에게 뛰어올라 눌러 이기니 그들이 상하여 벗은 몸으로 그 집에서 도망하는지라 17 에베소에 사는 유대인과 헬라인들이 다 이 일을 알고 두려워하며 주 예수의 이름을 높이고 18 믿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자복하여 행한 일을 알리며 19 또 마술을 행하던 많은 사람이 그 책을 모아 가지고 와서 모든 사람 앞에서 불사르니 그 책 값을 계산한즉 은 오만이나 되더라 20 이와 같이 주의 말씀이 힘이 있어 흥왕하여 세력을 얻으니라
[설교]
바울의 3차 선교 여행은 에베소라는 도시에서 시작됩니다. 에베소는 당시 유명한 국제도시로서, 일찍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였습니다. 때문에 에베소에는 일찍부터 그에 걸맞은 다양한 종교들과 철학들, 또한 다양한 미신들이 줄을 잇고 있었는데요. 이 미신들에 관해 성경은 마술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하는데, 오늘 본문도 역시 이와 관련된 말씀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오늘 본문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본문 8~10절입니다. 바울이 약 3년 동안 에베소에서 감당했던 사역, 특히 말씀 사역이 무엇이었는지를 소개합니다.
둘째는 본문 11~12절입니다. 바울이 에베소에서 감당했던 사역 중, 병든 자를 고치고 귀신들린 자를 고치는 사역을 소개합니다.
셋째는 본문 13~16절입니다. 바울이 에베소에서 사역하는 동안, 바울을 따라했던 따라쟁이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겪었던 황당한 사건을 소개합니다.
넷째는 본문 17~20절입니다. 앞선 본문에서의 사건이 발단이 되어, 에베소에서 수많은 무리가 하나님께 자복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차례로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본문 8~10절입니다. 바울의 에베소 사역은 역시나 회당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본문 8절을 보면 바울이 회당에 들어가 석 달 동안 담대히 하나님 나라에 관하여 강론했다고 말씀합니다. 석 달이면 꽤나 긴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토록 충분히 말씀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리 중에는 마음이 굳어 불순종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본문 9절을 보면 그들은 바울이 전했던 말씀을 계속 비방했는데, 이로 인해 바울은 결국 회당에서의 사역을 끝마치고 ‘두란노 서원’으로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이때 서원이란 헬라어로 ‘스콜레’라고 부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강연장’이란 뜻인데요. 이 ‘두란노 강연장’에서 바울은 무려 2년 동안 말씀 사역을 감당하게 됩니다. 이때 바울의 사역은 주로 ‘공개 강연회’ 형식이었습니다. 때문에 에베소 지역뿐 아니라 소아시아의 온갖 지역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주의 말씀을 듣고 배우고자 했습니다. 말하자면 바울의 두란노에서 사역은 그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번성기’요 ‘바울의 말씀 사역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둘째, 본문 11~12절에서는 바울이 마치 복음서의 예수님과 같은 사역들을 감당하기 시작합니다. 주로 병자들을 고치고, 귀신들린 자들을 고치는 사역을 감당하는데요. 여기서 주요한 사실은 바울이 특별히 에베소라는 도시에서 이러한 사역을 감당했다는 점입니다. 말인즉슨 바울은 본래 다른 도시나 다른 지역에서는 이러한 사역들을 크게 강조하지 않은 편입니다. 주로 고린도 및 에베소에서만 유달리 이러한 사역들을 강조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사실 에베소라는 도시의 일반적인 풍토가 이처럼 매우 종교적이고 또한 미신적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바울이 사역할 당시, 에베소는 말 그대로 종교의 도시였습니다. 특히나 내일 본문에서도 살펴보겠지만, 에베소에는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여신인 아데미 신을 섬기는 신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에베소 사람들은 주로 이러한 신들을 섬기면서 점을 치거나 부적을 만들거나 공궤를 드리는 방식으로 돈벌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바울이란 사람이 나타나서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주 예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으로 사람들을 고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단순한 마술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병 고침을 받는 것이죠. 이러한 일이 있게 되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울이 전하는 복음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나 타지역보다 훨씬 더 종교적인 에베소 사람들의 경우는 더더욱 그랬겠지요.
물론 관심이 지나치다보면, 때론 더 많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발생한 사건이 바로 본문 13~16절입니다. 본문 13~16절을 보면, 두 부류의 무리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본문 13절의 ‘마술하는 유대인들’이고, 다른 하나는 본문 14절의 ‘제사장 스게와의 일곱 아들’입니다. 이 두 부류는 모두 다 바울을 따라하는 따라쟁이들인데, 바울이 사용했던 축귀의 방법, ‘주 예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것을 따라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람들 속에 있던 악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너희는 누구냐!’ 하면서 저들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봉변을 당한 것이지요. 성경에 등장하는 악귀들은 사실상 영적인 존재들이기에, 이들 역시 사람을 분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사람이 과연 진짜 예수의 사람인가? 아니면 거짓으로 예수를 믿는 사람인가? 악귀들도 쉽게 분별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일을 겪으며 에베소 사람들은 조금 더 진지하게 주 예수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마치 이방 신들을 모시듯 예수님의 이름을 불렀다면, 이제는 진정으로 예수님을 경외하며 마음을 다하여 그분의 이름을 높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본문 18절 이하를 보면 에베소의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자복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때 사람들은 지금껏 자신이 신봉하였던 이방의 책들을 죄다 불살라버리는데요. 말하자면 이 사람들은 이제 진정으로 말뿐이 아닌 행함과 삶으로 하나님께 자복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바울의 에베소에서의 사역은 비록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매우 뜻깊은 열매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특별히 우리는 오늘 본문 속 에베소 사람들이 겪은 여러 가지 변화의 과정들을 보면서, 복음의 열매라는 것이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열매 맺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복음은 기본적으로 당연히 말씀을 통하여 열매 맺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 각 사람의 다양한 처지와 특색을 고려하여,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복음을 전하기도 하십니다. 에베소 사람들의 경우는 본문에 나왔던 황당한 사건, 그리고 저들의 심성 가운데 있는 특유의 종교심이 그랬겠지요.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역시 동일하게 우리 각자의 처지와 특색에 합당하게 역사하시고 임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눈높이를 잘 아시고, 우리가 잘 감당할 수 있는 복음의 방식을 통하여 역사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어떻습니까? 이러한 하나님께서 오늘도 우리 삶 가운데 복음으로 역사하실 때, 우리 삶에 얼마나 큰 복이 임할지 생각하시며, 함께 은혜의 자리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