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이런 저런 냉기류가 복잡하게 흐르고 있는 모양새다. 베트남과 한국은 그야말로 애증이 서로 얼기설기 교차되는 복잡한 관계이다. 한때 한국은 미국과 베트남전에 참전해 베트콩과 엄청난 전쟁을 벌였다. 수많은 베트콩과 한국 군인들이 전사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한국은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됐다.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국가 기반 대부분이 파괴돼 극빈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베트남전 그당시만해도 한국에 대해 베트남인들의 적대감이 그다지 크지가 않았다. 베트남의 국부로 칭송받는 호치민선생이 한국은 너무 못살고 북한이란 적국이 있어 미국의 강요를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을 뿐이니 한국을 적대시하지 말라는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975년 베트남 종전후 20년이 지나면서 베트남 상황은 달라졌다. 개혁 개방정책인 도이머이 시행으로 경제 부흥을 이루기 시작했다. 한베 수교도 이뤄졌다. 그당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인들의 노력으로 베트남 경제에서 한국인들은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중국에서 기업하기가 어려워지자 삼성 등 한국의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겼다.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러시의 절정을 이루던 2015년쯤에는 베트남 경제의 거의 절반을 한국기업들이 담당한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베트남인들의 그 배금주의가 고개를 들더니 부동산 투기붐이 하늘을 찌르고 베트남 곳곳이 부동산 투기장이 되었다. 물론 이때 한국의 복부인들이 대거 베트남 아파트 쇼핑에 나선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베트남의 주택가격은 그야말로 하늘 높을 줄 모르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늘도 짙어지는 법. 베트남인들의 안하무인 정신이 표출되기 시작한다. 매년 급성장하는 경제에 도취된 베트남인들은 곧 한국을 따라 잡고 아시아의 최강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의 늪속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맞은 것이 바로 코로나 사태이다. 베트남의 봉이 돼 버린 한국기업에 베트남정부는 강압적으로 대처했다. 온갖 돈 뜯을 핑게를 마련하고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 백신 값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처음 베트남에 기업을 유치했을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양새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상황에 삼성 등 대기업들은 공산당 리스크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하고 투자를 줄이는 것은 물론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러자 베트남인들은 이제 배은망덕 한국이라며 한국제품 불매운동을 벌일 기세이다. 그리고 한국은 빨리 떠나라 우리에게는 일본이 있다며 한국에 대한 그들의 본마음을 본격적으로 들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던 경제성장률이 이제 더욱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자 이런 것이 모두 한국 탓이라고 돌리기 시작한다. 베트남 정부의 부정부패 그리고 나라를 이끌 능력이 안되는 인물들이 나라를 책임지고 있으니 그렇다는 말은 하지 않은채 모든 어려움은 전적으로 한국의 몰염치의 결과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각 기업체에서 벌어지는 불법파업에 적극 대처하지 않은 것은 물론 뒤에서 노조를 조종한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들어와 임금을 급상승시켰고 그래서 국민들의 기대치만 높여 놓아 지금 더욱 어려운 경제상황을 만들어 놓았다고 베트남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또한 한국인들 관광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베트남인들이지만 온갖 바가지로 한국관광객들의 지갑을 턴 것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이제 엔데믹상황인데 왜 베트남에 오지 않느냐며 이런 배경에는 분명 한국정부와 언론의 획책이 있을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되풀이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 베트남은 지금 남의 탓에 온나라가 광분하고 있는 모습이다. 스스로를 돌아볼 언론의 지적이나 학자들의 따끔한 현실분석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언로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비판적인 발언을 한 인물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상황이 백주대낮에 이뤄지는 곳이 바로 베트남이다. 그냥 남의 탓 특히 한국의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고 비판하고 욕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베트남과 달리 한국은 우리 모두의 탓 그리고 내 탓이다라는 문화가 이뤄지고 있는가 하는 말이다. 한국도 남의 탓 하기로는 만만치 않다. 나부터 그러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나라의 경제가 어려워도 너의 탓, 전 정권의 탓으로 모든 것을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코로나 방역도 전 정권에서 잘못된 정책으로 지금 이런 상황이 됐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학방역이란 요상한 단어에 모든 것을 거는 그런 모양새는 아닌가 말이다. 남의 탓은 하기에 편하다. 나는 잘못이 없는데 네가 잘못해서 다 이런 상황 아닌가 하면 스스로 마음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조직이 잘 될 리가 있을까.
1997년 국가부도사태때 정권이 바뀌었다. 새로 나라의 운영을 물려받은 정권은 정말 암담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읍소했다. 이런 사태는 누구의 잘못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사죄한다, 하지만 이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나라가 이렇게 붕괴되는 것을 그냥 놔둘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바로 그 읍소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당시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 그러니까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바뀐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라가 너무도 힘들다는데 좌와 우가 어디있으며 여야가 어디 있었겠는가. 남녀노소 구분이 어디 존재했겠는가. 국민 모두 어렵지만 장롱속에 숨겨둔 그 금반지를 가지고 국민들은 금 모금소로 향했다. 자식의 돌반지도 당연히 등장했다. 금 목걸이도 하다못해 금이빨을 뽑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세계 역사상 최단시일에 나라빚을 갚은 것 아닌가. 그 당시 남의 탓으로 돌리고 그냥 서로 삿대질했으면 아마도 지금껏 나라빚을 다 갚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 남의 탓을 하는 동안에는 자기 자신은 일시적으로 편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탓은 몰라라 하면서 남의 탓만을 하는 조직이 흥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아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개인의 일이 아닌 국가적인 상황일때 이런 현상은 더욱 명확해진다. 남의 탓으로 돌리며 서로에게 삿대질하고 돌팔매하는 분위기는 나라를 붕괴시키고 만다.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 모두의 탓 나아가 내탓이라고 생각하고 더욱 깊은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해야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 베트남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다. 다시 말하지만 남의 탓만 하는 조직이 흥하는 것을 지금껏 본 적이 없다.
2022년 8월 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