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의 수비형 미드필더 타키나르디는 마치 영화배우를 연상시키는 수려한 외모를 지녔다. 과묵하고, 내성적일 것 같은 분위기지만 그의 성격은 굉장히 활발하다고 한다. 툭하면 농담하기를 좋아하고, 낙천적이며, 붙임성이 좋아 대부분의 동료들과 매우 친하다. 그리고 타키는 모든 동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이유는? 그가 게임을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 PlayStation Wizard
타키는 아주 유명한 비디오 게임 매니아다. 그는 수 년 전에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한 이후부터 게임 중독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플레이스테이션2를 구입, 금단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타키는 종종 너무 게임에 열중하곤 하는데, 때문에 집에 누가 찾아와도 대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한다.(-_-)
타키는 각종 격투 게임과 스포츠 게임에 모두 능통하지만, 롤플레잉과 시뮬레이션, 어드벤쳐 등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플레이스테이션 하면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율리아노는 틈만 나면 타키에게 도전장을 내밀지만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고.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바로 'PlayStation Wizard(플스의 마법사)'다.
율리아노 이외에도 몬테로와 잠브로타, 페라라, 브리기 등이 대표적인 도전자들이다. 그러나 타키는 불멸의 챔피언이다. 타키의 연승행진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페라라의 귀여운 아들이 타키에게 열심히 게임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제 타키는 서서히 게임계의 전설로 남으려 하고 있다!
장난끼 넘치는 타키는 언제나 승리를 거둔 이후, "으하하! 역시 내가 최고야!" 라며 상대를 자극한다. 그럴 때면 항상 타키의 베스트 프렌드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가 다가와, "물론, 내가 패드를 잡고 있지 않을 경우에만 말이야." 라며 슬그머니 자신을 추켜세운다. 그러나 실제로 알레는 결코 타키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동료들의 평가.
요즘에는 유벤투스의 델 피에로, 율리아노, 인테르의 카나바로, 로마의 토티, 밀란의 네스타 등이 심심치 않게 타키의 집에 모여 '풋볼 2003'(FIFA 2003인가...?) 게임을 함께 즐기곤 하는데, 파비오 카나바로는 인터뷰를 통해, "PS2로부터 헤어나오지를 못하겠다. 너무도 환상적이다." 라며 자신의 게임 중독증을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다. (카나바로는 얼마 전 플레이스테이션 제작사 '소니'와 인터뷰를 가졌던 바 있다.)
▣ Alex Del Piero.
타키와 알레는 16살 때부터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타키는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로 주저 없이 룸메이트 알렉스 델 피에로를 손꼽는다.
타키는 아탈란타에서 뛰던 청소년 시절, 알레가 이끄는 파도바와 경기를 가졌다. 타키는 감독으로부터 알레를 전담마크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그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했다. 경기내내 타키는 알레만을 졸졸 따라다녔다. 알레는 타고난 기술을 갖추고 있어서 좀처럼 막기가 쉽지 않았고, 화가 난 타키는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알레를 때렸다고 한다(!). [사진: 타키나르디의 단짝 델 피에로. (게티이미지/유로포토)]
그런데 이 사건은 두 선수가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제 타키는 알레와 이러한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알렉스, 우리가 또 다시 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파도바에서 뛰고, 내가 아탈란타에서 뛰던 그 때처럼... 또 그렇게 되는 수가 있어!"
▣ Idol.
타키는 어린 시절, 유벤투스의 10번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던 미셸 플라티니의 활약에 감명을 받았고, 그를 우상을 삼았다. 또한 타키는 과거 유벤투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디디에 데샹(현 모나코 감독)의 플레이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마티아스 알메이다(인테르 밀란)에게 배울점이 많다고 느낀다.
타키는 알레와 마찬가지로 NBA를 아주 좋아하는데, 샤킬 오닐과 앨런 아이버슨의 열렬한 팬이라고 한다. 타키의 No.1은 원래 샤크였지만, 얼마 전부터는 아이버슨에게 더 큰 호감을 느끼고 있다. 타키는 또한 아이버슨의 플레이에 매료된 나머지 02/03 시즌부터 자신의 등번호를 20번에서 3번으로 바꿨다. 등번호 3번은 아이버슨의 필라델피아 백넘버로 유명하다.
골프에도 관심이 많은 타키는 타이거 우즈를 존경하는 수 많은 사람 중 한 명이다. 타키는 우즈의 주요 경기를 꼬박꼬박 모두 시청한다고 한다. 가수 라마조티의 열렬한 팬이기도 한데, 붙임성이 좋은 타키는 라마조티를 직접 찾아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고, 지금은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 Favorite.
플레이스테이션을 빼놓고 타키의 인생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_-;) 타키는 TV를 보는 것도 매우 좋아한다. 축구는 물론이고, 농구나 골프, 그 밖에 여러가지 스포츠 프로를 즐겨본다. 타키는 항상 엄마한테 자신이 출전하는 유벤투스 경기와 시간이 없어 보지 못하는 해외 리그 경기까지 모두 녹화해달라고 부탁한다.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브래드 피트. 여배우는 너무 많아서 몇 명만 손꼽기가 힘이 든다고.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는 'Ogni maledetta domenica'. 라마조티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디저트로는 'Danette'를 가장 좋아하고, 잉글랜드의 도시 런던에 많은 매력을 느낀다. 자신의 고향 크레마(crema)가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에는 타키의 부모님 빈첸조와 아나마리아가 살고 있다.
타키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에겐 무려 5마리의 강아지가 있으며, 스누피, 미나, 미시, 이자벨라, 릴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타키는 강아지들을 제대로 돌봐줄 수 없기 때문에 크레마에 있는 엄마에게 강아지 5마리를 모두 맡겨야 했다.
타키는 정말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 같다. 그는 제트스키를 아주 좋아하며, 바다에도 자주 놀러간다. 틈만 나면 골프 연습에도 매진한단다. 때때로 디스코나 바(Bar)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또한 늦잠 자는 것을 아주 좋아하다 못해 즐긴다는 소문이다. (새벽에 게임하느라고?)
▣ Penthouse.
3년 전 타키는 스패니쉬 스타일의 펜트하우스로 이사를 해서 화제를 모았다. 아주 세련된 디자인의 이 집에는 자그마한 계단, 커다란 디지털 TV, 컴퓨터 정도 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탈리아 건축가에 의해 만들어진 이 집을 갖게 된 후, 타키는 건축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탈리아 기자는 타키에게 축구 선수의 집으로는 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인터뷰를 요구했고, 타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6년 전에 투린에 왔고, 이 곳은 세 번째 집이죠. 예전에 살 던 두 곳은 모두 임대였어요. 마침내 나는 내 집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더 이상 이사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이 집의 위치는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을 수 있죠. 나는 이 곳으로 온 후 침착해졌어요. 내 삶을 더욱 의미있게 만든 이 집을 찾아내고, 보금자리로 삼을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이에요."
"이 곳에는 유벤투스와 관련된 사진이 하나도 없죠. 내 마음 속에 있는 짐을 떨쳐내려구요. '인간' 타키나르디로서의 삶과 '축구선수' 타키나르디로서의 삶은 따로 떨어져 있거든요. 집에 오면 난 CD 플레이어를 켜고, 음악을 스트레오로 틀어놓은 후, 내가 갖고 있는 모든 문제로부터 나의 두뇌를 자유롭게 만들죠. 트로피라든지, 축구에 대한 모든 것은 크레마에 있는 본가에 두고 왔어요." - 2000년 5월 인터뷰.
▣ Watch, learn, and improve.
타키는 "보고, 배우고, 발전하라" 라는 좌우명을 인생의 지침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굉장히 많은 축구경기들을 TV로 시청하며,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타키는 스스로 과거의 팀 동료 디디에 데샹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데샹은 유벤투스 시절 나의 포지션에서 뛰었었죠. 나는 벤치 멤버였고, 그의 플레이와 수행하는 역할을 유심히 관찰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는 나와 그를 비교해 봤죠. 언젠가 데샹과 함께 적으로서 만나 맞대결을 펼치고 싶어요."
"그러나 데샹이 첼시로 떠났기 때문에 내가 주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나는 코치, 그리고 동료들이 인정해주었기 때문에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거죠." - 2000년 5월 인터뷰. [사진: 모나코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프랑스 축구 레전드 디디에 데샹. (게티이미지/유로포토)]
타키는 이제 과거에 비해 더욱 노련한 선수가 되었고,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 뿐 아니라 정확한 패스와 게임을 내다보는 시야까지 배가됐다. 지금까지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발전해온 28세의 타키나르디는 분명 절정기에 올라 있는 것 같다.
▣ Hard Time.
타키는 1994년 여름에 유벤투스의 유니폼을 입었고, 그로부터 어느덧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알렉스 델 피에로가 언제나 유벤투스의 골든보이였던 반면, 타키나르디의 경우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선수 생활을 보냈다. 종종 리베로 역할을 맡기도 했던 타키는 몬테로의 영입 이후 벤치로 밀려나야 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 역시 베테랑 데샹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유베가 몬테로를 사온 이후, 나는 더 이상 팀에서 뛸 자리가 없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리피는 나에게, "타키, 네가 리베로로 뛰는 플레이를 보고 싶지가 않아." 라고 말했죠. 정말로 화가 났어요. 집에 와서 나는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물건들을 부수고 말았죠."
"나는 거의 라치오로 떠날 뻔 했지만 결국 유벤투스에 남기로 결정했어요. 약간 후회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스스로 결정한 만큼 유벤투스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래요."
"리피와의 일은 이제 잊었죠. 하지만 리피를 최대한으로 존중한다 하더라도, 나는 안첼로티가 최고의 감독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독선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거든요. 안첼로티가 유벤투스를 맡게 되면서, 나는 속으로 '브라보!'라고 외쳤죠. 그가 나의 전부를 보지 못하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열심히 노력할 생각이에요." - 2000년 5월 인터뷰.
타키는 또한 자신에게 어려운 일이 닥쳐왔을 때, 그것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고 고백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길 때면, 나는 그것을 빨리 떨쳐내려고 시도하지 않았죠. 두고두고 많은 것을 생각했어요.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로 말예요."
"유벤투스에 온 이후 나에겐 정말 많은 고비들이 있었죠. 그러나 친구들에겐 결코 그것을 말하지 않았어요. 모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길 원한다면, 언제나 밝고 활달하게 행동해야 하니까요."
이제 타키나르디 없는 유벤투스의 미드필드를 떠올리기란 매우 어렵다. 그는 소리 없이 유벤투스의 살림꾼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과거 트러블이 있었던 리피 감독의 두터운 신임 아래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타키는 유벤투스에서 성공하기까지 실로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해냈다. 이제 그에겐 앞만 보고 전진하는 것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 Azzuri.
타키는 재능 있는 선수임이 분명하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서는 언제나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최종 엔트리 탈락의 고배를 마셔왔다. 최근에도 타키는 트랍으로부터 차갑게 외면을 당해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01/02 시즌 중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타키는 클럽에서조차 주전 자리를 보장받지 못했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어쩌면 월드컵 엔트리 탈락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나 다름 없었다.
다른 모든 선수와 마찬가지로, 타키는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 매우 영광스럽다고 말한다.
[사진: 그 동안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왔던 알레시오 타키나르디. (게티이미지/유로포토)]
"그것은 일종의 자부심이죠. (유로 2000을 앞두고) 아주리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그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거에요. 유벤투스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맞대결을 펼칠 준비가 반드시 되어 있어야 하죠." - 2000년 5월 인터뷰. (불쌍하게도 타키는 조프의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 T_T)
타키는 유벤투스가 02/03 시즌 스쿠데토를 차지하는데 많은 공헌을 했고, 챔피언스 리그 결승까지 올라가는데에도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발판으로, 이제 타키는 큰 무대에서 아주리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기량을 뽐낼 수 있기를 간절히 열망하고 있다.
자네티, 가투조, 페로타, 피를로... 많은 경쟁자들이 있긴 하지만 타키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가능성을 손에 쥐고 있다. 이제 그에게는 대표팀 경기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줌으로써 트라파토니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는 일만이 남았다.
[사진: 이탈리아 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경합을 펼치고 있는 유벤투스의 타키나르디와 인테르 밀란의 자네티. (게티이미지/유로포토)]
▣ Keanu Reeves.
타키나르디와 관련된 흥미로운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타키의 고모(또는 이모)는 아주 오래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그녀에겐 '리브스'라는 이름의 친척이 한 명 있다고 한다. 타키는 동료들에게 그 '리브스'가 바로 스피드, 매트릭스 등의 주연을 맡은 유명 헐리우드 배우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라고 주장했다.
이 소문은 아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기자들 또한 호기심을 나타냈다. 그리고는 인터뷰 도중 한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타키, 당신 정말 키아누 리브스와 친척인 거에요?"
타키 曰, "미국에 살고 있는 고모(이모)가 한 명 있는데, 그녀와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죠. 그녀에겐 리브스라는 이름의 친척이 한 명 있어요. 그 리브스가 바로 키아누 리브스죠. 보세요. 나와 그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정말이라니까요!"
물론, 타키의 주장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
P.R.O.F.I.L.E
성명: 알레시오 타키나르디(Alessio Tacchinardi)
생년월일: 1975년 7월 23일
국적: 이탈리아
신체조건: 187cm, 80kg
포지션: 수비형 미드필더
클럽: 아탈란타-유벤투스
주요경력: 94/95, 96/97, 97/98, 01/02, 02/03 시즌 세리에A 우승, 94/95 시즌 코파 이탈리아 우승, 95/96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 96/97, 97/98, 02/03 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
- 사커라인 이형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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