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산행일자 : 2007 년 12월 31일 (월)~2008년 01월 01일(화) (무박산행)
2. 날씨 :맑음 ( 기온 : -21~-14℃)
3. 누구와 : 나 홀로
4. 산행코스 및 시간 :
오색 탐방 안내소(03:00)~ 대청봉(1708m, 05:20)~중청대피소(05:27/30분휴식)~ 끝청( 1604m,06:20)~ 한계령 갈림길(07:54) ~ 귀때기청봉
(1577m, 09:01)~1408봉(10:32) ~ 대승령(1210m,11:42/10분휴식)~ 능선 3거리(안산 십이선녀탕 계곡 갈림길 12:21)~복숭아탕(12:58)~
십이선녀탕 입구=남교리(14:29) (산행시간 = 휴식시간 포함 11시간 30분)
5. 도상거리 : 26.8k
<산행기>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 좀 지루한 휴무를 탈출하기 위한 방편으로 고행(?)을 택한게 오늘의 산행이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속에 바람하면 한바람하는 설악 서북능선(그 중에서도 귀때기청봉)과 공룡능의 바람이지만 시장통을 방불케하는 공룡능보다는 한적한 설산의 진맛을 느끼고저 택한곳이 서북능선이다.
보온의류를 평상시 산행하는 것보다 더 철저히 챙겼다. 장갑도 3켤레 귀를 보호 해줄수 있는 귀마개 바라클라버에 모자까지도 2개를 더 챙겼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서 코펠에 버너 라면에 햇반까지 행동식으로 평소와 마찬가지로 사과1개 소금사탕 5개, 죽염, 양갱2개에 비스킷류와 오징어포, 찰떡파이 3개,물1리터, 파워에이드 600ml 1개등 만약을 대비하면서.....
오늘과 내일 60~70여k에 이르는 20개의 한강 다리 모두 걷기를 하자는 장거리 산행 선배의 이색적인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서울의 공기를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었으니, 오색에서 출발 대청~공룡능~설악동과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오는 설악산 모 안내산악회에 편승할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안내자의 이해를 구하고 서북능 종주 후 남교리에서 16시 40분에 만나기로 약속하고서.
01:40한계3리 휴게소서 된장찌게로 요기를 한후 오색에서 03시에 출발이다.앞서간 사람들이 많아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다.
대청 0.5k라고 표시된 이정목부터 나 혼자 걷게 되었다. 소름끼치는 바람소리에 바라클라버를 뒤집어 쓰고 진행 하였으며 결국 이런 나의 행동은 대청봉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얼마나 현명한 판단이었는지 입증되었다.
1. 모진 풍파에 쓰러지지 않고, 모든 산님들의 짝사랑에 닳아 없어질만도 하건만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는 대청봉 정상석(1708m).
몸을 지탱할수 없는 찬바람에 혹시 카메라가 작동불능이면 어쩌나 조마조마,이런 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이 촬영에 성공.
비록 이곳에서의 일출은 포기하였지만 2008년 이곳을 가장 먼저 밟은 사람이 아닐런지......
바라클라바를 쓰고 있지만 입김이 얼어 좁은 시야로 다른 방법이 없는 가운데 하산을 서두르다 보니 불이 훤히 켜진 중청 대피소를 보면서 낮은 자세로 하산을 하게 된다.
저 멀리 소청봉과 끝청길에서도 랜턴불빛이 들어오면서.
중청 대피소안에 들어서니 낮 익은 관리인께서 대청봉의 날씨가 괜찮느냐고 물어 대답하기를 많은 사람들의 눈물 좀 빼겠다고 대답한다.
대피소 안은 만원이라서 좁은 통로에 쪼그리고 앉아 졸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따뜻한 캔커피를 마시고 지금까지 하고온 복장을 추스린 후 배낭에서 고어 자켓을 꺼내 겉에 덮어 입고 귀마개에 바라클라버를 쓰고 그위에 벙거지 모자를 덮어 쓰고 밖에 나가보니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발에는 스패츠를 하고 완전 중무장을 했다.
둔한 상태이지만 오늘 견디려면 이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것 같다.
2. 친숙한 지형이고 한계령에서 출발시 이곳에 오면 다 왔다는 느낌이 드는 곳인 끝청(1604m).
여기에서부터 한계령에서 올라 오는 산님들로부터 왜 일출을 보지 않고 하산하냐고 수많은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어찌 뱁새가 봉황의 깊은 뜻을 알겠는가마는....
지금까지 먹은것이 휴게소에서 식사한 것 빼고 대피소에서 먹은 캔커피가 유일하다.
약간 허전한것 같아 소금사탕을 물면서 진행.
반들반들하게 빙판길이 되어 있어 미끄럽기도 하고 만약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모든일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아 조심조심 진행한다.
저 멀리 어둠속에서 하늘과 맞닿아 있는듯한 귀때기청봉을 바라본다.
서북능의 모산격인 귀때기청봉을 중심으로 이어진 서북능의 겨울산은 눈과 바람이 많아 위험하고,
여름산은 능선상에 식수가 없어 준비없이 들어섰다간 낭패를 당하는 그래서 어려워하는 코스중의 대표적인 곳이다.
한계령에서 03시에 출발했다는 산님을 마지막으로 올라오는 산님이 없어 호젓한 산길을 홀로 걸었다.
07시가 넘어 랜턴을 벗어 배낭속에 집어넣고 동이 터오는 숲속길을 걷는다.
3. 한계령 삼거리에 가기전에 계속 뒤를 돌아 보면서 해가 떠오르 길 바라면서 진행하다 뒤돌아 본 붉게 솟은 햇님의 모습.
4. 한계 삼거리 오기 전 능선을 돌아 우측 산 기슭에 솟아 오른 아까 그 햇님의 모습.
5. 언제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이정목. 한계령 갈림길 삼거리
6. 0.6k를 10여분만에 왔다고. 이때만 해도 나는 귀때기청봉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도래할줄은 상상도 못했다.
7.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뛰게하는 저 용아장성능
8. 귀때기청봉 가기 전 만나게 되는 너덜지대.
너덜길부터 시작된 귀때기청봉의 바람은 그렇게 철저히 준비했지만 그래도 나를 힘들고 어렵게 했다. 이름만큼이나 귀를 때려대는 바람때문에 몇 발짝을 떼어 놓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을 불가항력이라고 하겠지.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뜰수조차 없는 어려움과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천신만고 끝에 올라선 귀때기청봉 오히려 정상은 능선보다 훨씬 조용했다. 이곳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한 두명의 산님을 만났다.
간밤에 추워 얼어 죽는줄 알았다고 하면서 아래에 텐트치고 있는 사람이 자기들 팀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반갑기도 하고 걷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사진 촬영을 부탁하기도 미안하였지만 염치불구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작동시키니 전혀 열리질 않는다.
그들이 내려간후 가슴속에 넣어둔 예비 밧데리를 교환해 정상 이정목 사진을 찍게 되다.
추운날씨에 내몸 하나 추스르기조차 힘든데도 촬영에 집착하게 되는것은 산행기를 쓰는 지금 이해가 된다.
9. 많은 어려움 속에 도착한 귀때기청봉(1578m)
10. 우측으로 돌아 본 공룡능선 . 1275봉에서 이어진 나한봉 마등령까지 선명히 보인다.
11.순간 순간 일어나는 운무의 장난속에 가야할 봉우리가 가리워지고....
12. 세찬 바람속에 결국 두손 두발 들고 도망가기 시작하는 운무^^ 이제야 봉우리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지만.
13. 바라보기만 한다면 천하 비경인 그림이건만 저기 저 계단을 올라서서 가운데 능선으로 타고 넘어가야 하는... 이런 고행이 없다면 어찌 이런 모습을 볼수 있겠는가.
14. 인제에서 한계령을 연결하는 44번 국도를 건너 왼쪽으로 바라본 가리능선중 최고봉 가리봉(1518m)과 주걱봉 그리고 삼형제봉까지.....
이곳은 하루종일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왜 이렇게 날 유혹하는 곳이 많은지.....
15. 자연이 만든 최고의 조화. 아니면 그들만의 소꿉장난?.......
1408봉 가기전에 05시에 장수대를 출발하였다는 한 무리의 산님들을 만났다. 장수대에서 한계령까지 간다는 10여명의 중,장년들.
그럼 여기서 대승령까지 3k정도 되고 대승령에서 장수대가 2.7k 인데, 아무리 후하게 쳐 줘도 5시간 30여분에 6k정도 왔다는것은 해지기 전에 한계령에 도착될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대승령까지 늦어도 12시30분안에 도착되어야 남교리로 하산하고 그렇지 않으면 장수대로 탈출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등산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기준을 삼는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보통의 걸음걸이로 봤을때 시간을 많이 빼앗아 먹는것은 아마도 휴식일것이다.
16. 이따금씩 나의 혼을 빼 놓고 때로는 겁(?)에 질리게도 하는 자연과의 숨박꼭질은 계속되고.....저 앞 우측 능선 운무에 휩싸여 있는 곳을 지나야 대승령이 나오는데....
17. 중청 대피소를 떠나 온지 5시간 40여분만에 도착한 대승령 갈림길. 장수대가 2.7k이기 때문에 탈출로로 많이 이용되는 교통의 요지이다.
오늘 산행 시작한 후 지금까지 8시간 40여분을 걸었다.지나온 거리가 18.2k, 가야할 거리가 8.6K.
새벽에 휴게소에서 식사한 이후 에너지 보충없이 열량 손실만 있었으니 허기를 느끼게 되는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것이다.
서북종주의 성패는 대승령까지 몇시에 도착할수 있느냐의 승부였는데 내 예상에 맞게 도착이 되었다.
조금은 긴장이 풀리다 보니 갑자기 힘이빠지는것 같아 행동식중 찰떡파이 한개를 먹고 양갱 한개를 물고 일어선다.
대승령은 바람이 심하게 불어 마땅히 앉아 쉴수 있는곳이 없다.
안산 갈림길에서 그나마 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아 주어 긴 시간동안 휴식(10여분)을 취하고 체력회복이 되는것을 느끼며 홀가분하게 12선녀탕계곡으로 방향을 선회하다.
거리가 8.6k라면 약속된 시간(16:40)까지 충분하리라.
이곳에서부터는 유일하게 한 사람만이 내려간 흔적이 보인다.발자국으로 보아 나보다 조금 빨리 갔겠다는 판단이다.
발목이 훨씬 파 묻히는 눈속에 발자국이 있기 때문에 홀로 산행하는 이런 상황에서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18. 안산(1430m)과 남교리의 갈림길에서 뒤 돌아 본 조망. 대청봉과 귀때기청봉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19. 안산(1430m)의 모습. 안산 주위에는 마가목이라는 토종약초가 즐비하다. 왕복 1시간 30여분 거리이건만 시간약속을 지키기 위해 가지 않았으나 뒤에 후회가 되었다.
20. 용탕(복숭아탕)의 모습. 물이 떨어지는 소의 모습이 복숭아를 빼 닮았다고 하여 복숭아탕이라고 한다.
대승령부터 이곳 남교리까지(8.6k)는 06년 여름 수해와 작년 여름 수해로 인해 통행이 금지되어 오다가 등산로를 보수하여 07년 12월 15일부터 개방된 등산로인 이곳 12선녀탕 계곡은
기존의 등산로가 산사태로 인해 그 훼손이 심각하여 거의 많은 구간이 인공등산로가 설치되어 편리성과 효율성은 향상되었지만 12선녀탕 특유의 계곡미는 머리속에서 지워야 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 계곡 산행지로는 최고로 꼽기에 주저 없이 선택할수 있는 곳이었는데......
남교리에 도착하니 14시30분이다.
무사 산행에 성취감을 느끼며 대단한 자연 조건과의 상황에 대응한 오늘의 산행 쉽지만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마땅히 쉴수있는곳도 없거니와 음식점들이 휴업상태라서 길거리에 서서 용대리를 가기 위해 40여분을 기다리다, 시내버스도 안오고 택시도 안오고 결국 4k거리인 백담휴게소까지
30여분 걸어 도착하니 15시 40분이다.
걷기 시작한지 10여분 후 버스가 지나가는 것은 머피의 법칙인지, 아님 샐리의 법칙인지 헷갈리지만
식사 후 버스를 기다리기를 4시간여 버스를 타고 교대역에 23시20분이 되어 도착하였다.
일출을 보기위해 동해로 몰려든 차량으로 인해 미시령 터널만을 빠져 나오는 시간이 3시간30분 이상이 걸렸다고 한다. 진부령고개를 넘어온 차량 역시 마찬가지고...
첫댓글 남부군님의 멋진 신년산행드립니다ㅉㅉㅉ 저도 올계획안에 들어있는 코스입니다. 많은 도움이될것같네요담아갑니다 행복하세요 ^^*
이브의 전설님 계획 잘 세우셔서 즐산 하시길 바랍니다. 08년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평상시에도 어려운 서북능선 종주를 이 추운 겨울에 혼자서 완주하셨다니 존경스럽고 진정한 산꾼입니다.^^
부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만 마나술루님의 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햇빛 산악회 일정상에 설악코스가 있기에 참고가 되시라고 올린 산행기였습니다만 취지에 얼마나 부합될는지....카페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았습니다만. 마나술루님의 좋은 글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와!!~~ 대단하심다. 부럽슴다. 전경스럽슴다. 멋진^0^~~!! 사진도 감사함다.
2월달에 서북능선 종주 했는데 다시 가고 싶네여...
겨울 설악을 혼자 산행하시다니요? 용기인지 만용인지 솔직히 모르겠네요...축하는 드리오나 진정한 산꾼으로 추켜세우고 싶진 않습니다... 암튼 5월에 햇빛에서 서북능 2박3일 계획이 있는데 좋은 참고서가 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