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외전 - 헤이와의 만남Ⅱ>
"커윽…! 이, 이 손… 놓아…!"
"공주님의 힘으로 빼봐. 만일, 공주님이 약하다면 공주님은 이 자리에서 죽는거야. 나는 공주님의 힘을 보고싶어."
헤이는 내 귓가에 대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지만, 그 내용은 그의 목소리처럼 전혀 감미롭지 못한 내용이었다. 내가 주저하면
주저할 수록, 내 목을 휘어잡은 헤이의 손아귀의 악력은 더욱 강해져갔다. 눈 앞이 뿌옇게 변해가면서도, 그의 몸 주변의 마기가
흐트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진득한 살기…. 그는 진심인것이다. 정말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는다’는 것을 체험했다. 눈앞이 하얗게 질리고, 나로 인해 무참히 죽어갔던 마신관과 하녀들의 공포에
질린 얼굴이 눈 앞을 스쳐지나갔다. 처음으로, 내게 힘이 없음을 원망했다. 더욱 강한 힘을 갈망하였다. 지금 내 눈앞에서 나를
위협하는 이 남자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바로 감금당한 그 당시의 나는 마법이란 것을 사용할 줄도
몰랐고, 내가 살상에 이용한 것은 나의 마기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갔던 나의 마기 또한, 그에게는
그저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 내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어 내보낸 마기는 헤이카르드의 눈앞에서 가볍게 흩어져 사라져버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 절망, 좌절감, 무력하다는 느낌에서 오는 자괴감 따위에 젖은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더 오래 살고
싶었다. 그것은 생명체로 태어나서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욕구였다. 포기란 것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강하니까.
강해져야만 하니까. 강해져서, 내 목을 조르며 날 가지고 놀고 있는 이 남자에게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줘야하니까!
"쿡, 이제 포기하고 살려달라고 빌지, 그래? 공주님?"
"…겠다. 죽여…버리겠다. 반드시… 너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내 손으로!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손에.
너의 붉고 붉은 피를… 묻힐 것이다."
"그래, 그래야지. 공주님은, 바로 코앞에 자신의 생명의 위협이 와도 그래야만 해. 언제나 오만하고, 자만심에 가득 차
있어야만 하지. 공주님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전 마계의 하나뿐인 왕의 후계자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정말로 나를 이 자리에서 죽일 생각이었는지, 내 목을 쥐어잡은 헤이의 손아귀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숨이 턱턱 막혀 입에서 단내가 나오고, 말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나는 그를 노려보았다. 그를, 죽이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서 그 고개를 치켜들었다. 늘 아무의미 없이 죽여왔던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그를. 진심으로 죽이고 싶어졌다.
하지만 이대로 간다면 그를 죽이기 전,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 눈앞이 핑핑 돌고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내 속의 무언가가
치켜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살기 위해, 그리고 그를 죽이기 위해 붉은 눈을 밝히고 천천히 고개를 드는 그 무언가가 나를
완전히 점령하기 직전에, 누군가가 방 문을 덜컥 열며 소리쳤다.
"당장 그 손 놓지 못해, 헤이카르드─!!!"
"으음, 아쉽네. 여기서 조금 더 하면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을텐데…."
헤이카르드의 손길이 내 목에 붉은 자욱만을 남기고 떨어져나갔다. 산소 부족으로 인해 눈 앞이 보이진 않지만 나를 구해준
것임이 분명한 그 남자가 내게로 다가오는 것인지 기척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내 속에서 어떤 감정이 느껴졌다. 그 당시의
나는 그 감정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안도라는 감정인 듯 싶다. 나는, 나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는 누군가의
손길에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것이, 나와 헤이카르드의 첫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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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뭐하는거야, 공주님? 적을 앞에 두고 딴 생각?"
"…시끄럽군. 묶인 주제에 말이 많군."
로티아가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품 속에서 은색 가면을 꺼내어 썼다. 여전히 로티아의 흑마법에 걸린 상태라 몸이 묶여있는
헤이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런 로티아를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로티아는 몸에 걸쳤던 로브자락을 손에
꼭 쥐고, 헤이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어차피 저런 흑마법 따위에 헤이를 묶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한 적도 없다. 그는
지금 일부로 당해준 것이었다. 금방이라도 달려나와 자신의 목을 쥐어 흔들 마족이었다, 헤이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로티아의 눈빛을 읽은 것인지, 헤이가 태평한 얼굴로 피식 하고 멋드러진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그런
로티아를 놀리듯 그 상태에서도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공주님. 우리 내기 하나 할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라."
"쿡. 그럼 한다는 소리로 알게. 나는 머지 않은 시일 내로 아카르드에게 반기를 올리고 내가 그 자리에 올라설꺼야.
그래서 말인데. 여기서 공주님이 죽으면 나는 아카르드를 죽일꺼야. 하지만, 만일 공주님이 죽지 않고 살아난다면…."
"헤이카르드 네가, 지금 반역을 한다는 것인가."
"아아, 내말을 계속 들어보라구. 만일, 공주님이 죽지 않고 살아난다면…… 그를 죽이지도, 반기를 올리지도 않겠어. 하지만,
그 대신 공주님을 귀여운 내 아내로 맞이해줄께. 뭐, 천사백살 나이차는 상관없지 않아? 클레아 누님도 아카르드보다
사천살이나 많았다구. 아직 성년기를 맞을려면 멀었지만 미성년기에 식을 올려도 상관은 없으니까. 공주님처럼 귀엽고
아름다운 미소녀라면 로리도 그닥 나쁘진 않…"
"시끄럿!!! 이 미친 마족아!!!"
반역을 한다는 헤이의 말에도 침착했던 로티아가, 결국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 Thanks to.
루케 님; 꺄아 1등 축하드려요!! 저도 로티아를 괴롭히는 재미로 쓴답니다 후훗.
씁쓸 님; 훌훌훌 로티아의 목을 쥐고 흔드는 나쁜 헤이군!이랍니다.
†유카인형† 님; 그르게요. 갑자기 나타나서 목을 잡냐, 나쁜 헤이군. 쯧쯧.
동그리hs 님; 헤이는 헤이랍니다. 하하하하핫
붉은사탕 님; 로티아팬 만세에~ 그러고보니 헤이군의 팬은 없군요. 불쌍한 헤이군.
불은랑 님; 볼때마다 저를 감동시키시는 리플, 감사드려요.
포카리a 님; 로티아는 참 재수도 없죠. 하필 태어나자마자 저런 마족한테 목덜미나 잡히고.. 쯧쯧.
hello~imp 님; 원래 헤이한테는 새디스트 & 매조키스트의 끼가 넘실...
캬캬케켁 님; 네! 목을 졸랐습니다.
이찬양 님; 감사합니다아~ 헤이군은 팬은 없는데 안티팬은 참 많네요 허허.
아엠봉봉 님; 헤이군은 시콤이 아니랍니다아~ 단순히 강한 것을 좋아하는 광마족일 뿐. 후후훗
첫댓글 와~ 2등
ㅋㅋㅋㅋ오늘부터 읽기시작했어요ㅋ 읽는도중에 45편이 올라와있네요ㅋㅋㅋㅋㅋ 헤이 완전 재수없어--ㅋ 다음편도 기대할께요용용~ㅋㅋ
다음편 완전 기대되는데요~~ 헤헤.. 빨리 올라왔으면 좋겠네요 작가님~ 재밌게 봤습니다
으음...;; 헤이 과거편 있나요? 갑자기 궁금해져서...ㄷㄷ
크워어어어!! 헤이녀석의 팬은 죽어도 못될것같습니다아아아!! 헤이 이 자식!! 로티아는 마왕뉨하꺼라고!!<<사실 마왕이름을 까먹었다죠
후훗, 로티아 그렇군요 여러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부러워요. 다음편 기대할게요. 그리고 볼때마다 감동시킨다니요. 부끄럽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써주세요. 기대할게요.
로티아이겨라!죽여버려!!
재밌어요 +_+
로티아~ 이겨라!!!!
ㅎㅎ 역시..그렇죠?ㅋㅋ 로티아 이겨라~!!아, 그럼 아내가 되는 건가요?ㅠㅠ 어떻게~ㅠㅠ 로티아~
완전 로리콘아냐? 로티아가 이번엔 옳은말 했네. 미친 마족같으니라구.
오늘 처음 봤는데 너무 재미있더군요>-<로티아! 꼭 이겨야되!!
헤이카르드 ... ㄷㄷㄷ 걔는 죽을때도 막 즐기면서 죽을것 같은 느낌 ㅋㅋㅋ
음....생각을 많이 해봤는데...아무래도 헤이는...변태인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