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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무림(靑春武林) 제 21 장 귀계(鬼計)!-2 그러한 또 한편, 태화성 밖 협의지사들의 진영! “십오 개 방파가 해산한 것입니까?” 훤백 역시 섬서동맹의 분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진영 복판의 지휘막사 속에서 보고를 받고 있었는데, 늦은 시각임에도 주위에는 칠파일방의 수뇌들을 위시해 맹주들이 잠자리로 가지 않고 둘러앉아 있었다. 금천군이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대사마의 뜻대로 된 것이지. 이로서 철기보의 전력은 삼분의 일이 줄어들었으니 선공을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 하나 훤백은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때가 아닙니다. 전력이 줄어들었다 해도 남은 섬서동맹과 철기보의 무력은 아직도 무섭습니다. 이겨도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고, 특히 공성전(攻城戰)이란 쳐가는 쪽이 크게 불리한 것이 원칙이니 그만큼 희생자가 늘어날 뿐입니다.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 이 생각은 유목과 비슷했다. 천상평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계속 버티자니 추위가 문제일세. 군웅들의 손발에 동상이 걸리고 사기가 저하되어 있어. 이런 경황에 놈들이 선공을 가해 오기라도 한다면 어려워지지 않겠는가?”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목 역시 먼저 나서는 쪽이 손해임을 모르지 않는 만큼 선공을 해오지는 못할 것입니다. 동맹들이 와해되어 크게 힘이 축소된 지금 그는 분명 우리가 추위를 못 이겨 포위망을 풀기를 기다릴 것입니다.” 황보욱이 말문을 열었다. “그럼 대사마의 생각은 어떠한가?” “힘겹겠지만 모두를 격려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게 해주십시오. 유목은 분명 추위와 시간이 자신을 도울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지금뿐, 좀 더 시일이 흐르면 상태는 크게 반전될 것입니다. 저들은 양식이 떨어지고 땔감마저 없어질 것이니까요. 이십 개 방파가 해산됨으로 남은 섬서동맹들도 크게 사기가 저하될 터이고, 조만간 그들 역시 어려움을 알고 하나 둘 해산을 할 것입니다. 때가 되면 그들과 한 번 더 접촉해 주시기 바랍니다.” 천상평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함세. 여하한 희생은 작을수록 좋으니까.” “무엇보다 이쪽의 계획이 상대에 알려지지 않도록 잘 배려해 주십시오. 한 달만 넘기면 분명 큰 희생 없이 싸움은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알겠네.” 비록 동상은 걸렸을지언정 계획에 따라 섬서동맹의 이십 개 방파가 해산을 하였으니 최소한 수만의 희생이 줄어든 셈이었다. 견디기 힘들어도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참는 것이 확실히 백번 났기도 했다. 한데 이때였다. “히히히... 자식! 역시 소문대로 여기 있었군. 얌마! 그 대사마란 것 할만하냐?” 돌연 막사의 밖에서 귀에 익은 음성이 들려오며 불쑥! 낯익은 일남일녀가 안으로 들어섰다. “자넨...!” 찰나였다. 모두의 얼굴에 크게 놀라는 기색이 떠올랐다. “형!” 동시에 훤백은 터질 듯 얼굴에 밝은 기색을 떠올리며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반짝거리는 대머리! 말하나 마나 추밀원에서 술타령을 하던 도천과 곽나영이었다. 천상평과 황보욱도 터질 듯 희색을 띄고 그를 반겼다. “자네! 올 줄 알았어! 어서 이리 좀 앉게!” 도천은 특유의 장난스런 미소와 더불어 포권을 취했다. “히히... 별고 없으셨겠지요? 이런 자리에서 뵙게 되니 기분이 묘하군요.” “와줘서 고마워, 형! 틀림없이 와줄 것으로 믿고 있었어!” 훤백은 급히 도천의 손을 잡았다. “자식!” 도천은 씩, 미소 지어보였으나 표정은 밝지가 않았다. 여전히 몸에서는 심하게 술 냄새가 났고...! “자리가 사람을 크게 만드는가? 대사마가 되니 훨씬 더 크게 보이는 걸.” 반가움의 미소와 우울함이 뒤섞여 사뭇 기묘하기까지 했다. “마지못해 온 거다! 너의 손을 잡아줄 수 없는 입장인건 알지?” 훤백의 표정 역시 묘했다. 반가움의 미소와 알 법한 도천의 마음 속 고통이 뒤섞여...! “당연하지! 형의 성격에 그게 당키나 해? 와준 것만 해도 다행인데.” “오지 않으려 했다. 하나 어쩔 수가 없었어. 나야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역시 아이에게 욕된 이름을 물러줄 순 없었으니...! 대충 시커먼 양심이랑 합의를 보고 말았다!” 도천의 말에 모두가 의아해 바라봤다. “아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도천은 계면쩍게 웃으며 곽나영을 가리켰다. “히히히...! 나영이 애를 가졌데. 좀 더 있으면 내 자식이 태어난데!” “이야...!” 순간 실내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지고 좀 전의 묘한 분위기는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곽소저, 정말이야?” “축하하네! 정말 경사로군!” 도천도 밝은 표정으로 변해 좌우로 연신 포권을 해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쩔 도리가 없어서...! 싸우다 죽게 되면 또 저와 같이 아버지 없이 아이가 자라게 될 것이고, 요행히 살아남는다 해도 욕이나 먹을 터인지라, 히히...!” 펑펑! 황보욱이 호탕하게 웃으며 그의 등을 사정없이 두드려댔다. “헛헛헛...!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물러났어야 했던 걸세! 신세는 입었다지만 자네가 그간 한 일이 얼마인가. 불의인줄 알면서도 연연하는 건 사내가 아니지!” 도천은 등짝이 뻑적지근했으나 마주 웃어 보이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같이 싸우는 것은 할 수 없습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지켜볼 수밖에는.” 훤백이 얼른 끼어들었다. “전신(戰神)이잖아? 솔직히 형은 끔찍해! 철기보를 나와 준 것만 해도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된 거야! 사실이었다. 전신 도천! 기실 그가 누구던가? 무예는 둘째 치고라도 용맹성이 무림에 따라올 수 없다할 정도의 악바리...! 훤백은 거듭 터질 듯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만 할일 없이 지내는 것도 그러니 내 일이나 좀 도와줄래?” “네 일이 이것 말고 또 있냐?” “응. 관서표국의 곽국주님과 함께 물건을 좀 호송해 줘. 곧 시작될 거야.” 도천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정도야 할 수 있지만... 무슨 물건인데?” “가보면 알아. 지금 아버님과 함께 건원성(建元城)에 계실거야.” “알았다! 뭔진 모르지만 술이나 마시는 것 보다는 나을 테니까 건원성이 아니라 염왕성(閻王城)이라도 가지. 이젠 술도 질렸다.” 하지만 물건운송이라는 것에 대해 도천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또한 이 물건 호송이라는 것이 곧 승부의 최대의 갈림길이 되리라는 것도...! * 그리고 또 한 달! 겨울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다. 맹추위 역시 더욱 기승을 부렸고, 무릎이 빠지던 눈은 급기야 허벅지까지 쌓일 정도가 되었다. 이러한 악천후 속에서도 양측 진영의 대치상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협의지사 쪽의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한 것이었다. 달포 전에도 손발에 동상이 걸렸던 인물이 상당수였던 터인데 지금은 아예 거의 모든 인물들이 손발에 얼음 알이 박혀 붕대를 묶을 지경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차라리 싸우다가 죽는 게 났겠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수뇌부에서는 왜 공격하거나 진을 물릴 생각을 않는 거지?” 이로 인해 협의지사들의 사기는 갈수록 바닥에 떨어지고 불만의 목소리 역시 점차 높아졌다. 분명 유목의 예측처럼 일견하기에는 날씨와 시간이 그들의 편인 것 같았다. 그러나 이즈음 그들의 진영에서도 전혀 상상치 못한 큰 문제가 발생되고 있었는데...! 마땅히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 한만큼 전혀 문제가 없어야 할 그들에게 난기류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 유목공이 이 문제점의 보고를 받은 것은 정확히 도천이 떠나온 날로부터 이십사일 째 되던 날이었다. “비축했던 식량이 모두 떨어졌다고...!?” 그러했다. 난기류란 분명 훤백이 언급했듯, 철기보 내에 쌓아뒀던 비축 양곡들이 이 개월여가 흐르자 결국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유진학이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원래는 육 개월 버틸 양곡이 곡창에 저장되어 있었사오나 섬서동맹과 육십향이 집결함으로 급속히 식량이 소모되었다 하더군요. 수일 내에 양곡이 바닥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목공은 아직 일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태화성에서 매입해 들이도록 해라. 그곳엔 넉넉한 양곡이 있을 터이니.” 하지만 유진학의 표정은 더욱 당황되었다. “하온데 문제가...! 이미 기별을 했었습니다만, 그곳에도 양곡이 없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듣자니 달포 전 지방거상들이 곡상(穀商)의 양곡을 몽땅 매입해 갔다고 하더군요. 이로 인해 태화성의 동맹방파들 역시 식량이 떨어져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목공의 얼굴에 적잖게 의아한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방 거상들이 양곡을 왜? 어딘가에 흉년이 들어 곡식 값이 치솟기라도 했던 것인가?” “전혀 그런 소문은 없습니다. 혹시 놈들의 수작이 아닐까요?” 유목공도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육십향 등, 집결한 무사들의 수만해도 무려 칠만에 이르는 대군(大軍)! 여기에 십 오개 동맹의 인원을 도합하면 최소한 아직도 십사 오만의 인원이 현재 태화성의 부근에 몰려있는 셈이었다. 이러한 경황에 양곡이 떨어졌다고 할 것 같으면 상상치도 못할 문제가 야기될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따라서 의문에 관한 것은 차제로 미루더라도 당장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었다. “놈들의 수작이건 뭐건 지금은 식량을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 남은 식량을 아끼고 태화에 양곡이 없다면 다른 곳에서라도 가져오게 하는 수밖에! 즉시 인근 성들에 전서구를 보내 양곡을 운송해 오게 해라! 열흘이면 해결될 문제다.” “만약 놈들이 그것을 저지하면...?” 유목공은 눈에서 살기를 내뿜었으나 곧 지워버렸다. “하니 표면에 직접 나서지는 말아야지! 아는 상인들을 시켜 매입해 오는 것이다. 양민들의 물건을 수탈하는 것은 국법(國法)을 어기는 짓이다. 관(官)이 무관히 생각하는 무림인이라 해도 상인들을 건드렸다가는 도적으로 몰려 토벌대상이 될 것이니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유진학도 비로소 안심이 되는지 굳은 표정을 풀고 서둘러 바깥으로 걸음을 옮겼다. 역시 급전을 보내 양곡을 운반해 오게 하는 일이 시급했기 때문이었다. * 하나 인근 성에서 양곡을 매입해 들여온다는 것! 여기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유목은 아직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자신들이 표면에 나서지 않은 채 일반 상인에게 시켜 양곡을 운송해 오면 협의지사들이 이것까지 막을 수 없는 일이긴 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난 일들이었는데...! 이날 이후, 철기보와 섬서동맹의 무사들은 남은 양곡을 아끼느라 끼니를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로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급전을 보낸지 이틀이 지나자 과연 여기에 대한 기별이 도착했다. 우선 가까운 건원성에서 양곡들을 모두 매입해 나흘 내에 보내겠다는 것! 이에 유목을 비롯한 모두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하나 결과가 크게 엉뚱했다. 막상 건원성에서 매입해 보냈다는 양곡이 고작 삼백 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유목의 안색은 다시 크게 돌변할 수밖에 없었는데...! “보낸 게 고작 삼백 섬!?” 확실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기실 일개 성의 양곡상을 모두 털어 보냈다는 곡식이란 게 고작 삼백 섬뿐이라 하니...!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그곳에도 남은 분량이 이게 모두라 하니...! 다른 성에도 전갈을 보냈으니 곧 양곡들이 도착할 것입니다만...!” 유목공의 눈빛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혹시 그곳에도 없는 게 아닐까?” 유진학도 크게 불안했지만 그러나 힘줘 말했다. “그럴 리는 없습니다! 만에 하나 이게 놈들의 짓이라 치더라도 인근 모든 성의 양곡을 다 매입하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돈이 필요합니다! 이런 일은 조정이 직접 나설 때에나 가능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결코 일반 무림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봅니다.” 유목공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두 개 지역의 양곡을 모두 매입하는 것만 해도 수백만 냥이 넘는 금자(金子)가 들어가거늘...! 역시 놈들의 수작이라 볼 수는 없지. 조금만 참으면 될 일이다.” 이후 철기보의 두 끼 식사는 다시 한 끼 반으로 줄어들었다. 다음 성에서 양곡이 도착하기까지 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참기로 했던 것! 한데 닷새 후! 다음 성에서 도착했다는 양곡의 분량은 더욱 형편이 없었다. 고작해야 이백 섬에 불과한 양곡이 도착했던 것이니...! 이는 아껴 먹어도 하루면 동이 날 분량에 지나지 않았다. * “대체 어찌된 노릇이냐!? 태화성의 양곡은 동이 났다 치고 측근 두개 성에서 모두 매입해 왔다는 양곡이 고작 오백 섬 뿐이라니!” 호통! 유진학 역시 겉잡을 수 없이 눈빛이 흔들렸으나 곧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하나 나머지 두 개 성에는 양곡이 넘친다 합니다. 닷새 내에 삼만 섬이 도착한다는 기별입니다.” 삼만 섬. 하루에 소모되는 양곡의 분량이 삼백 섬 가량이니 완전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양이었다. 유목은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조금만 참으면 되겠군! 다소 허기가 지더라도 수하들을 독려해라. 닷새 후면 식량 문제가 해결된다고!” * 한데 바로 그 닷새 후! 마침내 약속된 양곡이 철기보에 도착했을 때! “대체 무슨 수작인가! 이게!” 유목과 유진학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삼만 섬이 온다고 약속되었던 양곡! 오긴 왔지만 본즉 가마니 속에 전혀 먹지 못할 쌀겨만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목공의 두 주먹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분명 삼만 섬의 양곡이 오기로 되어있었거늘... 속에 겨만 들어 있다니! 이것은 상인 놈들이 우리를 속인 것이 아닌가!” 확실히 상인들이 자신들을 속였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책략! 하지만 알고 보면 이 역시 훤백의 무서운 책략이었다. 알려진바 대로 부친 이세명과 외조부 노천광은 중원최대의 거상이자 중원 상인연합의 태두(泰斗). 한데 이를 받들어 인근 모든 성의 양곡들을 매입한 이들이 철기보에 식량을 보낼 리 있겠는가? 삼백, 이백 섬 식으로 보냈던 것이 더욱 소름끼치는 책략이었다. 모든 양곡이 동이 났음이 알려진다면, 최악의 사태에 봉착된 유목공이 결사적으로 전면전을 벌여오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삼백 섬, 다음에는 이백 섬으로 양곡을 보내 일차에 온다는 희망을 가지게 해 철기보의 배를 주리게 했고,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곡식을 끊음으로서 헤어나지 못할 구렁텅이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었다. 이로서 철기보의 희망은 절망으로 화해 버렸던 것이다. 쌀겨가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무사들은 계속 물로서 배를 채우던 터였고, 그나마 며칠 굶은 게 전부가 아니라, 여기에 이르기까지 계속 끼니를 줄여왔기에 싸울 기운이 남았을 리가 없었다. “분명 놈들의 수작임이 분명하다!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게 무려 오개 성! 천만 섬이 넘는 양곡들을 대체 놈들이 무슨 수로 모두 매입했단 소린가? 우리 쪽 상인들이 놈들의 편에 가담했단 건가?” 찰나 유목공의 안색이 홱 돌변했다. “아뿔싸! 상연(商聯)!” 그제서야 비로소 훤백의 집안이 거상(巨商)이란 것을 생각해낸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훤백이란 애송이의 집안이 낙양거상이라 했다! 그렇다면 혹시 이놈이 집안을 부추겨 상연을 들쑤신 것이 아닐까?”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 “알립니다, 맹주! 큰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나 더 기가 질리는 소식은 바로 직후에 들어왔는데, 유천소 등 당주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와 다음과 같은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태화성을 맡고 있던 십 개 동맹이 또 해산했습니다! 쌀겨가 도착한 것이 알려지자 더 이상 접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떠난 것입니다!” 훤백의 예측이 또 한 번 적중한 것이다. “…….” 유목공의 낯빛은 완전히 사색이 되어버렸다. 덜덜, 떨리는 어깨...! 이쯤 되면 삼척동자라도 접전(接戰)을 벌인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으리라. 그렇다고 살 수 있는 길을 두고도 굶주린 배를 움켜쥔 채 죽는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는 것이었으니 또한 그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쌀겨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식량이 도착하기를 기대했던 육십향의 무사들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니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유목공은 눈에서 벼락 치는 듯한 섬광을 격출해냈다. “더 이상 흩어져서는 안 된다! 당장 밖에 진을 친 나머지 동맹과 육십향을 모두 성안으로 불러들여라!” * 하나 그들에게는 악독한 계략이 되었을지언정 협의지사들에게는 이 보다 더 절묘한 책략이 있을 수 없었다. “허허...! 무섭군. 결국 뜻대로 되었어.” 그야말로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섬서동맹을 모두 해체시켜 버린 것이었다. 더욱이 철기보에서 무사들을 모두 안으로 끌어 들이게 되자 협의지사들은 자연 포위망을 더 압박해 맹추위와 싸우며 힘겹게 버텨왔던 한지(寒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진을 태화성의 안으로 옮기게 됨으로 어려움이 단숨에 해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반수 이상의 정예고수들이 철기보의 앞, 평원에 바싹 근접해 대치를 함으로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야말로 이젠 철기보를 완전히 계곡 속에 고립시켜 버릴 수가 있었다. “어리다고 선두에 세우기를 망설였던 일이 우스울 지경일세. 이런 정도의 상대를 만난다면 난 마주서기도 전에 손을 들고 말겠네.” 모든 웅주들은 설레설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때, 훤백과 천상평, 칠대문파 장문인과 맹주들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이젠 접전을 벌여도 충분한 승산이 있네. 놈들은 허기가 져 운신조차 힘겨울뿐더러 철기보 자체 세력인 육십향의 팔만여 인원 밖에 남지 않았어. 공격하기로 하세.” 그러나 훤백은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도 이릅니다. 분명 싸움은 필승이겠지만 철옹성과 같은 철기보를 선공(先攻)할 경우, 많은 인명이 희생될 것입니다. 머지않아 저쪽에서 먼저 전면전을 시도해 올 테니 우린 만반의 채비를 하고 기다리기로 하지요.” “헛헛... 하기사 우리가 급할 일이 조금도 없긴 하지! 식량이 다 떨어진 저들이 버틴들 얼마나 더 버티겠나. 고작해야 열흘이니 대사마의 말대로 함세.” 훤백은 미소를 거두며 신중한 표정을 보였다. “배후를 주의해 주십시오. 혹시라도 섬서동맹에서 마음이 변해 기습해 올수가 있으니까요.” “여부가 있겠나. 대사마의 말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함세. 회천련에서 빠짐없이 감시를 하고 있고, 보다 유목이 신의를 차버렸음에 크게 실망하고 기가 완전히 꺾여 문을 닫은 채 침묵만 지키고 있다는 소식일세.” 훤백은 곧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다 해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진을 좀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천상평이 혀를 내둘렀다. “이런 싸움은 무림이 생긴 이래 처음일 것 같소...! 제 아무리 천하의 병법가(兵法家)인들 이보다 더 절묘한 계책을 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구려.” 금천군이 굳은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평생에 참으로 무섭다할만한 인물을 보지 못했었습니다. 한데 오늘에야 진정 무서운 사람을 보는군요. 다행히 저 아이가 의로웠기에 망정이지... 적이었다고 생각하면 천하 무림에 견뎌낼 방파가 없을 듯 합니다.” “칼보다 무서운 게 지략이라더니 새삼 실감나오이다.” 그러한 반면. 훤백의 위상이 올라갈수록 웃는 사람도 뭐, 한 명 있었다. 언제나 옆을 졸졸 따라다니는 황보소미였다. “댁에! 댁에는 무공 같은 게 없어도 괜찮을 것 같아! 머리 하나만 가져도 전 무림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언제나 쫑알대는 귀여운 그녀였다. * 그리고 또 사흘...! 천하최대의 철옹성으로 누구도 붕괴시키기 어렵노라 자타가 공인하는 철기보 내부는 급기야 최악의 상태에 이르렀다. 첫 째 문제는 알려진 데로 식량. 곡식이 떨어져 굶기 시작하자 성안의 무사들은 말(馬)을 제외하곤 먹을 수 있는 모든 것, 심지어는 개와 고양이까지 잡아먹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금껏 자신들을 돕는다고 여겼던 추위까지 무서운 적이 되었다. 협의지사들이 밖을 완전히 봉쇄해 땔감마저 구할 길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게 둘 째 문제...! 청화의 난 이래 이십여 년 간을 무림을 이끌어왔던 유목! 그러나 누렸던 영화도 덧없는 것이었던 듯 급기야 그의 처소에조차 불이 꺼지기에 이르렀으니...! “설마 나 유목이 이런 비참한 지경에 이르게 될 줄이야...!” 유진학 역시 속이 다 타버린 듯 침통한 표정이었다.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놈들의 포위를 뚫고 나가는 방법밖에 대책이 없습니다.” 에워싼 협의지사들이 순순히 포위망을 벗어나게 해줄 리가 없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굶어 죽을 수는 더욱 없는 일! 결국 유목공은 피가 흐를 정도로 세차게 입술을 깨물었다. “말(馬)을 잡아 우선 조금이라도 배를 채우게 해라. 그리고 별원과 대전의 서까래를 빼내 불을 피워 몸을 녹이게 하도록...! 동이 트면 전면전(全面戰)을 치루도록 한다!” 마침내 그렇듯 보류해 왔던 공격 명령이 하달된 것이었다. 유진학도 이를 악물고 비통하게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미 너무 큰 손해를 본 터, 싸워봐야 승리를 기대할 수 없는 상태임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마침내 때가 되었습니다. 곧 적의 공격이 시작될 것입니다!” 훤백의 표정도 크게 긴장되기 시작했다. “명일 아침...?” “그렇습니다. 철기보 안쪽에서 다시 큰 불빛이 보이고 있습니다. 전각을 부숴 땔감으로 사용하고 말을 잡아 마지막 양식으로 삼는 것입니다. 밤새 휴식을 취하고 나서 공격을 해 올 것이니 모든 방파는 최정예 고수들을 앞에 세우십시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물기 마련이니 진형의 좌우를 터서 일반 무사들이 몸을 사릴 길을 터주시고, 싸움이 시작되면 유목과 수뇌들을 집중공격 하셔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모든 것을 읽고 있었다. 소름끼치게 무서운 놈...! 일반 무사들이 빠져나갈 길을 터주라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이 뭔 죄가 있겠는가. 그렇게 함세.” 금천군이 결의에 찬 시선으로 좌중을 둘러보았다. “하면 가장 중요한 결정만 남았군! 여타의 수뇌들은 우리가 나누어 맡겠네. 하지만 수장(首將)은 누가 맡을 것인가? 유목 부자와 맞설 사람이 있어야지?” 순간 모두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접전의 최대관건은 역시 수장들의 싸움! 유목을 놓치면 싸움에 이겨도 무궁한 후환이 남을 것이니, 맞붙을 인물을 선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훤백은 척무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영형님이 맡는 게 어떨까요? 형님께서는 오랫동안 유목을 겨냥해 칼을 갈아오신 만큼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줄 생각됩니다만?” “글쎄... 그럴 수는 있지만...!” 하나 척무영은 일순 머뭇거리는 표정을 지었다. “하나 내가 가진 무공에는 큰 단점이 하나 있어...! 시바의 눈... 섭파안(濕婆眼)이라고도 하지만, 이건 혼전용(混戰用)이 아니란 거야. 여간해서 패할 수 없는 강력한 법술인 것은 맞는데, 혼전 속에서 사용하면 아군도 같이 쓸어버린다는 단점이 있어. 해서 전개할 때는 혼전 전에 잠간, 적의 무리를 휘젓어버리는 데에 유용하지.” 그러했다. 시바의 눈! 여기에는 확실히 이런 치명적인 결함도 있었던 것이다. 기실 몇 번인가 보여졌듯 이 무공은 엄청난 경력의 돌풍을 일으키는 것! 대혼전 속에 사용하면 아군까지 같이 말아 올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위력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내력소모도 극심하고... 오래 사용할 수가 없어. 상대가 도망치려고 마음먹으면 휘말리기 전에 갈 수가 있기도 한거야. 여기에 유목이 가진 것도 브라흐만의 대법술이라 정면으로 부딪친다 해도 완전한 승리를 자신할 수 없거든. 꼭 잡아야 한다면 좀 힘들어.” “문제로군...!” 난감했다. 모든 이를 다 고사하더라도 유목부자만큼은 반드시 잡아내야 하므로...! 천상평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큰 일 일세. 유목을 상대하기란 우리들도 힘들어. 유목에게는 토조라는 기공이 있는데, 그것이 일반의 범주를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라서...! 실로 무섭지.” 훤백은 곰곰 생각해 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아시는 분이 계십니까? 마음먹은 대로 전개할 정도입니까?” 와법대사가 무겁게 불호를 토해냈다. “그렇진 않소이다. 어디서 배웠는지 몰라도 그도 온전한 것을 다 습득하지 못했던 같소. 내력의 소모가 극심한 것이라 대략 이십여 합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문제는 그래도 위력이 너무 커 한 번에 판을 뒤집기가 가능한 무공이오.” 서문한랑이 입을 열었다. “결국 훤백 너 아니면 도천 형님밖에 없군! 둘 다 토조를 할 줄 알잖아?” 순간이었다. “이소시주께서 토조를...!?” 쿵...! 웅주들의 간담이 일제히 주저앉았다. 황보선이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있습니다. 그것도 이십 합이 아니라 무한대로 사용할 정도...! 덕분에 서백도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당하고 말았던 것이온데...! 그 밖에도 용 어르신이라던가, 더 괴상한 무예도 있고...!” “용야(龍爺)!?” 순간이었다. 철렁...! 듣고 있던 척무영의 표정이 홱, 사색이 되었다. “혹시 괴성을 지르며 흰 안개기둥이 제멋대로 움직이지 않던가?” 황보선이 얼떨떨해 졌다. “어떻게 알았나? 살아 있는 것 같았어. 자네도 본적 있나?” 척무영의 안색이 더욱 심각해 졌다. “그럴 수가...! 그것은 고대(古代) 천축, 브라흐만 최고의 대성자(大聖者)님 중 하나이신 수마트라 구하라카비르님의 전설의 대법력일세! 일반의 법력이 아니라 살아있는 법력이야! 그것을 어떻게 훤백이...!?” 휙, 긴장된 표정으로 훤백을 향했다. “백이 잠깐 밖으로 나가자!” * 그리고 일각. 휘이이이...! 훤백과 척무영은 목검을 든 채 진영 바깥의 넓은 벌판에서 마주섰다. 훤백은 꽤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척무영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져 있었다. 이십여 장 밖에는 종주들과 삼랑일연, 척무영, 황보소미 등이 초조하게 서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 볼 때부터 절대 내 아래가 아니라 생각은 했었다만, 네 힘을 보고 싶다! 장난이 아니니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훤백은 내리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런 건 싫은데...! 꼭 이런 짓을 해야 돼, 형?” “잔소리 마라! 다른 것은 다 고사하고라도 토조를 가졌다니 해봐야겠다는 뜻이다! 설마 너 무모하게 내가 유목과 겨루다가 죽는 꼴 보고 싶은 거 아니지? 최소한 미리 시험이라도 해보고 해야...!” 확실히 그런 뭔가가 있었다. 말마따나 토조를 가진 자는 넷! 도천과 훤백, 그리고 유목공 부자뿐인 것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유목부자가 적이 됐으니, 현재 천하군웅 중 그와 맞싸울 사람은 도천과 훤백, 그리고 같은 브라흐만의 힘을 지닌 척무영 뿐이었던 것! 그러나 도천은 확실히 유목과 싸우지 않을 것이고, 이 상태라면 훤백 너구리는 또 엉큼하게 어영부영 눈치나 볼게 틀림없는 터이니 결국 유목을 척무영이 맡아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진 시바의 눈은 확실히 큰 단점을 가졌고, 보다 토조를 상대로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 미리 시험해 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하지만 훤백은 계속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는데...! “글쎄, 그런 건 아니지만 보다 난 이런저런 것들을 보이기가 딱 싫어서...!” 하지만 소용없었다. “잔소리하지!?” 훤백이 또 뭐라 발뺌을 하려는 순간 기회를 주지 않고 척무영이 벌써 붕, 허공으로 신형을 띄워 올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장난이 아니다! 척가선검대선룡(尺家善劍大旋龍)!” 콰아아앗-! 더불어 그의 신형이 한 순간에 완전히 시커먼 수천의 검기덩어리로 화해 그대로 빛살처럼 훤백을 향해 회오리쳐 왔다. “헛...!” 어쩌겠는가? “무당소천!” 마지못해 훤백 역시 목검을 휘저어 전신을 빽빽한 검영으로 휘감은 채 척무영을 맞아들였다. 카카카캉...! 순간 귀를 찢는 금속성이 터지며 목검들이 얽혔음에도 번쩍번쩍, 어둠 속에서 엄청난 양의 불꽃이 튀었다. 역시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것! 둘 다 목검 속에 공력을 주입시켰기에 순간 그것은 강철 덩어리나 마찬가지로 화했던 것이고 이로 인해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결국 목검이라도 맞기만 하면 최소한 뼈가 바스라지는 치명적인 중상을 입게 되는 것! “야하-!” “우우우웃...!” 콰츠츠츠... 카아아앙! 이후 두 사람은 거듭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으로 서로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는데...! 허공에서, 혹은 지상에서, 두 사람의 몸은 말 그대로 두 개의 커다란 검영의 무더기가 밀고 밀리며 비호처럼 뒤엉키는 듯, 형체조차 보이지 않았다. “우리 댁에 잘한닷! 힘내! 힘내!” 이러한 광경을 먼발치에서 보며 중인들은 손에 땀을 쥐었는데...! 유독 황보소미만 열심히 떠들어 제끼고 있었다. “무당검이로군...! 선검보의 척가검은 석년 무림의 일 절로 불리던 것이지만... 소천성 역시 천하의 절예이니 과연 어찌 될는지...!” 하지만 이런 검영의 격돌은 오래지 않았다. 약 오십 합! 한 동안 목검으로 치열히 밀고 밀리며 어우러졌던 척무영이 한 순간 바람처럼 몸을 뒤로 빼더니 양팔을 벌이고 휘이익, 신형을 크게 회전시키기 시작한 것이었다. “조심해라, 백아! 시바의 눈!” 그러나 찰나였다. 우우우우... 콰아아아아...! 돌연 장내에는 듣는 이의 심장이 섬칫해 지는 진동음이 터지는 가 싶더니 또 다시 어마어마한 정경이 펼쳐졌다. “으하하하... 으하하하하하...!” 느닷없이 척무영의 회전하는 몸에서 어마어마한 경기의 기류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더니 곧장 그것이 거대한 회오리 기둥으로 화해 눈, 돌, 흙, 나무 할 것 없이 주위 모든 것을 모조리 파괴시켜가며 새카맣게 허공으로 휘말아 올린 것이었다. “대단하다!” “저게 시바의 눈의 정체인가...!” 이에 보고 있던 군웅들은 물론 훤백조차 안색이 홱 돌변했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괴공이었던 것! ‘맙소사! 휘말려다가는 국물도 없겠다!’ “하아앗!” 훤백은 찰나 번쩍! 번개같이 신형을 뒤로 물리며 그대로 쌍장을 뻗어냈다. 피이잇...! 찰나 훤백이 날린 장력은 괴이한 음향과 함께 그대로 척무영이 일으킨 가공할 돌풍을 후려쳤는데...! “훕...!” “아니...!?” 하나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분명 일반의 장력의 격돌 같으면 양자의 경기가 부딪치고 폭약이 터지듯 한 뭔가를 보여야 할 것이었는데, 어이없게도 훤백의 장력은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 부딪치며 울린 괴상한 음향이 입증하듯 격돌은커녕 오히려 척무영의 거대한 회오리 속에 흡수되듯 빨려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필시 척무영의 것이 쏘아지는 게 아니라 팽이처럼 회오리치는 것이기 때문인 눈치...! “간다!” 우우우우웅...! 더불어 순간 척무영은 말 그대로 돌개바람이 되어 벼락같이 훤백을 향해 짓쳐 들었는데...! ‘역시 일반의 무공으로 안 되겠어!’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돌풍의 폭이 너무 컸기에 창검으로는 접근할 수가 없었고, 장력은 흡수되는 마당! 결국 훤백은 휙, 다시 한 번 몸을 뒤로 빼면서 처음으로 전신의 힘을 쌍 장에 끌어올리며 소리쳤다. “형도 조심해! 결과는 나도 몰라!” 뒤따라 그의 두 손이 칼쿠리처럼 구부려 지는 가 싶더니 마침내 부와악! 허공을 긁어 올렸는데...! “토조-!” 콰아아아앗-! 찰나 장내에는 또 한 번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다. 훤백 역시 혼지지력을 다해 이것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었지만 순간 그의 두 손에서 산악이라도 쪼개 버릴 듯한 거대한 칼날 같은 열 갈래의 엄청난 살강기(殺剛氣)가 뿜어져 콰자자작...! 땅바닥마저 지진을 만난 듯 찢어발기며 그대로 시바의 회오리를 향해 폭출해 간 것이었다. 뒤따라 격돌의 순간! 카아아아앗-! 그야말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두개의 칼날을 서로 비벼대는 대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성이 중인들의 귓전을 찢으며 장내에는 실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정경이 벌어졌는데...! 폭음, 그런 것은 여전히 없었다. 보다 무시무시한 것은 이 두 가지의 괴공이 순간적으로 뒤얽히자 느닷없이 푸파파파...! 엄청난 양의 불꽃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치 급회전하는 돌에 칼날을 들이민 것과 같은 그런...! 더불어 장내에는 또 한 번 상상조차 못할 일이 벌어졌다. 후와아아앙...! 파아아악-! “앗...!” 시바의 돌풍! 바로 그러했다. 그렇듯 맹렬히 회오리치며 하늘로 치솟았던 돌풍이 엄청난 불꽃을 튀겨대며 토조에 의해 허리부터 토막토막 잘려져 나가는가 싶더니 한 찰나에 스러지기 시작했다는 것! 결국 토조의 강기가 더 지독하다는 것이 입증되고 만 것이었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군...!” 척무영의 안색이 파랗게 변했다. 그는 일으켰던 회오리의 중심부 지점에서 손을 멈추고 서 있는 상태! 입가에는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렀다. 하나 다친 것은 아니었다. 까닭은 만에 하나 일어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훤백이 토조를 척무영이 선 밑 부분에 날렸던 게 아니라 보다 머리 위쪽으로 날렸기 때문인데, 결과 그의 돌풍은 끊어져 버렸던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공력을 사용한 척무영은 가볍게 기혈이 뒤집혔던 것이다. “미안해 형! 괜찮아?” 하나 훤백은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그대로 척무영의 앞으로 날아갔는데...! 척무영의 안색은 그대로 핼쓱한 백지상태였다. “봐줬으니 당연히 괜찮지! 문제는 이로서 나는 안 된다. 정면으로 살수를 날렸다면 몸이 무우처럼 수십 동강 났을 것이거니와 토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지독하다!” 입증! 분명 시바의 눈은 가공했지만 역시 토조가 한 수 위임이 드러난 것! 말 그대로 위력을 서로 모른 채 싸웠더라면... 유목이 이것을 전개했을 경우라면 그는 벌써 몸이 열 동강으로 잘라져 버렸을 것이었다. “아미타불...!” 천상평 등, 보고 있던 칠대종주의 표정역시 백납처럼 굳어졌다. “역시 무서운 손속이오이다...! 대관절 유목은 무슨 악연으로 저런 것을 얻을 수 있었던지...! 저것으로 인해 석년, 수 십 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는 혈사가 터졌고, 오늘 날 다시 수만이 죽는 살변이 벌어졌으니...!” “그야말로 아수라(阿修羅)의 힘이군...! 확실히 저만한 힘이니 야심을 품을 법도...!” 부르르, 몸을 떨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소 사정이 다르다. 황보소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댁에가 전개한 건데...? 썩 잘됐지 않아? 어떻게 얻어진 것이던 우리 댁에도 사용하니까!” 통 큰 놈 도천이 쥐어준 아수라의 힘! “응...!?” 비로소 천상평 등 모두의 표정이 얼떨떨해졌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런데? 지금은 확실히 이소협이 전개하지 않았었소?” 너무 큰 놀라움에 이 점을 잊고 있었던 것! 그러자 순간 이었다. “유목은 네가 맞는다! 하지만 괘씸한 놈! 적당히 형님들에게 져줄 것이지 꼭 그렇게 해야겠어? 복수다 임마!” 느닷없이 황보선이 크게 흥이 일어난 듯 번쩍! 또한 훤백을 향해 쏘아갔다. “맨날 내공이 없다고 사기나 치고...! 너 오늘 딱 걸렸어! 혼 좀 나봐라!” “꽥...!?” 순간 훤백의 눈이 휭, 돌아갔다. “형 왜이래? 고의가 아닌 거 알잖아?” 하지만 어림없었다. “시끄러, 짜샤! 감히 형님들을 우습게 봐?” 콰츠츠츠츠...! 즉시 황보선의 전신이 시커먼 목검으로 뒤덮이나 싶더니 여지없이 훤백을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이차전이닷!” 동시에 척무영이 잽싸게 가세해 마구잡이로 협공을 퍼붓기 시작! “비겁해!” 훤백은 마구 비명을 지르며 정신없이 이리저리 신형을 날려 피해댔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 그래! 신나는구먼? 나라고 가만있을 수 없지! 형님의 맛도 좀 봐라!” 그러자 이번에는 사도횡이 길죽하게 나뭇가지를 꺽어 봉으로 만들어 피해대는 훤백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응! 그렇다면야, 임마! 우리 유감이 좀 있지? 덤벼!” 순간, 서문한랑이 신난다는 듯 다시 휙, 훤백에게 덮쳐들었고, “바늘 가는데 실 따르는 거 당연하지, 백아!?” 설상가상 여기에 당삼화까지 바람같이 몸을 날려 집중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는데...! 콰장창창...! “으구야...!” 그야말로 정신이 없을 수밖에! 자그마치 천하에 대명이 쟁쟁한 삼랑일연이 한꺼번에 덮쳐들었을 뿐만 아니라, 척무영까지 함께 협공을 퍼부운 것이었으니...! 순간 황보소미의 눈이 커다랗게 부릅뜨이며 고양이 눈이 됐다. “아쭈구리! 감히 내 앞에서 우리 댁에를 협공 해!?” 쫘아악-! “다 죽었어!” 그대로 한 줄기 섬광으로 화해 난장판 속으로 뛰어들었다. “야! 거기 소미도 만만찮아! 조심해!” 와장창창창...! “에구구구...!” 그야말로 엉망진창! 검기가 구름처럼 일어나고 폭풍 이상 가는 창영에 암기 무더기에...! 그야말로 엄청나기도 하거니와 눈이 빙빙 돌아가는 광경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뭐 이런 혼전은 오래가지 못했다. “안되겠어! 살려줘!” 워낙 정신없이 한꺼번에 쏟아진 초고수들의 협공에 제 아무리 훤백이라도 견뎌낼 재간은 없었던 것! 결국 걸음아 나 살려라 휭! 달아날 수밖에! “악! 혼자만 튀면 어떻게 해! 댁에! 같이 가!” 신나게 뒤통수를 공격하던 황보소미역시 총알같이 훤백을 따라 튀었다. “핫핫핫... 짜식! 그럼 그렇지!” “역시 우리는 강하다! 형님들 한 판 승!” “핫핫핫핫...!” 순간 사도횡 등 다섯 사람은 일제히 대소를 터뜨리며 척! 승자의 기분으로 손을 마주 잡았는데...! 멀찍이서 난장판을 지켜보던 천상평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허허... 거 다들 젊어서 좋군! 어쨌건 수장까지 결정된 거 맞소?” “거 이상하게 저놈들은 모이기만 하면 웃음이 나오게 되는구려. 절대 웃을 시기가 아닌 것인데...!” 그러자 여간해서는 입도 열지 않는, 무당장문인 구음도장(九陰道長)이 눈을 딱, 감고 콧김을 불어내며 아주 점잖게 한 마디 했다. “흠, 흠...! 저 아이가 우리 무당의 소천성을 쓰는 것을 똑똑히 보셨겠지? 어쩐지 범상치 않다했더니...! 역시 우리 무당의 제자답소. 흠흠... 얼른 문적(門籍)에 올려놔야지.” “……!” 너무도 기가 막힌 나머지 칠대종주들의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밨어요
잘 보고 갑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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