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의 사생활
- 이문재
북의 최고 존엄은
남의 대중가요를 좋아했다 한다
바람 속으로 걸어갔어요
그 겨울의 찻집
근자에는 총 맞은 것처럼
남의 최고 권력은
관저 근처 안가에서
씨바스 리갈에 엔카
만주 벌판 말달리며 부르던
일본 군가도 좋아했다 한다
어린 시절
새벽종이 울려야
새아침이 밝아오던 우리는
애 어른 할 것 없이
증산하고 수출하고 건설하던
우리는
오늘도 코가 삐뚤어져
나 태어난 이 강산에
늙은 군인의 노래 부르다가
서로 어깨 겯고 갈지자로 비칠비칠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저 너머 내 또래
새벽별 보기 운동하던 저쪽
일구오구년생 돼지띠들 한평생은
굳이 궁금해하지 않기로 한다
한평생 나가자던 우리도
엄연한 존엄이라 했던 우리들은
오늘도 벌게진 두 눈 끔벅끔벅 치뜨며
저마다 집으로 간다 새벽이면
또 기어나와야 하는 집으로 간다
-계간 《문학동네》 201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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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전개되어 변화하는 중입니다
저마다 살기 바쁘다면서도 남의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본성일까요?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생활에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무슨 옷을 입고 어디에 갔는지, 심지어 무얼 먹었는지 알려고 듭니다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가타부타 시시콜콜 캐고 듭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는 가족으로부터 받는 관심조차도 귀찮아할 때가 더 많지 않았던가요?
언젠가 들었던 우스개 소리입니다만
공자가 살던 마을 시냇가에서 동내 아낙들이 모여 빨래를 했더랍니다
건너편에 앉아 빨래하는 공자 부인에게 훌륭한 분과 사는 아낙이 부럽다고 했다지요
그런데 공자 부인께서는 '낮에는 그 분이어도 밤에는 그 놈일 뿐'이랬다고 하더군요
사람 사는 일은 거의가 어슷비슷합니다
존엄도 사생활에서는 우리네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