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아비정전(阿飛正傳)
[감독] 왕가위, 1990년도 작품
[출연]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유덕화 양조위
영화 <아비정전>은 홍콩 청년들이 자신의 주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왕가위 감독의 초기작으로 국내에서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웠다. 중국에 홍콩을 반환던 시기를 배경으로 장국영은 극중 아비 역을 맡아 청춘의 방황과 고뇌를 맘보 리듬에 실으며 '발없는 새'를 몇 차례나 되뇌였던 영화이다.
영화는 혼혈 출신의 아비가 친엄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나지만 철저히 외면당한 후 자신의 얼굴조차 보여주기 싫을 정도로 철저히 자기 정체성을 잃고 타향에서 헤매는데, 만우절에 떠나가 매년 만우절이 다가오면 전 세계 영화팬들의 가슴에 되살아나는 영원불멸의 청년, 장국영과 가장 많이 닮아 보인다.
특히, 속옷차림(런닝-팬츠)의 장국영이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로 감미로운 곡 '마리아 엘레나(Maria Elena)에 맞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맘보 춤을 추는 명장면은 희망없는 청춘의 지루함을 색다르게 일탈하고 싶은 아비의 맘이 아니었을까.
왕가위 감독은 쿠바의 뮤지션 자비에르 쿠카의 맘보버전으로 연주된 '마리아 엘레나(Maria Elena)'를 영화 '아비정전'에 OST로 삽입해 영화보다 더 유명해진 곡으로 알려졌다. 이 장면에서 영화팬들은 젊은 나이에 죽음을 선택한 그의 고뇌를 드러내는 외로움을 들여다보는 듯해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다.
홍콩영화계의 스타일리스트, 왕가위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아비정전>에는 그의 상대역으로 홍콩스타 장만옥과 멋진(?) 베드신은 물론, 연인 사이가 된 배우 양조위와 유가령 그리고 유덕화, 장학우 등 스타들의 스크린 데뷔 초기의 풋풋한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영화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국내 개봉당시, <영웅본색> 류의 액션장르로 알고 보러 간 관객들에게 외면받았지만 영화 엔딩은 왕가위 감독 특유의 느와르를 덧입혔으며, 그의 사후에 예술영화 전용관 등에서 재개봉 돼 재조명 되었고 4년전 HD급 화질로 복원된 말 그대로의 '저주받은 걸작'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홍콩의 삼류 인생으로 살아가는 청년 아비가 친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청년들, 여자들을 통해 사랑의 속성인 엇갈림과 죽음 그리고 이별 등을 시간과 기억에 관한 감각적인 대사와 철학적인 주제를 통해 표현해내고 있다.
특히 인간의 기억이 퇴화하면서 변해버리는 사랑의 속성을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1분''어제' 등 대사로부터 시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려 나간다.
잊혀지는 것과 버려지는 것에 대한 방어적인 아비의 행동이 잠자리를 하면서도 사랑하지 못하고 떠나면서 엇갈리는 관계는 마치 중국에 홍콩을 반환하던 시기에 방황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내면서 중국-홍콩 사이의 어정쩡한 관계처럼 치환된다.
이영화는 영화적인 언어를 통해 기억과 시간을 사유하는 멜로 영화의 고전으로 추천할 만하다
아비정전 OST
아비정전 엔딩 씬
Maria Elena - Xavier Cugat
Los Indios Tabajaras
「Maria Elena」는 1932년 멕시코의 로렌조 바르셀라타(Lorenzo Barcelata,1898~1943)가 제12대 멕시코 대통령인 에밀리오 포르테스 힐(Emilio Portes Gil)(1890~1978/대통령 제임 기간 1928 ~1930)의 부인 마리아 엘레나 페랄타(María Elena Peralta)에게 헌정하기 위해 작곡한 곡.
멕시코와 남미를 거쳐 미국에는 1941년 지미 도시(Jimmy Dorsey)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밥 에블리(Bob Eberly)가 영어 가사로 노래한 마리아 엘레나(Maria Elena)가 그해 6월 14일자 빌보드 매가진 차트에 1위를 차지하고 무려 17주간 차트에 머무르는 히트를 기록했다. 레코드 곡명에 표시된 대로 리듬이 폭스 트롯(Fox Tro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