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추석 연휴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연휴 사흘째, 아침부터 가을비가 내립니다.
마당에 나가 비설거지를 하고 들어와 얼굴을 닦았습니다.
모처럼 친정에 온 딸래미들이 저녁에 제 어미를 제치고 설거지를 하더군요.
하도 오랜만에 부엌에 들었는지 좀 어설프더군요.
나도 자주 해야 하는데... 그래야 늙어서 구박받지 않을 텐데......
오늘은 '설거지' 이야기나 좀 해 보렵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설거지만 가지고도 할 말이 무척 많답니다. ^^*
먼저, 설거지와 설겆이 어떤 게 맞죠?
"음식을 먹은 뒤에 그릇을 씻어서 치우는 일"은 '설겆이'가 아니라 '설거지'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뒷설거지, 비설거지죠.
'설겆이'는 본래 '설겆다'라는 낱말에 '이'가 붙어서 된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설겆-'이라는 말이 '설거지'외에는 어디에도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글 맞춤법에서 말뿌리(어원)를 밝혀 적지 않고
'설거지'로 소리나는 대로 적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말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음은, '설거짓물'과 '설거지물'입니다.
어떤 게 맞죠? 이건 발음을 따져야 합니다.
'설거지물'을
[설거진물]로 발음한다면 '설거짓물'로 쓰는 게 맞고,
[설거지물]로 발음한다면 '설거지물'로 쓰는 게 맞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발음하세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설거지물'은 [설거지물]로 발음해야 합니다.
1988년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면서
다른 사전들의 발음 정보와 서울 사람들의 실제 발음을 고려해서 그렇게 판단한 겁니다.
그에 따라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은 '설거지물'이 맞춤법에 맞는 표기입니다.
그런 보기를 더 보면 '머리말'입니다.
발음을 [머린말]로 한다면 '머릿말'로 적어야 하겠지만,
그 발음이 [머리말]이 표준어 규정에 맞으므로 '머리말'로 적습니다.
더 나갑시다. ^^*
설거지물을 다른 말로는 개숫물이라고합니다.
이를 어떤 사전에 보면 '開水물'이라고 풀어놨습니다.
이는 크게 잘못된 겁니다.
여기서 개수는 그릇을 뜻하는 우리 고유어입니다.
그래서 '개수+물'은 그릇을 씻는 물로 곧, 설거지물이 되는 거죠.
이를 한자쟁이들이 開水물로 풀어놓은 겁니다.
그래놓고 그런 것을 사전에 올려놓으면 그게 곧 표준어가 되어버립니다.
큰 잘못입니다.
바로 그런 덜떨어진 한자쟁이 학자들 때문에,
'우레'를 '우뢰(雨雷)'라고 사전에 올려 표준어를 만든 겁니다.
우레는 천둥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인데, 왜 한자 雨雷를 억지로 만들었느냐고요.
제발 사전을 만들 때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만들길 빕니다.
아직 연휴가 며칠 남았지만 그래도 뒷설거지 잘 하며 정신차리고 보내야지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