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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오장 : 황진만장(黃塵萬丈) - 4
- 누런 흙먼지는 하늘을 향해 오르고.
그로부터 한시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담황은 돌아왔다. 돌아온
담황은 시녀들을 불러 음식을 장만하게 하였고, 나들이에 필요한 여
러 가지를 준비하게 하였다. 그는 그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하고 시
키는 동안 단 한번도 용설아를 돌아보지 않았다.
평소라면 그 분위기를 반길 수 있는 용설아였지만 지금은 이상하
게 그 부분이 서운했다. 용설아는 왜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 자신도
스스로 놀랐다. 그는 다시 한번 담황을 살펴보았다.
'다르다. 담공자의 분위기가 아니다.'
그녀는 새롭게 돌아온 담황에게서 무척 익숙하고 반가운 분위기
를 느꼈다. 방을 나가기 전의 담황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나 여
자의 직감으로 담황이 무엇인가 달라진 느낌을 받았지만, 딱히 그것
이 무엇이라고 꼬집진 못했다. 그리고 그에게서 풍기는 익숙하고 편
안한 기분은 그가 평소 느끼던 담황의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그를
지켜보기만 하였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그녀는 참고 또
참았다.
이제 담황과 사공운이 한편임을 알았고, 무엇인가 계획이 있음도
알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참고 기다렸다. 자신에게 더 이상 알리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리고 지금에서
야 용설아는 담황이 사공운으로 바뀌었음을 알았다. 그녀는 완전하
게 사공운으로 돌아온 자신의 남편을 보고 원망의 눈초리로 보냈다.
왜 진작에 스스로 자신임을 말하지 않았느냐는 표정이었다. 물론 그
녀는 그의 분위기에서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
라지는 않았다.
누대치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었다.
설마 사공운과 담황이 바꿔치기 당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
다. 그래도 눈치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완벽하게 속았다고 생각되자, 유령무학의 가공함을 다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축골공과 목소리, 그리고 분위기 마저 완벽하게 바꾸어 놓은 유
령신공의 가공함은 누대치의 기를 죽였다. 그러나 그는 사공운의 무
공과 재기에 놀라기는 하였지만, 빠르게 정신을 수습하고 지금의 상
황을 정리하려 하였지만, 누대치의 약사 빠른 머리로도 지금의 현실
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 어떻게 담황과 사공운이
바꿔치기 당했는지도 이해할 수 없을뿐더러, 자신들을 수면욕에 빠
지게 한 약이 무엇인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엔 음식인가도 생
각해 보았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음식이라면 이렇게 일정한 시간에
사람들이 쓰러질 리가 없었다.
먼저 먹은 조와 나중 먹은 조가 차이가 나야 원칙이었다.
"어......어떻게......어떻게 이럴 수가?"
사공운은 차갑게 웃었다.
"왜? 뜻밖인가? 누대치, 왜 이렇게 되었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길
바라겠다. 그리고 누군가의 부탁으로 너를 죽이진 못하겠지만. 그
동안 당한 보복은 해야겠다."
사공운은 천천히 말을 하고 느긋하게 마차로 들어갔다. 그의 느
릿한 동작은 누대치에게 더더욱 강한 공포심을 심어 주었다. 그의
모습은 이미 잡아 놓은 먹이를 유희하는 맹호와 같았다.
마차 안에서 유령신검을 들고 나온 사공운이 누대치를 노려보았
다. 누대치는 머리가 하얗게 비는 느낌이었다. 그의 살기 가득한 눈
초리에 오금이 저렸다. 그렇지 않아도 사공운에 대해서 공포심을 지
니고 있었던 그였다. 이젠 대항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에다가 직접 검
을 들고 복수를 하겠단다. 그로서는 간담이 다 녹아 떨어질 일이었
다.
"나......나에게 어찌 하려고 하는 것이냐?"
"뭐 간단한 일이다. 우선 용설아 소공녀님에게 하려 했던 죄악에
대한 댓가이다."
사공운의 유령검이 짧게 호선을 그리고 지나갔다. 서걱하는 소리
와 함께 누대치의 오른다리가 몸과 분리되어 땅 바닥에 떨어졌고,
누대치의 몸은 바닥에 넘어졌다.
"크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하늘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리고 이건 네가 날 죽이려고 한 짓거리에 대한 대가다."
사공운의 발이 누대치의 입을 사정없이 걷어차 버렸다. 물경 십
여 개의 이빨이 사천 당가의 고수가 뿌린 암기처럼 사방으로 날아
갔다. 그리고 그 암기보다 더 빠르게 날아가는 것은 누대치의 비명
소리였다. 거의 실신 지경에 이른 누대치에게 다가선 사공운이 그를
안아 일으킨 다음 그의 입에 대고 속삭였다.
"무혼기연사와 형제 뻘인 삼리무형몽혼연(三里無形夢魂煙)이란 것
이 있다. 너희들이 당한 독연이지, 그리고 음부사공에 대한 이야기
도 반드시 세상에 아주 널리 알려주마."
누대츠이 피범벅이 된 얼굴이 더욱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사공운이 봉성의 모든 계획을 다 알고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모
든 비밀을 자신에게 말해준다는 뜻은......
누대치는 다리가 날아간 아픔과 이빨이 깨져 부서진 아픔 속에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더욱 강하게 느꼈다.
"살고 싶은가?"
누대치는 죽어 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잠시만 기다려."
사근하게 웃어 주던 사공운의 몸이 갑자기 반원을 그렸고, 그의
손에 들린 유령신검은 소천검식의 청기종횡단점(淸氣縱橫斷點)의 초
식으로 반원을 그려 나갔다.
"크윽", "컥"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묵연파파와 철괴 호봉은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단 한번의 망설임도 없었고, 손에 약간의 사정도
없었다. 특히 묵연파파는 몸이 반으로 갈라져 죽어 있었다.
'또, 변했다.'
사공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용설아는 사공운이 또 다시 변했음
을 알았다. 조금 더 강해지고 조금 더 잔인해졌다. 그리고 그의 등
은 조금 더 넓어졌으며, 더 한층 외로워 보였다.
독한 것이 아니라 독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용설아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서둘러 감추었다.
봉황실의 뒤 내원에서 무공을 수련하던 진충은 문을 박차고 들어
오는 담숙우와 담천을 보고 안색이 일변했다. 그리고 담숙우의 앞에
서 걸어오는 노인을 보곤 더 이상 그들을 속일 생각을 접었다.
"이공자님, 공자님의 조부님께서 오셨습니다."
진충으로 변신해 있던 염상의 말에 사공운으로 변신해 있던 담황
이 눈을 떴다.
'조부님이라니, 조부님이 벌써 나오셨단 말인가?'
담황은 아주 천천히 일어나 봉황실 내원의 문이 있는 뒤쪽으로
돌아섰다. 언제 왔는지 그의 삼장 앞에는 담사우와 담숙우, 그리고
그들의 후손인 담천이 사나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집 나간 소새끼 보듯 하는구나.'
담황은 쓰게 웃으며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그들을 맞
이하였다. 그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사공운이었다.
담숙우와 담천은 그저 어리벙벙해서 담황과 담사우를 번갈아 보
았다. 담사우는 사공운으로 변신한 담황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천
천히 앞으로 걸어왔다.
담황은 담담히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도 자신의 할아버지인 담사우의 능력을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가 나선 이상 이제 사공운으로서의 역할은 끝이라고 할 수 있었
다.
'조부님이 나서다니. 이것은 최악의 조건이다.'
담황은 제법 태연한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 초조함을 감추지 못
했다.
"언제까지 그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을 셈이냐? 내가 더 이상
너의 장난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느냐?"
담사우의 싸늘한 말에 담황과 염상은 더 이상 버텨봐야 소용없음
을 알았다.
담황의 몸이 축소하더니 얼굴 근육이 이리저리 이완되며 그의 본
모습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염상도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
다. 그 모습을 본 담숙우와 담천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탈색
되었다. 설마하니 담황과 염상이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자신을 속이
고 변신해 있을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었다. 무엇보다도 자식에 대
한 배신감이 그를 분노하게 하였다. 대체 왜 일이 이렇게 꼬인 것인
가? 담숙우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일이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다.
"이.....이......게 무슨 짓이냐? 대체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한 것이
냐?"
담숙우는 목소리 마저 떨려 나왔다. 이렇게 담숙우와 담천이 분
노에 절어 있을 때, 담황은 아주 태연하게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는
그 동안 가슴에 담아 두었던 말을 한 셈일지도 모른다.
"별거 아닙니다. 난 용부의 소공녀 용설아를 사랑하고 그녀를 놓
아주었을 뿐입니다."
"놓아줘?"
담숙우는 당장이라도 담황을 쳐죽일 기세로 되물었다.
"음부신공의 회생자는 나의 어머님 한 분으로 족합니다. 내가 사
랑하는 여인까지 같은 방법으로 회생된다면, 이 봉성에서 나만 너무
큰 손해를 보는 것 아닙니까? 아버님."
담숙우의 분노가 일시에 풀어졌다. 그의 얼굴엔 당황함이 묻어
나왔다. 그 뿐이 아니라 한 마디 거들려 했던 담천도 말을 잇지 못
하고 담황의 눈치를 보았다.
그들을 지켜보던 담사우조차도 조금은 당황한 모습이었다. 설마
담황이 그 일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던 터였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느냐?"
담사우가 담황을 보면서 물었다. 더 이상 비켜 간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 전 어머님을 모시고 있었던 하녀가 있었지요. 지금은
죽었지만."
담숙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담사우는 담숙우를 보면서 못 마땅
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 죽이라 했거늘, 참으로 못난 놈이로다."
담숙우은 얼굴을 숙였고, 담황은 담사우를 보면서 피식 웃는다.
지금 상황에서 그의 조부가 한 말은 그의 다음 말을 막아버렸다. 일
시간 담사우가 하는 말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담사우는 자신의 자식을 나무라고 태연하게 담황을 보며 말했다.
"핑계는 대지 않으마, 그러나 그녀는 이 봉성의 가장 큰 공신이었
다. 나는 항상 그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또한 너의 어미는 작은아
버지와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원래 세상이란 차라리 모
두 잊고 백치로 사는 것이 더욱 행복할 수도 있다."
담황은 하늘을 보고 실없이 웃고 말았다. 자신의 조부와 아비를
보는 것조차 죄를 짓는 기분이었다.
"그래 잘살고 있겠죠. 시동생과 아주 행복하게 산다니 자식인 나
는 아주 즐겁습니다. 근데 세상을 다 잊었다 하니 당연히 아들인 나
도 몰라보겠군요. 뭐 어떻습니까? 하나밖에 어머님이 행복하게 사신
다니 그것으로 족하겠습니다. 그런데 조부님, 나는 누구를 아버지라
해야 합니까? 여기 계신 저 분입니까? 아니면 저 분의 동생 분입니
까?"
담황이 충혈된 눈으로 담사우를 보며 다그쳤다. 그의 표정은 너
죽고 나죽자 식의 막 싸움을 각오한 강호의 삼류무사 같았다.
담사우의 볼이 씰룩거리더니, 그의 손이 단 일수에 담황의 수혈
을 짚어 버렸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쓰러지는 담황을 앉은 담사우가 염상을 보며 말했다.
"데리고 가서 방에 눕혀 놓아라, 한숨 자고 일어나면 좀 나아질
것이다. 너는 그의 곁에서 한시도 잊지 않고 그를 지키거라, 삼일간
은 움직이지 못할 테니 단 한시도 이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염상은 빠르게 다가와 자신의 주군을 앉으며 고개를 숙여 대답을
대신 하였다. 그는 감히 담사우의 얼굴을 쳐다보지 조차 못하고 있
었다. 담숙우는 그런 염상을 지켜보았다가 측은한 얼굴로 자신의 아
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공운이라 했던가? 그가 왕년의 유령대제보다도 더 뛰어난 아
이 같구나 반드시 잡아야 한다. 내가 직접 움직이겠다. 모든 가능한
힘을 전부 동원해서 그를 반드시 잡아라."
"예, 아버님."
"예, 조부님."
담숙우와 담천이 머리를 숙이며 대답하였다. 아무리 사공운이라
하여도 담사우가 나선 이상 이제 갈 곳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감사합니다.
즐감~!
ㅈㄷㄳ
후회
감사해요~~~^~
잘보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ㅈㄷㄱ~~~~~~~~`````````````````
즐독!!!!!!!!!!!!
잘읽었습니다
즐감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
즐독
잘읽었습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