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검찰총장이 아닌 검사장에 있다”고 강조한 부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검찰청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뿐 아니라 현직 지청장도 추 장관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현직 지청장 “구체적 수사 지휘권은 검찰총장 권한”
김우석(사법연수원 31기) 정읍지청장은 12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지금까지 검사가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당연하며 적법하다고 생각했다”며 “(추 장관이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총장이 아닌 검사장에게 있다고 언급했다는) 보도를 접한 뒤 검찰청법을 찾아보고 고민해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인 관점에서 볼 때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조직의 수장”이라며 “구체적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사들의 의견이 상충될 때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면 총장을 철저하게 검증할 이유도, 임기를 보장해줄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청창은 구체적 법령 등을 언급하며 추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지청장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 지휘, 감독한다는 규정(검찰청법 8조)은 검찰총장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 감독권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8조는 검찰총장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 감독권이 있다는 것을 직접적, 명시적으로 설시한 규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청법 제12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며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라야 하고,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서 이견이 있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뿐. 아무리 생각해도 검찰총장이 특정 사건의 수사, 재판에 관해 검사장 및 검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추 장관이 언급한 검찰 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도 총장에게 지휘감독권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청장은 “현행 검찰청법에 따를 때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은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일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수사팀과 기소팀의 판단이 상충된다면 검찰총장이 검찰청법에 따라 책임을 지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총장이라는 직책을 부여한 것은 그간의 경륜과 전문성, 소신을 바탕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오로지 진실을 찾아 올바른 결론을 내리라는 사명과 책임을 부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추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청법상 검찰에 대한 장관의 지휘감독권처럼 검찰총장의 지시는 일반적인 지휘감독권이고, 구체적인 수사지휘권은 검사장의 고유권한”이라며 “이 권한은 (검사장의) 결재 업무를 통해서 행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두고 충돌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사이에서 하급자인 이 지검장을 두둔하고 나선 셈이다.
이후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검찰청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며 “검찰청법상 총장이 모든 검사를 지휘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도 “검찰청법 12조에 따르면 모든 검사에 대한 지휘권은 총장에게 있다”며 “검사장이 총장의 지시를 어기고 다른 결정을 내린 뒤 일선 검사들에게 명령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표창장 위조’ 혐의 조국 전 장관 “검찰 수사·기소 분리는 의미있는 시도”
한편 자녀 표창장 위조 및 불법 사모펀드 투자 등 ‘가족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주체 분리를 검토하겠다는 추 장관의 발표에 “매우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조 전 장관은 전날 추 장관의 기자간담회가 끝나자 본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경찰에게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 직접수사권을 인정한 수사권조정 법안이 패스트트랙을 통과했지만 궁극적 목표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하는 것”이라며 “2017년 4월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 보충적 수사권 보유’가 대국민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궁극적 목표에 도달하기 이전이라도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조직적으로 분리해 내부통제를 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시도가 될 것이다”며 “이는 법개정 없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님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