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 포교의 부진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대구 보성선원(주지 한북 스님)의 활발한 어린이·청소년 교화 활동이 교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포교 일선에 서 있는 주지 스님의 원력과 아이디어만 확실하다면 불교가 얼마든지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톡톡 튀는, 그러나 매우 유용하고 실속 있으며, 효과만점인 보성선원의 포교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소리가 사라진’ 한국불교 사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보성선원은 지난 3월 30일, 어린이·청소년법회 회원 96명에게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단체 관람을 선물했다. 보성선원 주지이자 어린이·청소년법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는 한북 스님이 문화·예술에 깊은 조예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린이·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화 프로그램의 일환이기도 했다.

반야심경을 독송하고 있는 보성선원 어린이 청소년 불자들.

즐거워하는 어린이불자들.

보성선원 주지 한북스님이 영화감상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12시 20분 롯데시네마 대구점 7관에는 어린이·청소년 법회 회원 96명과 함께 회원들이 초청한 친구들 24명, 그리고 회원들의 부모 10명과 봉사자 5명, 교사 3명 등 총 138명이 참석했다. 교통편은 승합차 2대와 승용차 17대가 동원됐다.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해 부모와 자원봉사자가 대거 동원된 것이다. 어린이·청소년 교화에 연 1억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할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주지 한북 스님의 원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요일이라 비교적 이른 아침 시간에 대구지역 150여 명에 가까운 어린이·청소년들의 단체 이동에 오가는 시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영화관에 도착한 시각은 9시 50분. 참가자들은 극장 안에서 목탁소리에 맞춰 삼귀의례와 반야심경을 한 후 모두 자리에 앉았다. 한북 스님의 선창으로 다같이 ‘불교는’을 3회 반복하여 암송했다. ‘불교는’이란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배우고 실천함으로써 스스로 부처가 되는 종교”라는 내용이다.
이어서 ‘반특 스님을 위한 부처님의 법문’도 3회 암송하였는데, ‘불교는’과 ‘반특 스님을 위한 부처님의 법문’은 보성선원 법회 회원이라면 누구나 외워야 한다.
한북 스님이 상영에 앞서 인사말을 위해 극장 앞으로 등장했다.
“오늘 볼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어린이·청소년 여러분의 세대에 관한 이야깁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왕따와 은따, 그로 인한 청소년의 자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입니다. 재미있는 영화가 아니라서 유감이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일이니만큼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영화예요. 주제가 무거운 영화인데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살이라는 문제를 깊이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기 바랍니다.”

영화감상을 마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는 한북스님. 어린이청소년법회의 지도법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영화감상 기회를 만들어주고 따뜻한 가르침을 알려주는 주지 스님에게 청소년들은 큰 박수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자신들의 문제, 아니면 친구들의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보면서 어린이·청소년들은 때로는 진지하게, 또는 발랄한 표정으로 영화와 하나가 됐다. 슬픔, 눈물, 감동, 한숨, 그리고 희망과 용기, 각오와 다짐 등이 어린이·청소년들의 뇌리에 교차하는 듯했다.
영화가 끝난 후 대표교사인 정송기 불자가 나서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인사를 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행복을 포기한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겠는지 부모님들이 생각해 봐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원래 가족이 더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평생 끈끈한 거고’라는 추상박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오늘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은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예요. 만약 여러분에게 저런 일이 발생한다면 부모님과 스님께 말씀드리고, 우리 교사들에게도 이야기하면 그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방법을 모색해보도록 하지요. 혼자 고민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스님과 교사들은 여러분의 친구가 돼 줄 거예요.”
이어 지도법사 한북 스님이 나섰다.
“여러분, 오늘 영화 잘 봤어요?”
“네.”
“어땠어요? 내 뒤에서 영화를 본 친구는 ‘슬프다’고 하던데, 슬프던가요?”
“아뇨, 가슴이 아팠어요”
“네, 그래요. 나도 가슴이 아팠어요. 누구는 슬픔을 느꼈고, 누구는 가슴 아픔을 느꼈어요. 이 영화를 보고 각자 느낌이 다를 수 있어요. 그 이야기는 좀 있다가 소감을 이야기해주세요.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 자살했다면 그건 개인문제일 수 있지만 또 한 사람이 자살하고 또 한 사람이 자살하고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이 이 세상을 등진다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예요. 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사회라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하는 사회 문제인 거죠. 그 문제의 해결은 국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예요.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국가에만 떠넘길 수는 없어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해결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해요.”
한북 스님은 계속해서 보성선원 어린이·청소년법회 회원들에게 당부했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 법회 회원 친구들이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이야기를 뒤집으면, 나는 우리 회원들이 친구를 왕따 시키고 은따 시키는 가해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친구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친구들은 없는지 살펴보고 좋은 교우관계를 맺도록 노력하길 바래요.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그러한 어려운 상황에 마주친다면 가족과 더불어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고, 위대한 성인이신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마음을 다스린다면 상황이 개선될 거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부처님과 함께 하면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항상 든든한 친구와 함께 있는 것 같을 거예요.”

극장에서 포스터를 바라보면서 관심을 갖고 있는 보성선원 어린이 청소년 불자들

영화감상을 마친 후 보성선원으로 돌아와 맛있게 떡만둣국을 먹는 어린이청소년 불자들과 부모님들.
영화감상을 마친 138명은 타고 갔던 차편을 그대로 이용하여 보성선원으로 돌아왔다. 절에서는 신도들이 어린이·청소년 불자들과 그 친구들을 위해 음식을 마련해놓고 있었다. 메뉴는 ‘떡만둣국’. 정성으로 마련한 떡만둣국을 맛있게 먹으며 보성선원의 ‘미래’들은 행복을 만끽했다.
영화를 본 보성선원 어린이·청소년 불자들은 제각각 영화를 보며 느낀 감상을 남겼다.
“재밌고, 슬픈 영화였어요. 그리고 스님께서 우리들에게 영화 보여주신다고 돈을 많이 썼을 텐데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법회를 더 열심히 나와야겠어요.” (대구월배초등학교 2학년 정지윤)
“제가 만약 피해자였다면 부모님과 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왕따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고, 친구들과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했을 거예요.” (대구노전초등학교 4학년 김유경)
“처음 욕이 나와서 재미있었고, 천지가 자살을 해서 너무 슬펐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만일 천지처럼 피해를 보는 학생이었다면 선생님과 부모님께 말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누군가를 괴롭혔다면 먼저 사과하고 사이좋게 지내는 학생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대구상인초등학교 4학년 정석원)
“가슴이 뭉클했고, 너무나 감동적이었요. 왕따나 은따는 꼭 없어져야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에 천지처럼 피해를 보는 친구가 있다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제 주변에 왕따를 당해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보성선원의 어린이, 청소년법회를 소개해서 더 신나게 보낼 수 있는 곳도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가해자 친구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겠고, 그래도 나쁜 행동을 계속한다면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려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월서초등학교 5학년 김수현)
“작년, 5학년때 학교에서 현장학습을 갔는데 다 짝이 있는데 나만 짝이 없어서 혼자 다녔던 외로웠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스님의 말씀처럼 가해자도, 피해자도 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대구대서초등학교 6학년 배소은)
“피해자의 기분, 심정, 슬픔이 너무 이해가 되었습니다. 자살을 생각했을 때는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자살을 선택한 천지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까…. 천지를 떠나보낸 가족은 얼마나 힘들 시간을 보내야 할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내가 만약 천지의 입장이었더라도 상황을 설명하고, 가족에게 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 관람 후 왕따를 당하고 있는 상황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나와 가족, 주변 친구들 모두에게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성선원에 왔을 때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보성선원처럼 좋은 스님, 선생님들, 착한 언니, 오빠, 친구, 동생들과 왕따 시키지 않고, 미워하지 않으면서 매주 일요일을 보낼 수 있는 곳에 내가 올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구월촌초등학교 6학년 양은서)
“학교에서 언어폭력, 신체폭력 등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영상자료를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그때는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봐서인지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오늘 보성선원 법회 회원들, 주지스님, 부모님들과 함께 보게 되어서인지 아니면 영화 속에서 천지가 자살을 해서인지 이제까지 봤던 학교폭력 예방활동과는 느낌이 너무도 달랐습니다. 뭔가 멍~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말로 쉽게 표현이 되지 않습니다.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많은 친구들이 힘들어 지기 전에 선생님께 알려서 친구가 죽거나, 죽은 친구 때문에 또 다른 많은 친구들이 힘들어 하는 이런 일은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픕니다.” (대구교대부설초등학교 6학년 허은정)
“제 주변에는 영화 속의 가해자나 피해자 같은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났어요. 같은 반 친구들끼리 카톡을 이용해 한 친구를 바보로 만드는 장면은 너무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또한 잘못된 행동인줄 알면서도 왜 고치지 않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화 관람 후 만약 내 주변에 천지처럼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가 있다면 절대 방관하지 않고 말도 먼저 걸고, 도와주고, 친구가 되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구대진중학교 2학년 김동현)
“너무 슬펐습니다.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은 있었던 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우리반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너무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살하고, 가족은 슬퍼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도와줘야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오빠가 있는데 그렇지는 않겠지만 만약 오빠가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이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절대 자살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주지스님처럼 좋은 스님들이 많이 계셔서 많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절에 와서 스님들의 법문을 듣도록 하여 부모님이 주신 목숨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송현여자중학교 3학년 엄수연)
“먼저 너무 슬펐습니다. 그리고 만지가 천지를 정말 많이 생각하는 부분은 감동적이기도 했고, 가슴 아프기도 했습니다. 내 동생이 영화 속의 이야기처럼 왕따를 당해서 자살을 했다면 얼마나 슬플까? 과연 그 슬픔은 얼마나 커서 내 인생에 어떤 변화를 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천지의 용서 또한 너무 슬펐습니다. 중학생의 얘기라 너무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고, 주변에서 이런 상황을 보지는 않았지만 은따들은 학교에 많은데 그런 은따들에게 먼저 다가가 봤지만 정작 본인들은 노력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내심 실망하고, 남의 일처럼 생각하며 지냈는데 앞으로는 절대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고, 은따들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절에서 고민이 많아지기 시작하는 중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중·고등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텐데,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대구대곡중학교 3학년 김민지)
“저는 영화를 보는 동안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너무 슬펐습니다. 저의 친언니가 예전 왕따를 당한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와 저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언니가 왕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일이 생각나면서 언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사 중에서 ‘가족이 제일 모른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가슴이 찢어질 만큼 마음이 아팠습니다. 언니에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언니에게 더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저의 언니는 자살하지 않고 지금은 학교생활도 즐겁게 하고 있는데 천지의 가족들은 얼마나 슬플까하는 생각이 저를 또 울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누구든 이런 따돌림이나, 보이지 않는 폭력에 힘들어 한다면 제가 먼저 도울 수 있는 존재가 되겠다고 다짐 했습니다. 주지스님께서 법회 선생님과 영화를 본 후 이 영화를 우리 법회 회원들과 부모님께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시고 10일 만에 행동으로 옮겼다고 들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앞으로도 법회에 나오는 모든 회원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주지스님께서 더 많은 관심과 따뜻한 말씀 많이 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든 법회 회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해 주시는 주지스님께 나중에 커서 꼭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습니다. 법회를 나온 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제가 부처님 앞에서 정말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기도한 것은 오늘이 첫날이 아닐까 합니다. 정송기 선생님께서 항상 하시는,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씀처럼 우리 보성선원 법회 회원 모두와 주지스님, 공양 봉사를 해 주시는 보살님들 그리고 늘 우리와 한 몸처럼 움직이시는 선생님들 모두 늘 행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대구송현여자중학교 3학년 김은지)
부산과 함께 명실상부하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불교 도시로, 일부 광신적 종교인들로부터 ‘사탄의 도시’라고까지 불렸던 대구. 그러나 최근 들어 교세가 약화되고, 특히 어린이 청소년 포교는 매후 부진한조짐을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대구 불교계에 한 줄기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는 보성선원의 어린이·청소년 불자들이 밤하늘의 별빛처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