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아주 오래전부터 산 아래 마을을 묵묵히 굽어보고 있다.마을사람들에겐 변함없는 믿음이자 친근의 대상이다.그런 바위가 자신의 조각을‘뚝뚝’떼어낼 때가 있다.마을 전체에 퍼지는‘뚝뚝’소리에 사람들은 촉각을 기울인다.
이 이야기는 몇 년 전,어느 지인이“당신의 삶은‘바위소리’와 같다”라며 필자에게 건넨 이야기다.‘민주당의 불모지’라 불리는 경상북도에서10년 동안,없는 자리 비비고 들어가 당 깃발 세우고‘떡하니’앉았다.누가 뭐라던 내 방식대로‘민주당 자리’를 지켰던,내‘무모한 도전’을 그는‘바위소리’라 했다.
지난3월,지역위원장 출마 전이다.동료 의원들이 내게 말을 건넸다.걱정과 우려였다. “아니!홍 의원,수도권도 있는데,굳이 대구를 왜? 10년 고생했으면 됐지!재선해야지요!” 현재 필자는 대구 북구 을 지역위원장이자,대구시당위원장이다.대구·경북에서 지역을 맡은 유일한 야당 의원이 됐다.대구는 조선일보 독자들이 참 많은 동네다.그래서 민주당으로선 참으로 버거운 동네다.그걸 알면서도 필자는 대구를 택했다.
내 정치적 목표는‘재선’이 아니다.어떠한 야당 후보든 대구에서 평균 득표율15%이상 가능한 정치적 토양의 변화다.당선이 아니어도 좋다.단언컨대,그것뿐이다.그래야 견제와 경쟁이 존재할 수 있고,‘30년GRDP(지역 내 총생산)전국 꼴지’라는 오명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필자는 기꺼이‘대구의 산소호흡기’역할을 자처하고 있다.그렇게 산소를 불어 넣은 지7개월이 됐다.
수십 년간 문을 꼭꼭 닫고 살아온 지역 정치,경제, 사회, 관료 세계들은 나의 노크에 꽤나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 맞았다.처음엔 대꾸도 안 하던 그들이 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혹자는 집 안으로 안내까지 한다.
여당이 할 수 없는 소리를 냈고,하지 않는 행동을 했다.그것이 대구에서 민주당의 역할이자 필자의 사명이라고 믿는다.동대구역에 내리면 필자에게 악수를 건네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다.“열심히 한 번 해 보이소”라는 말에 소름이 돋고,전율이 흐른다.
오랫동안 의기소침해 있던,대구를 떠났던 지역의 민주당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다시 한 번 해보자’는 결의가 남다르다.바위소리를 함께,보다 크게 내보자는 의지가 결집되고 있다.가능성은 분명 있다.행복하다.
필자를‘미꾸라지 한 마리’라 해도 좋다.장담하건데,그 물은 보다 맑아질 것이다.“그래도 야당 지역구 의원 한 명 정도는 있어야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겉으로 표현은 못해도,속으로 변화와 경쟁을 갈구하는 대구 마을의 민심이다.
산 중턱 바위처럼 살 것이다.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요란하지는 않지만,진지한 소리를 낼 것이다.조선일보 독자들께 간곡히 바란다.홍의락의‘바위소리’를 기대해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