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다.이.복.길
내가 복길이를 처음 만난건 1년전 쌀쌀함이 온몸에 느껴지던 어느 초겨울 이었다.
그날도 나는 여느때와 같이 공설운동장 스쿼시장에서 땀 깨나 흘리고 있었지.
애연가들은 아시겠지만, 땀 한판 흘리고 나면 담배연기가 그리워져 한 개피 물고
밖으로 나갔다.
어디선가 들리는 '낑낑' 강아지 소리.
누구집 강아진가? 대스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시 코트로 들어가 신나게 운동하고.
샤워하고.
그리고 집에갈려고 나오니 계속 들리는 '낑낑'
이게 무신 소리여? 희동엄마랑 희동이랑 같이 잔디밭을 들여다 보니. 세상에나.
히미한 어둠속에서 나무에 묶여 울고 있는 어린 강아지 한 마리.
'복길'과의 첫 만남이었다.
동물병원 가서 기초검사하고. 주사 몇대 맞고. 먼저 이름부터 지었다. 길에서 주었으니.
복덩어리 '복길'.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삼일 적응훈련(?)을 거쳐 곧바로 학교 온실에다 매어
놓고 키웠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복길은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여 나 이외 다른 사람에게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 추운 겨울 학교온실 부속건물에서 복길은 그런데로 버티며 살았다.
사료와 물, 희동엄마가 마련해준 두꺼운 담요한 장, 그리고 간신히 동작하는 전기히터
한 대.
다행히 복길은 별탈없이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봄날이 되어 날이 따스해지자 풀어 놓고 키웠다. 잔디밭, 자연대, 인문관, 온실. 선문대
학교 모든 곳이 복길이 놀이터였다.
복길이가 밤늦도록 '귀가'를 안했다.
하루이틀 삼일째. 밤 늦은 시간 훨씬 '성숙'해진 모습으로 온실로 돌어왔다. 장가를
갔나보다.
아마 결혼식올리고 신혼여행에 처가집 인사까지. 그러니 삼일은 족히 걸렸나보다.
그후로 걸핏하면 외박이다. 처가집에 다니러 간 모양이다. 외박한 다음날은 하루종일
온실에 처박혀 잠만 잔다. 몹시 피곤한 모양이다.
복길의 여친이 온실에 나타났다. 나에게 인사를 시키고, 자기 잠자리도 보여주고, 야단맞으면 숨은 아지트도 보여준다.
하루는 밤늦게 만신창이가 되어 귀가해 나를 놀라게 했다. 여기저기 핡퀴고 털도
뽑히고 핏자국도 선명했다.
임신한 암놈에게 귀찮케 굴다 박살이 나고 쫓겨난 모양이다. 그후로 복길의 외박은
없었다. 다시는 그쪽 집으로는 얼신도 안하는 것같다.
건강을 되찾자 복길의 외출이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수업하는 강의실 건물까지 와서 기다린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일러준다.'교수님
저기밖에 복길이 와있어요'
이제 외박은 없어졌지만 학교근처 못가는 곳이 없는 것 같다.
어느날 밤늦도록 복길이 안들어 온다. 이틀이 지나도 삼일째가 되어도 감감
무소식이다.
내가 걱정하면 옆자리 형순은 슬며시 미소를 머금는다. '벌써 XX 됐겠죠 뭐'.
사일째. 복길이가 돌아왔다. 뒷다리 두 개를 모두 질질끌고 피떡이 되어 귀가했다.
머리 두피가 찢겨지고 털도 다 뽑혀있었다.
겨드랑이에도 엉망이고, 특히 꼬추와 똥고의 상처가 심했다. 항문은 거의 튀어
나왔다.
급히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의사왈 '다른 개한데 물린 것 같은데요.'
학교체육관 옆 은행나무 식당에서 기르는 큰 개 두 마리한테 집단구타를 당한
것이다.
이놈들이 온실입구를 지키고 있으니 숨어서 삼일을 버티고 있었나 보다.
이번에는 '중상'이라 상처가 쉬 아물지 않는다. 병원에서 받아온 연고를 발라주고
가루약도 사료에 섞어 먹였다.
복길이는 다시 살아났다. 예전처럼 학교를 활보하고 다닌다.
잘지내던 복길이가 며칠째 보이지 않는다. 형순왈 '걱정마세요 재는 반드시 돌아와요'
형순말이 맞았다. 복길이는 다시 돌아 왔다. 옆에 이쁜 여자친구를 데리고. 두
번째 장가를 간 것이다.
이번에는 처가집신세 안지고 시댁에서 살림을 차릴 작정인가보다. 여자친구가
온실에서 복길과 한자리 차지했다.
아침 출근을 하면 여자친구가 먼저 나를 맞는다. '시아버님 밤새 안녕하셨어요?'
하는 듯 하다.
두 번째 부인은 첫 부인보다 얌전하고 공손하다. 바깥출입도 거의 없다. 간식으로
주는 건빵한 개 더 얻어 먹을려고 끝없이 나를 쳐다보며 기다린다.
부인을 집에 두고도 복길이 다시 외박이다. 진짜 걱정 된다. 이번 외박은 예전과는 다르다.
요즘이 말그대로 엄동설한 아닌가. 얼어 죽었나? 차에 치었나. 또 바람난 걸까?
설마.
사일째. 보통 삼일이면 돌아오는데. 이젠 복길이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 확실히
무신 일이 있긴 있는 것 같다.
형순도 동의한다. '이번엔 진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네요. 여친을 남겨두고 이렇게
오래 나가있는걸 보니.'
그러나 복길은 돌아왔다. 오늘.
첫댓글 복길이 바람끼를 재워야하는데. 젊어서 그러면 늙어서 힘들텐데. 농은님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하니 복길이도 맘잡을거예요. 복길이는 일부종사하길...
'복길군! 일처종사 , 외박금지 요망' 이라고 플랭카드를 걸어서 세뇌교육을 시키는건 어떨까요?
난 복길이가 진짜 정말 너무 싫다... 안네버다이 했으면 좋겠다!!!
짜식~ 능력도 좋지. ㅋ
이번엔 멀쩡히 돌아온건가요??흑...
복길이 부인 혼자 심심하겠다 ㅡ.ㅜ
쥔 아재랑 스탈이 비슷한것 같당!?!?!?
복길이 꼬랑지 흔드는거 죽이는뎅...ㅋㅋㅋ
우리 진풍이도 걸핏하면 복길 같은 짓을 했거든요,, 어느날은 무션 사람들이 개를 어찌하려했나봐요 목에 뭘로 맞았는지 상처가 너무깊고 피도 많이 나고,, 거의 죽은뻔한 몸으로 돌아왔었어요..겨울은 그렇지만 날 더워지면 조심해야해요..그 무션 사람들 아마도 진풍이를 먹으려 한거겠지요,, 복길얘기보니 진풍 생각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