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법 길었던 추석 연휴 엿새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지금은 국정감사 기간입니다.
야당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문제로 국회운영이 멈춤 상태였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과 추석이 겹치는 바람에 중요한 고위급 인사청문화마저 일시정지였습니다.
'감사'라고 하니 생각나는 낱말이 있습니다. 바로 '면죄부'라는 낱말입니다.
본래는 중세에 로마 가톨릭교회가 금전이나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
그 죄를 면한다는 뜻으로 발행하던 증서를 뜻합니다.
800년경에 레오 삼세가 시작하여 대대로 교회 운영의 재원으로 상품화하였다가,
15세기 말기에는 대량으로 발행하여 루터의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종교 개혁의 실마리가 되었죠.
그런데 실은 이 말이 좀 이상하지 않나요?
흔히 '너 그러면 죄 받는다'고 할 때, 그 말은 잘못된 겁니다.
'너 그러면 벌받는다'고 해야 맞으니까요.
죄는 짓는거고 벌은 받는 것이잖아요.
따라서 면죄부도 죄를 면해주는 게 아니라, 그 죄에 따른 벌을 면해줘야 맞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보면 면죄부가 아니라 면벌부가 되어야 맞는 겁니다.
그래도 저로서는 면죄부가 맞는지 면벌부가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알기로 면벌부는 2003년엔가 교육부 편수자료에 들어간 낱말로 알고 있습니다.
편수자료는 초중등학교에서 낱말을 통일되게 가르치도록 하고자 교육부에서 만드는 일종의 용어집입니다.
그 뒤 20년이 지났지만, 면벌부라는 낱말이 아직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는 면죄부가 아닌 면벌부라고 가르칠 수가 없었나 봅니다.
어설픈 감사는 피감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고,
어설픈 판결은 대기업이나 범죄 연루자에게 면벌부를 줄 수 있을듯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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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편지는 면죄부와 면벌부라는 낱말을 소개하는 겁니다.
절대로 종교적인 문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