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진 그 복숭아나무 곁으로 나는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흰꽃과 분홍꽃을 나란히 피우고 서 있는 그 나무는 아마 사람이 앉지 못할 그늘을 가졌을 거라고 멀리로 멀리로만 지나쳤을 뿐입니다 흰꽃과 분홍꽃 사이에 수천의 빛깔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 나무를 보고 멀리서 알았습니다 눈부셔 눈부셔서 알았습니다 피우고 싶은 꽃빛이 너무 많은 그 나무는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지만 외로운 줄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 여러 겹의 마음을 읽는 데 참 오래 걸렸습니다
흩어진 꽃잎들 어디 먼 데 닿았을 무렵 조금은 심심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 복숭아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들었습니다. 저녁이 오는 소리를
***
식구도 몇 안되는데 식성 특히 과일식성이 제각각이다 누구는 참외를 젤 좋아하는데 누구는 안먹고 누구는 씨를 다 훑어 내고 먹는다. 그 달달한 것을 누구는 수박만 먹으면 배 아프다 안 먹고 누구는 비빔국수 먹을 때도 함께 먹는다. 매운 맛을 잡아주고 산뜻함을 배가 시킨다나 .. 그런데 복숭아 그 중 백도는 물론 천중도, 알버트까지 무른 복숭아는모두 좋아한다 칼이 아니라 껍질의 끝을 당기면 매끈하게 벗겨지는 미백의 혹은 연한 분홍빛이 번진, 그야말로 여인의 가슴같은 과육을 이빨자국 선연히 내며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그 달달함,포만감, 흡족함이란! 복숭아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는 이 누구처럼 복숭아 털 알라지가 있지 않고서야 ..
내가 가본 복숭아밭의 복숭아나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초록, 연초록 겹겹의 나뭇잎이 촘촘했고 그 사이사이 복숭아들이 알전구처럼 박혀 빛을 내었다 외롭다기 보다 어쩐지 정감이 느껴지는 다정한 나무였다 그 복숭아밭에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름 한 철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다가 아, 복숭아 밭에서 복숭아를 따서 아무 생각없이 먹을 수 있는 이런 날들이 얼마나 행복한가 하다가 아, 이렇게 여름이 오고 또 가겠구나 하다가 문득, 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서러울만큼 ..하다가 내가 가진 눈물 중 가장 맑고 선한 눈물 한방을 나도 모르게 떨구는 것이었다 ..
첫댓글 복숭아모양 연적도 생각나네요.
나는 조렇게 예쁜 엉덩이를 가진 것을 보면
그 엉덩이에다
목숨 수 자를 새겨주고 싶다 <복숭아/신현정>
저는 저 연적에 새겨주고 싶네요 ㅋ
복숭아는 또한 순수함에서 순박함으로 이어지는 과일이에요.
아이가 잘 먹고 나이든 이들이 좋아하고....
선홍빛, 볼그레, 부끄러움의 단어들이 떠오르고...
(요즘, 동시도 어려운데 시도 어려워요...ㅠㅠ.)
많이 알수록 더 어려워지는 법이니
소심님은 아마도 동시도, 시도 많이 아셔서
어려운 것일테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