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성서침례교회

■ 다니엘기도회 간증 요약[신앙의 유산과 믿음의 여정(신명기 4:9)]-김은진 사모(11월 15일)     □ 북한에서 가정예배를 드리며 신앙을 이어받았습니다.   - 뉴코리아교회 사모 김은진입니다. 저는 할머니를 통해 복음을 들었습니다. 저희 할머니께서 성경책은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이기에, 성경을 대할 때는 항상 하나님을 대하듯이 해야 하고, 세상 책처럼 낙서하거나 찢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성경을 볼 때 세상 이론과 지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고, 말씀을 보고 또 보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감동과 깨달음으로 믿음의 싹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성경을 한 구절이라도 볼 수 있을 때 많이 보고, 찬송가를 부를 수 있는 때 더 많이 부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세상이 험악해져서, 찬송가를 부르고 싶어도, 말씀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세상이 온다고 하셨습니다.  - 소가 풀을 뜯어 먹고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나에게 보고 듣고 배우는 모든 것들을 나중에 되새김질하는 시간이 올 거라고 하시면서, 잘 봐두고, 잘 기억해두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할머니가 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몰랐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우리 가족이 그 어려움과 고난과 핍박을 당하게 되면서, 비로소 할머니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제가 북한에서 살 때 우리 가족 가운데 역사하셨던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북한은 신앙의 자유가 없는 나라입니다. 북한에서 대놓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목숨을 잃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계신 하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저 북한 땅에 믿음의 사람들을 남겨두시고 주님의 보혈로 덮으시고 눈동자 같이 지키시고 보호하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밖으로 나가서 전할 수가 없으니, 가정 안에서 자녀들에게 신앙교육을 시키고, 믿음의 씨앗은 대대손손 그 다음 세대로 흘러 전수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저희들을 참 많이 아끼고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북한 땅에서 목숨을 걸고 신앙의 유산을 남겨주실 수 있었습니다. - 제 친가와 외가는 모두 기독교 집안인데, 각각 다른 지역에서 신앙생활 하다가 함경도 지역으로 추방되어 친가와 외가가 만나게 되었고, 그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아버지 이름은 목사님이 지어주셨는데, ‘하늘의 경사’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하늘의 경사는 천국잔치입니다. 제 어머니의 경우는 외할아버지가 태몽을 꾸셨는데, 하늘로부터 신구약 한 권을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머니 이름은 한자로 풀면 약속을 따라서 택함을 받았다는 뜻이 있습니다. 믿음 안에서 두 사람이 결혼하면서 든든한 믿음의 동지가 되었습니다. 제가 태어나서부터 믿음의 사람들이 예배를 드렸습니다.  - 제가 태어나서 보아온 할머니의 일상은 허리까지 오는 하얀 머리를 곱게 따서, 은비녀로 쪽지시고, 햇빛 드는 창가에 앉으셔서, 돋보기를 끼고 성경책을 보는 모습입니다. 성경책을 보실 때는 구멍 난 양말과 자투리 천, 바늘과 실 등을 넣는 대나무 광주리 뚜껑 위에 놓고 보셨는데, 노동신문이나 북한 잡지를 옆에 놓고 계시다가, 인기척이 들리면 성경을 숨기고 양말을 꿰매는 척했습니다. 아버지는 양복점을 하셨는데,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옷감을 펼쳐놓는 재단대 위에 성경 말씀을 펼쳐놓고 보셨습니다. 아버지가 보신 성경책은 중국 조선족 목사님이 주신 것입니다. 성경책이 참 귀하기 때문에 표지를 파란색 천으로 씌우고 보셨습니다. 저의 어머니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들어와 전등 밑에서 성경을 보시다가 주무셨습니다. - 학교 갔다가 돌아오면, 매일 같은 풍경입니다. 할머니가 늘 보시던 성경책은 세로글자로 되어 있고, 한자가 많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금방이라도 부스러질 것 같이 낡은 성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식사 준비하면서 조용히 찬송가도 부르셨습니다.  - ‘내 평생 소원 이것뿐, 주의 일 하다가, 이 세상 이별하는 날 주 앞에 가리라’, 할머니는 찬송 가사처럼 주님만 의지하고 사랑하며 사셨습니다. 저희 손주들에게 예수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식사시간에는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번갈아 가면서 식사기도를 하셨습니다.  -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어른들의 말씀 나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는 말씀을 들으면서 식사를 했습니다. 시편 22편10절에 『내가 날 때부터 주께 맡긴 바 되었고 모태에서 나올 때부터 주는 나의 하나님이 되셨나이다』 라는 시편 기자의 고백처럼 저는 태어나 자라오면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늘 말씀책을 놓지 않으시는 할머니와 부모님을 보면서 나도 이제 크면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 후 할머니가 오늘 너희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하시면서 모여 앉히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들도 이미 다 아는 것처럼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이 세상의 김일성을 믿지 않는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저 하늘나라에 계시는 하나님 아버지만 믿는다고 하셨습니다. 이 세상은 김일성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가 만드셨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도 너희도 하나님 형상으로 지으셨다고 하시면서, 학교 가서 배우는 가르침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 세상은 회칠한 무덤 같다고 하시면서, 겉보기에는 깨끗하고 화려한 것 같지만, 그 속에는 더럽고 악한 것이 가득하다고 하시면서, 세상을 죄 가운데서 구원하시려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을 이 땅에 보내주셨고, 그분이 바로 예수님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걱정 근심 고통이 없는 영원한 하늘나라 천당으로 옮김을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도 언제까지 너희들과 같이 오래오래 사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께서 부르실 때 가는데, 나중에 우리 온 가족이 천당에 모여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너희들이 자연스럽게 하늘나라에 오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바르게 믿어야 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하나님에 대해 잘 가르쳐 줄 테니, 잘 배워서 마음 가운데 믿음의 싹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 저녁이 되면, 모든 출입문과 창문을 잠그고 가려, 밖에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하고서, 할머니 이부자리 속에 다리를 넣고 함께 동그랗게 앉아, 할머니가 가르쳐주시는 찬송가와 성경 이야기를 배웠습니다.  - 찬송가집은 악보가 없이 글자만 있고, 한자로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가 하얀 공책을 내놓으셨는데, 지금까지 배운 찬송가를 할머니가 한글로 적어서 정리해 놓으신 겁니다. 그다음 배운 찬송부터는 우리들이 적어서 배웠습니다. 하나하나 배울 때마다 가슴이 뿌듯하고 기뻤습니다. - 요즘 저는 아이들이 찬송가를 배우는 모습을 보며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저희가 할머니 앞에서 찬송가를 배울 때 할머니가 이런 마음이셨구나 하면서 마음이 뭉클하면서 눈물을 흘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잠자리 들기 전에는 찬송가를 배우고, 잠자리에 누워서는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때는 아무 예고 없이 도적같이 오시기에 세상에서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지혜로운 다섯 처녀처럼 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신 중에 참신이셔서 어느 곳이든 안 계신 곳이 없고, 너희들의 생각과 입술의 말까지 다 아시는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이든지 ‘아버지 어머니’ 부르는 것처럼 ‘하나님’ 부르면서 다 이야기하면 된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우리 하나님이 들어 주신다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너희는 빛 되신 자녀들이니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빛의 자녀답게 근본을 잃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기도해 주셨습니다. ‘하나님, 이 아이들에게 믿음의 씨앗을 심었으니 쑥쑥 자라게 해 주세요. 북한 땅에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어서 마음껏 성경 말씀 보고 마음껏 찬양하고 마음껏 예배하게 해주세요.’ 이곳에서 신앙을 지키고 있는 신앙의 식구들을 눈동자 같이 지키고 보호해주시길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 기도하신 후에 하루도 빠짐없이 신신당부하신 것은,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 집안에서 있었던 일을 입도 뻥긋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누군가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라 하셨습니다. 어린 나이라, 집 밖에 나가 배운 찬송가를 흥얼거릴 수도 있고, 말 실수를 할 수도 있었지만, 하나님이 저희 입술과 마음을 지켜주셔서 실수 없이 ‘잘 모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 그리고 주일이 되면 모두 아버지 작업실로 가서 문을 잠그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양복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피해 신앙인들이 우리 집에 모일 수 있었습니다. 한 번에 다 모이지는 못하였고, 지역을 번갈아 가며 예배드렸습니다.  - 북한에서는 성경책이 참 귀합니다. 그래서 예배를 드릴 때면 아버지께서 중국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성경책과 할머니가 일제시대 때부터 본 성경책, 저희 외할아버지가 공책에 직접 필사한 성경책을 놓고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는 주로 할머니가 인도하셨습니다. 아오지에서 온 할아버지도 가끔 말씀을 인도하셨습니다. 찬양하고, 사도신경하고, 기도하고, 말씀 보고, 말씀 나누고, 기도하고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쳤습니다. 머리 맞대고 모여서 소곤소곤하면서 말씀 읽고, 찬양하고, 기도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래 예배가 그런 줄 알았습니다.  - 그런데 중국에 들어가자마자 마침 수요일이어서 예배당으로 수요예배를 드리러 가는데, 저녁이라 반짝이는 십자가 불빛이 보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붙잡아 가지 않느냐고 하니까, 목사님이 웃으면서 여기는 북한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예배당에 들어가니 모두 일인용 방석에 앉아 있고, 찬양팀이 나와 ‘우리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여...’ 손뼉 치며 즐겁게 찬양하는 겁니다. 맨 뒷자리에 앉아서 펑펑 울었습니다. 우리 할머니도 예전에는 이런 예배를 드리셨을 텐데, 아버지 작업실에서 그렇게 소리죽여 예배를 드리셨구나.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울었습니다.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시기 전에 저에게 아는 찬양이 있냐고 해서, ‘주안에 있는 나에게’, ‘하늘가는 밝은 길이’ ‘목마른 자들아 다 이리로 오라’ 등 여러 가지 찬양을 알고 있다고 하니, 찬양을 더 부르셨습니다. 두만강을 금방 건너왔는데 아는 찬양이 나오니 눈물을 멈추고 따라 했습니다. 할머니에게 배우다 보니 중국 성도들이 높일 때 저는 낮추고, 제가 높일 때 성도들이 낮추는 민망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북한이나 똑같은 하나님을 믿고, 같은 찬양을 하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 아버지가 다른 분들과 예배드릴 때는 저희들이 밖에서 놀면서 망을 봅니다. 손님이 오는지 보고 있다가 손에 천 보자기를 든 사람이 오면 뛰어 들어가 손님이 오시는 것 같다고 전합니다. 그러면 모두 흩어져 숨어있다가 손님이 가시면 다시 모여서 예배를 드립니다. 예배가 끝나면, 할머니와 어머니가 전날부터 만드신 두부와 요리를 나누어 드시고 돌아가셨습니다. 모두 어렵게 사시니, 아버지는 차비에 보태라며 용돈을 그분들께 드렸습니다. 비록 집안에서 드리는 예배였지만 너무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    □ 아버지의 순교와 뒤이은 할머니의 소천으로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 그렇게 골방 예배가 지속될 줄 알았는데, 1994년 김일성이 죽던 해에, 군 보위부 4명이 우리 집에 들이닥쳤습니다. - 아침에 학교로 나서는데 12월이라 춥다고 아버지가 끼워주신 털 벙어리장갑을 끼고 나갔는데, 학교에서 오전활동을 마치고 점심 먹으러 집에 오니 차갑고 무거운 분위기였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아버지가 항상 작업실에서 나와 맞아 주셨는데 아버지도 안 계셨습니다. 할머니가 아버지는 관리위원회 회의가 있어 갔다고 했습니다. 점심밥을 먹고 학교에 가서 제 책상에 앉으려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제 책상에 하얀 백묵으로 새끼 반동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반 친구들은 교실 뒤편에서 내게 다 들리도록 수근거렸습니다. 쟤네 아버지가 간첩이었다고 하면서 아버지가 붙잡혀 갔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두목이었고, 저희집이 반동 소굴이었다고도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자리에 털석 주저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 집에 왔더니 할머니가 그날 있었던 일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작업실에서 재단하고 있었고, 할머니는 어머니 일을 도와 부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군 보위부에서 나왔다면서 갑자기 지도원 4명이 들어왔고, 구둣발로 아버지 작업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는 것입니다. 할머니는 ‘올 것이 왔구나.’ 직감하고 벌떡 일어나 천 가방에 성경책을 다 집어넣고 옷걸이에 걸어 솜동복으로 가렸다고 합니다. 한참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아버지를 끌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성경책은 보위부에 뺏겼습니다. 다시 출입문이 열리면서 아버지가 다급하고 작은 소리로 ‘책’ 하시면서 작업실로 들어가셨습니다. 보위부 지도원들이 뒤따라 들어와서 빨리 챙기라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솜 잠바 입고 모자 쓰고 보위부로 끌려간 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 그날 저녁, 할머니가 성경책을 집 밖에 숨겨야겠다며, 비닐을 여러 번 씌워 집 앞 돼지굴 밑에 묻었습니다. 다음 날부터 가족들이 조사를 받게 됩니다. 어머니부터 조사받으러 갔는데, 아침에 간 어머니가 밤중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처럼 못 오실까 봐 마음을 졸였습니다.  - 출입문을 열고 나가면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비난의 시선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장군님 은덕으로 살면서, 미신 같은 행위를 하고, 미신 같은 책을 볼 수 있냐?’고 하면서 막말을 쏟아내었습니다. ‘너희들과 우리들은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하면서 이겨내었습니다.  - 막말과 비난보다 더 두려운 것은, 북한 보위부에서 가족 중 한 명을 데려가면, 밤에 쥐도 새도 모르게 가족들을 실어가 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밤만 되면 양말을 신고, 내복을 입고, 겉옷을 입고, 솜동복까지 입고 잤습니다. 잠이 안 오고 정신이 똑똑해집니다. 자동차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쿵쿵거리고 머리털이 솟으면서, ‘오늘 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다가 동이 트면 아침에 잠깐 눈을 붙이고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 할머니와 어머니는 보위부에서 갑자기 데려가면 사람만 싣고 갈 것이기 때문에 우리 가족을 실어다가 산골에 버려도 추운 겨울날 엄동설한을 이겨낼 준비를 했습니다. 추운 날 덮을 이불과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손 미싱, 수저와 밥그릇, 비상약, 씨앗종자를 챙겨서 하얀 천 보자기에 싸서 출입문 근처에 두었습니다. 집안에 도청장치가 되어 있어서 슬퍼하는 기색을 보이지 말라고 해서, 할머니와 어머니가 짐 싸는 모습을 보며, 조용히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습니다. 할머니가 저희들 손을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런 고통을 주려고 말씀을 가르쳐 준 것이 아니다. 이 세상을 떠난 후에 이곳보다 더 좋은 ‘영원히 사는 곳’에서 온 가족이 모여 살자고 한 것뿐이다. 성경 말씀에 예수님 이름으로 이런 고난과 핍박을 당한다고 미리 말씀 되어 있는데, 우리가 가는 길이, 이런 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끌려가신 후에 식사를 못 하시던 할머니가 감기몸살처럼 자리에 누워 며칠 일어나지 못하시더니, 성경책 숨겨놓은 것을 꺼내 오라고 하셨습니다. 가택수색을 하여 발각되면 너희들에게 더 큰 화가 될 수 있으니 성경책을 태워서 없애는 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배웠던 성경 말씀들은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성경책이 없어도 하나님이 살아계신다는 믿음만 변치 않으면 된다며, 태우라고 하셨습니다. 곧 너희 아버지도 좋은 곳으로 갈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어머니가 부엌에 내려가 성경책을 한 장, 한 장 찢어서 아궁이에 태웠고, 우리 모두 참 많이 울었습니다. - 다음 날 할머니는 손주들 손을 잡고 조용히 눈감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장례를 치르기 위해 체신소에서 친척들에게 전보를 쳤고, 친척들이 오시고 나서 저희 가정상황을 아시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붙잡혀 가시고, 그 충격으로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을 알고, 친척들은 본인들에게 화가 돌아올까 봐, 할머니를 산소에 묻고 내려오자마자 짐을 싸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함흥에 계신 고모와 고모부는 믿음의 가정인데, 며칠을 더 있으면서 저희와 어머니를 위로하시다가 가셨습니다. 함흥에 가시기 전에 어머니가 ‘고모, 이제 돌아가면 안전하지 않을 텐데, 어쩌겠소?’ 하니, 고모가 어머니에게 ‘형님, 내 걱정은 하지 마오. 내 대답은 이미 준비되어 있소. 나는 형님이 어린 조카들 데리고 이 험한 세상을 어찌 살지 그것이 더 걱정이라오.’ 하며 함흥으로 돌아갔습니다.  - 함흥에 도착하고 며칠 뒤 함흥군 보위부에서 고모집에 들이닥쳤고, 고모에게도 ‘하나님을 믿냐?’고 물었습니다. 고모가 당당하게 ‘나는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여 그 자리에서 끌려가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남아있던 고모부와 세 자녀는 함경남도 깊은 산골로 추방되었습니다. 그 후로 소식이 끊겼습니다.  - 우리 가정은 한순간에 아버지 끌려가시고, 보호막 같았던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친척들도 떠나고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나님밖에 없었습니다. 길을 가면서 하나님만 불렀습니다. ‘하나님’ 세 글자만 불러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큰 소리로 하나님을 부르면서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속으로 ‘하나님, 우리 가정 상황 다 아시죠? 지금 제 모습 다 보고 계시죠? 하나님 아버지, 소리 내어 기도하지는 못하지만, 이곳에 사는 동안 주님의 말씀대로 바르게 살도록 도와주세요. 이 믿음 끝까지 지켜서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할머니와 아버지를 기쁘게 만나게 해주세요.’ 하면서 하늘나라의 소망과 그리움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 산골로 추방되어 하나님이 고난의 행군을 견디게 하셨습니다.   - 결국 삼면이 산으로 막힌 산골로 추방되었습니다. 곧바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는데, 저희가 살던 곳에도 아사자(굶어 죽은 사람)가 많았습니다. 저희가 사는 곳은 산속이다 보니 땔나무 걱정 없이 따뜻한 방에 불을 때고 살 수 있었고, 들에 나가 풀을 뜯어 집 앞에서 짐승들을 키우면서 짐승을 팔아 식량과 생활비에 보태고, 나라에서 시킨 일을 끝내고 나서, 달빛 아래에서 나무 밑에 조그만 밭을 만들어 곡식을 심어 식량에 보태면서 생명에 지장 없이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보위부에서는 살지 못할 곳으로 추방했지만, 그곳은 우리 가족을 위해 하나님이 예비하신 피난처였고 안식처였습니다.   - 넓은 들판이나 가까운 야산에 올라가 조그만 마을을 내려다보며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속에 심겨진 살아계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은 고난들을 통해 더 확고하고 단단해져서 무엇으로도 빼앗을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로부터 배운 말씀과 찬송가를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공책에 옮겨 적으며 불렀습니다.  - 북한에서 우리가 불렀던 찬송 가사들은 그 시기 우리가 처한 상황과 심정을 대변해주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였습니다. 참 어렵고 힘든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 고난을 통하여 살아계신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아버지가 먼저 가신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과 그리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렇게 추방지에서 10년을 살았습니다.    □ 한국으로 와서 교회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 하나님이 광야와 같은 북한에서 주님의 귀한 종 태목사님을 통해서 불러내셨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와서 하나님을 마음껏 예배하고 저 땅 가운데 아직도 믿음의 사람들이 있음을 증거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북한의 영혼들을 품고 기도하는 믿음 좋은 형제를 만나 믿음의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이 자리에 저의 남편 목사님이 함께 와있는데요, 이제는 저 혼자가 아닌 두 사람이 세 자녀와 함께 믿음의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통해 뉴코리아 교회를 세워주시고 남과 북의 성도들이 함께 모여서, 하나님을 예배하며 주님께서 선물로 주실 복음통일을 준비해가는 믿음의 공동체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저 북한 땅에는 저희 가족과 같이 대대로 신앙을 지켜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꼭 기억하고,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지금 와서 돌아보면 북한에서의 모든 삶이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시편 119:71절 말씀처럼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말미암아 내가 주의 율례들을 배우게 되었나이다.』 라고 고백합니다. 다니엘기도회 참여 교회 성도 여러분, 광야 교회의 고난은 성도들의 축복입니다. 복된 길을 걷고 계신 성도님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 결어 및 기도   - 오늘 김은진 사모님을 통해 북한의 지하교회 실상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늘 북한 지하교회 기도를 하고 있었지만, 오늘 사모님을 통하여 북한 지하교회의 모습이 어떤지, 그 상황 속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하셨습니다. 어떤 분들은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이 없다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믿음의 4대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상황 속에서도 자녀들에게 계속해서 믿음의 씨앗을 심고, 믿음의 가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하교회 성도들이 얼마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관계 선교단체들은 아무리 못해도 13만에서 40만까지 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지하교회 성도들, 이불 속에서 소리내지 못하고 서로 눈짓으로 예배하고 있는 지하교회 성도들을 생각하면서, 이 시간 찬양하며 나가겠습니다. (사망의 그늘에 앉아) - 북한의 성도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 예배를 드리고, 어떻게 믿음의 유산을 남기고 있는지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이 시간 북한의 성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어쩌면 그분들의 신앙이 더 순전하고, 그분들이 가진 신앙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성도들을 위해 기도를 잘 안 하지만,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은 남한의 교회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한다는 것을 어느 탈북자에게 들었습니다. 오늘 기도회에 동참하는 14,000 교회 40만 성도들이 함께 부르짖어 기도한다면, 오늘 이 기도가 하나님의 보좌를 움직이고, 하나님이 우리 기도를 들으실 겁니다.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이 마음껏 하나님을 예배하고, 목청을 돋우어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는 그런 자유와 해방이 임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임하기를 기도합시다. 신앙 때문에 끌려가서 수용소에 갇혀 있는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주님의 이름으로 올려드리고 그들에게도 속히 자유와 해방의 날이 와서 가정으로 돌아와서 함께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 날이 임하도록 기도합시다.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과 수용소에 갇혀 있는 하나님의 사람들을 위해서 다같이 ‘주여’ 한 번 부른 후에 합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 아버지 하나님, 오늘 김은지 사모님 보내주셔서, 북한의 지하교회 실상을 듣게 해주시고 찔림과 도전을 받게 하시고, 기도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주님, 그 억압과 고통 속에서도 믿음의 유산을 자녀들에게 남겨주시고, 이불 속에서 깊은 산속에서 목청으로 찬양하지 못하고 서로 눈을 마주쳐가면서 마음속으로 예배하고 있는 사랑하는 믿음의 형제들, 주님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기 원합니다. 그들의 간구와 기도를 들어주시길 원합니다. 속히 저 북한의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주체사상이 사라지고, 고레스와 같은 새로운 지도자를 세워주셔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가게 하시고,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 선포되게 해주셔서,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이 마음껏 하나님을 예배하는 날이 임하게 하여 주옵소서. 수용소에 있는 믿음의 형제와 자매들을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그들을 생명 싸개에 보호하여 주시고, 그들이 살아 있는 동안에 통일의 날을 보게 하여 주시고, 하나님이 그들의 진정한 자유와 해방이 되시어 하나님 가정으로 돌아와 함께 예배할 수 있는 날이 임하게 하여 주옵소서. 우리 김은진 사모님과 목사님을 축복합니다. 세우신 뉴코리아 교회를 축복합니다. 그 교회를 통하여 통일을 위한 신실한 용사들이 준비되게 도와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방금 우리가 간증을 들었던 것처럼 생명의 위험을 무릎 쓰고 예배드리고 있는 북한의 지하교회 성도들, 그들은 예배를 생명처럼 귀하게 여기고, 자신의 모든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을 예배하고, 자녀들에게 믿음의 유산을 남겨주고 있는데, 이렇게 신앙의 자유가 있는 이 땅의 백성들과 나는 과연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있는지요? 형식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주님, 예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심에 감사드리고, 예배를 생명처럼 귀하게 여기게 도와주시고, 나만이 아니라 우리의 자녀들도 하나님께 예배드림이 최고의 기쁨이 되게 도와주시고, 인생의 그 무엇보다도 예배를 드림이 인생의 가장 우선순위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예배에 목숨을 거는 우리 모두가 되길 원합니다. 무엇과도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예배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예배가 우리 삶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형식적으로, 습관적으로 예배하고 있습니다. 예배를 위해 기도합시다. 두 번째는 우리 자녀들에게 믿음의 유산을 남겨주는 것을 놓고 기도합시다. 여러분이 이 땅을 떠나고 나면 여러분의 자녀들이 여러분보다 더 뜨겁게 믿음을 지키고, 예배를 드리며 살 수 있을까요?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 자녀들에게 이렇게 소중한 믿음을 남겨주지 못하고, 왜 우리는 우리 자녀들이 이 세상에서 복된 삶을 누리기만을 원했지, 저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우리 자녀들에게 가르치지 못하고, 우리 자녀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남겨주지 못하는 걸까요? 여러분, 우리의 자녀들이 다른 세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우린 김은진 사모의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앙의 유산은 지식으로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삶의 모습으로, 믿음의 씨앗이 심겨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정말로 우리 자녀에게 믿음의 유산을 남겨주길 원한다면, 우리는 믿음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믿는 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모습을 우리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들을 경험할 수 있어야 우리 자녀들이 자손 대대로 믿음의 가문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 시간 예배를 위해 기도합시다. 내가 예배를 소중히 여기고 예배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 되고, 우리의 자녀들도 그렇게 되길 원하고, 내 자녀에게 믿음의 유산을 남겨주는 신앙의 부모가 되길 원합니다. 믿음의 삶을 통해서 우리의 자녀들에게 믿음의 유산을 남겨주길 원합니다. 우리의 가문이 자손 대대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의 명문 가문이 되길 기도합시다. 다같이 ‘주여’ 한 번 부르고 자유롭게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