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 사랑의 힘 ◈
텔레비전 방송 채널을 신나게 돌리는데, 눈에 확 들어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순간 내가 아는 사람이 방송에 나온 것 같아 채널을 멈췄습니다.
입 아래만 놔두고 얼굴전체를 알아보지 못하게 처리했는데도, 난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수상한 가수’ 라는 프로로 기억합니다. 대역 연예인은 무대에 서서 립싱크로 노래를 부르고, 진짜 가수는 무대 뒤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의 프로입니다.
무대 뒤의 가수는 유명가수가 아니거나, 이전에는 유명했지만, 지금은 사람들로부터 많이 잊혀진 가수들로,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몇 명의 가수들과 겨루어 승자를 정하는 방식의 서바이벌 예능프로였습니다.
무대 뒤에서 얼굴을 가린 채 나온 사람은 우리교회 창립 주일에 두 번이나 함께해 아름다운 찬양을 들려준 ‘에메랄드 캐슬’의 지우님이었습니다.
그가 비록 얼굴을 대부분 가리고 나왔다고 하더라도, 난 금방 지우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그가 부른 노래를 듣지 못하고, 다음 순서의 가수가 노래를 부른 뒤, 결과 예상을 묻는 사회자의 말에 답을 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난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었던 것이죠.
감사하게도 1라운드는 지우님이 관중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어 이겼습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는 아쉽게 적게 표를 얻었습니다. 지우님은 자신을 대신해 무대에 선 대역 연예인에게 감사를 전하며, 우리가 잘 아는 얼굴로, 우리교회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찬양을 올리던 그 모습으로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패널로 참여한 유명 가수는 지우님을 보고, 마치 자신의 우상을 본 듯한 표정과 말로 예전의 지우님을 기억하고는, 자신의 오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말로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내가 더 행복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내가 지우님을 금방 알아본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난 이것을 ‘사랑’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랑은 ‘관계’에서 오는 것일 테지요. 지우님께 방송을 보며 문자를 했습니다.
답이 금방 왔습니다. “목사님! 제 기도도 간간히 해주세요...”
자신의 유일한 히트송이라며, ‘발걸음’을 열창하는 지우님에게, “유일한 히트송이라뇨? ‘아멘’이 있잖아요!” 했더니 “아멘!”이란 답이 왔습니다.
그래요. 내가 지우님을 알아 본 힘, 관계로부터 오는 ‘사랑’이지요. 지우님을 위해, 사랑하는 들꽃의 모든 가족들을 위해 매일매일 기도하겠습니다. 그것이 얼굴을 가린 누군가를 금방 알아보는 사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