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씨(37·여)는 생식을 섭취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달부터는 생식의 영양분 결핍을 보완하기위해 두유에 타서 마시고 있다. 사무실 출근후에는 아침에 배달되는 녹즙을 먹으며 업무 중간중간 커피나 차 대신 냉장유통주스를 마신다. 간식을 좋아하는 김씨는 유기농빵, 생과자, 냉장빵 등을 주로 찾는다. 햄버거나 치킨 대신 요즘에는 샌드위치를 선호한다.
김씨는 원래 화식, 상온음료, 양산빵 등 구매하기 쉬운 제품들을 섭취해왔다, 그러다가 최근들어 건강을 고려해 생식, 냉장음료, 유기농빵 등을 찾고 있다. 신선하고 고급스러울 뿐 아니라 맛도 있다.
쉬는 날이면 가끔 끓여먹던 라면도 기존 유탕면에서 냉면, 냉동면, 소면 등으로 바꿨다.
가정에서 조리하기위해 구입하는 제품도 달라졌다. 집안의 냉장고에는 돈육 소시지 대신 야채(콩)소비지가, 혼합간장 대신 양조간장이 가득하다. 화학조미료도 자연조미료로 대체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김씨와 같은 건강소비층이 늘고 있다. 이에맞춰 50년 가공 식품 역사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화학에서 자연으로, 육류에서 과일·채소로, 가공에서 자연그대로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기존 가공 식품들이 자연 식품을 이용한 천연 식품으로 다시 업그레이드 출시되고 있으며, 뉴카테고리 제품들이 속속들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맛의 중심을 자연에서 찾고, 건강 위주의 음식으로 소비자를 사로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 결과 화학조미료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자연조미료가 차지하고 있으며 소시지 시장은 돈육에서 야채(콩)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면류는 그동안 시장을 독식해왔던 튀긴 유탕면이 주춤하는 사이 생면, 냉동면, 소면이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으며 간장시장은 양조간장이 혼합간장의 점유율을 앞지를 태세다.
상온에서 유통되던 양념이나 음료는 냉장유통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빵시장은 유기농빵, 생과자, 냉장빵이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건강식품시장도 선식에서 생식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패스트푸드는 성인병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햄버거 시장이 주춤하고 샌드위치가 부각되고 있다.
생활수준 향상과 건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고조로 불기 시작한 채식열풍은 생식과 두유를 띄운 계기가 됐다.
생식은 화식과 달리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 파괴되는 영양분의 손실이 거의 없고 적은 양으로도 영양성분 섭취가 가능해 건강식으로 부각되고 있다. 콜레스테롤이 없고 포화지방이 적은 반면, 필수단백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두유에 타 마시면 금상첨화다. 콩을 갈아만든 두유는 콩단백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우유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식과 두유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생식과 두유 판매율이 매년 100%이상씩 신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나 과일을 갈아만든 녹즙은 최근 흡연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손상된 DNA를 회복시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는 등 그 효능이 입증되면서 건강음료로 자리잡았다.
최근들어서는 생식, 두유, 녹즙의 소비층이 여성, 어린이, 노인들에 확산되고 있고, 제품의 효능도 단순한 건강 이외에 두뇌발달, 성장식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콩으로 만든 소시지는 육류 소시지의 맛은 살려 주면서도 해로운 성분들은 대부분 걸렀다. 순수 콩단백을 사용한 콩소시지 제품은 콩단백을 60%이상 사용한 식물성 제품으로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 출시된 제품에는 합성색소 발색제 첨가제(MSG) 유해물질 등이 첨가돼 있지 않다.
풀무원 관계자는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콩 가공 제품군의 출시는 한동안 줄을 이을 것”이라며 “돼지고기 소시지 시대가 가고 콩 소시비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면 업체들도 전반적으로 기름에 튀긴 면 시장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생면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재 국내 생면 시장은 전체 면 시장의 15%에 그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전체 면 시장의 30% 이상을 생면이 차지하고 있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이 또한 소비자들이 가공하지 않은 신선한 생면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농심, 삼양식품, 한국야쿠르트 등의 라면제조업체에 이어 CJ, 풀무원, 삼립식품 등 식품업체이 가세해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태제과도 생면시장에 합류, 도전장을 내밀었다.
간장시장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혼합간장 소비는 급감하는 반면 자연 숙성 법으로 만든 양조간장은 판매량이 급속히 늘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건강을 생각해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양조간장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때 소비자 10명 중 8, 9명이 혼합간장을 사먹었으나 최근엔 6명 선으로 뚝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고급지향, 건강지향으로 바뀌면서 자연숙성방식으로 제조된 양조간장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연식품 위주로 제품이 바뀌면서 주스에 이어 양념, 파이, 베이커리 등의 전통적 상온제품들도 빠르게 냉장 유통화되고 있다. 음료 업체들은 전형적인 상온유통 제품인 페트병에 담긴 오렌지 주스 대신 콜드 체인망을 통해 냉장 매대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들 제품은 페트병 주스의 유통기한이 1년 가량인데 비해 유통기한을 10∼15일로 책정, 신선도를 강조하며 빠르게 페트병 주스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캔 커피 시장도 생 우유가 첨가된 냉장 유통‘컵’제품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컵커피는 그 동안 인스턴트 캔커피 맛에 식상해 있던 소비자들에게 고급스러운 맛과 톡톡 튀는 패션음료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기존 캔커피가 인스턴트 커피분말, 전지분유, 탈지분유 등을 사용해 커피맛을 내는 데 비해 컵커피인 카페라떼는 생우유를 100% 사용해 맛이 신선하고 부드럽다.
양념장과 베이커리 제품도 냉장유통용으로 출시되고 있다. 기존 제품에 비해 고급이미지를 주면서도 신선함으로 승부하겠다는 의도다. 이들 제품은 상온 매대에서 판매되고 있는 타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해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CJ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자연주의 물결이 차세대 식품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며 “새롭게 부각되는 제품들이 3∼4년내에 기존 제품을 밀어내고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