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둘째 주 한국 갤럽 여론 조사에 나타난 최근 논란이 많은 우리사회의 주요 이슈와 대통령국정수행평가 그리고 정당지지에 관한 여론동향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북 인식
☞북한 미사일 발사 한반도에 위협적이다 71%
☞ “ “ 위협적 이지 않다 24%
○북한 핵 미사일에 대한 대응
☞평화.외교적 해결 노력 계속 61%
☞군사적 해결책 필요 32%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과 군사적 협력:
☞필요하다 49%
☞필요하지 않다 44%
○대통령 직무수행:
☞잘하고 있다 28%
☞잘못하고 있다 63%
○정당 지지도:
☞국민의 힘 32%
☞더불어 민주당 38%
☞정의당 3%
☞무당층 25%
◎10월 2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개요
조사기관: 한국갤럽
조사기간: 10월11일-13일
대상: 전국 민 18세 이상 1002명
표본오차: 플러스 마이너스 3.1% 포인트(95% 신뢰 수준)
지난 11일 국민의 힘 정진석 비대 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조선은 일본의 침략이 아니라 썩어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과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는 취지의 글을 두고 야당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권에서 지지자들을 의식해서 정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증폭시켜 친일 논쟁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1590년 3월 6일 조선 조정은 통신사를 일본에 파견해 실정을 정탐하게 했다. 일본에서 귀환한통신사 일행은 1591년 3월 조정에 상반된 보고를 내놓게 된다. 통신사의 정사(正使)인 황윤길(黃允吉)은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야망이 특출한 자로 틀림없이 쳐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사(副使)인 김성일(金誠一)은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별 볼일 없는 자로, 전란의 징조는 없다. 황윤길이 장황하게 아뢰어 민심을 동요시킨다”고 보고 했다. 조선정찰대의 보고서가 이렇게 서로 다른 것은 황윤길과 김성일이 서로 다른 당파인 서인과 동인으로 갈라져 이있었기 때문이다. 조정에서는 결국 부사인 김성일의 의견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국서에는 이미 명나라를 침략한다는 ‘정명가도’가 있었기 때문에 조선 침략에 대한 암묵적인 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1592년 일본군 선봉대가 부산포로 쳐들어와 2개월도 채 못되어 전국토가 유린되었고 선조와 세자는 평양으로 피난였다. 한산대첩등 해전의 승리로 일본의 해상 작전이 좌절되었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유학자들과 농민이 주축이 된 의병이 일어나 육상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조선과 강화가 결렬되자 1597년 왜군이 다시 침입했으나 육지에서는 권율 장군에게 패하고 해상에서는 이순신장군에 패하여 7년에 걸친 전쟁이 끝났다.
후금은 1636년 국호를 청으로 바꾼 뒤 조선에 대해 군신 관계를 요구해 왔다. 조선이 명나라를 의식하여 청의 요구를 거절하자 병자호란을 일으켰다. 청군이 한양에 입성하자 인조는 황급히 남한 산성으로 피신했다. 청군은 남한 산성을 포위했다.
이 와중에 신하들은 주전(主戰)파와 주화(主和)파로 나뉘어 논쟁을 벌였다. 예조 판서 김상헌은 주전파의 대표로 항전을 주장했고, 이조판서 최명길은 주화파의 우두머리로 화친을 주장했다. 김상헌은 명분을 고집한 반면 최명길은 현실을 고려했다. 1637년 1월30일 인조는 청나라 태종앞으로 나아가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의 예를 올렸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항복장면이었다.
소설 남한 산성의 저자 김훈은 ‘주전파의 말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 였으며, 주화파의 말은 실천 가능한 치욕이었다’고 적고 있다.
황윤길과 김성일 그리고 김상헌과 최명길이 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다른 인식과 해결책을 고집하는 가운데 조선은 왜구와 청나라에 치욕을 당하며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지만 정진석 국민의 힘 비대 위원장의 페이스북 메시지 취지는 내부에서 상반된 이해 관계로 인하여 격화되는 적전분열이 외부 침략자에게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제공하여 스스로 패전의 굴레를 써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말을 강조하려다 지나쳤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맹자(孟子) 등문공 하에서 내부의 적이 일으키는 재앙의 심각성을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무릇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후에 남이 업신여기고, 집안도 반드시 스스로 망친후에 남이 망치고, 나라도 스스로 공격한 뒤에 남이 공격한다. ‘서경’의 태갑에서 ‘하늘이 만든 재앙은 오히려 피 할 수 있어도 스스로 만든 재앙에서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한 것은 바로 이것을 말한 것이다.
오자서 병법에서 백성을 해치는 내부의 적을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오자서는 초나라에서 충의로 이름을 떨치던 가문 출신이다. 대대로 충성을 다했으나 오자서의 아버지와 형은 간신의 모함을 받아 살해당하고, 그 자신은 망명객 신세가 되었다. 그는 복수를 위해 오나라 왕 합려를 찾아가 신생 오나라를 이끌고 당시 패자를 자임하던 대국 초나라를 쓰러뜨리고 부모와 형의 복수를 한 인물이다.
오자서 병법에 나와 있는 백성을 해치는 쳐내야 할 내부의 적 열가지:
신분이 귀하나 의(義)가 없고, 부유하나 베풀지 않는 자.
부형에게 효도하지 않고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자.
동생에게 자애 롭지 않고 차례를 따르지 않는 자.
시장에서 값을 후려 쳐서 강제로 매입하는 짓을 일삼는 자.
동리에 기거하면서 정직하지 않고, 강폭하여 이장의 말을 듣지 않으며, 이장에게 고하지 않고 함부로 동리를 출입하는 자.
군주(공)의 후손으로서 그 이웃을 난폭하게 대하고 업신여기는 자.
관리가 되어 바르지 않고, 법을 구부려 일부러 일을 어렵게 만들어 소송인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는 자.
밭에서 일하기를 기꺼워하지 않고, 여기 저기 드나들며 떠돌이 노릇을 하는 자.
걸핏하면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고, 어울려 다니지 만 친애하는 이가 없고, 남을 배반하기를 즐기는 자.
위 이야기는 오자서 병법 제8장에 나와 있습니다.
조직의 경우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을 오도하는 간신도 내부의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동기로 조직내부의 부조리나 비리를 밀고하는 whistleblower(밀고자)도 내부의 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은 양심의 발로라고 하지만 조직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신 행위입니다. 못마땅한 점이 있으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경영진에 건의하고 시정의 가망이 없으면 그 조직을 떠나는 것이 바람직한 처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전에 기업경영과 인재 계발에 탁월한 견해와 철학으로 미국기업인들의 존경을 받아온 짐론(Jim Rohn)은 개인의 인격과 잠재능력 발휘에 장애가 되는 다섯가지내부의 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첫째 두려움(Fear)
둘째 우유부단(Indecision)
셋째 의구심(Doubt)
넷째 염려(Worry)
다섯째 의기소침(Over Caution)
위에 열거한 다섯가지는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사람의 행동을 제약하고 개인의 진취적인 성향을 마비 시키는 내부의 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부정적인 성격 인자들입니다.
한비자(韓非子)에서는 특히 불우한 환경에 처한 아랫사람에게 무례하게 굴어 모함을 당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비자 내저설 하편에 나오는 예화입니다.
제(齊)나라 중대부(中大夫)에 이사(夷射)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임금님을 모시고 술을 마시다가 몹시 취하였으므로 술자리를 피하여 나와서 대궐 낭하의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문지기인 형벌을 받아 발을 베인 자가 그의 앞에 와서 말하였다. ‘대부님, 남은 술 한잔 내려 주시지 않겠습니까’
이사가 꾸짖어 말하기를
‘저리 비켜라. 죄수 출신인 놈이 어떻게 감히 대부에게 술을 달라고 한단 말이냐’
발 베인 문지기는 달아나 버렸다.
이사가 나간 뒤 이사는 대권 낭문의 낙수 물받이에 물을 버려서 마치 오줌을 눈 흔적처럼 만들어놓았다. 이튿날 임금이 나와서 꾸짖었다. ‘여기에 누가 오줌을 누었느냐’ 문지기가 아뢰었다. ‘신은 누가 오줌을 누었는지 보지 못하였습니다만 어제 증중대부 이사가 여기에 서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인하여 왕은 이사에게 벌어 주어 사형에 처 하였다고 한다.
춘추오패인 초나라 장왕을 보필하여 패자의 지위까지 오르게 보좌한 재상 손숙오 이야기 입니다.초나라 호구(弧丘)에 사는 한 노인이 하루는 손숙오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에 사람들에게는 미워하고 원망하는 세가지 대상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언지 알고 계십니까?’
손숙오가 모르겠다고 하자 노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작위가 높은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그를 시기 합니다. 벼슬이 큰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그를 미워합니다. 녹봉 많이 받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그를 원망합니다.’ 노인이 한 충고의 뜻을 안 손숙오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저는 직위가 높아 지면 높아 질수록 뜻을 더욱 낮출 것입니다. 저는 벼슬이 높아 지면 높아 질수록 욕심을 더욱 적게 가질 것입니다. 녹봉이 많아 지면 많아 질수록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베풀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미움과 원망에서 벗어 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손숙오는 병이들어 죽음을 맞을 때 아들에게 유언했습니다. ‘왕은 자주 나에게 봉지(封地)를 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왕이 너에게 봉지를 주려고 할 것이다. 그때에는 절대 로 기름진 땅을 받지 말거라. 초나라와 월나라 중간에 침(寢)이라는 그다지 높지 않은 산지(山地)가 있는데, 그 땅은 기름 지지도 않고 그다지 좋지도 않다. 그래서 누구도 그 땅을 바라지 않는다. 그 땅을 봉지로 받아라.’
손숙오가 죽자 왕은 손숙오의 아들에게 좋은 땅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손숙오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침(寢)지역 구릉 지대를 봉지로 받았습니다. 그 후 왕권의 교체와 권력투쟁속에서 좋은 땅을 받은 귀족과 신하들은 그 땅 때문에 멸문의 재앙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손숙오 후손 들만은 오랫동안 땅을 유지한 채 가문의 맥을 이을수 있었습니다. 손숙오의 유언 때문에 그의 후손들은 재앙을 피 할 수 있었습니다.
손숙오의 이야기에서 생겨난 고사성어가 ‘호구지계(狐丘之戒)’입니다. 호구지계는 한 노인이 ‘호구’에서 한 경계’라는 의미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사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지금까지 공직자나 개인이 직무를 수행하거나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내부의 적이 초래할 나쁜영향을 여러 사례를 통하여 알아 보았습니다.
여러가지 다양한 내부의 적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오늘 이야기의 초점이 다소 흐려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내부의 적을 어떻게 잘 관리하고 극복하는가에 따라 개인과 나라의 생존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