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방유취 권2 / 총론(總論)2○《동원시효방(東垣試效方)》 〈약상문(藥象門)〉
표본(標本)과 음양(陰陽)에 관한 이론〔標本陰陽論〕
하늘[天]은 양(陽)이고 텅 비었으며[無], 동그랗고[圓] 기운[氣]을 주관하며, 위쪽[上]에 있고 밖[外]에 위치하며,
살리는 것[生]과 관련되고 떠 있으며[浮], 올리는 기능[升]을 담당하고 낮[晝]에 해당되며, 움직이고[動] 가벼우면서[輕], 건조하고[燥] 육부(六腑)[六府]와 연관된다.
땅[地]은 음(陰)이고 차 있으며[有], 모나고[方] 피[血]를 주관하며, 아래쪽[下]에 있고 안[內]에 위치하며, 죽이는 것[殺]과 관련되고 가라앉아 있으며[沈], 내리는 기능[降]을 담당하고 밤[夜]에 해당되며, 조용하고[靜] 무거우면서[重], 습하고[濕] 오장(五臟)[五藏]과 연관된다.
무릇 질병을 치료하려면 표본(標本)에 대해 알아야 한다. 몸을 가지고 말하자면 몸 밖이 표(標)이고 몸 안은 본(本)이며, 양(陽)이 표이고 음(陰)은 본이다. 그러므로 육부(六腑)[六府]는 양(陽)에 속하므로 표(標)가 되고, 오장(五臟)[五藏]은 음(陰)에 속하므로 본(本)이 되니, 이것이 장부(臟腑)에 나타난 표본(標本)이다.
또한 오장육부는 안에 있어서 본(本)이 되고, 각 장부의 경락(經絡)은 밖에 있어서 표(標)가 되니, 이것이 장부와 경락의 표본이다. 여기에 다시 몸의 장부ㆍ음양ㆍ기혈ㆍ경락에도 각각의 표본이 있다.
질병을 가지고 말하자면 먼저 질병이 깃든 곳이 본(本)이고 나중에 질병이 전파된 곳이 표(標)이다. 무릇 질병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그 본(本)에 해당하는 것을 먼저 치료하고, 표(標)에 해당하는 곳은 나중에 치료해야 한다. 표에 해당하는 곳을 먼저 치료하고, 본에 해당하는 곳을 나중에 치료하면, 사기(邪氣)가 더욱 심해져서 질병이 더욱 쌓이게 된다. 그 본에 해당하는 곳을 먼저 치료하고, 표에 해당하는 곳을 나중에 치료하면, 질병에 10여 가지 병증이 있더라도 모두 없어진다.
만약 가벼운 질병[輕病]이 먼저 생기고, 나중에 심각한 질병[重病]으로 악화되었다고 하자. 그래도 역시 가벼운 질병을 먼저 치료하고, 심각한 질병을 나중에 치료한다. 이렇게 해야 사기(邪氣)가 복종하게 된다. 대체로 그 본을 먼저 치료한 덕분이다.
그런데 중만(中滿)이 발생했다면 표본(標本)을 따지지 말고 중만부터 먼저 치료하니, 중만은 위급하기 때문이다. 중만에 걸린 다음에 대변ㆍ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이 역시 표본을 따지지 말고 우선 대변ㆍ소변을 잘 나오게 한 후에 중만을 치료하니, 대변ㆍ소변이 막히는 증상은 더욱 위급하기 때문이다. 잘 나오지 않는 대변ㆍ소변과 중만 3가지를 제외하면 모두 그 본(本)을 치료해야 하니, 이 내용은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오장(五臟) 및 오행(五行)의 순서에 비추어보아 앞쪽에서 다가오는 것이 실사(實邪)이고 뒤쪽에서 다가오는 것은 허사(虛邪)이니, 이것이 ‘자식이 어미를 부릴 수 있는 것이 실(實)이고, 어미가 자식을 부릴 수 있는 것이 허(虛)이다.’라는 것이다. 그 치료법에서는 ‘허(虛)하면 그 어미를 보양(補養)하고, 실(實)하면 그 자식을 사출(瀉出)한다.’라고 하였다.
가령 간목(肝木)[肝]에 심화(心火)의 사기(邪氣)가 깃들었다고 하자. 이것은 앞쪽에서 다가오는 것으로 실사(實邪)가 되므로, 마땅히 그 자식인 화(火)를 사출해야 한다. 하지만 직접 그 화를 사출하는 것은 아니다. 십이경(十二經) 내에도 각각 금(金)ㆍ수(水)ㆍ목(木)ㆍ화(火)ㆍ토(土)가 있으므로, 당연히 목(木)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화(火)를 사출해야 한다. 따라서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의 〈표본병전론(標本病傳論)〉[標本論]에서는 “질병이 그 본(本)에서 표(標)로 이동할 때는 우선 본을 치료하고 표는 나중에 치료한다.”라고 하였다.
우선 본을 치료한다는 것은 이미 간(肝)에 화사(火邪)가 깃들었으므로, 먼저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肝經]의 오혈(五穴) 가운데 형심혈(滎心穴)ㆍ행간혈(行間穴)을 사출한다는 것이 이것이다. 표를 나중에 치료한다는 것은 수소음심경(手少陰心經)[心經]의 오혈(五穴) 가운데 형화혈(滎火穴)ㆍ소부혈(少府穴)을 사출한다는 것이 이것이다. 약물을 가지고 말하자면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肝經]에 들어가는 약물을 인약(引藥)으로 삼고, 심화(心火)를 사출하는 약물을 군약(君藥)으로 삼으니, 이것이 실사병(實邪病)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가령 간목(肝木)[肝]에 신수(腎水)[腎]의 사기(邪氣)가 깃들었다고 하자. 이것은 뒷쪽에서 다가오는 것이 허사(虛邪)가 된 경우이므로, ‘허(虛)하면 그 어미를 보양(補養)한다.’는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의 〈표본병전론(標本病傳論)〉[標本論]에서는 “질병이 그 표(標)에서 본(本)으로 이동할 때는 우선 표를 치료하고 본은 나중에 치료한다.”라고 하였다.
몸에 이미 수사(水邪)가 깃들었을 때는 우선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腎經]의 용천혈(涌泉穴) 중에서 목(木)을 보양(補養)해야 하니, 이것이 ‘표를 치료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肝經]의 곡천혈(曲泉穴) 중에서 수사(水邪)[水]를 사출(瀉出)하니, 이것이 ‘본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표를 우선 치료한다’는 것도 그 깊은 이치를 따져보면 역시 그 본을 치료하는 것이다. 약물을 가지고 말하자면 족소음신경(足少陰腎經)에 들어가는 약물을 인약(引藥)으로 삼고, 족궐음간경(足厥陰肝經)을 보양하는 약물을 군약(君藥)으로 삼는 것이 옳다.
[주-B001] 권2 : 일본 궁내청 서릉부의 《의방유취(醫方類聚)》 원본을 살펴보면 《의방유취》 권2 본문의 첫면부터 몇 장이 없다. 본문 첫장의 판심(版心)에는 ‘유취(類聚) 이(二) 십(十)’라고 되어 있다. 《의방유취》 권2 10번째 장이라는 의미이므로, 《의방유취》 권2의 1~9장은 없는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유취(類聚) 이(二) 십(十)’에 장서인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1~9장은 없었던 상태라고 판단된다.
[주-C001] 동원시효방(東垣試效方) : 중국 금(金)나라 이고(李杲)가 1266년에 편찬한 9권짜리 의서로서 《동원선생시효방(東垣先生試效方)》 또는 《동원효험방(東垣效驗方)》라고도 부른다. 총 24문(門)에 걸쳐 약상(藥象)을 비롯한 각종 병증을 다루고 있다.
[주-D001] 질병이 …… 치료한다 : 이 문장과 관련하여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표본병전론(標本病傳論)〉에서는 “질병이 발생하여 그 기세가 넘치면 그 본(本)에서 표(標)로 이동하는 것이니, 우선 본을 치료하고 표는 나중에 치료한다.[病發而有餘, 本而標之, 先治其本, 後治其標.]”라고 하였다.
[주-D002] 인약(引藥) : 인경약(引經藥) 또는 약인(藥引)이라고 한다. 질병별 병소(病所)로 곧장 침투하는 특정한 약물을 가리키는데, 처방 중에서는 사약(使藥)에 해당한다. 태양경병(太陽經病)에 강활(羌活)ㆍ방풍(防風)을 사용하거나 소양경병(少陽經病)에 시호(柴胡)를 사용하는 따위이다.
[주-D003] 질병이 …… 치료한다 : 이 문장과 관련하여 《황제내경소문(黃帝內經素問)》 〈표본병전론(標本病傳論)〉에서는 “질병이 발생하여 그 기세가 부족하면 그 표(標)에서 본(本)으로 이동하는 것이니, 우선 표를 치료하고 본은 나중에 치료한다.[病發而不足, 標而本之, 先治其標, 後治其本.]”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