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꽃
별을 닮아서 별꽃인가? 아니면 별이 되고 싶어 한다고 해서 별꽃인가?
길가나 밭둑에서 쉽게 볼 수가 있고 만나게 되는 작고 앙증맞으며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많은 꽃 가운데 하나이다. 종류도 많다. 별꽃, 쇠별꽃, 개별꽃, 덩굴개별꽃, 큰개별꽃, 벼룩나물, 유럽 점 나도 나물, 점 나도 나물, 벼룩이 자리, 개미자리 등. 밤하늘을 밝히는 수많은 별들의 전설만큼이나 신비롭고 개성이 강한 이미지는 아니지만 나름 조화를 이룬다. 하얀 꽃잎이 바람에 하느작거리면 연약한 소녀가 바람 속에 목에 감은 머플러를 나풀거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자욱한 안개속의 미로를 걸어가는 느낌을 주는 약간의 두려움과 호기심이 반반인 긴장감이 온 몸을 지배하는 기분 좋은 감정의 순간을 제공하는 것 같은 안개꽃의 이미지와 비슷하지만 안개꽃처럼 가물거리는 신비감도 떨어지고 아기자기하며 가슴에 살포시 끌어안고 싶은 욕망을 부채질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보거나 만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몰입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어 잠시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생김새와 다르게 눈에 확 들어와 감성을 자극하는 몸짓과 주변 환경에 어울리는 독특한 조화력에 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심한 상태라면 그냥 지나치게 되지만.
아이들은 꿈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그 꿈은 점점 작아지거나 현실적인 것으로 변해가는 특징을 보이지만 순수하고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천진무구한 눈으로 바라보고 무한의 상상력 그리고 보고 듣는 것들에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최고의 것을 선택한다. 새로운 과학기술과 학문의 발달과 더불어 세분화와 전문화로 점점 더 다양성해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에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의지를 피력한다. 어려서부터 집 외에도 어디서나 쉽게 접하는 TV나 인터넷 그리고 휴대폰 등을 통한 영상물과 음악 등에 노출이 빈번해 더 빠르게 형성되는 이유도 무시하지 못한다. 젊어서 앞날에 대한 고민으로 잠 못 이루며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청춘들에게 “밤을 잃은 그대에게”라며 잠시라도 고민에서 해방되기를 기원하는 음악과 격려의 말들을 전하던 라디오 방송에 심취하였다. 사랑과 직업선택과 취업문제는 가장 핵심적이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늘 애간장을 태우게 한다. 지금도 사교육으로 문제가 되지만 대학진학은 바로 다른 사람보다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희망사항이었다. 그것도 일류대학이면 두말할 것 없이 집안의 경사라고 동네잔치까지 벌리는 경우도 있었다. 한정된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이야 외국어 하나쯤은 능통해야 하는 것이 당연시 여기지만 유학을 가기 위함이 아니면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꽃말은 추억, 밀회, 추상이다.
개별꽃의 효능은 비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고, 진액을 늘려주며, 익기, 정신피로, 건망증, 불면증, 통경, 치질, 종기 등의 치료. 뿌리를 태자삼太子蔘이라 부른다. 성분은 아미노산, K, Zn, Mn, Fe, Cu 등 함유.
어려서부터 늘 어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지만 다른 것들 보다는 별에 대한 꿈과 상상 그리고 경이와 친근감은 그 어느 대상보다도 호감도가 높다. 수많은 이야기를 탄생시킨 별들의 전설은 환상처럼 몽환적인 세계로 인도를 했다. 동화의 소재로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닮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만드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고향은 언제나 돌아가고픈 어머니의 가슴과 같듯이 별들도 잃어버린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타향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고향을 떠올린다. 같은 하늘 아래 이지만 너무도 먼 고향을 돌아갈 수 없기에 더 그립고 아쉬움만 가득하여 한숨 속에 접는 마음은 애달프다. 젊은 시절에는 이루고자 하는 꿈과 희망을 위해 열정을 다해 매진하다 보면 다른 것에는 눈도 주지 않고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사랑과 이별도 있고 성공과 실패로 좌절과 환희를 맛보면 곡식과 열매들처럼 익어간다. 그러다 나이가 들어가며 추억을 먹고 사는 때가 되면서 회상에 젖는 시간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별에 대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을 때린다. 후회도 있고 아쉬움과 그리움이 교차한다. 늘 잊지 못하였으면서 바쁘다고 몸이 피곤하다고 의식적으로 잊고 살았던 자신을 탓한다. 빛이 바랜 사진 속에 정다운 얼굴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더욱 외로움과 추억들이 가슴을 때린다. 언제나 어린아이가 되는 고향의 정취는 이제 사진 속에만 존재하는 아스라한 과거가 되어 버린 지 오래지만 가슴속에는 코흘리개로 뛰놀던 골목길과 학교운동장 등이 눈에 선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죽마고우竹馬故友와 수구초심首丘初心에 대한 찐한 감성이 자리를 한다. 꿈을 꾸듯이 눈가에 아롱거리는 수많은 추억들이 재삼 눈가를 붉게 만든다. 고향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삭막한 도시의 아이들에게 별에 대한 이야기도 별나라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더불어 꿈도 희망도 경쟁이란 치열한 다툼 속에 도태되고 낙오된 슬픈 초상화가 거리를 배회한다. 이제 새로운 세대에 대한 또 다른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준비할 때다.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를 좁힐 필요는 없다. 이상은 늘 이상으로 존재할 때 가치가 있다. 실현 가능성은 늘 노력을 필요로 하니까?
별꽃이 핀 들판에도 또 다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