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임기시 방문(中國臨沂市 訪問)
/ 석계 윤행원
中國 臨沂市는 한국인에게는 아직까지는 생소한 도시다.
면적이 남한의 1.5배인 산동성 남동부에 자리 잡고 있는 임기(lynyi)시는 산동성에서 인구(1,080만)가 가장 많고 면적이 넓은 곳이다. 위치는 34도~38도 한국과 비슷한 위도에 있다. 기온도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는 선명한 4계절이다.
인천공항에서 약 1시간 정도 비행기에 앉아있으니 어느새 청도에 도착한다. 어쩌면 제주도 보다 가깝다. 중국은 먼 나라가 아닌 아주 가까운 이웃나라라는 걸 실감한다. 청도에서 버스로 4시간 정도 달리면 산동성 남동부에 자리잡은 임기시에 도착한다.
삼국시대 촉한(蜀漢)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전략가인 제갈공명이 태어난 곳이라 해마다 제갈량문화축제가 열린다. 손무의 손자병법이 발견된 도시라 하여 자랑스럽게 여기는 도시다. 특히 서성왕희지(書聖王羲之 303-361)가 태어난 고향이다. 수려한 풍광과 다양한 관광자원을 갖춘 지금도 계속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職工之家’라는 간판이 붙은 말하자면 ‘노동자의 집’이다. 이름보다 거대한 신축건물 안에 있는 호화호텔에서 짐을 풀었다. 널따란 객실에 잘 정돈된 침대가 깨끗하고 쾌적하다.
국제친선협회 회원17명을 맞이하는 임기시의 우정이 따뜻하고 친절하다. 임기시 인민정부 당비서가 보낸 공무원 3명이 그 먼 곳에서 관용버스로 청도까지 와서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를 안내한다. 저녁엔 문화부 부장을 비롯하여 당 간부 몇 명과 함께 환영만찬으로 양국 간의 친선우정(親善友情)을 즐기게 된다. 하나같이 친절하고 따뜻하고 대접이 자상하다.
아침이면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시내 문화행사장으로 안내를 하고 저녁이면 또다시 만찬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특히 인상적이고 불가사의한 것은 이곳 문화국장의 놀라운 투시력(透視力)을 보게 된다. 어떤 글자를 써도 보지 않고 알아맞힌다.
비밀로 쓴 글자를 동동 말아서 주면 귀에다 대기도 하고 이마에 붙이기도 하더니 그 글자를 틀림없이 알아맞힌다. 놀라운 능력이다. 한글로 ‘사랑’을 썼는데 한글을 전연 모르는 그가 사랑을 써 보여준다. 두 번째는 ‘人格’을 맞히고 세 번째는 내가 글자를 낸다. 詩를 종이에 쓰는데 마지막 寸을 붙이는데 잉크가 나오지 않아 몇 번이나 연거푸 썼는데 그것마저 알아맞히는 것이다.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임기시에선 그 사람 한 사람만이 그런 재능을 가진 독특한 분이라고 옆에 있는 중국측 연극연출가 분께서 귀띔을 한다. 한국에 오면 KBS나 어느 방송국에 출연하더라도 여행경비는 나올 것이라고 모두들 탄복을 한다.
우리는 3일간을 한결같이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중국의 대표적인 술 白酒(배갈)도 어지간히 마셨다. 그 분들의 등살에 안 마실 수가 없다. 손뼉을 치고 마시고, 노래 한 곡 하고 마신다. 그런 분위기가 그런대로 재미있고 유쾌하기도 하다.
이튿날 정오에는 고위직 당 비서(임기시 市長)가 직접 가족과 함께 우리들 일행 중 다섯 사람을 특별 초빙한다. 당 비서라면 막강한 권력자다. 미남형 모습에 너그럽고 매력 있는 신사다. 우리는 임기시에서 가장 화려한 음식점에서 최고의 식사를 즐기게 된다. 세련되고 우아한 매력을 가진 부인과 천재들이 모인다는 북경대학을 나온 아름다운 딸과 그 친구...해서 모두 9명이 유쾌한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술잔이 오고 가고 모두가 와인으로 얼큰한 취기가 무르익을 때 나에게 노래를 신청한다.
나는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이탈리아 칸쵸네 ‘돌아오라 소렌토로’를 원어(原語)로 부르고 나니 박수가 요란하다. 앙코르 곡으로 당 비서가 팝송 부탁을 해서 The G-Clefs 가 부른 ‘I understand’를 불렀다. 시장 사모님이 오페라 아리아 한 곡을 익숙하게 불러 모두들 놀란다. 음대(音大)출신 답게 대단한 실력이다. 우리측 회장 부인도 음대 성악가 출신이라 한국 가곡을 유창하게 뽑아낸다. 영애(令愛)가 화답으로 친구와 같이 중국노래를 한 곡 부른다. 앙코르까지 하니 한 곡을 더 부르는 모습이 싱싱하고 아름답다. 수재형(秀才形) 아가씨인 데다 영어도 유창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공손하고 자연스럽다. 술을 잘 못하는 남편대신 부인이 그 술을 감당하면서 그것이 자기의 내조(內助)라고 웃는다. 현명하고 따뜻한 부인이다. 흥에 겨운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더욱 화기애애 해 진다.
언제나 일과(日課)는 정해져 있다. 아침에 공무원이 먼저 와서 버스를 대기하고 있다가 서예전시관, 임기서 박물관 그리고 왕희지 고택을 두루 구경했다. 특히 무성(武聖) 손무의 손자병법 원본이 보관되어 있는 한묘 죽간박물관(竹簡博物館)에 갔다. 그 당시엔 종이가 귀해서 대나무에 손자병법을 써 놓은 것을 보게 된다. 저녁엔 일제의 탄압에 맞서는 팔로군의 활동을 보여주는 연극을 2시간 넘게 관람했다. 임기시서성문화제(臨沂市書聖文化祭) 개막식에 맞추어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모두들 대단한 열연이다.
돌아오기 전날 저녁엔 호텔4층 별실에서 임기시와 인천시의 친선문화교류 조인식을 거행했다. 참석한 양국 사람들의 힘찬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임기시는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란 걸 보게 된다. 곳곳에 큰 건물을 신축하고 있고 아파트 지붕과 층간 사이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가 이색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밤엔 건물마다 불빛이 휘황찬란해서 전기가 넉넉하다는 걸 알게 된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이번 여행은 감격이고 감동과 함께 찬란한 추억이 될 것이다.
우리들 삶은 때로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여행을 통해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세계를 다시금 이해하게 된다. 보람 있고 기분 좋은 여행은 우리들 인생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2013년9월X일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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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溪 尹幸遠 略歷
(사)韓國文人協會會員
(사)韓國隨筆家協會/ 運營委員長 (역임)
실버넷뉴스교육문화부/ 부장(역임)
실버넷뉴스시민사회부/ 부장(역임)
재경합천문인회/ 회장)(역임)
(사)국제친선문화교류협회/ 理事
한국문학방송.com/ 전문위원
韓國隨筆作家會/ 理事
한국詩사랑동인
韓國文學 元老大賞 受賞
文藝春秋 顧問
합천신문논설위원
조선일보/ 인천일보/ 한국일보/ 평택신문/ 평택시민신문/ 합천신문 칼럼기고
수필가/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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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군 초계면 대평리 출생
1994년 에세이집 '하고싶은 말 다 하지 말거래이' 대일문화사
2005년 수필집 '애차가(愛車家)' 전자책. 한국문학도서관
2006년 수필집 '나이 따라 사는 재미' 한국수필출판부
2007년 詩集 '바람처럼 살리라' 도서출판 글벗
2008년 수상집 '사람구경' 도서출판 글벗
2009년 詩集 '세월의 흔적' 도서출판 글벗
2010년 윤행원 詩選集 '은밀한 유혹' 선우미디어
2013년 윤행원 隨想選集 '휘파람새의 자녀교육' 문학방송.com
2014년 윤행원 詩集 '아버지의 사랑' 문학방송.com
2022년 石溪評說集 '아름다운 사람들' 문학방송.com
e-mail: harvard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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