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요 '백만 송이 장미(Million Allich Roz)' 이야기
러시아 최고 국민 가수 알라 푸가초바(Alla Pugatcheva)가 1980년대에 부른 노래로 원제는 ‘밀리온 알르흐 로즈(백만 송이 장미)’로 가사는 심수봉이 부른 노래와 다르다. 푸가초바의 노래는 할머니가 손자에게 옛날 얘기를 해주듯 슬픈 사랑의 얘기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그대로 들려주고 있다.
옛날 옛적에 한 가난한 화가가 살았네 그는 집과 캔버스를 갖고 있었지 화가는 한 여배우에 푹 빠져 버렸다네 그러나 그녀는 오직 꽃만 사랑했다네 그래서 화가는 집도 그림도 모두 팔았네 화가는 집과 그림을 판 모든 돈으로 온 세상 꽃을 모두 샀다네...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 가사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어오라는 진실한 사랑을 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후렴)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 나라로 갈 수있다네
러시아에서 가장 슬프고 아름다운, 푸가초바의 노래 배경이 된 사랑의 전설은 실존 인물의 얘기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엽, 지금은 위대한 화가로 추앙받는 니콜라이 피로스마니쉬빌리(Nikolay Piromanishvili, 1862~1918)의 얘기다. 니콜라이 피로스마니쉬빌리는 흔히 니코 피로스마니로 불리며 그냥 니코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에 위치한, 러시아 남서부 카프카스 지역의 그루지야는 19세기 당시 러시아에 속해 있었다. 여기서 가장 큰 도시 티플리스(그루지야의 수도 트빌리시의 옛 이름)에 한 화가가 살고 있었다.
화가의 이름은 니코 피로스마니. 니코는 당시에 화가라기보다는 그냥 칠장이 또는 간판장이로 불렸을 뿐이었다. 당시 그의 본업이 간판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티플리스 근교에는 유명한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많은 주민들이 일이 끝난 뒤에는 경관 좋은 곳에 위치한 이 카페를 찾아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술도 마시며 즐기곤 했다.
이 카페엔 젊고 아름다운, 좀 도도하고 거만한 여가수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마르가리타로 카페에 고용된 가수였지만 늘 노래를 부르지 않고, 때로 기분이 나면 무대에 올라 화려한 춤사위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카페의 ‘얼굴마담’격이었다.
니코는 마르가리타를 볼 수 있는 저녁시간이 되기까지는 열심히 일을 했다. 마을에 새로 개업하는 레스토랑이 있으면 간판도 만들어주고 장식그림도 그려주었다.
그래도 니코는 가난을 면치 못했다. 일을 해주고도 돈 달라는 말을 못해 주는 대로 받았으며, 그나마 번 돈은 대부분 마르가리타가 노래하는 카페에서 써버려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 언제까지 마르가리타 얼굴만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4월 어느날 이른 아침, 그녀가 살고 있는 골목길에 말방울 소리가 들렸다. 이른 시간이라 마을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이 고요를 깨고, 아침 안개를 헤치며 말이 끄는 수레 서너 대가 산더미 같은 꽃을 실고 멈춰 선 곳이 바로 마르가리타의 집 앞이 였다.
니코는 그의 집도 팔고 그림도 팔아, 전 재산을 팔아 꽃을 산 것이다. 자신의 생일날에 사랑하는 마르가리타를 위해서 백만 송이 장미를 샀다.
마침내 니코는 마르가리타의 사랑을 얻었다. 백만 송이 꽃으로 마르가리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꽃은 시드는 법인지 마르가리타의 사랑도 식어버렸다. 니코와 마르가리타의 사랑은 잠시였을 뿐, 어느 부유한 남자를 만나 마을을 영영 떠나버렸다.
니코의 유작 3백여 점은 현재 러시아와 그루지야에 있다. 모스크바 트레차코프 미술관이 보관하고 있는 ‘바위산의 어부’, 그루지야에 있는 ‘달밤의 곰’, ‘술 마시는 세 명의 귀족’ 등의 작품은 그의 예술세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주옥같은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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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차코프 미술관 입구의 모습 |
왼편으로 노란색 색인어가 나오는데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 읽기가 쉽지 않으나 밑에서 세 번째 색인어 ‘니코 피로스마니’를 클릭하면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니코가 마르가리타에게 바친 사랑의 얘기를 담은 노래가 바로 <백만 송이 붉은 장미>다. 여기서 백만 송이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출처 : 조재익 저 "굿모닝 러시아 - 백만송이 장미에 얽힌 슬픈 이야기"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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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컴은 이상없음. 문서 제작자 잘못임.
자세한 이유는 만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