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존경하는 친구가 있다. 박현주다.
합천의 이만평 한적한 골짜기에서 청계를 키우는 곱상하고 지적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보라색 붓꽃과 내가 미처 다 알지못하는 수많은 꽃들을 자랑하는 그녀의 정원, 그 곳에는 연꽃이 피어나는 연못이 두 개나 있다.
처음엔 우람하고도 튼튼해보이는 황토주택이었을텐데 이제는 아내의 섬세한 손길이 전혀 없는 을씨년스럽고
손때와 먼지가 가득한 썰렁한 공간에 나는 그 날 오후 한뭉텅이의 나뭇가지들을 아궁이에 쑤셔넣기도 하고 쓰레받기로 부채질을 하여 불꽃을 살리기도 하였다. 구수한 나무떼는 냄새가 좋았다.
그 남편분은 나의 방문을 대비하느라 다니는 길의 잡초를 베고 덮을 이불가지를 세탁해서 널어말리고
불떼는 아궁이부분도 방도 깨끗하게 치우느라 허리도 아프고 몸살이 나셨다고 하니 몸둘 바를 모르겠는 기분이었다.
덕분에 사람사는 곳처럼 어느 정도 깨끗해졌다고도 한다.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방바닥 물걸레질이 전부였다.
당뇨에서 시작하여 신장이 망가져서 투석을 하며 휠췌어 생활을 하다가 나무에 올라 가지를 치다가 다리가 부러졌고
결국에는 세번의 수술 끝에 한쪽 다리 무릎 아래를 절단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차라리 휠체어보다는 목발짚고
걸어다니는 것이 낫다면서 이만평의 정원을 가꾸는 꿈과 소망을 놓지않는 강인한 그녀다. 일해공원을 자연숲공원으로 명칭을 회복하는 운동단체와 사진도 찍었고 곡성에 사는 친구네로 나와 함께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번 방문은 나에게도 그 친구에게도 아주 커다란 사건이요 만남이 될 듯 하다.
학교 때에는 그다지 안면이 있지도 않았고 몇 번 얼굴을 익히는 정도의 만남 뿐이었는데
그 녀의 카리스마에 반했는지 옛남친이 태안에서부터 트럭을 몰고와서 우리들을 곡성까지 태워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