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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경제공황과 패권판도의 변화 (신승철 교수)
‣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어떤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1930년대 공황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세계경제가 갈수록 더 어두워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으로 낮추고, 사상 최대 규모로 자금을 방출하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을 써도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번져서 금융위기와 실물경제를 동시에 악화시키고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이중으로 중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세계를 이끌고 가야할 미국 경제는 계속 더 나빠지고 있다. 그 여향이 계속해서 전 세계로 파급되고 또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선진국은 물론 신흥공업국 그리고 개발도상 국가들도 모두 경제공황에 빠지고 있다. 아직 바닥이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윗물이 맑아야 아래 물도 맑아지는 것이다. 선진국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줄줄이 내려가면서 어려워지고 있다. 신흥공업이나 개도국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루 속히 선진국 경제가 회생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 왜 미국 경제가 회생하지 못하고 있는가?
미국이 지난해부터 정부와 중앙은행이 무려 7조가 넘는 달러를 퍼붓고 있는데도, 경제는 빈사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유 시장 모델이 회생할 수 없을 정도로 기능을 상실한 것인가? 아니면 경제 위기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가? 금융과 실물경제의 연결고리인 주택가격을 안정화 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인가?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가장 큰 업종은 건설업과 자동차공업이다. 그런데 집값이 하락함으로서 주택 압류가 늘어났고, 부실채권이 증가하였다. 건설업계의 불황이 지금은 자동차 3사의 경영난으로 악화되고 있다. 건설업과 자동차공업의 경영난이 연관된 업종으로 파급됨으로서 미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세계적 경제공황의 근본적 문제가 대량실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는 과소비로 인하여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계기로 하여 실직자는 물론 일반 주민들도 소비보다는 절약을 미덕으로 삼기 때문에, 수요부족으로 인하여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즉 소비의 미덕이 저축의 미덕으로 둔갑하고 있다. 즉 저축의 역설(paradox of saving) 또는 구성상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역화와 세계화로 인하여 세계경제가 하나로 줄줄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 모든 나라의 경제가 거의 동시에 상승하고 동시에 하락하는 형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그리고 중국 (BRICs) 등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엔진이 한꺼번에 식어가고 있다. 세계경제의 엔진이 열을 받지 않는 한 경제회생을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적인 정책의 동조화를 이루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 유럽에서 ‘제2의’ 금융위기가 태동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제1탄’이었다면 이제 다시 ‘제2탄’의 경제위기가 유럽에서 터지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은 서방 자본의 지원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자본주의 경제권에 편입될 수 있게 됐다. 세계 경제위기로 인하여 동유럽의 경제도 어렵게 됐고, 서방은행 자본에 대한 상환이 불투명하게 됐다. 서방 은행들의 자본지원이 격감하고 있고, 심지어는 도입되었던 자본도 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동유럽 국가들은 파산선고를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에 대하여 배신당한 느낌을 갖게 되었고, 심지어는 자본주의 실험이 실패하였고, 유럽 통합에도 차질이 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동유럽은 서방국가에 대한 투자와 수출 그리고 외채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다. 서방국가가 지원하지 않으면 동유럽 경제는 붕괴될 수밖에 있다. 그렇게 되면 동·서 유럽은 다시 분열될 수 있고, 또한 서유럽도 도미노처럼 함께 무너질 수도 있다.
서유럽 은행들은 동유럽뿐만 아니라 중남미나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도 수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자본을 투자 하였다. 이들 지역의 경제가 위기에 봉착하면서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자본 상환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서방은행들은 이들 부실 투자자본 때문에 부실화 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즉 ‘제2의’ 금융위기가 서유럽에서 다시 태동하고 있다.
‣ 세계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접어들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도 ‘제3의 복합 경제위기’의 모습이 속속 들어나고 있다. 실물경제 면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제품의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선진국 시장의 침체로 수출이 격감하고, 경상수지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 금융경제 면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서방 자본에 힘입어 성장궤도를 달려 왔다. 미국과 일본의 자본이 빠져 나가면서, 서서히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석유 산유국들도 경제위기에 휩쓸리고 있다. 세계적 호황기에 유가가 상승하였고, 러시아와 중동 산유국들은 호황을 누리어 왔다. 그러나 경제 불황의 여파를 타고, 유가가 폭락함으로서 자원보유국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모든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제공황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발전 단계나 또는 이념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이, 경제공황이 전 세계 각 지역으로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경제는 지금부터 본격적인 공황에 접어들고 있다. 금융위기를 해소하는데도 적어도 2∼3년이 소요될 것이며, 이어서 실물경제가 회생하려면 적어도 4∼5년이 걸릴 것이다.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금융위기 해소를 위하여 엄청난 유동성이 살포되고 있다. 실물경제 부양을 위하여 보호무역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서서히 ‘잃어버린 10년’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다.
‣ 보호무역정책이 경제위기를 악화시킨다.
세계화와 자유화가 세계 경제위기를 악화시킨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그렇다고 보호무역과 국민경제로의 후퇴가 위기 극복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자기 나라의 기업을 보호하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많은 나라들이 보호무역정책을 실시한 결과 오히려 공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장기화 시킨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는 세계경제가 위기일수록 보호무역보다 자유무역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역설이 성립된다는 하나의 반증인 것이다.
지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많은 나라들이 보호주의 유혹에 빠져있다. 19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바스티야(bastiat)는 ‘상품이 국경을 건너지 못하였을 때, 대신 군대가 국경을 넘어 진격하였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활발한 국제 무역이 상호의존성을 증대시키게 되면, 그만큼 전쟁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역사적 사실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공황 이후에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세계 각국 특히 선진국들은 세계화와 자유화에 역행하면서 보호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앞을 다투어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엄청난 규모의 ‘구제금융’을 퍼붓고 있고, 자국 상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자국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라는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정책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러나 현실은 자유무역이 교역규모의 확대는 물론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망각해서도 안 된다.
많은 국가의 지도자들은 보호무역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군민들이 자유무역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자유무역이 불안정을 가져오고,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도자의 생각이 대중에 의하여 압도당할 수 있다. 이렇게 보호주의가 확산된다면 사실상 세계무역기구인 WTO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 금융보호주의까지 등장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실물적인 측면에서 보호무역정책 뿐만 아니라, 화폐적 측면에서 금융보호주의(financial protectionism)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각국은 부족한 돈을 움켜쥐고, 자국 돈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있다. 그리고 금융시스템이 취약한 신흥시장에서 자기 자본을 철수시키고 있다. 그 결과 가뜩이나 자본이 부족한 신흥시장 국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금융보호주의는 차차 금융 중상주의 성격을 띠게 될 것이다. 즉 각국은 외국에서 돈을 끌어들이면서 반대로 국내의 돈은 가급적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단속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의 대가로 자국 소유의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에 대한 대출확대를 조건으로 달고 있다. 미국은 미국산 철강을 사용하는 프로젝트에만 구제 금융을 하도록 강권하고 한다.
2009년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한 것이 금융보호주의였다. 영국의 브라운 총리는 ‘무역보호주의보다 더 큰 문제가 금융보호주의의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많은 나라가 자본부족으로 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금이 부족한 IMF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 세계적인 대공황은 전쟁으로 수습되었다.
세계 경제는 산업화하고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작고 큰 많은 경제공황을 경험하였다. ‘제1’의 대공황은 1890년대에 있었고, ‘제2’의 대공황은 1930년대에 있었다. 그리고 이번 2010년대에 경제위기는 ‘제3’의 대공황에 해당한다. 제1과 제2의 대공황은 6년 이상 오래 지속되었고, 제1차 및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쟁 특수’로 인하여 수습되었다.
이러한 대공황은 경제적 패권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1890년대에서는 유럽대륙에서 영국으로, 1930년대에서는 영국에서 미국으로 세계 중심무대가 이동되었다. 또한 대공황은 경제적인 대변동을 몰고 왔다. 1890년대 불황을 계기로 미국에서는 테일러·포드주의의 새로운 생산방식이 채택되면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산업 독점화 즉 독점자본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태동하게 되었다.
1930년대 대공황 후에는 독일의 히틀러 등장, 일본의 만주사변 등이 일어났고, 파시즘 체제가 등장하게 되었다. 경제철학은 공급중시에서 수요중시로 전환되었고, 제2차 대전 후에는 ‘케인스’ 경제학이 각광을 받게 됐다. 특히 제2차 대전 이후에는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이 미국을 뒤쫓는 판도변화가 일어났고, 소련연방의 등장으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냉전체제로 인한 긴장관계가 지속되었다.
아마도 2010년대의 세계 경제위기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며, 종전의 국민경제 시대와는 달리 글로벌 세계화 시대로 인하여 경제의 위축과 피해 파장도 엄청날 것이다. 21세기에서도 새로운 패권투쟁과 맞물리면서 국지전이던 또는 세계대전이던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아마도 제3차 세계대전이 되지 않을까?
앞으로 상당기간 세계 패권의 판도는 유동상태가 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동북아 간의 3각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잠재력이 있는 대국은 역시 영토가 광범위하고, 인구가 수억 명에 이르고, 경제적으로 발전한 국가가 패권적인 제국이 될 수 있다. 그 후보 국가로서는 BRICs 4개국이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과의 관계 즉 서방과 동방 또는 황인종과 백인종 간의 투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 달러 패권시대가 과연 끝날 것인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악화로 세계 유수의 미국 금융회사들이 중동, 싱가포르, 중국, 일본 그리고 심지어는 한국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고 있다. 이에 큰손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는 달러 시대의 종막을 예언을 했다. 달러화가 지배하던 독점시대가 저물어 가고, 달러와 유로화, 엔화, 위안화의 과점(寡占)시대가 온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미국은 오히려 금융위기 때마다 더 큰 힘을 보여주었다. 즉 미국은 강대국이라는 강점을 이용하여, 다른 나라의 돈으로 위기를 돌파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다. 80년대 후반에는 미국 국제수지 적자액의 41%를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메워줬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중국이 미국의 수지적자를 메워주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시아와 중동국가들이 메워주고 있다.
세계 경제는 다극화 세계(multi-polar world)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축은 BRICs는 물론 중동과 중남미까지 빠르게 분산되고 있다. 신흥시장은 이제 세계의 돈줄, 글로벌 인재의 산실, 새로운 혁신의 원천으로 조명 받고 있다. 이로 인하여 G7 선진국 중심의 세계경제 주도체제가 G20이라는 신흥공업국까지 확대되지 않았는가? 결국 앞으로 경제도 외교도 그리고 안보문제도 신흥국가를 새로운 축으로 전개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 세계 경제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은 자동차공업을 비롯하여 벌써 다른 경쟁국들에게 밀리고 있었다. 금융부문에서도 주도권이 약화되고 있다. 당분간 미국의 세계 금융센터로서의 지위는 유지될 것이며,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위상도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의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것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재정적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경상수지도 더욱 악화되고, 쌍둥이 적자 폭도 더욱 커질 것이다. 요즘 미국은 중국에서 돈을 꾸어다가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와 같이 미국의 산업 및 금융자본주의가 추락(墜落)하고, 신자유주의이념이 종언(終焉)을 고한다면, 미국의 패권은 위협받을 것이 아닌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의 패권은 도전을 받아왔다. 1960년대에는 닉슨 쇼크라는 ‘금 태환’ 정지가 있었고, 1980년대에는 ‘플라자 합의’를 통한 엔화 절상을 단행하였다. 과연 이번 2000년대 위기를 맞아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러시아 등 엄청난 달러 보유국에 대하여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런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러시아와 중국은 외국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와 3위의 외환 보유대국인 두 나라는 글로벌 경제 확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기관과 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있고,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자원을 공략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경제의 판도가 크게 바꾸어질 수 있다.
‣ 미국과 중국 간의 투쟁이 시작되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높은 저축률이 금융위기의 원인이다.’라고 포문을 열었고, 중국의 환율 조작문제를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하여 중국은 ‘우스꽝스럽고 무책임한 갱(gang)들의 논리’라고 반박하고, 낮은 저축률과 과소비가 세계 경제위기의 원인이라고 공박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환율전쟁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서 외교력을 앞세우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임을 무기로 하여 서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고, 위안화 절상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자금 압박을 염두에 두고, 보유하고 있는 미국국채의 매각이나 더 이상의 국채매입 거부로 맞서려고 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적자는 감소하기는커녕 계속 늘어나고 있고, 대중 무역적자를 완화할 수 있는 길은 오직 위안화 절상 밖에는 없다. 중국의 대미 의존도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수출의 생명줄을 유지하려면 미국시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국은 위안화의 절상이 필요하고, 중국은 미국시장이 필요하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인들의 분에 넘치는 과소비, 월스트리트의 탐욕, 금융 감독 당국의 태만 등이 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본질적으로는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대변되는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위기의 근본원인인 것이다. 그렇다고 동화에서 나오는 ‘베짱이’가 미국이 아니듯이, 그렇다고 중국도 ‘개미’는 아니다.
‣ 아시아는 서방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적자의 위험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을 공략하여 막대한 무역 흑자를 내며 악착 같이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가장 안전한 투자처는 미국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다시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덕분에 미국은 저축률이 낮고, 쌍둥이 적자를 보면서도 달러는 넘쳐났다. 미국으로 밀려드는 유동성 증가로 시중 금리는 떨어졌고, 집값은 올라갔다. 집값이 올라가면서 부동산 거품이 일어났고, 이것이 과소비를 부추겨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인들의 씀씀이가 줄기 시작하였고, 금융안정을 위하여 달러를 마구 찍어냈고, 금융보호주의를 강화하였으며, 경기부양을 위해서 보호무역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아시아 수출경제가 위협받고 있다. 어느 의미에서는 아시아가 미국보다 훨씬 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달러가 너무 많이 풀리고, 이것이 아시아를 돌아 다시 미국으로 흘러들어간다면, 이는 위기해소를 위한 대책이 아니라 또 다른 보다 큰 위기의 ‘씨앗“을 잉태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세계경제가 직면한 딜레마이며,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과연 아시아가 서방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