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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죄악 뒤집어쓴 금기음식 역사 소개 악마의 정원에서 토마토 美선 한때 '악령음식' 취급
이 세상에서 인간이 먹지 못할 건 없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는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을 먹는 데서 비롯된다.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가 따먹은 선악과는 창조주가 정한 금단의 열매이자, 인간에게 주어진 최초의 금기였다. 금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범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더욱이 먹는 쾌락을 거부하는 건 보통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 아닐까. ‘선악과 매혹으로 가득찬 금기 음식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악마의 정원에서’는 에덴의 사과부터 세계 3대 진미의 하나로 꼽히는 푸아그라까지 금기의 음식으로 차려놓은 만찬이다. 색욕 폭식 오만 나태 탐욕 불경 분노 등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인간의 7대 죄악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음식들로 메뉴를 짠 이 책은 ‘먹지 말라’는 금기를 깨뜨리는 묘한 쾌감마저 더해져 식욕을 돋군다. 우선 ‘색욕’의 죄목을 덮어쓴 썼던 음식물이 많다. 혀를 자극하는 미각의 쾌락에서 자연스럽게 성욕을 연상하다보니 나온 결과. 인류 최초의 금기음식으로 지목된 사과는 특히 억울할 게 많다. 성서에서 말하는 금단의 열매를 가리키는 단어 ‘pomum’는 원래 북유럽에선 사과를 남유럽에서는 과일이라는 의미를 지녔었고 아직도 그 정체를 명확히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로마 가톨릭교회가 5세기 새로 기독교에 편입하는 신자들에게 다른 고대 종교들이 이단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켈트교가 신성시한 사과를 의도적으로 폄하하면서, 사과는 성적 유혹의 상징이 돼버렸다. 토마토도 콜럼버스가 신대륙에서 유럽으로 들여간 뒤 약 2세기 동안 ‘사랑의 사과’로 불리며 냉대를 받았고, 지금은 토마토케첩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19세기까지 악령이 깃든 불길한 음식으로 취급했다. 자기 중심적인 민족주의, 인종주의, 문화주의 등에 근거해 나와 타인을 가르는 지표로서 ‘입맛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적대시하는 오만도 음식의 역사에는 나온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한 유럽인들은 원주민이 신성시한 옥수수를 의도적으로 하층민의 음식으로 천대했고, 요즘도 옥수수는 영양가와는 상관없이 동물 사료로 쓰이거나 기껏 팝콘 같은 정크푸드로 밖에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7가지 죄악 중에서 나태는 자본주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현대인에게는 가장 큰 죄악. 스파르타가 요리나 식사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공동식당을 활용하는 등 게으름을 야기하는 음식문화에 대한 통제는 고대부터 존재했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깝다고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일자리로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 노동자들이 힘들여 번 돈을 질 나쁜 인스턴트음식에 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저자 스튜어트 리 앨런은 음식의 역사를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 저널리스트. 유럽 인도 호주 등을 여행하며 축적한 문화적 체험과 일식 초밥집 등에서 겪은 경험을 버무려 음식의 금기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욕망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맛깔 나게 풀어냈다. 요즘 우리가 즐겨먹는 평범한 음식들에 숨겨진 비범한 과거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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