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피티 와인', '크리스마스 와인' 등으로 알려져 어느 때나 좋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화려한 파티에서 부담 없이 즐기며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있다. 알코올 농도가 낮고 달콤한 맛에 탄산까지 들어 있어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 바로 달콤한 머스캣 와인이다.
향이 특별한 모스카토 포도
이 포도는 특정 품종이 아니고 식용, 건포도, 와인용 등 다양하게 쓰이는 여러 품종을 하나로 묶어 표현한 말이다.
나라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모스카토(Moscato)', 이베리아반도에서는 '모스카텔(Moscatel)'이라고 하며 스랑스에서는 '뮈스키)Muscat)', 영어권에서는 '모수캣(Muscat)' 이라고 한다.
색깔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해서 만들 수 있는 와인도 여러 가지다.
모두 특이한 냄새를 가지고 있는데 이 향은 '사향(Musk)'과 비슷화면서 포도와 와인에서도 풍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장미꽃 향이 많이 난다는 사람도 있고 설익은 고구마 냄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 특이한 냄새 덕분에 쉽게 구분이 되며 옛날부터는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인기가 좋았다.
특히 별들이 이향을 좋아해 그리스에서는 '벌 포도'라고 불렀을 정도다.
와인용 포도 중에서 가장 오래된 품종이라고 하는데, 전설의 왕 '미다스' 시대부터 기록이 나오기 때문에 그리스 토착
품종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산지는 아라비아반도 남동부 지역으로 보고 있다.
호마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졌으며, 19세기 캘리포니아, 호주 등 신세계로도 전파됐다.
나무는 잘 자라지만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다른 품종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다.
스위트 완인의 탄생
모스카토 포도로 만든 와인은 단맛이 나는 것들이 많다.
알코올 발효는 당분이 이스트의 작용으로 알코올로 변하는 과정이다.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단맛이 없어야 제대로 발효가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집에서 포도를 으깨어 와인을 만드는 경우엔 단맛이 강한데, 이는 기술이 서툴러 발효가 덜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위트 와인을 만들려면 의도적으로 발효를 도중에 중단시키면 된다.
그러면 알코올 농도가 낮고 단맛이 나는 와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특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 단맛이 나기보다 와인의 단맛은 만드는 사람이 조절하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포도를 아주 늦게 따거나 처음부터 당도가 높은 포도를 수확해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수확한 포도의 당도가 높으면 자연스럽게 발효 시기가 앞당겨진다.
또 아예 발효 도중에 브랜디를 첨가해 발효를 중단시키는 방법도 사용된다.
이렇게 하면 단맛이 남아있으면서도 첨가한 브랜디 때문에 알코올 농도가 높은 와인을 얻을 수 있다.
주로 프랑스 남부나 호주 등 날씨가 더운 자방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방법이 인기가 별로 없어 찾아보기 힘들다.
모스카토 포도로 와인을 만들 때는 품종의 특성상 단맛이 약간 있어야 그 향과 어울린다.
따라서 온도를 낮추거나 이스트 찌꺼기를 제거해 도중에 발효를 중단시키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신선한 풍미, 모스카토 다스티
모스카토로 만든 와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아스티(Asti)에서 나오는 와인이며, 신선한 풍미에 달콤하고 탄산이 들어있어 와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여성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화이트와인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라 수입량도 많다.
이 와인은 다른 스파클링 와인과는 달리 압력이 낮으므로 일반 와인 병에 넣어 판매된다.
그리고 이 와인은 오래 둔다고 해서 맛이 좋아진즌 것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에 만들어진 빈티지를 선택해 바로 마시는 것이 좋다.
좀더 고급스러운 와인은 탄산가스 압력이 더 강한 '아스티' 혹은 '아스티 스푸만테(Asti Spumante)'가 있다.
이 역시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같은 지역에서 나온 것이다.
혀끝에서 터지는 탄산, 스파클링 와인
탄산가스가 톡톡 쏘는 스파클링 와인은 어떻게 만들까?
일반 와인은 알코올 발효 도중에 나오는 탄산가스를 배출시켜 없애버린다.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려면 이 탄산가스를 그대로 잡아두면 된다.
보통 스파클링 와인은 완성된 와인에 설탕과 이스트를 넣어 다시 알코올 발효를 시키며 이때 나온 탄산가스를 와인에 스며들게 만든다.
그런데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모스카토 다스티를 비롯한 스파클링 와인은 깨끗이 여과한 주스를 밀폐된 탱크에서 발효시켜 탄산가스가 그대로 녹아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 이스트찌꺼기를 저주 제거하여 이스트를 영양실조 상태로 만들어 발효가 중단되도록 유도한다.
완성된 와인은 포도 냄새가 그대로 살아 있고 발효도 완벽히 되지 않아서 알코올 농도가 낫고 단맛이 남아있게 된다.
와인을 만들어주는 단맛
단맛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다.
신맛이나 짠맛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사실 단맛이 섞여 있을 때 더 좋게 느껴진다.
알코올이 생기려면 많은 양의 당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느 과일보다 당 함량이 훨씬 높은 포도가 와인을 만들기 적당한 것이다.
그러므로 당은 맛을 좋게 만들기도 하고 각종 술의 우너료가 되는 중요한 성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드라이 와인에 남아있는 당분은 0.1~0.2%로 사람의 입으로는 닷맛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다만 알코올과 글리세린 등과 함께 약간의 단맛을 더해줌으로써 간접적으로 부드러움과 미끈함을 주는 요소가 된다.
보통 사람들이 달다고 느끼는 와인의 당도는 1% 이상으로서 그 이상으로 당도가 높아지면 이를 스위트 와인이라 하며 여러 단계로 구분해 표현한다.
단맛의 관능적 특성
와인의 맛은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중요하다.
맛있는 과일도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잘된 것을 가리키듯 당분 함량보다 산이 너무 적거나 많은 경우, 혹은 반대로 산 함량에 비해 당분이 너무 많거나 적은 경우 그 와인의 균형은 깨진 것으로 본다.
와인의 단맛은 알코올, 산, 타닌의 영향을 받으며 신맛과 쓴맛을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와인에서 단맛은 신맛과 쓴맛을 무마시킬 수 있을 정도가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모스카토 포도로 만든 와인은 워낙 다양해서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하긴 어렵다.
가벼운 스타일의 모스카토 다스티는 신선하고, 특유의 사향 냄새 때문에 초보자라도 그 향을 금방 구분할 수 있다.
이 와인은 식사 중 보다 파티가 시작되기 전이나 디저트가 나올 때 가벼운 핑거 푸드 혹은 과일과 함게 곁들이는 것이 좋다.
김준철 / 한국와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