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개요 :
우리나라에서 '백운白雲'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산은 50여 곳이 넘는다. 그 많은 백운산 중, 광양에 위치한 백운산(1,222m)은 높이와 규모에서 제일 맏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백운산은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호남정맥을 완성하고 섬진강 오백리 물길을 갈무리한다. 흔히 정맥은 힘차게 꿈틀거리다가도 바다나 강을 만나면 그 맥이 사그라지기 마련이지만, 백운산은 그렇지 않다. 섬진강과 남해로 떨어지기 직전까지도 백운산의 맥은 흐트러짐이 없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지리산의 위용에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기운차다. 그 때문인지 한국 풍수의 선각자인 도선국사가 이곳에 터를 잡고 35년간 도를 닦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병암산장 위에 있는 노송부터는 바위길이 이어진다. 백운산은 생태계의 요람이다. 1,000m가 넘는 백운산은 북쪽으로는 차가운 바람을 막는 병풍이 되고, 남쪽으로는 따뜻한 볕을 안고 있어 산자락엔 온대에서 한대 식물까지 1,080여 종이 자라고 있다.
또, 백운산은 물이 풍부하다. 구름이 백운산을 넘어가지 못하고 비를 뿌리는 일이 잦기 때문인데, 백운산에는 도솔봉, 따리봉, 상봉, 억불봉 같이 높은 봉우리들이 16km에 걸쳐 부챗살처럼 얽혀 있다. 그 덕분에 백운산 주변에 수량이 풍부한 여러 계곡이 산재해 있다. 특히, 호남 유학의 거두인 하서 김인후와 미암 유희춘을 길러낸 신재 최산두가 10년 동안 공부했다는 정자인 학사대와 병자호란 때 승병대장으로 활약했던 승려 회은 응준(1587~1672)을 기리기 위한 비인 송천사지가 볼 만하다. 동곡계곡을 기점으로 진틀, 상백운암 등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 등산로들이 있다. 어치계곡은 광양 사람들이 으뜸으로 치는 계곡이다. 백운산 정상과 매봉에서 발원하며 계곡의 길이가 무려 7km에 달한다. 계곡미도 뛰어나지만, 적당한 수심과 접근성으로 인해 가족 단위 물놀이에 적합하다. 어치계곡의 백미인 구시폭포는 계곡 최상류에 있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우렁찬 물소리 때문에 주변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다. 원시림 같은 어치계곡 상류에 있는 불당골.
수량 풍부한 구시폭포는 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폭포 아래에 있는 구시소 옆으로는 직벽이 협곡처럼 갈라져 있다.
그 사이로 시퍼런 물줄기가 흐른다. 근처에 선녀탕, 용소, 오로대, 불당골 폭포 등이 있다. 수변을 따라 구시폭포까지 1km 정도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 안전하게 계곡미를 감상할 수 있다. 금천계곡은 선녀가 베를 짰다고 할 정도로 기다랗고 부드러운 암반계류가 특징이다. 매봉 능선에서 발원한 동동계곡, 신선대와 옥녀봉에서 발원한 서동계곡 두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서동계곡의 골이 동동계곡보다 더 깊다. 중간에 있는 천내골 폭포가 절경이며 상류로 올라갈수록 열대 우림 같으며 집채만 한 바위들이 만들어 내는 소와 폭포들은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계곡의 길이는 2~3km에 달하며 하류에 있는 동동교에서 하나가 되어 섬진강으로 흐른다. 인근에 화개장터가 있다. 비단을 풀어놓은 듯한 암반계류가 일품인 금천계곡.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백운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크게 3개의 지맥이 있다. 쫓비산, 망덕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길, 억불봉에서 가야산으로 이어지는 억불지맥, 그리고 도솔봉에서 계족산으로 이어지는 여수지맥이다. 쫓비산, 백계산, 계족산 등과 연계하면 20km 이상 산행할 수 있으며, 8개의 공식 등산코스가 있다. 그 외에도 126km에 달하는 9개의 둘레길이 있어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백운산을 즐길 수 있다. 정상을 가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진틀에서 오르는 코스를 많이 찾는다. 병암계곡을 거쳐 진틀삼거리, 신선대와 정상을 지나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정상을 최단거리로 다녀올 수 있는 초심자를 위한 백운사~상백운암 코스가 있다. 해발 700m에 있는 백운사까지 도로의 굴곡이 심해서 승용차로만 접근할 수 있다. 협소한 진입로에 비해 사찰의 규모는 의외로 크다. 백운사에서 상백운암까지는 1km 정도 시멘트도로를 따라간다. 상백운암은 만경대 아래쪽 해발 1,000m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보조국사 지눌 등 고승들의 수행처로 유명하고 '천하제일의 길지'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요사채를 말끔하게 단장했다. 대웅전 뒤에 맑은 석간수가 있어 목을 축일 수 있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불과 1.6km이며 완만하고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