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미생’은 인턴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지만, 2년 계약직이라는 현실을 마주하는 주인공 장그래의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브라운관에서 을의 현실을 그리고 있는 <미생>이 있다면, 스크린을 통해 을의 눈물을 그리고 있는 영화 <카트>가 있습니다. 할리우드 블랙버스터 <인터스텔라>의 광풍 속에서도 <카트>는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고 있는데요.
영화 <카트>는 대형 마트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루 아침에 해고되자 노조를 만들어 복직투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최초의 상업영화로 2007년 ‘비정규직법’ 시행을 전후로 대형마트 비정규직 직원들이 해고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카트>의 배경이 된 당시 상황 알고 계신가요?
지난 2007년, 이랜드의 계열사인 ‘홈에버’와 ‘뉴코아’에서 비정규직 직원들이 대량으로 해고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크게 늘어난 비정규직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던 해였는데요. 해고 사태는 이 법이 시행되기 직전에 일어났습니다.
§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기간제근로자의 사용) ①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로 2년 이상 일하면 사업주가 사실상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의 기본 골자인데요. 업무특성상 큰 전문성이 없고, 대체인력을 찾기 쉬운 대형마트는 계산 업무를 외주화하기 위해 일부만 정규직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해고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회사가 잘 되면 저희도 잘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해고되었습니다.”
영화 <카트>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이라며 웃는 얼굴로 인사하는 ‘더 마트’ 직원들의 교육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영화 속 마트 노동자들은 고객에게 무릎까지 꿇어야 하는 상황도 이 악물며 참아가기도 하고, 연장근무에 대한 수당도 받지 못하면서 연장근무를 하며 회사를 위해 몸 바쳐 일합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의 탈의실에서 최소한의 휴식 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고, 진상고객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복도의 ‘생각하는 의자’에서 반성문을 쓰며 수치심을 느끼는 등 부당한 대우들을 받아도 감정을 억눌러가며 일할 수 밖에 없는 힘없는 을을 벗어나기는 힘듭니다.
그래도 정직원이 되는 그 날을 꿈꾸며 직원들은 열심히 달리던 어느 날,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받게 되는데요. 이후 영화는 해고된 직원들이 복직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회사의 맞서는 과정을 그려가지만, 투쟁하는 을의 모습은 처절하기만 합니다.
특히나 회사는 일부만 복직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해 싸움에 지친 사람들을 와해하기도 하고, 용역들을 고용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는데요. 투쟁에 나서는 사람들은 모두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이기에 더 처절하고 공감이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현재 우리는 비정규직 600만 시대에 살고 있는데요.
▶이미지 : 채널A 뉴스 화면캡쳐
영화 <카트>가 개봉했을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카트> 상영회를 열어 비정규직 문제에 여론의 관심을 호소하고 나선 것도 꼭 해결해야만 할 문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3. "차별적 처우"라 함은 다음 각 목의 사항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말한다. 가.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5호에 따른 임금 나.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다. 경영성과에 따른 성과금 라.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 등에 관한 사항
정부는 지난 2007년 7월,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와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사용자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임금 및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금지하는 ‘비정규직 차별시정제도’를 시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차별시정 제도가 사전적 예방 효과가 미미하고, 차별의 근거가 되는 차별제도를 개선하도록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있어왔는데요.
지난 2월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간제법 개정안을 통해 배액 금전배상 명령, 제도개선 명령, 확정된 시정명령의 효력확대 제도 등을 도입했고 9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 TV조선 ‘뉴스7’ 화면캡쳐
또한 고용노동부는 계속 일하고 싶어도 2년이라는 기한 때문에 당장 직장을 옮겨야 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당사자의 동의 등 일정한 보완장치와 연계해서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당장 1년 더 일할 수는 있지만 고용 불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정부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언제쯤 모든 직장인이 안정적인 고용시장에서 일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고용불안 속에서 오늘도 묵묵히 일하는 이 시대의 ‘우리’를 응원하며, 밝은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 영화관련 이미지 출저 : 영화 <카트> 메인포스터 & 예고편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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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행복해지는 법 원문보기 글쓴이: 법무부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