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3월14일(월)맑음
따뜻해진 봄날 아침이다. 아침 햇살이 기름지다. 퇴원수속을 하다. 사람들은 이세돌9단이 알파고Alpha Go에게 이겼다고 기뻐한다. 바둑을 잘 두는 것과 사유하는 것은 다르다. 사유, 그것도 정사유. 바둑에 집중하는 것은 바른 집중, 正定이 아니다. 바둑을 잘한다고 지혜와 공덕이 쌓이는 것도 아니다. 그건 욕계중생의 世智辯聰세지변총이다. 경쟁심과 승부욕, 아만이 치열하게 작용하는 作意작의이다. 현명하지 못한, 유익하지 못한, 법답지 못한 저열한 마음작용이다. 알파고를 만들어낸 회사가 딥마인드Deepmind라 한다. 그것은 깊은 마음, 심오한 마음이 아니다. 오히려 얕은, 천박한 마음이다. 결국 자본주의에 봉사하며, 상업용으로 쓰일, 이윤을 창출하는 데 쓰일, 자본에 봉사하는 도구를 조작해낼 뿐이다. 인공지능은 유물론자의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물질과 논리회로를 정교하게 조작하여 의식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환상. 인공지능은 의식할 수 없다. 의식할 수 있는 기계라면 기계가 아니라 중생이다.
퇴원하다. 호연거사, 정안, 아미화, 초암보살 오다.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와 쉬다.
정안과 아미화 보살님 오셔서 저녁해주어서 함께 먹고 죽향으로 가다. 월요강의 하다. <손 안에 있는 해탈과 중관의 열쇠>서문 게송을 읽고 해설하다. 이 논서가 우리의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불교역사를 설명하다. 일광과 지견스님은 열정적인 강의로 감동을 받았다고 전화로 이야기 해준다. 그렇게 느꼈다니 다행이다.
2016년3월15일(화)맑음
날씨가 훨씬 따뜻해졌다. 아침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다. 어제 해놓은 밥을 먹다. 오전에 밀린 일을 정리하다. 도향스님이 페이스북에 자신의 주변의 일들을 사진 찍어 오린 것을 보다. 맥스Max에게서 전화가 오다. 서울에서 출발했다고. 죽향에 나가 기다리다. 오후6시쯤 맥스와 크리스탈Crystal이 오다. 문아가 준비한 저녁을 같이 먹다. 맥스와 크리스탈은 LA에서 수행도반으로 동거하고 있다. 둘은 작년 파리에서 열렸던 기후회의에서 주최 측으로 일했으며 맥스는 어제 삼성문화재단에서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마치고 오늘 나에게로 왔다. 차를 나누면서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 나누다. 진주게스트하우스에 일박하도록 체크인하다. 크리스탈은 쉬고, 맥스와 나는 진주성을 한 바퀴 돌다. One Dharma에 대해, 영적인 파트너십에 대해, 세상 가운데서 보리심을 견지하면서 수행자로 살아가기에 대해, 나의 책 붓다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 하다. 붓다의 아름다운 꿈을 실현하기 위해 Dharma friend의 공동체 만들기도 이야기 했다. 내일 아침 7시에 만나 다솔사 참배가기로 하였다. 굿나잇.
2016년3월16일(수)맑음
아침7시 단송거사 차타고 진주게스트하우스로 가다. 프론트에서 간단하게 아침 차려서 먹다. 토스트를 구워 짜이와 함께 먹다. 다솔사로 가다. 적멸보궁 참배하고 多率寺다솔사 주지스님과 차를 나누다. 새로 부임해온 신임 주지이다. 걸어서 不二庵불이암까지 올라가다. 불이암은 東初동초스님이 지어 茶神殿다신전으로 쓰는 암자이다. 맥스와 크리스탈의 짐을 암자에 부리고 하루 머물기로 하였다. 마당에 피어있는 홍매와 백매 곁에서 사진을 찍다. 단송거사 운전하여 남해로 드라이브 가다. 남해대교를 지나 독일마을에 들러다. 거기서 점심을 먹고 다시 다솔사로 돌아오다. 맥스와 크리스탈은 불이암으로 올라가도, 우리는 진주로 돌아오다. 나는 집에서 좀 쉬다가 저녁 수요강의 하러 죽향으로 나오다. 菩提道燈論보리도등론Bodhipathapradipa과 아띠샤 존자, 나란다 대학과 5대 불교대학, 파드마삼바바와 티베트 최초의 승가, 쫑카파 대사의 불교개혁, 티베트불교의 4대종파, 겔룩파 스님들의 행동거지는 비구계 수지, 실천은 대승 6바라밀, 개인적으로는 내밀하게 금강승을 관상 수행한다, 쫑카파가 주석한 보리도차제광론Lamrimchenmo, 下士道하사도(소장부), 中士道중사도(중장부), 上士道상사도(대장부)라는 세 단계의 수행차제, 바꾸는 훈련Lojong, 티베트문화가 불교로 감화되어 비폭력불살생으로 체화됨...그리고 인간의 몸 받은 이 기회를 여의주보다 귀하게 여겨 공덕을 짓고 지혜를 닦으라. 대략 이러한 내용의 강의였다.
한동안 뜸했던 보화寶華보살이 신입생 법우를 동반하고 다시 나왔다. 반가운 얼굴이다.
2016년3월17일(목)맑음
4시30분에 기상. 날마다 하는 기도를 독송하고 일과를 시작하다. 6시20분 큰길가에서 기다려 단송거사 차타고 다솔사 鳳逸庵봉일암으로 달리다. 동초스님과 성본스님과 아침 공양 함께 하다. 맥스와 크리스탈이 불이암에서 내려왔다. 죽림초당으로 장소를 옮겨 차를 즐기다. 다시 불이암으로 올라가 봄 산 기운을 느끼다가 짐을 싸가지고 내려오다. 단송과 문아는 부산으로 일보러 갔다. 호연과 정안, 아미화가 시간에 맞춰 주차장에 당도해있다. 우리는 진주로 돌아와 인창원에서 점심 먹고 헤어지다. 집으로 와서 쉬다가 저녁7시에 게스트하우스로 나가다. 맥스와 크리스탈과 남강변 산책을 한 시간 하다. 죽향에 들러 차 한 잔 나누고 헤어지다. 그들은 진주가 마음에 들어 토요일 오전까지 머물기로 했단다.
2016년3월18일(금)비
봄 비 가늘게 내린다. 아침 먹고 사우나 하러가다. 사우나 하면서 통렌수행하다. 맥스와 크리스탈에게 문자보내니 점심 먹을 곳을 찾는다고 하여 <북경장>을 알려주고 오후 늦게 만나자고 하다. 차 자리에서 佶山길산선생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마침 맥스와 크리스탈도 왔다. 같이 저녁 먹다. 맥스는 보이차와 고수차, 죽향미인차를 사다. 내일 오전에 진주를 떠나 일요일에 출국한다고 하다. 크리스탈은 홍콩에 있는 부모가 빨리 결혼했으면 바라고, 맥스는 결혼과 직장 사이에서 아직 균형을 잡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둘은 영적인 동반자로 살기를 바란다. 해마다 찾아오겠다고 한다.
2016년3월19일(토)맑음
아침에 고려병원으로 진료 받으러 가다. 당분간 빈혈 약은 계속 먹어야한다고 하다. 창원에서 최금정 불자가 온다고 연락이 왔다. 점심 먹고 죽향으로 나가 최금정 불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맥스와 크리스탈이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다. 진주문화예술회관에 전시실에서 素泉소천 愼世揆신세규선생의 수묵화전시회를 관람하고 돌아오다. 피곤하다.
2016년3월20일(일)맑음
문아보살이 점심을 차려주어서 잘 먹다. 진주성 포행을 하다. 통렌tonglen, ‘주고 받기’ 수행을 하다. 중생의 고통과 악업을 내가 들이마시고 나의 행복과 선업을 주면서 내쉰다. 들숨날숨 수행을 응용하여 자애를 넓히는 티베트 수행법이다.
한 밤에 어디선가 싸움하는 소리가 들린다. 부부싸움인지, 여자와 남자가 큰 소리를 지르며 악을 쓴다. 부부로 산다는 게 어디 호락호락한 일이겠는가. 싸울 일이 얼마나 많을까, 싸울만하겠지. 부부는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도 있지만, 죽음이 머지않아 둘을 갈라놓을 것인데 그때까지 만이라도 사이좋게 살아가기를. 그릇 깨지는 소리와 여자 우는 소리가 안 나는 걸 보니, 다행이 큰 싸움은 아니가보다.
2016년3월21일(월)맑음
하루 종일 방에 처박히다. 책 읽고 명상하고 아침, 점심 챙겨먹다. 하는 일 없이 바쁜 듯, 안 바쁜 듯. 월요강의하다. 싯다르타가 출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를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불교가 아직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상태라는 걸 지적하다. 그리고 전도선언과 초전법륜의 중도를 이야기하다. 초기불교의 중도와 반야중관의 중도와의 관계를 이야기하다. 강의말미에 통렌수행을 하다. 강의 끝나고 회장단과 이사문제, 붓싸인회에 대해 상의하다. 집으로 돌아와 책장정리를 하다.
2016년3월22일(화)말음
책 정리하다. 물건 정리하여 쓰레기봉투에 담아버리다. 보문불교서점에 가서 붓다프로젝트 두 권 사다. 정안과 아미화보살님과 원지에 가서 점심 먹다. 죽향에 들러 출판기념회용 플래카드 만드는 걸 상의하다. 문산으로 가서 벽지상회에 들러 벽지를 선택하다. 근처에 있는 문인보살의 스마트대리점에 들러서 신심을 격려하다. 정안보살 댁을 들러다. 부부가 불교공부를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다. 집안 분위기가 안정되어있고 밝고 맑다. 차탁에 둘러앉아 차를 나누고 있을 때 정산거사가 퇴근하고 돌아온다. 두 분의 신행을 격려하고 일어서다. 집으로 돌아오다. 소화가 안 되어 저녁을 먹지 않다.
2016년3월23일(수)맑음
아침 먹고 단송과 문아 오기를 기다리다. 책장에서 골라낸 책을 실고 가다. 우체국에서 가서 책을 부치다. 은행에 가서 전세권자에게 가는 자동이체를 중지하다. 죽향에서 국수를 먹고 돌아오다. 저녁을 대충 먹고 수요 강의하러 가다. 불교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서 쫑카파의 람림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사연을 설명하다. 수행의 세 단계, 삼악도의 고통을 두려워 하여 지계와 보시를 닦는 하사도, 윤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정혜를 닦는 중사도, 일체중생의 해탈을 위해 복무하는 상사도 보살의 길을 설명하다. 중사도는 상좌부 수행체계를 포괄한다. 도과선원 학생들은 이미 초기불교에 대해 탄탄한 기초를 닦았으므로 기존의 것을 버리거나 바꿀 것 없이, 보리도차제라는 큰 틀 속에서 계속 수행해나가면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다.
2016년3월24일(목)맑음
최봉수 교수의 초기불교개론 동영상 강의를 듣다. 재미있고 유익한 강의다. 점심 간단히 먹고 카페에 글 하나 올리다. 책 읽다. 방안에서 하는 운동하다. 민족사에서 보내온 책 홍보용 포스터를 보문불교서점에 2개 가져다주고 붙여놓으라고 하다. 진주문고에도 2개 갖다 주다.
첫댓글 스님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희를 생각해 주심이 뚝뚝 꿀처럼~ ()()()
섭세[涉世]국어
세상을 살아감.
섭세라는 말이 궁금하여 사전을 찾아 보았습니다.
스님의궁금했던일상을 알게되었습니다 4시30분기상이 아침잠많은저에겐따끔한매처럼 느껴집니다 스님의
일상의법문처럼 오늘하루 불심으로 주위와 잘어울리겠습니다
스님! 항상건강하셔서 저희에게 법의단비 부족함없이 채워주시길 아침에기도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