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 노인 “금요일만 기다려져요”…교회·지자체·단체 ‘하모니’로 고독 막아
[죽음 앞에 선 단독자, 그를 품다] <하> 뭉쳐야 살린다
김동규2024. 11. 21. 15:08
표세철(오른쪽) 주양교회 목사가 서울 노원구 공릉2동에 거주하는 어르신에게 반찬을 전달하고 있다. 공릉2동 주민센터 제공
양재진(가명·76) 할아버지는 매주 금요일 오후 3시쯤 되면 옷을 차려입고 머리를 만지기 시작한다. 서울 노원구 공릉2동 주민센터에서 가져다 주는 반찬을 받기 위해서다. 단순히 반찬만 받고 끝나지 않는다. 봉사자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거나 목회자의 축복기도도 받는다.
양 할아버지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거치며 (자신이) 차렸던 사업이 힘들어졌고 결국 청산당했다”면서 “그 일을 계기로 아내와 이혼해 계속 혼자 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가끔 외로울 때가 있는데 작은 반찬은 내게 큰 행복과 같다”며 “목사님이 때때로 집도 수리해주고 대장암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땐 치료비도 보태줬다. 금요일만 기다려진다”고 했다.
한국사회가 ‘1000만 1인 가구’ 시대로 접어들면서 1인 취약계층·고독사가 덩달아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을 향한 기독교계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교회-기관-지방자치단체간 협업이 눈길을 끈다.
교회가 주민센터와 함께 반찬으로 양 할아버지를 돌보는 공릉2동 주민복지협의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협의회는 매주 반찬을 전달하며 어르신들의 안부를 묻거나 함께 나들이를 떠나기도 한다. 그렇게 11년을 투자한 결과, 고독사는 0건이다. 예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9일 서울 노원구 주양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표세철(62) 목사는 “교회는 지역 협의회에서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잇는 중간자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긍휼과 섬김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 목사가 “교회 혼자선 해낼 수 없다. 모두가 협력해야 소외계층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고 건넨 조언은 위기 가구를 향한 교회와 기관, 지자체 간 협력의 중요성을 짚는다.
실제 정부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교회와 민간단체 등과 협조해 위기 가구 발굴 사업을 펼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종교협의회 사업’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위기 청년의 사각지대를 찾는 ‘가족돌봄·고립·은둔청년 전담지원 서비스’ 시범 사업이 운영되면서 고립가구 발굴 연령대를 확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복지부는 인천 울산 충북 전북 등 4개 광역시·도에 청년미래센터를 설치해 위기 청년을 발굴·관리하고 있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청년들은 월드비전(회장 조명환) 등 단체 자체 사업으로 연계되기도 한다.
이 가운데 교회의 실질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위기 청년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나 잘 드러내지 않는 특성이 있다”면서 “교회는 이 같은 위기발굴 가구를 찾는 데 효과적인 파트너 중 하나다. 이웃과 삶을 나누고 그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긍휼과 사랑을 나누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헌일 대흥동종교협의회 회장은 “고독사란 이름이 주는 압박감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서 “체크리스트를 통한 점검만으로도 이웃들의 고독사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기사원문 : https://v.daum.net/v/20241121150846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