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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카이로프랙틱코리아 원문보기 글쓴이: beautiful chiro jang
이런저런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한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느낀것입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들은
역시 '속이 어떻다'라는 것입니다.
'속이 쓰리다'
'속이 더부룩하다'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된다'
.........
뭐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듣습니다.
언뜻 비슷한 이야기들입니다만,
각국의 언어로 다양한 표현이 있는만큼 증상은 천차만별이며,
당연히 질환도 여러가지이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하는 약을 '위장약'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며
약국에서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나 '위장관운동 개선제'등으로
대충 때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낙 흔한 증상들이고 거의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좋아집니다만
한번쯤은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위와 장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역시 너무 방대한 양이기에
흔한 질환을 중심으로 하나씩
가급적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염(Gastritis)
위염(gastritis)이란 쉽게 말해서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선 염증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입니다.
염증(炎症, inflammation);
어떤 자극에 대한 생체조직의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의 변질, 순환장애와 삼출(渗出, exudate), 조직 증식의 세 가지를 병발하는
복잡한 병변을 일컫는다.
원인이 되는 자극에는 기계적 상해작용,
온도, 방사선 등의 물리적 인자,
독물 등의 화학적 인자,
세균감염 등의 기생체에 의한 것 등이며,
이 중 세균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이러한 주요 원인 외에도,
여러 부수적 요인과 개체의 소인이나 면역 등에 의하여 그 발생은 복잡하다.
의학을 공부한 제 자신에게도 부담이 가는 설명인데
일반인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말정말 아주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염증이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
원인은 아주 많다.
간단하죠...? ^^;
그렇다면 위염이란
'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의 점막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합니다.
위내시경으로 직접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염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원래 위 속의 색깔이 저 색깔은 아니냐구요...?
정상적인 색깔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 보고 비교해 봅시다.
정상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어떤가요...?
제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더 예쁜 빛깔입니다만...
정상적인 위 속의 색깔은 '약간 붉은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점막은 무엇일까요?
이 설명을 위해서 일부러 계속 '위 속'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장기의 벽은
다음 그림과 같이 몇 개의 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위의 각 부위별 구분과 위벽의 구조
점막층(mucosa)
위를 비롯한 모든 내부장기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층입니다.
우리 몸의 바깥부분을 덮고 있는 것이 피부(skin)라면,
안쪽 부분을 덮고 있는 것은 점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 속에도 점막층, 입 안에도 점막층, 항문 안에도 점막층...
음식물을 비롯하여 장기의 내용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자극에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점막세포가 죽어서 떨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환이 발생합니다.
점막층에는 각종 분비샘이 있어서
각각의 장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막하층(submucosa)
점막층 바로 밑에 있는 층으로,
무수한 혈관과 신경 등이 지나갑니다.
근육층(muscularis)
점막하층 다음의 층으로 근육들이 모여있는 층입니다.
내부 장기의 운동에 관여합니다.
장막층(serosa)
가장 바깥에 있는 질기고 단단한 막입니다.
장기마다 그 두께와 강도가 다르지만,
이 층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압력이나 충격에도 내부 장기가 터지지 않는것입니다.
식도(esophagus)는 이 층이 없는 대신에
주위의 다른 단단한 조직안에 파묻혀 있어서 쉽게 터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할 때는 좀 까다롭습니다.
***
그러면 위염에서 왜 위 점막이 부어오르고 아프게 되는걸까요?
무엇인가가 위 점막에 자극을 주었고,
그 자극 때문에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반응이 일어난것인데요...
자극을 준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위염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눈다면
(1)외인성 위염과 (2)내인성 위염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외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ex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밖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무엇인가 위에 자극이 되는것을 먹어서 발생한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자극성 음식들에는
고추, 후추 등의 매운 음식과 너무 뜨겁거나 거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 다량의 알코올 섭취나 흡연 등도 위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되고,
소염진통제 계열의 많은 약물들도 위염을 일으킵니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식중독(food-poisoning)의 경우에도
음식물 속의 자극성 화학물질에 의해 위염이 발생하는데,
간혹 세균(주로 포도상구균) 자체에 의해 위점막이 감염되어
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화농성 위염(Pyogenic gastritis)이라고 합니다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따금씩은 대부분 자살(sucide) 목적으로 먹은 농약이나 염산 등의
부식성 화학물질에 의한 위염도 있는데,
이 경우를 부식성 위염(Corrosive gastritis)이라고 합니다.
이 때는 위점막 뿐 아니라 점막하층이나 근육층까지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어렵고 후유증도 많습니다.
최근 밝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도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됩니다.
내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in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안에 있는 경우입니다.
소화를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분비물의 불균형이나
장내의 분비물들이 역류하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유전적 요인 및 면역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상선, 부신피질, 뇌하수체 등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지나친 위산(gastric acid)의 분비 역시 위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위염보다는 소화성 궤양(peptic ulcer)와 연관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거꾸로 알칼리성인 담즙이 십이지장으로부터 위로 역류되어
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담즙 역류성 위염(Bile reflux gastritis)라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위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위는 위 아래로 강한 근육층에 의해 꽉 조여져 있습니다.
식도하부 괄약부(lower esophageal sphincter)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지 못하게 막아주며,
유문 괄약부(pyloric sphincter)는
십이지장 이하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되지 못하도록 막아줍니다.
(식도하부 괄약부의 문제는 '역류성 식도염'에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유문 괄약부가 꽉 닫혀있지 못하고 열려있다면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가 됩니다.
십이지장으로는 담즙(쓸개즙)이 흘러나오는데,
상당히 알카리성입니다.
이 담즙이 위로 역류되면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위염을 일으키게 되는것입니다.
담즙 역류(bile reflux)에 대한 모식도
위염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느냐에 따라
다시 (1)급성 위염(acute gastritis)과 (2)만성 위염(chronic gastriti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을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어떤 증상이나 질환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를 만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의 차이는
단지 증상의 지속 기간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질환의 병형(病形) 자체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급성 질환이 오래 지속되어서 만성 질환이 되는것이 아니라,
대부분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은 질병 자체부터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급성 위염이 오래 되어서 만성 위염이 되는것이 아니라,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아직은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급성(acute)'이라는 말은 병의 진행 속도를 말하는 것이지
병의 위중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의 진행이 빠르다는 의미는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치료에 반응을 잘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질환은 급성일 수록 치료가 잘 됩니다.
대부분의 급성 위염은 외인성 위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잘못 먹어서 위에 염증이 생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죠.
때문에 급성 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염만 있는게 아니라
장염(enteritis)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를 급성 위장관염(AGE, acute gastroenteritis)이라고 부릅니다.
(장염 역시 나중에 좀 더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러한 급성 위장관염의 경우에는
병력청취(history taking)와 간단한 이학적검사(physical examination)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며,
수 일 이내의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진단을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gastroscopy)를 시행하는것이 좋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는 최근 들어 위염 뿐 아니라 상부위장관 질환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각광받고 있으며,
위염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40세 이상에서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것이 좋습니다.
이 위내시경 검사상 관찰되는 소견에 따라 위염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출혈성 위염(hemorrhagic gastritis)은 말 그대로 피가 나는 위염입니다.
급성 위염의 경우에 잘 발생하기는 하지만
만성 위염의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위 점막의 손상이 심해져서 작은 혈관들이 노출되어 출혈을 일으킵니다.
간혹 출혈 양이 많아서 피를 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점상 출혈로 출혈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출혈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불긋불긋 출혈반이 보인다.
위축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은 대부분의 만성 위염의 형태로,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stritis, CAG)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위염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위 점막의 가장 바깥쪽만 살짝 손상되는
표재성 미란성 위염(superficial erosive gastritis) 형태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위염이 점점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점점 점막층 깊숙히 염증이 진행되면서 점막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위축성 위염이라고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만성 위축성 위염이 심해져서 위축된 점막이 늘어나면,
점막층에 있는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인 벽세포(parietal cell)도 많이 소실되기 때문에
위산이 잘 분비가 되지않는 저산성 위염(hypoacidic gstritis)이 되기도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증상과 질환을 일대 일로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증상을 하나의 질환에만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절대 증상과 질환은 일대 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명치 끝이 아프다'라는 증상이 있을 때,
위염, 혹은 위궤양 한 두 가지 질환으로 매치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reflux esophagitis)의 경우에도 명치 끝이 아플 수 있으며,
췌장염(pancreatitis)의 경우에도 동일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상관 없을것 같은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고 항상 명치 끝이 아픈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환경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섣부른 진단이나 무분별한 약물 남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염의 경우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단 위 점막이 손상되었으므로 위가 있는 상복부가 많이 아픕니다.
그 아픈것도 '먹먹하다', '쓰리다', '콕콕 쑤신다', 등 다양한 패턴이 있으며,
어떤 경우이든 위염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뜨거운 느낌이 올라온다(heart burn)'의 경우는
역류성 식도염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것이 좋겠습니다.
위 점막의 손상은 위 운동에도 영향을 주어
위의 연동운동(peristalsis)이 감소하거나 더 심해지거나 합니다.
이 경우에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틀어오른다'라는 증상을 호소하며,
트름을 자주하게되고 간혹 구토(vomiting)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위가 경직(spasm)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쥐어짜는것 같다'는 식의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한편으로 위 점막의 손상은 위액(gastric juice)의 분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소화불량(dyspepsia)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외에 상복부에 국한되는 증상 뿐 아니라,
피로, 무기력감, 전신권태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며,
꼭 의사의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위염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아주 심한 출혈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위염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급성 위염의 경우에는
주로 증상을 개선시키는데에 중점을 두는 약물들로 조합하여
수 일간 복용하도록 하며,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증상 개선 외에 염증 치유와 기능 회복에도 촛점을 맞추어
수 주간 약을 복용하도록 합니다.
보통 4주 복용을 권하고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8주 이상 복용하기도 합니다.
약으로는 우선 '제산제(antacids)'를 사용하여
위산의 작용을 조금 누그러뜨립니다.
위산 분비와 위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손상된 위 점막은 위산으로부터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위산과 접촉되면 심한 통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우선은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위산분비 억제제(antiulcerants)'를 같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은 자칫 반동효과(rebound effect)를 일으켜
오히려 위산과다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히 제산제의 경우는 증상이 개선되는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의 운동을 개선시켜주기 위해서
'장기능 개선제(GIT regulators)'를 사용하며,
위의 경색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진경제(antispasmodics)'를 추가 하기도 합니다.
염증을 개선시키기 위한 '소염제(anti-inflammatory agent)'의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굳이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의 몇 가지 약물 조합만 가지고도 저절로 염증이 사라집니다만,
아주 심한 경우에는 위에 자극이 적은 소염제(주로 효소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검사상 양성이 나왔을 때에는
그 균에 작용하는 '항생제(antibiotics)'를 한 두 종류 같이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이러한 약물에 좋은 치료효과를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은 피해야 하며,
과식을 하지 말고 자극성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한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느낀것입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들은
역시 '속이 어떻다'라는 것입니다.
'속이 쓰리다'
'속이 더부룩하다'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된다'
.........
뭐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듣습니다.
언뜻 비슷한 이야기들입니다만,
각국의 언어로 다양한 표현이 있는만큼 증상은 천차만별이며,
당연히 질환도 여러가지이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하는 약을 '위장약'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며
약국에서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나 '위장관운동 개선제'등으로
대충 때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낙 흔한 증상들이고 거의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좋아집니다만
한번쯤은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위와 장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역시 너무 방대한 양이기에
흔한 질환을 중심으로 하나씩
가급적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염(Gastritis)
위염(gastritis)이란 쉽게 말해서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선 염증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입니다.
염증(炎症, inflammation);
어떤 자극에 대한 생체조직의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의 변질, 순환장애와 삼출(渗出, exudate), 조직 증식의 세 가지를 병발하는
복잡한 병변을 일컫는다.
원인이 되는 자극에는 기계적 상해작용,
온도, 방사선 등의 물리적 인자,
독물 등의 화학적 인자,
세균감염 등의 기생체에 의한 것 등이며,
이 중 세균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이러한 주요 원인 외에도,
여러 부수적 요인과 개체의 소인이나 면역 등에 의하여 그 발생은 복잡하다.
의학을 공부한 제 자신에게도 부담이 가는 설명인데
일반인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말정말 아주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염증이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
원인은 아주 많다.
간단하죠...? ^^;
그렇다면 위염이란
'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의 점막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합니다.
위내시경으로 직접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염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원래 위 속의 색깔이 저 색깔은 아니냐구요...?
정상적인 색깔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 보고 비교해 봅시다.
정상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어떤가요...?
제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더 예쁜 빛깔입니다만...
정상적인 위 속의 색깔은 '약간 붉은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점막은 무엇일까요?
이 설명을 위해서 일부러 계속 '위 속'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장기의 벽은
다음 그림과 같이 몇 개의 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위의 각 부위별 구분과 위벽의 구조
점막층(mucosa)
위를 비롯한 모든 내부장기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층입니다.
우리 몸의 바깥부분을 덮고 있는 것이 피부(skin)라면,
안쪽 부분을 덮고 있는 것은 점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 속에도 점막층, 입 안에도 점막층, 항문 안에도 점막층...
음식물을 비롯하여 장기의 내용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자극에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점막세포가 죽어서 떨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환이 발생합니다.
점막층에는 각종 분비샘이 있어서
각각의 장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막하층(submucosa)
점막층 바로 밑에 있는 층으로,
무수한 혈관과 신경 등이 지나갑니다.
근육층(muscularis)
점막하층 다음의 층으로 근육들이 모여있는 층입니다.
내부 장기의 운동에 관여합니다.
장막층(serosa)
가장 바깥에 있는 질기고 단단한 막입니다.
장기마다 그 두께와 강도가 다르지만,
이 층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압력이나 충격에도 내부 장기가 터지지 않는것입니다.
식도(esophagus)는 이 층이 없는 대신에
주위의 다른 단단한 조직안에 파묻혀 있어서 쉽게 터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할 때는 좀 까다롭습니다.
***
그러면 위염에서 왜 위 점막이 부어오르고 아프게 되는걸까요?
무엇인가가 위 점막에 자극을 주었고,
그 자극 때문에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반응이 일어난것인데요...
자극을 준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위염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눈다면
(1)외인성 위염과 (2)내인성 위염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외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ex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밖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무엇인가 위에 자극이 되는것을 먹어서 발생한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자극성 음식들에는
고추, 후추 등의 매운 음식과 너무 뜨겁거나 거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 다량의 알코올 섭취나 흡연 등도 위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되고,
소염진통제 계열의 많은 약물들도 위염을 일으킵니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식중독(food-poisoning)의 경우에도
음식물 속의 자극성 화학물질에 의해 위염이 발생하는데,
간혹 세균(주로 포도상구균) 자체에 의해 위점막이 감염되어
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화농성 위염(Pyogenic gastritis)이라고 합니다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따금씩은 대부분 자살(sucide) 목적으로 먹은 농약이나 염산 등의
부식성 화학물질에 의한 위염도 있는데,
이 경우를 부식성 위염(Corrosive gastritis)이라고 합니다.
이 때는 위점막 뿐 아니라 점막하층이나 근육층까지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어렵고 후유증도 많습니다.
최근 밝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도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됩니다.
내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in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안에 있는 경우입니다.
소화를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분비물의 불균형이나
장내의 분비물들이 역류하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유전적 요인 및 면역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상선, 부신피질, 뇌하수체 등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지나친 위산(gastric acid)의 분비 역시 위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위염보다는 소화성 궤양(peptic ulcer)와 연관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거꾸로 알칼리성인 담즙이 십이지장으로부터 위로 역류되어
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담즙 역류성 위염(Bile reflux gastritis)라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위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위는 위 아래로 강한 근육층에 의해 꽉 조여져 있습니다.
식도하부 괄약부(lower esophageal sphincter)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지 못하게 막아주며,
유문 괄약부(pyloric sphincter)는
십이지장 이하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되지 못하도록 막아줍니다.
(식도하부 괄약부의 문제는 '역류성 식도염'에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유문 괄약부가 꽉 닫혀있지 못하고 열려있다면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가 됩니다.
십이지장으로는 담즙(쓸개즙)이 흘러나오는데,
상당히 알카리성입니다.
이 담즙이 위로 역류되면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위염을 일으키게 되는것입니다.
담즙 역류(bile reflux)에 대한 모식도
위염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느냐에 따라
다시 (1)급성 위염(acute gastritis)과 (2)만성 위염(chronic gastriti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을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어떤 증상이나 질환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를 만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의 차이는
단지 증상의 지속 기간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질환의 병형(病形) 자체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급성 질환이 오래 지속되어서 만성 질환이 되는것이 아니라,
대부분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은 질병 자체부터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급성 위염이 오래 되어서 만성 위염이 되는것이 아니라,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아직은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급성(acute)'이라는 말은 병의 진행 속도를 말하는 것이지
병의 위중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의 진행이 빠르다는 의미는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치료에 반응을 잘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질환은 급성일 수록 치료가 잘 됩니다.
대부분의 급성 위염은 외인성 위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잘못 먹어서 위에 염증이 생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죠.
때문에 급성 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염만 있는게 아니라
장염(enteritis)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를 급성 위장관염(AGE, acute gastroenteritis)이라고 부릅니다.
(장염 역시 나중에 좀 더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러한 급성 위장관염의 경우에는
병력청취(history taking)와 간단한 이학적검사(physical examination)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며,
수 일 이내의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진단을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gastroscopy)를 시행하는것이 좋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는 최근 들어 위염 뿐 아니라 상부위장관 질환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각광받고 있으며,
위염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40세 이상에서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것이 좋습니다.
이 위내시경 검사상 관찰되는 소견에 따라 위염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출혈성 위염(hemorrhagic gastritis)은 말 그대로 피가 나는 위염입니다.
급성 위염의 경우에 잘 발생하기는 하지만
만성 위염의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위 점막의 손상이 심해져서 작은 혈관들이 노출되어 출혈을 일으킵니다.
간혹 출혈 양이 많아서 피를 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점상 출혈로 출혈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출혈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불긋불긋 출혈반이 보인다.
위축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은 대부분의 만성 위염의 형태로,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stritis, CAG)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위염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위 점막의 가장 바깥쪽만 살짝 손상되는
표재성 미란성 위염(superficial erosive gastritis) 형태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위염이 점점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점점 점막층 깊숙히 염증이 진행되면서 점막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위축성 위염이라고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만성 위축성 위염이 심해져서 위축된 점막이 늘어나면,
점막층에 있는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인 벽세포(parietal cell)도 많이 소실되기 때문에
위산이 잘 분비가 되지않는 저산성 위염(hypoacidic gstritis)이 되기도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증상과 질환을 일대 일로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증상을 하나의 질환에만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절대 증상과 질환은 일대 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명치 끝이 아프다'라는 증상이 있을 때,
위염, 혹은 위궤양 한 두 가지 질환으로 매치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reflux esophagitis)의 경우에도 명치 끝이 아플 수 있으며,
췌장염(pancreatitis)의 경우에도 동일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상관 없을것 같은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고 항상 명치 끝이 아픈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환경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섣부른 진단이나 무분별한 약물 남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염의 경우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단 위 점막이 손상되었으므로 위가 있는 상복부가 많이 아픕니다.
그 아픈것도 '먹먹하다', '쓰리다', '콕콕 쑤신다', 등 다양한 패턴이 있으며,
어떤 경우이든 위염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뜨거운 느낌이 올라온다(heart burn)'의 경우는
역류성 식도염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것이 좋겠습니다.
위 점막의 손상은 위 운동에도 영향을 주어
위의 연동운동(peristalsis)이 감소하거나 더 심해지거나 합니다.
이 경우에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틀어오른다'라는 증상을 호소하며,
트름을 자주하게되고 간혹 구토(vomiting)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위가 경직(spasm)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쥐어짜는것 같다'는 식의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한편으로 위 점막의 손상은 위액(gastric juice)의 분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소화불량(dyspepsia)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외에 상복부에 국한되는 증상 뿐 아니라,
피로, 무기력감, 전신권태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며,
꼭 의사의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위염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아주 심한 출혈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위염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급성 위염의 경우에는
주로 증상을 개선시키는데에 중점을 두는 약물들로 조합하여
수 일간 복용하도록 하며,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증상 개선 외에 염증 치유와 기능 회복에도 촛점을 맞추어
수 주간 약을 복용하도록 합니다.
보통 4주 복용을 권하고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8주 이상 복용하기도 합니다.
약으로는 우선 '제산제(antacids)'를 사용하여
위산의 작용을 조금 누그러뜨립니다.
위산 분비와 위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손상된 위 점막은 위산으로부터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위산과 접촉되면 심한 통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우선은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위산분비 억제제(antiulcerants)'를 같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은 자칫 반동효과(rebound effect)를 일으켜
오히려 위산과다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히 제산제의 경우는 증상이 개선되는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의 운동을 개선시켜주기 위해서
'장기능 개선제(GIT regulators)'를 사용하며,
위의 경색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진경제(antispasmodics)'를 추가 하기도 합니다.
염증을 개선시키기 위한 '소염제(anti-inflammatory agent)'의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굳이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의 몇 가지 약물 조합만 가지고도 저절로 염증이 사라집니다만,
아주 심한 경우에는 위에 자극이 적은 소염제(주로 효소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검사상 양성이 나왔을 때에는
그 균에 작용하는 '항생제(antibiotics)'를 한 두 종류 같이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이러한 약물에 좋은 치료효과를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은 피해야 하며,
과식을 하지 말고 자극성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한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느낀것입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들은
역시 '속이 어떻다'라는 것입니다.
'속이 쓰리다'
'속이 더부룩하다'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된다'
.........
뭐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듣습니다.
언뜻 비슷한 이야기들입니다만,
각국의 언어로 다양한 표현이 있는만큼 증상은 천차만별이며,
당연히 질환도 여러가지이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하는 약을 '위장약'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며
약국에서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나 '위장관운동 개선제'등으로
대충 때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낙 흔한 증상들이고 거의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좋아집니다만
한번쯤은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위와 장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역시 너무 방대한 양이기에
흔한 질환을 중심으로 하나씩
가급적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염(Gastritis)
위염(gastritis)이란 쉽게 말해서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선 염증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입니다.
염증(炎症, inflammation);
어떤 자극에 대한 생체조직의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의 변질, 순환장애와 삼출(渗出, exudate), 조직 증식의 세 가지를 병발하는
복잡한 병변을 일컫는다.
원인이 되는 자극에는 기계적 상해작용,
온도, 방사선 등의 물리적 인자,
독물 등의 화학적 인자,
세균감염 등의 기생체에 의한 것 등이며,
이 중 세균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이러한 주요 원인 외에도,
여러 부수적 요인과 개체의 소인이나 면역 등에 의하여 그 발생은 복잡하다.
의학을 공부한 제 자신에게도 부담이 가는 설명인데
일반인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말정말 아주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염증이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
원인은 아주 많다.
간단하죠...? ^^;
그렇다면 위염이란
'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의 점막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합니다.
위내시경으로 직접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염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원래 위 속의 색깔이 저 색깔은 아니냐구요...?
정상적인 색깔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 보고 비교해 봅시다.
정상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어떤가요...?
제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더 예쁜 빛깔입니다만...
정상적인 위 속의 색깔은 '약간 붉은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점막은 무엇일까요?
이 설명을 위해서 일부러 계속 '위 속'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장기의 벽은
다음 그림과 같이 몇 개의 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위의 각 부위별 구분과 위벽의 구조
점막층(mucosa)
위를 비롯한 모든 내부장기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층입니다.
우리 몸의 바깥부분을 덮고 있는 것이 피부(skin)라면,
안쪽 부분을 덮고 있는 것은 점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 속에도 점막층, 입 안에도 점막층, 항문 안에도 점막층...
음식물을 비롯하여 장기의 내용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자극에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점막세포가 죽어서 떨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환이 발생합니다.
점막층에는 각종 분비샘이 있어서
각각의 장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막하층(submucosa)
점막층 바로 밑에 있는 층으로,
무수한 혈관과 신경 등이 지나갑니다.
근육층(muscularis)
점막하층 다음의 층으로 근육들이 모여있는 층입니다.
내부 장기의 운동에 관여합니다.
장막층(serosa)
가장 바깥에 있는 질기고 단단한 막입니다.
장기마다 그 두께와 강도가 다르지만,
이 층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압력이나 충격에도 내부 장기가 터지지 않는것입니다.
식도(esophagus)는 이 층이 없는 대신에
주위의 다른 단단한 조직안에 파묻혀 있어서 쉽게 터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할 때는 좀 까다롭습니다.
***
그러면 위염에서 왜 위 점막이 부어오르고 아프게 되는걸까요?
무엇인가가 위 점막에 자극을 주었고,
그 자극 때문에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반응이 일어난것인데요...
자극을 준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위염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눈다면
(1)외인성 위염과 (2)내인성 위염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외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ex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밖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무엇인가 위에 자극이 되는것을 먹어서 발생한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자극성 음식들에는
고추, 후추 등의 매운 음식과 너무 뜨겁거나 거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 다량의 알코올 섭취나 흡연 등도 위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되고,
소염진통제 계열의 많은 약물들도 위염을 일으킵니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식중독(food-poisoning)의 경우에도
음식물 속의 자극성 화학물질에 의해 위염이 발생하는데,
간혹 세균(주로 포도상구균) 자체에 의해 위점막이 감염되어
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화농성 위염(Pyogenic gastritis)이라고 합니다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따금씩은 대부분 자살(sucide) 목적으로 먹은 농약이나 염산 등의
부식성 화학물질에 의한 위염도 있는데,
이 경우를 부식성 위염(Corrosive gastritis)이라고 합니다.
이 때는 위점막 뿐 아니라 점막하층이나 근육층까지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어렵고 후유증도 많습니다.
최근 밝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도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됩니다.
내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in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안에 있는 경우입니다.
소화를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분비물의 불균형이나
장내의 분비물들이 역류하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유전적 요인 및 면역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상선, 부신피질, 뇌하수체 등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지나친 위산(gastric acid)의 분비 역시 위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위염보다는 소화성 궤양(peptic ulcer)와 연관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거꾸로 알칼리성인 담즙이 십이지장으로부터 위로 역류되어
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담즙 역류성 위염(Bile reflux gastritis)라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위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위는 위 아래로 강한 근육층에 의해 꽉 조여져 있습니다.
식도하부 괄약부(lower esophageal sphincter)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지 못하게 막아주며,
유문 괄약부(pyloric sphincter)는
십이지장 이하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되지 못하도록 막아줍니다.
(식도하부 괄약부의 문제는 '역류성 식도염'에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유문 괄약부가 꽉 닫혀있지 못하고 열려있다면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가 됩니다.
십이지장으로는 담즙(쓸개즙)이 흘러나오는데,
상당히 알카리성입니다.
이 담즙이 위로 역류되면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위염을 일으키게 되는것입니다.
담즙 역류(bile reflux)에 대한 모식도
위염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느냐에 따라
다시 (1)급성 위염(acute gastritis)과 (2)만성 위염(chronic gastriti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을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어떤 증상이나 질환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를 만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의 차이는
단지 증상의 지속 기간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질환의 병형(病形) 자체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급성 질환이 오래 지속되어서 만성 질환이 되는것이 아니라,
대부분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은 질병 자체부터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급성 위염이 오래 되어서 만성 위염이 되는것이 아니라,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아직은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급성(acute)'이라는 말은 병의 진행 속도를 말하는 것이지
병의 위중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의 진행이 빠르다는 의미는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치료에 반응을 잘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질환은 급성일 수록 치료가 잘 됩니다.
대부분의 급성 위염은 외인성 위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잘못 먹어서 위에 염증이 생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죠.
때문에 급성 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염만 있는게 아니라
장염(enteritis)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를 급성 위장관염(AGE, acute gastroenteritis)이라고 부릅니다.
(장염 역시 나중에 좀 더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러한 급성 위장관염의 경우에는
병력청취(history taking)와 간단한 이학적검사(physical examination)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며,
수 일 이내의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진단을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gastroscopy)를 시행하는것이 좋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는 최근 들어 위염 뿐 아니라 상부위장관 질환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각광받고 있으며,
위염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40세 이상에서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것이 좋습니다.
이 위내시경 검사상 관찰되는 소견에 따라 위염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출혈성 위염(hemorrhagic gastritis)은 말 그대로 피가 나는 위염입니다.
급성 위염의 경우에 잘 발생하기는 하지만
만성 위염의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위 점막의 손상이 심해져서 작은 혈관들이 노출되어 출혈을 일으킵니다.
간혹 출혈 양이 많아서 피를 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점상 출혈로 출혈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출혈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불긋불긋 출혈반이 보인다.
위축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은 대부분의 만성 위염의 형태로,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stritis, CAG)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위염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위 점막의 가장 바깥쪽만 살짝 손상되는
표재성 미란성 위염(superficial erosive gastritis) 형태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위염이 점점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점점 점막층 깊숙히 염증이 진행되면서 점막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위축성 위염이라고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만성 위축성 위염이 심해져서 위축된 점막이 늘어나면,
점막층에 있는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인 벽세포(parietal cell)도 많이 소실되기 때문에
위산이 잘 분비가 되지않는 저산성 위염(hypoacidic gstritis)이 되기도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증상과 질환을 일대 일로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증상을 하나의 질환에만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절대 증상과 질환은 일대 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명치 끝이 아프다'라는 증상이 있을 때,
위염, 혹은 위궤양 한 두 가지 질환으로 매치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reflux esophagitis)의 경우에도 명치 끝이 아플 수 있으며,
췌장염(pancreatitis)의 경우에도 동일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상관 없을것 같은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고 항상 명치 끝이 아픈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환경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섣부른 진단이나 무분별한 약물 남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염의 경우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단 위 점막이 손상되었으므로 위가 있는 상복부가 많이 아픕니다.
그 아픈것도 '먹먹하다', '쓰리다', '콕콕 쑤신다', 등 다양한 패턴이 있으며,
어떤 경우이든 위염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뜨거운 느낌이 올라온다(heart burn)'의 경우는
역류성 식도염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것이 좋겠습니다.
위 점막의 손상은 위 운동에도 영향을 주어
위의 연동운동(peristalsis)이 감소하거나 더 심해지거나 합니다.
이 경우에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틀어오른다'라는 증상을 호소하며,
트름을 자주하게되고 간혹 구토(vomiting)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위가 경직(spasm)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쥐어짜는것 같다'는 식의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한편으로 위 점막의 손상은 위액(gastric juice)의 분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소화불량(dyspepsia)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외에 상복부에 국한되는 증상 뿐 아니라,
피로, 무기력감, 전신권태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며,
꼭 의사의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위염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아주 심한 출혈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위염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급성 위염의 경우에는
주로 증상을 개선시키는데에 중점을 두는 약물들로 조합하여
수 일간 복용하도록 하며,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증상 개선 외에 염증 치유와 기능 회복에도 촛점을 맞추어
수 주간 약을 복용하도록 합니다.
보통 4주 복용을 권하고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8주 이상 복용하기도 합니다.
약으로는 우선 '제산제(antacids)'를 사용하여
위산의 작용을 조금 누그러뜨립니다.
위산 분비와 위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손상된 위 점막은 위산으로부터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위산과 접촉되면 심한 통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우선은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위산분비 억제제(antiulcerants)'를 같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은 자칫 반동효과(rebound effect)를 일으켜
오히려 위산과다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히 제산제의 경우는 증상이 개선되는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의 운동을 개선시켜주기 위해서
'장기능 개선제(GIT regulators)'를 사용하며,
위의 경색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진경제(antispasmodics)'를 추가 하기도 합니다.
염증을 개선시키기 위한 '소염제(anti-inflammatory agent)'의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굳이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의 몇 가지 약물 조합만 가지고도 저절로 염증이 사라집니다만,
아주 심한 경우에는 위에 자극이 적은 소염제(주로 효소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검사상 양성이 나왔을 때에는
그 균에 작용하는 '항생제(antibiotics)'를 한 두 종류 같이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이러한 약물에 좋은 치료효과를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은 피해야 하며,
과식을 하지 말고 자극성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한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느낀것입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들은
역시 '속이 어떻다'라는 것입니다.
'속이 쓰리다'
'속이 더부룩하다'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된다'
.........
뭐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듣습니다.
언뜻 비슷한 이야기들입니다만,
각국의 언어로 다양한 표현이 있는만큼 증상은 천차만별이며,
당연히 질환도 여러가지이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하는 약을 '위장약'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며
약국에서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나 '위장관운동 개선제'등으로
대충 때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낙 흔한 증상들이고 거의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좋아집니다만
한번쯤은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위와 장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역시 너무 방대한 양이기에
흔한 질환을 중심으로 하나씩
가급적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염(Gastritis)
위염(gastritis)이란 쉽게 말해서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선 염증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입니다.
염증(炎症, inflammation);
어떤 자극에 대한 생체조직의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의 변질, 순환장애와 삼출(渗出, exudate), 조직 증식의 세 가지를 병발하는
복잡한 병변을 일컫는다.
원인이 되는 자극에는 기계적 상해작용,
온도, 방사선 등의 물리적 인자,
독물 등의 화학적 인자,
세균감염 등의 기생체에 의한 것 등이며,
이 중 세균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이러한 주요 원인 외에도,
여러 부수적 요인과 개체의 소인이나 면역 등에 의하여 그 발생은 복잡하다.
의학을 공부한 제 자신에게도 부담이 가는 설명인데
일반인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말정말 아주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염증이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
원인은 아주 많다.
간단하죠...? ^^;
그렇다면 위염이란
'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의 점막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합니다.
위내시경으로 직접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염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원래 위 속의 색깔이 저 색깔은 아니냐구요...?
정상적인 색깔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 보고 비교해 봅시다.
정상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어떤가요...?
제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더 예쁜 빛깔입니다만...
정상적인 위 속의 색깔은 '약간 붉은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점막은 무엇일까요?
이 설명을 위해서 일부러 계속 '위 속'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장기의 벽은
다음 그림과 같이 몇 개의 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위의 각 부위별 구분과 위벽의 구조
점막층(mucosa)
위를 비롯한 모든 내부장기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층입니다.
우리 몸의 바깥부분을 덮고 있는 것이 피부(skin)라면,
안쪽 부분을 덮고 있는 것은 점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 속에도 점막층, 입 안에도 점막층, 항문 안에도 점막층...
음식물을 비롯하여 장기의 내용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자극에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점막세포가 죽어서 떨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환이 발생합니다.
점막층에는 각종 분비샘이 있어서
각각의 장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막하층(submucosa)
점막층 바로 밑에 있는 층으로,
무수한 혈관과 신경 등이 지나갑니다.
근육층(muscularis)
점막하층 다음의 층으로 근육들이 모여있는 층입니다.
내부 장기의 운동에 관여합니다.
장막층(serosa)
가장 바깥에 있는 질기고 단단한 막입니다.
장기마다 그 두께와 강도가 다르지만,
이 층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압력이나 충격에도 내부 장기가 터지지 않는것입니다.
식도(esophagus)는 이 층이 없는 대신에
주위의 다른 단단한 조직안에 파묻혀 있어서 쉽게 터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할 때는 좀 까다롭습니다.
***
그러면 위염에서 왜 위 점막이 부어오르고 아프게 되는걸까요?
무엇인가가 위 점막에 자극을 주었고,
그 자극 때문에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반응이 일어난것인데요...
자극을 준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위염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눈다면
(1)외인성 위염과 (2)내인성 위염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외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ex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밖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무엇인가 위에 자극이 되는것을 먹어서 발생한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자극성 음식들에는
고추, 후추 등의 매운 음식과 너무 뜨겁거나 거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 다량의 알코올 섭취나 흡연 등도 위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되고,
소염진통제 계열의 많은 약물들도 위염을 일으킵니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식중독(food-poisoning)의 경우에도
음식물 속의 자극성 화학물질에 의해 위염이 발생하는데,
간혹 세균(주로 포도상구균) 자체에 의해 위점막이 감염되어
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화농성 위염(Pyogenic gastritis)이라고 합니다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따금씩은 대부분 자살(sucide) 목적으로 먹은 농약이나 염산 등의
부식성 화학물질에 의한 위염도 있는데,
이 경우를 부식성 위염(Corrosive gastritis)이라고 합니다.
이 때는 위점막 뿐 아니라 점막하층이나 근육층까지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어렵고 후유증도 많습니다.
최근 밝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도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됩니다.
내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in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안에 있는 경우입니다.
소화를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분비물의 불균형이나
장내의 분비물들이 역류하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유전적 요인 및 면역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상선, 부신피질, 뇌하수체 등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지나친 위산(gastric acid)의 분비 역시 위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위염보다는 소화성 궤양(peptic ulcer)와 연관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거꾸로 알칼리성인 담즙이 십이지장으로부터 위로 역류되어
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담즙 역류성 위염(Bile reflux gastritis)라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위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위는 위 아래로 강한 근육층에 의해 꽉 조여져 있습니다.
식도하부 괄약부(lower esophageal sphincter)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지 못하게 막아주며,
유문 괄약부(pyloric sphincter)는
십이지장 이하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되지 못하도록 막아줍니다.
(식도하부 괄약부의 문제는 '역류성 식도염'에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유문 괄약부가 꽉 닫혀있지 못하고 열려있다면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가 됩니다.
십이지장으로는 담즙(쓸개즙)이 흘러나오는데,
상당히 알카리성입니다.
이 담즙이 위로 역류되면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위염을 일으키게 되는것입니다.
담즙 역류(bile reflux)에 대한 모식도
위염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느냐에 따라
다시 (1)급성 위염(acute gastritis)과 (2)만성 위염(chronic gastriti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을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어떤 증상이나 질환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를 만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의 차이는
단지 증상의 지속 기간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질환의 병형(病形) 자체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급성 질환이 오래 지속되어서 만성 질환이 되는것이 아니라,
대부분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은 질병 자체부터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급성 위염이 오래 되어서 만성 위염이 되는것이 아니라,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아직은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급성(acute)'이라는 말은 병의 진행 속도를 말하는 것이지
병의 위중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의 진행이 빠르다는 의미는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치료에 반응을 잘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질환은 급성일 수록 치료가 잘 됩니다.
대부분의 급성 위염은 외인성 위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잘못 먹어서 위에 염증이 생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죠.
때문에 급성 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염만 있는게 아니라
장염(enteritis)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를 급성 위장관염(AGE, acute gastroenteritis)이라고 부릅니다.
(장염 역시 나중에 좀 더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러한 급성 위장관염의 경우에는
병력청취(history taking)와 간단한 이학적검사(physical examination)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며,
수 일 이내의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진단을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gastroscopy)를 시행하는것이 좋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는 최근 들어 위염 뿐 아니라 상부위장관 질환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각광받고 있으며,
위염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40세 이상에서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것이 좋습니다.
이 위내시경 검사상 관찰되는 소견에 따라 위염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출혈성 위염(hemorrhagic gastritis)은 말 그대로 피가 나는 위염입니다.
급성 위염의 경우에 잘 발생하기는 하지만
만성 위염의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위 점막의 손상이 심해져서 작은 혈관들이 노출되어 출혈을 일으킵니다.
간혹 출혈 양이 많아서 피를 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점상 출혈로 출혈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출혈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불긋불긋 출혈반이 보인다.
위축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은 대부분의 만성 위염의 형태로,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stritis, CAG)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위염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위 점막의 가장 바깥쪽만 살짝 손상되는
표재성 미란성 위염(superficial erosive gastritis) 형태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위염이 점점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점점 점막층 깊숙히 염증이 진행되면서 점막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위축성 위염이라고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만성 위축성 위염이 심해져서 위축된 점막이 늘어나면,
점막층에 있는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인 벽세포(parietal cell)도 많이 소실되기 때문에
위산이 잘 분비가 되지않는 저산성 위염(hypoacidic gstritis)이 되기도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증상과 질환을 일대 일로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증상을 하나의 질환에만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절대 증상과 질환은 일대 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명치 끝이 아프다'라는 증상이 있을 때,
위염, 혹은 위궤양 한 두 가지 질환으로 매치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reflux esophagitis)의 경우에도 명치 끝이 아플 수 있으며,
췌장염(pancreatitis)의 경우에도 동일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상관 없을것 같은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고 항상 명치 끝이 아픈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환경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섣부른 진단이나 무분별한 약물 남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염의 경우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단 위 점막이 손상되었으므로 위가 있는 상복부가 많이 아픕니다.
그 아픈것도 '먹먹하다', '쓰리다', '콕콕 쑤신다', 등 다양한 패턴이 있으며,
어떤 경우이든 위염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뜨거운 느낌이 올라온다(heart burn)'의 경우는
역류성 식도염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것이 좋겠습니다.
위 점막의 손상은 위 운동에도 영향을 주어
위의 연동운동(peristalsis)이 감소하거나 더 심해지거나 합니다.
이 경우에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틀어오른다'라는 증상을 호소하며,
트름을 자주하게되고 간혹 구토(vomiting)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위가 경직(spasm)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쥐어짜는것 같다'는 식의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한편으로 위 점막의 손상은 위액(gastric juice)의 분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소화불량(dyspepsia)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외에 상복부에 국한되는 증상 뿐 아니라,
피로, 무기력감, 전신권태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며,
꼭 의사의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위염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아주 심한 출혈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위염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급성 위염의 경우에는
주로 증상을 개선시키는데에 중점을 두는 약물들로 조합하여
수 일간 복용하도록 하며,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증상 개선 외에 염증 치유와 기능 회복에도 촛점을 맞추어
수 주간 약을 복용하도록 합니다.
보통 4주 복용을 권하고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8주 이상 복용하기도 합니다.
약으로는 우선 '제산제(antacids)'를 사용하여
위산의 작용을 조금 누그러뜨립니다.
위산 분비와 위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손상된 위 점막은 위산으로부터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위산과 접촉되면 심한 통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우선은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위산분비 억제제(antiulcerants)'를 같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은 자칫 반동효과(rebound effect)를 일으켜
오히려 위산과다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히 제산제의 경우는 증상이 개선되는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의 운동을 개선시켜주기 위해서
'장기능 개선제(GIT regulators)'를 사용하며,
위의 경색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진경제(antispasmodics)'를 추가 하기도 합니다.
염증을 개선시키기 위한 '소염제(anti-inflammatory agent)'의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굳이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의 몇 가지 약물 조합만 가지고도 저절로 염증이 사라집니다만,
아주 심한 경우에는 위에 자극이 적은 소염제(주로 효소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검사상 양성이 나왔을 때에는
그 균에 작용하는 '항생제(antibiotics)'를 한 두 종류 같이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이러한 약물에 좋은 치료효과를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은 피해야 하며,
과식을 하지 말고 자극성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한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느낀것입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들은
역시 '속이 어떻다'라는 것입니다.
'속이 쓰리다'
'속이 더부룩하다'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된다'
.........
뭐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듣습니다.
언뜻 비슷한 이야기들입니다만,
각국의 언어로 다양한 표현이 있는만큼 증상은 천차만별이며,
당연히 질환도 여러가지이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하는 약을 '위장약'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며
약국에서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나 '위장관운동 개선제'등으로
대충 때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낙 흔한 증상들이고 거의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좋아집니다만
한번쯤은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위와 장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역시 너무 방대한 양이기에
흔한 질환을 중심으로 하나씩
가급적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염(Gastritis)
위염(gastritis)이란 쉽게 말해서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선 염증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입니다.
염증(炎症, inflammation);
어떤 자극에 대한 생체조직의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의 변질, 순환장애와 삼출(渗出, exudate), 조직 증식의 세 가지를 병발하는
복잡한 병변을 일컫는다.
원인이 되는 자극에는 기계적 상해작용,
온도, 방사선 등의 물리적 인자,
독물 등의 화학적 인자,
세균감염 등의 기생체에 의한 것 등이며,
이 중 세균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이러한 주요 원인 외에도,
여러 부수적 요인과 개체의 소인이나 면역 등에 의하여 그 발생은 복잡하다.
의학을 공부한 제 자신에게도 부담이 가는 설명인데
일반인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말정말 아주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염증이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
원인은 아주 많다.
간단하죠...? ^^;
그렇다면 위염이란
'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의 점막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합니다.
위내시경으로 직접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염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원래 위 속의 색깔이 저 색깔은 아니냐구요...?
정상적인 색깔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 보고 비교해 봅시다.
정상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어떤가요...?
제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더 예쁜 빛깔입니다만...
정상적인 위 속의 색깔은 '약간 붉은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점막은 무엇일까요?
이 설명을 위해서 일부러 계속 '위 속'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장기의 벽은
다음 그림과 같이 몇 개의 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위의 각 부위별 구분과 위벽의 구조
점막층(mucosa)
위를 비롯한 모든 내부장기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층입니다.
우리 몸의 바깥부분을 덮고 있는 것이 피부(skin)라면,
안쪽 부분을 덮고 있는 것은 점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 속에도 점막층, 입 안에도 점막층, 항문 안에도 점막층...
음식물을 비롯하여 장기의 내용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자극에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점막세포가 죽어서 떨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환이 발생합니다.
점막층에는 각종 분비샘이 있어서
각각의 장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막하층(submucosa)
점막층 바로 밑에 있는 층으로,
무수한 혈관과 신경 등이 지나갑니다.
근육층(muscularis)
점막하층 다음의 층으로 근육들이 모여있는 층입니다.
내부 장기의 운동에 관여합니다.
장막층(serosa)
가장 바깥에 있는 질기고 단단한 막입니다.
장기마다 그 두께와 강도가 다르지만,
이 층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압력이나 충격에도 내부 장기가 터지지 않는것입니다.
식도(esophagus)는 이 층이 없는 대신에
주위의 다른 단단한 조직안에 파묻혀 있어서 쉽게 터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할 때는 좀 까다롭습니다.
***
그러면 위염에서 왜 위 점막이 부어오르고 아프게 되는걸까요?
무엇인가가 위 점막에 자극을 주었고,
그 자극 때문에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반응이 일어난것인데요...
자극을 준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위염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눈다면
(1)외인성 위염과 (2)내인성 위염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외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ex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밖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무엇인가 위에 자극이 되는것을 먹어서 발생한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자극성 음식들에는
고추, 후추 등의 매운 음식과 너무 뜨겁거나 거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 다량의 알코올 섭취나 흡연 등도 위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되고,
소염진통제 계열의 많은 약물들도 위염을 일으킵니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식중독(food-poisoning)의 경우에도
음식물 속의 자극성 화학물질에 의해 위염이 발생하는데,
간혹 세균(주로 포도상구균) 자체에 의해 위점막이 감염되어
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화농성 위염(Pyogenic gastritis)이라고 합니다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따금씩은 대부분 자살(sucide) 목적으로 먹은 농약이나 염산 등의
부식성 화학물질에 의한 위염도 있는데,
이 경우를 부식성 위염(Corrosive gastritis)이라고 합니다.
이 때는 위점막 뿐 아니라 점막하층이나 근육층까지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어렵고 후유증도 많습니다.
최근 밝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도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됩니다.
내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in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안에 있는 경우입니다.
소화를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분비물의 불균형이나
장내의 분비물들이 역류하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유전적 요인 및 면역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상선, 부신피질, 뇌하수체 등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지나친 위산(gastric acid)의 분비 역시 위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위염보다는 소화성 궤양(peptic ulcer)와 연관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거꾸로 알칼리성인 담즙이 십이지장으로부터 위로 역류되어
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담즙 역류성 위염(Bile reflux gastritis)라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위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위는 위 아래로 강한 근육층에 의해 꽉 조여져 있습니다.
식도하부 괄약부(lower esophageal sphincter)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지 못하게 막아주며,
유문 괄약부(pyloric sphincter)는
십이지장 이하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되지 못하도록 막아줍니다.
(식도하부 괄약부의 문제는 '역류성 식도염'에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유문 괄약부가 꽉 닫혀있지 못하고 열려있다면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가 됩니다.
십이지장으로는 담즙(쓸개즙)이 흘러나오는데,
상당히 알카리성입니다.
이 담즙이 위로 역류되면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위염을 일으키게 되는것입니다.
담즙 역류(bile reflux)에 대한 모식도
위염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느냐에 따라
다시 (1)급성 위염(acute gastritis)과 (2)만성 위염(chronic gastriti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을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어떤 증상이나 질환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를 만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의 차이는
단지 증상의 지속 기간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질환의 병형(病形) 자체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급성 질환이 오래 지속되어서 만성 질환이 되는것이 아니라,
대부분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은 질병 자체부터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급성 위염이 오래 되어서 만성 위염이 되는것이 아니라,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아직은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급성(acute)'이라는 말은 병의 진행 속도를 말하는 것이지
병의 위중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의 진행이 빠르다는 의미는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치료에 반응을 잘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질환은 급성일 수록 치료가 잘 됩니다.
대부분의 급성 위염은 외인성 위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잘못 먹어서 위에 염증이 생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죠.
때문에 급성 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염만 있는게 아니라
장염(enteritis)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를 급성 위장관염(AGE, acute gastroenteritis)이라고 부릅니다.
(장염 역시 나중에 좀 더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러한 급성 위장관염의 경우에는
병력청취(history taking)와 간단한 이학적검사(physical examination)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며,
수 일 이내의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진단을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gastroscopy)를 시행하는것이 좋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는 최근 들어 위염 뿐 아니라 상부위장관 질환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각광받고 있으며,
위염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40세 이상에서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것이 좋습니다.
이 위내시경 검사상 관찰되는 소견에 따라 위염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출혈성 위염(hemorrhagic gastritis)은 말 그대로 피가 나는 위염입니다.
급성 위염의 경우에 잘 발생하기는 하지만
만성 위염의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위 점막의 손상이 심해져서 작은 혈관들이 노출되어 출혈을 일으킵니다.
간혹 출혈 양이 많아서 피를 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점상 출혈로 출혈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출혈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불긋불긋 출혈반이 보인다.
위축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은 대부분의 만성 위염의 형태로,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stritis, CAG)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위염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위 점막의 가장 바깥쪽만 살짝 손상되는
표재성 미란성 위염(superficial erosive gastritis) 형태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위염이 점점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점점 점막층 깊숙히 염증이 진행되면서 점막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위축성 위염이라고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만성 위축성 위염이 심해져서 위축된 점막이 늘어나면,
점막층에 있는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인 벽세포(parietal cell)도 많이 소실되기 때문에
위산이 잘 분비가 되지않는 저산성 위염(hypoacidic gstritis)이 되기도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증상과 질환을 일대 일로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증상을 하나의 질환에만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절대 증상과 질환은 일대 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명치 끝이 아프다'라는 증상이 있을 때,
위염, 혹은 위궤양 한 두 가지 질환으로 매치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reflux esophagitis)의 경우에도 명치 끝이 아플 수 있으며,
췌장염(pancreatitis)의 경우에도 동일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상관 없을것 같은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고 항상 명치 끝이 아픈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환경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섣부른 진단이나 무분별한 약물 남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염의 경우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단 위 점막이 손상되었으므로 위가 있는 상복부가 많이 아픕니다.
그 아픈것도 '먹먹하다', '쓰리다', '콕콕 쑤신다', 등 다양한 패턴이 있으며,
어떤 경우이든 위염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뜨거운 느낌이 올라온다(heart burn)'의 경우는
역류성 식도염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것이 좋겠습니다.
위 점막의 손상은 위 운동에도 영향을 주어
위의 연동운동(peristalsis)이 감소하거나 더 심해지거나 합니다.
이 경우에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틀어오른다'라는 증상을 호소하며,
트름을 자주하게되고 간혹 구토(vomiting)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위가 경직(spasm)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쥐어짜는것 같다'는 식의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한편으로 위 점막의 손상은 위액(gastric juice)의 분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소화불량(dyspepsia)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외에 상복부에 국한되는 증상 뿐 아니라,
피로, 무기력감, 전신권태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며,
꼭 의사의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위염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아주 심한 출혈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위염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급성 위염의 경우에는
주로 증상을 개선시키는데에 중점을 두는 약물들로 조합하여
수 일간 복용하도록 하며,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증상 개선 외에 염증 치유와 기능 회복에도 촛점을 맞추어
수 주간 약을 복용하도록 합니다.
보통 4주 복용을 권하고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8주 이상 복용하기도 합니다.
약으로는 우선 '제산제(antacids)'를 사용하여
위산의 작용을 조금 누그러뜨립니다.
위산 분비와 위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손상된 위 점막은 위산으로부터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위산과 접촉되면 심한 통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우선은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위산분비 억제제(antiulcerants)'를 같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은 자칫 반동효과(rebound effect)를 일으켜
오히려 위산과다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히 제산제의 경우는 증상이 개선되는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의 운동을 개선시켜주기 위해서
'장기능 개선제(GIT regulators)'를 사용하며,
위의 경색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진경제(antispasmodics)'를 추가 하기도 합니다.
염증을 개선시키기 위한 '소염제(anti-inflammatory agent)'의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굳이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의 몇 가지 약물 조합만 가지고도 저절로 염증이 사라집니다만,
아주 심한 경우에는 위에 자극이 적은 소염제(주로 효소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검사상 양성이 나왔을 때에는
그 균에 작용하는 '항생제(antibiotics)'를 한 두 종류 같이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이러한 약물에 좋은 치료효과를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은 피해야 하며,
과식을 하지 말고 자극성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한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느낀것입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들은
역시 '속이 어떻다'라는 것입니다.
'속이 쓰리다'
'속이 더부룩하다'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된다'
.........
뭐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듣습니다.
언뜻 비슷한 이야기들입니다만,
각국의 언어로 다양한 표현이 있는만큼 증상은 천차만별이며,
당연히 질환도 여러가지이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하는 약을 '위장약'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며
약국에서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나 '위장관운동 개선제'등으로
대충 때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낙 흔한 증상들이고 거의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좋아집니다만
한번쯤은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위와 장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역시 너무 방대한 양이기에
흔한 질환을 중심으로 하나씩
가급적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염(Gastritis)
위염(gastritis)이란 쉽게 말해서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선 염증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입니다.
염증(炎症, inflammation);
어떤 자극에 대한 생체조직의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의 변질, 순환장애와 삼출(渗出, exudate), 조직 증식의 세 가지를 병발하는
복잡한 병변을 일컫는다.
원인이 되는 자극에는 기계적 상해작용,
온도, 방사선 등의 물리적 인자,
독물 등의 화학적 인자,
세균감염 등의 기생체에 의한 것 등이며,
이 중 세균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이러한 주요 원인 외에도,
여러 부수적 요인과 개체의 소인이나 면역 등에 의하여 그 발생은 복잡하다.
의학을 공부한 제 자신에게도 부담이 가는 설명인데
일반인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말정말 아주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염증이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
원인은 아주 많다.
간단하죠...? ^^;
그렇다면 위염이란
'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의 점막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합니다.
위내시경으로 직접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염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원래 위 속의 색깔이 저 색깔은 아니냐구요...?
정상적인 색깔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 보고 비교해 봅시다.
정상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어떤가요...?
제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더 예쁜 빛깔입니다만...
정상적인 위 속의 색깔은 '약간 붉은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점막은 무엇일까요?
이 설명을 위해서 일부러 계속 '위 속'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장기의 벽은
다음 그림과 같이 몇 개의 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위의 각 부위별 구분과 위벽의 구조
점막층(mucosa)
위를 비롯한 모든 내부장기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층입니다.
우리 몸의 바깥부분을 덮고 있는 것이 피부(skin)라면,
안쪽 부분을 덮고 있는 것은 점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 속에도 점막층, 입 안에도 점막층, 항문 안에도 점막층...
음식물을 비롯하여 장기의 내용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자극에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점막세포가 죽어서 떨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환이 발생합니다.
점막층에는 각종 분비샘이 있어서
각각의 장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막하층(submucosa)
점막층 바로 밑에 있는 층으로,
무수한 혈관과 신경 등이 지나갑니다.
근육층(muscularis)
점막하층 다음의 층으로 근육들이 모여있는 층입니다.
내부 장기의 운동에 관여합니다.
장막층(serosa)
가장 바깥에 있는 질기고 단단한 막입니다.
장기마다 그 두께와 강도가 다르지만,
이 층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압력이나 충격에도 내부 장기가 터지지 않는것입니다.
식도(esophagus)는 이 층이 없는 대신에
주위의 다른 단단한 조직안에 파묻혀 있어서 쉽게 터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할 때는 좀 까다롭습니다.
***
그러면 위염에서 왜 위 점막이 부어오르고 아프게 되는걸까요?
무엇인가가 위 점막에 자극을 주었고,
그 자극 때문에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반응이 일어난것인데요...
자극을 준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위염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눈다면
(1)외인성 위염과 (2)내인성 위염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외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ex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밖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무엇인가 위에 자극이 되는것을 먹어서 발생한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자극성 음식들에는
고추, 후추 등의 매운 음식과 너무 뜨겁거나 거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 다량의 알코올 섭취나 흡연 등도 위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되고,
소염진통제 계열의 많은 약물들도 위염을 일으킵니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식중독(food-poisoning)의 경우에도
음식물 속의 자극성 화학물질에 의해 위염이 발생하는데,
간혹 세균(주로 포도상구균) 자체에 의해 위점막이 감염되어
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화농성 위염(Pyogenic gastritis)이라고 합니다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따금씩은 대부분 자살(sucide) 목적으로 먹은 농약이나 염산 등의
부식성 화학물질에 의한 위염도 있는데,
이 경우를 부식성 위염(Corrosive gastritis)이라고 합니다.
이 때는 위점막 뿐 아니라 점막하층이나 근육층까지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어렵고 후유증도 많습니다.
최근 밝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도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됩니다.
내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in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안에 있는 경우입니다.
소화를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분비물의 불균형이나
장내의 분비물들이 역류하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유전적 요인 및 면역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상선, 부신피질, 뇌하수체 등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지나친 위산(gastric acid)의 분비 역시 위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위염보다는 소화성 궤양(peptic ulcer)와 연관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거꾸로 알칼리성인 담즙이 십이지장으로부터 위로 역류되어
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담즙 역류성 위염(Bile reflux gastritis)라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위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위는 위 아래로 강한 근육층에 의해 꽉 조여져 있습니다.
식도하부 괄약부(lower esophageal sphincter)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지 못하게 막아주며,
유문 괄약부(pyloric sphincter)는
십이지장 이하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되지 못하도록 막아줍니다.
(식도하부 괄약부의 문제는 '역류성 식도염'에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유문 괄약부가 꽉 닫혀있지 못하고 열려있다면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가 됩니다.
십이지장으로는 담즙(쓸개즙)이 흘러나오는데,
상당히 알카리성입니다.
이 담즙이 위로 역류되면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위염을 일으키게 되는것입니다.
담즙 역류(bile reflux)에 대한 모식도
위염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느냐에 따라
다시 (1)급성 위염(acute gastritis)과 (2)만성 위염(chronic gastriti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을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어떤 증상이나 질환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를 만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의 차이는
단지 증상의 지속 기간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질환의 병형(病形) 자체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급성 질환이 오래 지속되어서 만성 질환이 되는것이 아니라,
대부분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은 질병 자체부터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급성 위염이 오래 되어서 만성 위염이 되는것이 아니라,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아직은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급성(acute)'이라는 말은 병의 진행 속도를 말하는 것이지
병의 위중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의 진행이 빠르다는 의미는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치료에 반응을 잘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질환은 급성일 수록 치료가 잘 됩니다.
대부분의 급성 위염은 외인성 위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잘못 먹어서 위에 염증이 생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죠.
때문에 급성 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염만 있는게 아니라
장염(enteritis)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를 급성 위장관염(AGE, acute gastroenteritis)이라고 부릅니다.
(장염 역시 나중에 좀 더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러한 급성 위장관염의 경우에는
병력청취(history taking)와 간단한 이학적검사(physical examination)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며,
수 일 이내의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진단을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gastroscopy)를 시행하는것이 좋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는 최근 들어 위염 뿐 아니라 상부위장관 질환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각광받고 있으며,
위염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40세 이상에서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것이 좋습니다.
이 위내시경 검사상 관찰되는 소견에 따라 위염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출혈성 위염(hemorrhagic gastritis)은 말 그대로 피가 나는 위염입니다.
급성 위염의 경우에 잘 발생하기는 하지만
만성 위염의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위 점막의 손상이 심해져서 작은 혈관들이 노출되어 출혈을 일으킵니다.
간혹 출혈 양이 많아서 피를 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점상 출혈로 출혈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출혈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불긋불긋 출혈반이 보인다.
위축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은 대부분의 만성 위염의 형태로,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stritis, CAG)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위염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위 점막의 가장 바깥쪽만 살짝 손상되는
표재성 미란성 위염(superficial erosive gastritis) 형태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위염이 점점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점점 점막층 깊숙히 염증이 진행되면서 점막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위축성 위염이라고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만성 위축성 위염이 심해져서 위축된 점막이 늘어나면,
점막층에 있는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인 벽세포(parietal cell)도 많이 소실되기 때문에
위산이 잘 분비가 되지않는 저산성 위염(hypoacidic gstritis)이 되기도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증상과 질환을 일대 일로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증상을 하나의 질환에만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절대 증상과 질환은 일대 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명치 끝이 아프다'라는 증상이 있을 때,
위염, 혹은 위궤양 한 두 가지 질환으로 매치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reflux esophagitis)의 경우에도 명치 끝이 아플 수 있으며,
췌장염(pancreatitis)의 경우에도 동일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상관 없을것 같은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고 항상 명치 끝이 아픈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환경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섣부른 진단이나 무분별한 약물 남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염의 경우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단 위 점막이 손상되었으므로 위가 있는 상복부가 많이 아픕니다.
그 아픈것도 '먹먹하다', '쓰리다', '콕콕 쑤신다', 등 다양한 패턴이 있으며,
어떤 경우이든 위염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뜨거운 느낌이 올라온다(heart burn)'의 경우는
역류성 식도염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것이 좋겠습니다.
위 점막의 손상은 위 운동에도 영향을 주어
위의 연동운동(peristalsis)이 감소하거나 더 심해지거나 합니다.
이 경우에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틀어오른다'라는 증상을 호소하며,
트름을 자주하게되고 간혹 구토(vomiting)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위가 경직(spasm)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쥐어짜는것 같다'는 식의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한편으로 위 점막의 손상은 위액(gastric juice)의 분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소화불량(dyspepsia)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외에 상복부에 국한되는 증상 뿐 아니라,
피로, 무기력감, 전신권태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며,
꼭 의사의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위염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아주 심한 출혈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위염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급성 위염의 경우에는
주로 증상을 개선시키는데에 중점을 두는 약물들로 조합하여
수 일간 복용하도록 하며,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증상 개선 외에 염증 치유와 기능 회복에도 촛점을 맞추어
수 주간 약을 복용하도록 합니다.
보통 4주 복용을 권하고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8주 이상 복용하기도 합니다.
약으로는 우선 '제산제(antacids)'를 사용하여
위산의 작용을 조금 누그러뜨립니다.
위산 분비와 위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손상된 위 점막은 위산으로부터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위산과 접촉되면 심한 통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우선은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위산분비 억제제(antiulcerants)'를 같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은 자칫 반동효과(rebound effect)를 일으켜
오히려 위산과다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히 제산제의 경우는 증상이 개선되는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의 운동을 개선시켜주기 위해서
'장기능 개선제(GIT regulators)'를 사용하며,
위의 경색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진경제(antispasmodics)'를 추가 하기도 합니다.
염증을 개선시키기 위한 '소염제(anti-inflammatory agent)'의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굳이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의 몇 가지 약물 조합만 가지고도 저절로 염증이 사라집니다만,
아주 심한 경우에는 위에 자극이 적은 소염제(주로 효소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검사상 양성이 나왔을 때에는
그 균에 작용하는 '항생제(antibiotics)'를 한 두 종류 같이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이러한 약물에 좋은 치료효과를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은 피해야 하며,
과식을 하지 말고 자극성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한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느낀것입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들은
역시 '속이 어떻다'라는 것입니다.
'속이 쓰리다'
'속이 더부룩하다'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된다'
.........
뭐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듣습니다.
언뜻 비슷한 이야기들입니다만,
각국의 언어로 다양한 표현이 있는만큼 증상은 천차만별이며,
당연히 질환도 여러가지이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하는 약을 '위장약'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며
약국에서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나 '위장관운동 개선제'등으로
대충 때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낙 흔한 증상들이고 거의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좋아집니다만
한번쯤은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위와 장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역시 너무 방대한 양이기에
흔한 질환을 중심으로 하나씩
가급적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염(Gastritis)
위염(gastritis)이란 쉽게 말해서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선 염증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입니다.
염증(炎症, inflammation);
어떤 자극에 대한 생체조직의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의 변질, 순환장애와 삼출(渗出, exudate), 조직 증식의 세 가지를 병발하는
복잡한 병변을 일컫는다.
원인이 되는 자극에는 기계적 상해작용,
온도, 방사선 등의 물리적 인자,
독물 등의 화학적 인자,
세균감염 등의 기생체에 의한 것 등이며,
이 중 세균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이러한 주요 원인 외에도,
여러 부수적 요인과 개체의 소인이나 면역 등에 의하여 그 발생은 복잡하다.
의학을 공부한 제 자신에게도 부담이 가는 설명인데
일반인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말정말 아주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염증이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
원인은 아주 많다.
간단하죠...? ^^;
그렇다면 위염이란
'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의 점막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합니다.
위내시경으로 직접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염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원래 위 속의 색깔이 저 색깔은 아니냐구요...?
정상적인 색깔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 보고 비교해 봅시다.
정상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어떤가요...?
제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더 예쁜 빛깔입니다만...
정상적인 위 속의 색깔은 '약간 붉은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점막은 무엇일까요?
이 설명을 위해서 일부러 계속 '위 속'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장기의 벽은
다음 그림과 같이 몇 개의 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위의 각 부위별 구분과 위벽의 구조
점막층(mucosa)
위를 비롯한 모든 내부장기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층입니다.
우리 몸의 바깥부분을 덮고 있는 것이 피부(skin)라면,
안쪽 부분을 덮고 있는 것은 점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 속에도 점막층, 입 안에도 점막층, 항문 안에도 점막층...
음식물을 비롯하여 장기의 내용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자극에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점막세포가 죽어서 떨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환이 발생합니다.
점막층에는 각종 분비샘이 있어서
각각의 장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막하층(submucosa)
점막층 바로 밑에 있는 층으로,
무수한 혈관과 신경 등이 지나갑니다.
근육층(muscularis)
점막하층 다음의 층으로 근육들이 모여있는 층입니다.
내부 장기의 운동에 관여합니다.
장막층(serosa)
가장 바깥에 있는 질기고 단단한 막입니다.
장기마다 그 두께와 강도가 다르지만,
이 층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압력이나 충격에도 내부 장기가 터지지 않는것입니다.
식도(esophagus)는 이 층이 없는 대신에
주위의 다른 단단한 조직안에 파묻혀 있어서 쉽게 터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할 때는 좀 까다롭습니다.
***
그러면 위염에서 왜 위 점막이 부어오르고 아프게 되는걸까요?
무엇인가가 위 점막에 자극을 주었고,
그 자극 때문에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반응이 일어난것인데요...
자극을 준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위염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눈다면
(1)외인성 위염과 (2)내인성 위염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외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ex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밖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무엇인가 위에 자극이 되는것을 먹어서 발생한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자극성 음식들에는
고추, 후추 등의 매운 음식과 너무 뜨겁거나 거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 다량의 알코올 섭취나 흡연 등도 위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되고,
소염진통제 계열의 많은 약물들도 위염을 일으킵니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식중독(food-poisoning)의 경우에도
음식물 속의 자극성 화학물질에 의해 위염이 발생하는데,
간혹 세균(주로 포도상구균) 자체에 의해 위점막이 감염되어
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화농성 위염(Pyogenic gastritis)이라고 합니다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따금씩은 대부분 자살(sucide) 목적으로 먹은 농약이나 염산 등의
부식성 화학물질에 의한 위염도 있는데,
이 경우를 부식성 위염(Corrosive gastritis)이라고 합니다.
이 때는 위점막 뿐 아니라 점막하층이나 근육층까지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어렵고 후유증도 많습니다.
최근 밝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도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됩니다.
내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in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안에 있는 경우입니다.
소화를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분비물의 불균형이나
장내의 분비물들이 역류하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유전적 요인 및 면역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상선, 부신피질, 뇌하수체 등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지나친 위산(gastric acid)의 분비 역시 위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위염보다는 소화성 궤양(peptic ulcer)와 연관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거꾸로 알칼리성인 담즙이 십이지장으로부터 위로 역류되어
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담즙 역류성 위염(Bile reflux gastritis)라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위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위는 위 아래로 강한 근육층에 의해 꽉 조여져 있습니다.
식도하부 괄약부(lower esophageal sphincter)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지 못하게 막아주며,
유문 괄약부(pyloric sphincter)는
십이지장 이하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되지 못하도록 막아줍니다.
(식도하부 괄약부의 문제는 '역류성 식도염'에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유문 괄약부가 꽉 닫혀있지 못하고 열려있다면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가 됩니다.
십이지장으로는 담즙(쓸개즙)이 흘러나오는데,
상당히 알카리성입니다.
이 담즙이 위로 역류되면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위염을 일으키게 되는것입니다.
담즙 역류(bile reflux)에 대한 모식도
위염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느냐에 따라
다시 (1)급성 위염(acute gastritis)과 (2)만성 위염(chronic gastriti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을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어떤 증상이나 질환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를 만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의 차이는
단지 증상의 지속 기간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질환의 병형(病形) 자체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급성 질환이 오래 지속되어서 만성 질환이 되는것이 아니라,
대부분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은 질병 자체부터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급성 위염이 오래 되어서 만성 위염이 되는것이 아니라,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아직은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급성(acute)'이라는 말은 병의 진행 속도를 말하는 것이지
병의 위중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의 진행이 빠르다는 의미는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치료에 반응을 잘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질환은 급성일 수록 치료가 잘 됩니다.
대부분의 급성 위염은 외인성 위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잘못 먹어서 위에 염증이 생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죠.
때문에 급성 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염만 있는게 아니라
장염(enteritis)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를 급성 위장관염(AGE, acute gastroenteritis)이라고 부릅니다.
(장염 역시 나중에 좀 더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러한 급성 위장관염의 경우에는
병력청취(history taking)와 간단한 이학적검사(physical examination)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며,
수 일 이내의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진단을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gastroscopy)를 시행하는것이 좋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는 최근 들어 위염 뿐 아니라 상부위장관 질환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각광받고 있으며,
위염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40세 이상에서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것이 좋습니다.
이 위내시경 검사상 관찰되는 소견에 따라 위염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출혈성 위염(hemorrhagic gastritis)은 말 그대로 피가 나는 위염입니다.
급성 위염의 경우에 잘 발생하기는 하지만
만성 위염의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위 점막의 손상이 심해져서 작은 혈관들이 노출되어 출혈을 일으킵니다.
간혹 출혈 양이 많아서 피를 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점상 출혈로 출혈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출혈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불긋불긋 출혈반이 보인다.
위축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은 대부분의 만성 위염의 형태로,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stritis, CAG)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위염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위 점막의 가장 바깥쪽만 살짝 손상되는
표재성 미란성 위염(superficial erosive gastritis) 형태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위염이 점점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점점 점막층 깊숙히 염증이 진행되면서 점막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위축성 위염이라고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만성 위축성 위염이 심해져서 위축된 점막이 늘어나면,
점막층에 있는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인 벽세포(parietal cell)도 많이 소실되기 때문에
위산이 잘 분비가 되지않는 저산성 위염(hypoacidic gstritis)이 되기도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증상과 질환을 일대 일로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증상을 하나의 질환에만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절대 증상과 질환은 일대 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명치 끝이 아프다'라는 증상이 있을 때,
위염, 혹은 위궤양 한 두 가지 질환으로 매치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reflux esophagitis)의 경우에도 명치 끝이 아플 수 있으며,
췌장염(pancreatitis)의 경우에도 동일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상관 없을것 같은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고 항상 명치 끝이 아픈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환경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섣부른 진단이나 무분별한 약물 남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염의 경우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단 위 점막이 손상되었으므로 위가 있는 상복부가 많이 아픕니다.
그 아픈것도 '먹먹하다', '쓰리다', '콕콕 쑤신다', 등 다양한 패턴이 있으며,
어떤 경우이든 위염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뜨거운 느낌이 올라온다(heart burn)'의 경우는
역류성 식도염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것이 좋겠습니다.
위 점막의 손상은 위 운동에도 영향을 주어
위의 연동운동(peristalsis)이 감소하거나 더 심해지거나 합니다.
이 경우에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틀어오른다'라는 증상을 호소하며,
트름을 자주하게되고 간혹 구토(vomiting)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위가 경직(spasm)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쥐어짜는것 같다'는 식의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한편으로 위 점막의 손상은 위액(gastric juice)의 분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소화불량(dyspepsia)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외에 상복부에 국한되는 증상 뿐 아니라,
피로, 무기력감, 전신권태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며,
꼭 의사의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위염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아주 심한 출혈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위염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급성 위염의 경우에는
주로 증상을 개선시키는데에 중점을 두는 약물들로 조합하여
수 일간 복용하도록 하며,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증상 개선 외에 염증 치유와 기능 회복에도 촛점을 맞추어
수 주간 약을 복용하도록 합니다.
보통 4주 복용을 권하고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8주 이상 복용하기도 합니다.
약으로는 우선 '제산제(antacids)'를 사용하여
위산의 작용을 조금 누그러뜨립니다.
위산 분비와 위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손상된 위 점막은 위산으로부터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위산과 접촉되면 심한 통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우선은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위산분비 억제제(antiulcerants)'를 같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은 자칫 반동효과(rebound effect)를 일으켜
오히려 위산과다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히 제산제의 경우는 증상이 개선되는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의 운동을 개선시켜주기 위해서
'장기능 개선제(GIT regulators)'를 사용하며,
위의 경색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진경제(antispasmodics)'를 추가 하기도 합니다.
염증을 개선시키기 위한 '소염제(anti-inflammatory agent)'의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굳이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의 몇 가지 약물 조합만 가지고도 저절로 염증이 사라집니다만,
아주 심한 경우에는 위에 자극이 적은 소염제(주로 효소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검사상 양성이 나왔을 때에는
그 균에 작용하는 '항생제(antibiotics)'를 한 두 종류 같이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이러한 약물에 좋은 치료효과를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은 피해야 하며,
과식을 하지 말고 자극성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환자들을 대하기 시작한지 십수년이 지나면서 느낀것입니다만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증상들은
역시 '속이 어떻다'라는 것입니다.
'속이 쓰리다'
'속이 더부룩하다'
'속이 불편하다'
'소화가 잘 안된다'
.........
뭐 이런 이야기들을 흔히 듣습니다.
언뜻 비슷한 이야기들입니다만,
각국의 언어로 다양한 표현이 있는만큼 증상은 천차만별이며,
당연히 질환도 여러가지이고,
그에 따른 치료법도 여러가지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해당하는 약을 '위장약'이라고 뭉뚱그려서 말하며
약국에서 처방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산제'나 '위장관운동 개선제'등으로
대충 때우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워낙 흔한 증상들이고 거의 대부분은 별 문제 없이 좋아집니다만
한번쯤은 심각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위와 장의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역시 너무 방대한 양이기에
흔한 질환을 중심으로 하나씩
가급적 상식적인 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위염(Gastritis)
위염(gastritis)이란 쉽게 말해서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우선 염증이란게 무엇인지 알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백과사전에 나온 설명입니다.
염증(炎症, inflammation);
어떤 자극에 대한 생체조직의 방어반응의 하나로,
조직의 변질, 순환장애와 삼출(渗出, exudate), 조직 증식의 세 가지를 병발하는
복잡한 병변을 일컫는다.
원인이 되는 자극에는 기계적 상해작용,
온도, 방사선 등의 물리적 인자,
독물 등의 화학적 인자,
세균감염 등의 기생체에 의한 것 등이며,
이 중 세균에 의한 것이 가장 많다.
이러한 주요 원인 외에도,
여러 부수적 요인과 개체의 소인이나 면역 등에 의하여 그 발생은 복잡하다.
의학을 공부한 제 자신에게도 부담이 가는 설명인데
일반인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정말정말 아주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염증이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
원인은 아주 많다.
간단하죠...? ^^;
그렇다면 위염이란
'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위의 점막이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아픈것'을 말합니다.
위내시경으로 직접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염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원래 위 속의 색깔이 저 색깔은 아니냐구요...?
정상적인 색깔은 다음과 같습니다.
직접 보고 비교해 봅시다.
정상 소견을 보이는 위내시경 사진
어떤가요...?
제 눈으로 보기에는 훨씬 더 예쁜 빛깔입니다만...
정상적인 위 속의 색깔은 '약간 붉은 주황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점막은 무엇일까요?
이 설명을 위해서 일부러 계속 '위 속'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몸 속에 있는 거의 모든 장기의 벽은
다음 그림과 같이 몇 개의 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위의 각 부위별 구분과 위벽의 구조
점막층(mucosa)
위를 비롯한 모든 내부장기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층입니다.
우리 몸의 바깥부분을 덮고 있는 것이 피부(skin)라면,
안쪽 부분을 덮고 있는 것은 점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 속에도 점막층, 입 안에도 점막층, 항문 안에도 점막층...
음식물을 비롯하여 장기의 내용물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자극에 가장 취약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하루에도 셀 수 없을정도로 많은 점막세포가 죽어서 떨어지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암을 비롯한 여러가지 질환이 발생합니다.
점막층에는 각종 분비샘이 있어서
각각의 장기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막하층(submucosa)
점막층 바로 밑에 있는 층으로,
무수한 혈관과 신경 등이 지나갑니다.
근육층(muscularis)
점막하층 다음의 층으로 근육들이 모여있는 층입니다.
내부 장기의 운동에 관여합니다.
장막층(serosa)
가장 바깥에 있는 질기고 단단한 막입니다.
장기마다 그 두께와 강도가 다르지만,
이 층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압력이나 충격에도 내부 장기가 터지지 않는것입니다.
식도(esophagus)는 이 층이 없는 대신에
주위의 다른 단단한 조직안에 파묻혀 있어서 쉽게 터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수술할 때는 좀 까다롭습니다.
***
그러면 위염에서 왜 위 점막이 부어오르고 아프게 되는걸까요?
무엇인가가 위 점막에 자극을 주었고,
그 자극 때문에 점막이 손상되어 염증반응이 일어난것인데요...
자극을 준 그 무엇인가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위염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크게 둘로 나눈다면
(1)외인성 위염과 (2)내인성 위염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외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ex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밖에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즉, 무엇인가 위에 자극이 되는것을 먹어서 발생한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자극성 음식들에는
고추, 후추 등의 매운 음식과 너무 뜨겁거나 거친 음식들이 있습니다.
이 외에 다량의 알코올 섭취나 흡연 등도 위 점막에 손상을 주게 되고,
소염진통제 계열의 많은 약물들도 위염을 일으킵니다.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생하는 식중독(food-poisoning)의 경우에도
음식물 속의 자극성 화학물질에 의해 위염이 발생하는데,
간혹 세균(주로 포도상구균) 자체에 의해 위점막이 감염되어
위염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화농성 위염(Pyogenic gastritis)이라고 합니다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이따금씩은 대부분 자살(sucide) 목적으로 먹은 농약이나 염산 등의
부식성 화학물질에 의한 위염도 있는데,
이 경우를 부식성 위염(Corrosive gastritis)이라고 합니다.
이 때는 위점막 뿐 아니라 점막하층이나 근육층까지 손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어렵고 후유증도 많습니다.
최근 밝혀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균도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균이 됩니다.
내인성 위염(Gastritis caused by intrinsic factor)이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몸 안에 있는 경우입니다.
소화를 위해 위에서 분비되는 여러가지 분비물의 불균형이나
장내의 분비물들이 역류하여서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유전적 요인 및 면역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갑상선, 부신피질, 뇌하수체 등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지나친 위산(gastric acid)의 분비 역시 위염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위염보다는 소화성 궤양(peptic ulcer)와 연관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것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거꾸로 알칼리성인 담즙이 십이지장으로부터 위로 역류되어
위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담즙 역류성 위염(Bile reflux gastritis)라고 합니다.
여기서 일단 위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위는 위 아래로 강한 근육층에 의해 꽉 조여져 있습니다.
식도하부 괄약부(lower esophageal sphincter)는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되지 못하게 막아주며,
유문 괄약부(pyloric sphincter)는
십이지장 이하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되지 못하도록 막아줍니다.
(식도하부 괄약부의 문제는 '역류성 식도염'에서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원인에 의해 유문 괄약부가 꽉 닫혀있지 못하고 열려있다면
십이지장의 내용물이 위로 역류가 됩니다.
십이지장으로는 담즙(쓸개즙)이 흘러나오는데,
상당히 알카리성입니다.
이 담즙이 위로 역류되면 위 점막을 자극하게 되어 위염을 일으키게 되는것입니다.
담즙 역류(bile reflux)에 대한 모식도
위염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느냐에 따라
다시 (1)급성 위염(acute gastritis)과 (2)만성 위염(chronic gastritis)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acute)과 만성(chronic)을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어떤 증상이나 질환의 지속 기간이 6개월 이상일 때를 만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의 차이는
단지 증상의 지속 기간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질환의 병형(病形) 자체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쉽게 말해서 급성 질환이 오래 지속되어서 만성 질환이 되는것이 아니라,
대부분 급성 질환과 만성 질환은 질병 자체부터가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찬가지로 급성 위염이 오래 되어서 만성 위염이 되는것이 아니라,
급성 위염과 만성 위염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뜻입니다.
(아직은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급성(acute)'이라는 말은 병의 진행 속도를 말하는 것이지
병의 위중한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병의 진행이 빠르다는 의미는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미이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치료에 반응을 잘 합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질환은 급성일 수록 치료가 잘 됩니다.
대부분의 급성 위염은 외인성 위염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잘못 먹어서 위에 염증이 생긴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죠.
때문에 급성 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위염만 있는게 아니라
장염(enteritis)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를 급성 위장관염(AGE, acute gastroenteritis)이라고 부릅니다.
(장염 역시 나중에 좀 더 상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이러한 급성 위장관염의 경우에는
병력청취(history taking)와 간단한 이학적검사(physical examination)만으로도
충분히 진단이 가능하며,
수 일 이내의 간단한 치료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그 원인이 매우 다양하며,
진단을 위해서는 위내시경 검사(gastroscopy)를 시행하는것이 좋습니다.
위내시경 검사는 최근 들어 위염 뿐 아니라 상부위장관 질환의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각광받고 있으며,
위염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40세 이상에서는
1~2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것이 좋습니다.
이 위내시경 검사상 관찰되는 소견에 따라 위염을 구분하기도 합니다.
출혈성 위염(hemorrhagic gastritis)은 말 그대로 피가 나는 위염입니다.
급성 위염의 경우에 잘 발생하기는 하지만
만성 위염의 경우에도 발생합니다.
위 점막의 손상이 심해져서 작은 혈관들이 노출되어 출혈을 일으킵니다.
간혹 출혈 양이 많아서 피를 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점상 출혈로 출혈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출혈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불긋불긋 출혈반이 보인다.
위축성 위염(atrophic gastritis)은 대부분의 만성 위염의 형태로,
만성 위축성 위염(chronic atrophic gastritis, CAG)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위염이 처음에 시작할 때는 위 점막의 가장 바깥쪽만 살짝 손상되는
표재성 미란성 위염(superficial erosive gastritis) 형태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위염이 점점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점점 점막층 깊숙히 염증이 진행되면서 점막이 위축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단계를 위축성 위염이라고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의 내시경 소견
만성 위축성 위염이 심해져서 위축된 점막이 늘어나면,
점막층에 있는 위산을 분비하는 세포인 벽세포(parietal cell)도 많이 소실되기 때문에
위산이 잘 분비가 되지않는 저산성 위염(hypoacidic gstritis)이 되기도 합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암으로 발전하기도 한다고 합니다만,
아직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
일반인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증상과 질환을 일대 일로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즉 하나의 증상을 하나의 질환에만 매치시키는 것입니다.
절대 증상과 질환은 일대 일의 관계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명치 끝이 아프다'라는 증상이 있을 때,
위염, 혹은 위궤양 한 두 가지 질환으로 매치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류성 식도염(reflux esophagitis)의 경우에도 명치 끝이 아플 수 있으며,
췌장염(pancreatitis)의 경우에도 동일한 증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상관 없을것 같은 협심증 같은 심장질환에서도
동일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위염이나 위궤양이 있다고 항상 명치 끝이 아픈것은 아닙니다.
개인마다 환경마다 다양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전문의사가 아닌 사람들의 섣부른 진단이나 무분별한 약물 남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위염의 경우에도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단 위 점막이 손상되었으므로 위가 있는 상복부가 많이 아픕니다.
그 아픈것도 '먹먹하다', '쓰리다', '콕콕 쑤신다', 등 다양한 패턴이 있으며,
어떤 경우이든 위염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만 '뜨거운 느낌이 올라온다(heart burn)'의 경우는
역류성 식도염과 더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것이 좋겠습니다.
위 점막의 손상은 위 운동에도 영향을 주어
위의 연동운동(peristalsis)이 감소하거나 더 심해지거나 합니다.
이 경우에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틀어오른다'라는 증상을 호소하며,
트름을 자주하게되고 간혹 구토(vomiting)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위가 경직(spasm) 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쥐어짜는것 같다'는 식의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한편으로 위 점막의 손상은 위액(gastric juice)의 분비에도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소화불량(dyspepsia)이라는 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외에 상복부에 국한되는 증상 뿐 아니라,
피로, 무기력감, 전신권태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증상을 보입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던대로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이며,
꼭 의사의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위염의 치료는 약물치료가 원칙입니다.
아주 심한 출혈 때문에 수술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합니다만,
위염 자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를 다시 시행해야 합니다.
다만 급성 위염의 경우에는
주로 증상을 개선시키는데에 중점을 두는 약물들로 조합하여
수 일간 복용하도록 하며,
만성 위염의 경우에는
증상 개선 외에 염증 치유와 기능 회복에도 촛점을 맞추어
수 주간 약을 복용하도록 합니다.
보통 4주 복용을 권하고 있으나,
심한 경우에는 8주 이상 복용하기도 합니다.
약으로는 우선 '제산제(antacids)'를 사용하여
위산의 작용을 조금 누그러뜨립니다.
위산 분비와 위염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손상된 위 점막은 위산으로부터 보호되지 않기 때문에
위산과 접촉되면 심한 통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우선은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위산분비 억제제(antiulcerants)'를 같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위산의 효과를 억제시키는 것은 자칫 반동효과(rebound effect)를 일으켜
오히려 위산과다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특히 제산제의 경우는 증상이 개선되는 최소한의 기간만 사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의 운동을 개선시켜주기 위해서
'장기능 개선제(GIT regulators)'를 사용하며,
위의 경색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진경제(antispasmodics)'를 추가 하기도 합니다.
염증을 개선시키기 위한 '소염제(anti-inflammatory agent)'의 사용에는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굳이 소염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위의 몇 가지 약물 조합만 가지고도 저절로 염증이 사라집니다만,
아주 심한 경우에는 위에 자극이 적은 소염제(주로 효소 소염제)를 사용하여
염증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헬리코박터 균에 대한 검사상 양성이 나왔을 때에는
그 균에 작용하는 '항생제(antibiotics)'를 한 두 종류 같이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위염은 이러한 약물에 좋은 치료효과를 보입니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 제공 환경에서 멀어지는 것입니다.
지나친 음주나 흡연은 피해야 하며,
과식을 하지 말고 자극성 있는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