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초입인데 날씨는 봄처럼 온화하고 일하기 좋은 날이다.
며칠 전 들깨 추수도 마무리하고,
이제 남은 농작물은 김장으로 마무리하면 월동 준비 끝이다.
꽃도 예쁘고, 고구마를 케고나서 싻을 밭뚝으로 밀어 놓은
고구마줄기가 따서 먹을 수 있도록 싱싱했는데 서리가 독약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번 온 된서리로 완전 삶겨서 축 늘어졌다.
란타나 백일홍이 한창 예뻤는데 그것도 곤죽이 되어 너무 아깝다.
늘 고마운 분으로 각인되는 배원장님이 주신 국화꽃만이
크고 작은 꽃봉우리가 화사하게 필 준비를 하고 있다.
대국은 하우스에 잠시 들려놓고 더 추우면 거실로 들여놓을 생각이다.
남편에게 서리오기전에 란타나 꽃이 너무 예쁘니 꺾어서 화병에
한 가득 담아야지 했는데, 하루를 못참고 서리가 와서 너무나 안타깝다.
인생도 찰라 식물도 찰라 모든 찰라를 놓치면 이런 좋지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어제는 월동 준비로 독채의 수도가 얼지 않는 수도파이프로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땅을 파고 수도 파이프를 교체하는 작업은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전문 분야도 아닌데 못하는 게 없으니 무슨 조화속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마무리는 방부목으로 수도 파이프를 덮는 목수 일까지 하면서
수도 동파작업을 마무리했다.
힘든 숙제 한가지를 해결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남편은 일 할때 일은 안하고 놀아도 옆에 와서 잔심부름을 하면서 있기를 바란다.
잠시도 못노는 스타일인 나는 옷을 벗은 감나무의 바싹 마른 낙엽을
자루에 긁어 모우는 일을 10m 반경에서 한다.
감나무가 제 값을 못한다고 못마땅 해 했더니 옷을 벗으니
감나무에게 미안 할 정도로 예쁘게 달렸다.
모든 것은 겉만 보고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준다.
남편은 전기면 전기 수도면 수도 정말 못하는 게 없는데
한 달 전쯤에 수도가 새는데 육안으로 어디가 새는지 찾을 수가 없어
설비사를 불러 감지기로 찾아 두 시간 정도 작업하더니 60만원이란다.
그걸 주면서 아까워했더니 남편은 당신은 60만원주면
물새는 곳을 찾을 수 있겠냐고 하는데 할 말을 잃었다.
그 많은 설비를 남편이 하니 그나마 다행이지 일일이 설비사를 부른다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야 하나를 생각하니
맥가이버 남편이 있으니 펜션 사업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자 지붕을 볏집으로 손수 이영으로 엮어 겁도 없이 지붕 꼭대기에 올라가서 덮었는데
작년 겨울에 반은 날아간 초가 정자 지붕을 봄이 지나고 가을이 가고
초겨울 초입에 들어섰는데도 엄두가 안 난다면서 방치상태다.
그나마 지붕이 새지는 않으니 급할 게 없기는 하지만 그만큼 나이는 못 속인다는 증거다.
어떤 일이라도 무서워하지 않더니 높은 꼭대기에 올라가서 하는 작업은 겁이 난단다.
세월이 흘러 속절없이 늙어가더니 어쩔 수 없이 펄펄 날던 남편도
이제는 종이호랑이가 되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