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가 용병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6·24 군사반란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사령관겸 특수 군사작전 부사령관의 경질을 27일 공식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와 rbc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빅토르 아프잘로프(Виктор Афзалов) 항공우주군 제 1부사령관(중장)을 새 사령관에 보임했다고 27일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는 "2023년 10월 러시아 연방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아프잘로프 중장이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됐다"고 알렸다.
빅토르 아프잘로프 신임 항공우주군 사령관/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이로써 6·24 군사반란의 주역(?)들은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비록 수로비킨 전 사령관이 군사반란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이미 발을 빼기에는 너무 늦었고, 러시아 국방부로서도 그를 제거하지 않고서는 '군사반란을 완전히 제압했다'고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쇼이구 국방장관-게라시모프 군총참모장(합참의장 격)의 군 인맥이 크렘린내 일부 세력과 연계된 프리고진-수로비킨 인맥의 거센 도전을 물리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68년 크림반도 심페로폴에서 태어난 아프잘로프 신임 사령관은 푸쉬킨 방공전자공학및 방공 육군사관학교, 러시아 연방군 참모대학 등을 졸업했으며, 주로 방공 미사일 부대에서 군 경력을 쌓았다. 2007~2008년 방공사단 부사령관, 2010~2012년 항공우주군 항공우주방위여단 여단장, 동부군관구 산하 공군및 방공군 사령관을 거쳐 2018년 항공우주군 제1부사령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직속 상관인 수로비킨 전 사령관을 도와 '특수 군사작전'을 기획하는데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로비킨 사령관이 특수 군사작전의 통합사령관을 맡았을 때, 항공우주군에서 그를 대신한 사람도 아프잘로프 부사령관이었다.
그의 사령관 승진은 지난 20일 러시아 언론들에 의해 처음 전해졌고, 1주일만에 공식 확인됐다. 그 기간은 아마도 푸틴 대통령의 인사 조치 허락과 군 인사 명령서 작성 등에 소요된 시간으로 추정된다.
수로비킨 전 사령관/사진출처:러시아 국방부
경질된 수로비킨 사령관은 지난 6월 23일 밤 '군사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 측을 향해 "중단할 것"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그 후 주요 외신들은 "체포돼 심문을 받고 있다"는 등 그의 거취에 관한 온갖 추측을 쏟아낸 바 있다.
그러나 수로비킨 장군의 딸 베로니카는 "아버지가 체포됐다"는 보도들을 부인하며 "아버지는 과거에도 매일 언론에 나오거나 성명을 내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모스크바 공공감시위원회(POC) 사무총장 알렉세이 멜니코프도 "장군은 모스크바의 어떤 구치소에도 없었다"고 확인했다.
그의 거취가 제대로 알려진 것은 지난 8월 말. 2017년부터 맡아오던 항공우주군 사령관직에서 해임됐다는 러시아 언론들의 보도였다. 군사반란의 주역인 프리고진은 지난 8월 23일 트베리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뒤였다.
수로비킨 장군은 항공우주군 총사령관 자격으로 특수 군사작전에서 '남부군'을 지휘하다가 2022년 10월 '특수 군사작전' 통합 총사령관으로 발탁됐다. 그는 보급로가 끊긴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를 과감하게 결정하는 등 작전 운용 능력을 선보였으나, '바그너 그룹'의 선전·선동과 맞물려, 지난 1월 총사령관직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에게 물려주고 부사령관으로 내려 앉았다.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로비킨 전 사령관/텔레그램 캡처
이후 수로비킨 전 사령관은 9월 중순 알제리에서 포착됐다. CIS 방공부문조정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발탁됐다는 소식과 함께 러시아 국방부 대표단의 일원으로 알제리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