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대면 조사 장소와 보고 시점 등에 대한 진상 파악을 지시하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응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반대 뜻을 밝힌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지검장은 이날 오후 대검에 “김 여사의 ‘명품 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진상 파악을 미뤄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앞서 이 총장은 지난 22일 김 여사 조사와 관련해 이 지검장으로부터 1시간 가량 대면 보고를 받았고, 그후 감찰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당시 이 총장은 자신이 수차례 “김 여사를 검찰청사로 소환 조사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이 지검장이 이를 어기고 보고도 없이 현직 대통령 부인 조사를 외부에서 진행했다며 이 지검장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한 김경목(사법연수원 38기) 서울중앙지검 부부장 검사가 “열심히 수사했는데 진상 조사라니 회의를 느낀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지지부진했던 사건을 맡아 열심히 수사한 것밖에 없는데, 진상 조사의 대상이 되다니 화가 난다” “조사 장소가 중요하냐. 어려운 환경에서 어떻게든 조사를 마쳤는데 너무한다”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이처럼 수사팀이 동요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대검의 진상 파악 요구를 수용할 경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진상 파악을 미뤄달라 했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김 여사 수사를 둘러싼 이 총장과 이 지검장 사이의 갈등이 다시 한 번 표출됐다는 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