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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기업, 수출과 사랑에 빠지다
- ‘수출기업화 성공사례 공모전 수상작’ 시리즈 ② 한성무역
보따리 장사가 수출 3000만 달러 기업으로
“돈을 받지 않을 테니 써 보고 괜찮으면 구매하라”고 제안했는데, 결국 여공들의 입소문을 통해 연길 시내에 한국 샴푸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같은 마케팅 노력에 의해 한국제품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여러 판매거래처에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인 몇 명과 물품 공급 역할을 하는 작은 가게 하나를 열고 손수레와 자전거를 끌고 다니면서 배달을 하였다. 한 대표는 “추운 겨울에 눈을 맞으며 낮선 이국의 거리를 손수레를 끌면서, 몸은 추웠지만 배달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마음은 따뜻했다”고 회상한다. 현재 한성무역은 중국 동북3성에 판매되고 있는 한국 생활용품 시장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이상 발문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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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어느 봄날, 경기도 파주시 상지석동에서는 특별한 기업의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우리나라 제일의 새터민 수출기업 한성무역의 창립 10주년 기념행사였다. 여러 기관 및 협력업체 인사들과 새터민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연설대에 선 새터민 출신 한필수 대표는 지난 10년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었다.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매입처로부터 괄시를 당했던 일, 손수레에 비누를 싣고 눈비 맞으며 이국의 거리를 헤매던 일, 서류 기재착오로 몇 억원을 눈앞에서 잃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저는 저희 한성무역이 아직 성공의 과도기에 있다고 보고, 지금까지 다져왔던 경험을 밑천으로 삼고, 기업을 더 공고히 해나가며 아낌없이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무일푼으로 시작한 새터민 기업, 한성무역이 지난 10년간 이뤄온 수출성공 노하우를 소개하여 수출을 시작하려는 여러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새터민 기업
한성무역은 경기도 파주시에 소재한 임직원 53명의 수출 중소기업이다. 중국 동북3성과 화남지역을 대상으로 국내 대기업으로부터 매입한 샴푸, 치약 등 생활용품과 라면 등 식품류를 수출하고 있다.
2003년 5월에 자본금 1,5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손수레로 행주, 수세미를 판매처에 실어 나르던 한성무역은 설립된 지 10년 만에 매출액 450억원, 수출실적 3,000만 달러(2012년 기준, 계열사 실적 포함)을 달성하였다. 현재 중국에 400여개 거래처를 두고 있으며 수출하는 품목은 500여개에 달한다. 매입처는 LG생활건강㈜, CJ라이온㈜, 애경산업㈜ 등 많은 대기업이며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계열사인 ㈜대신무역, ㈜리빙홈, ㈜SL기업을 설립하여 제조업, 인터넷상거래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성무역의 특별한 점은 새터민 기업이라는 점이다. 한필수 대표(49)는 탈북 후 2002년 남한에 입국했으며 동대문의 일용직에서 시작하여 현재 연매출 450억원 대의 회사를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한 대표만 새터민이 아니라 직원의 80%가 넘는 43명이 새터민으로 구성된 그야말로 ‘새터민 기업’이다. 앞으로 새터민 직원 3,000명을 고용할 정도의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인 한 대표는 “북한에서 오신 분들을 껴안고 그 가족들이 모두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한성무역을 단순히 성공한 새터민 기업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반쪽의 시각이다. 한성무역은 보따리 장사에서 시작하여 10년 만에 중국 동북 3성에 독점적인 판매망을 확보하여 수출실적 3000만 달러를 달성한 성공한 수출기업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회사 물류창고 전면에 걸려있는 문구처럼 수출기업 한성무역이 현재의 위치에 서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써 봐서 괜찮으면 구입하세요”
수출기업으로서의 한성무역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신뢰로 다져진 중국 유통망이라 할 수 있다. 한성무역은 현재 중국 동북3성을 위시하여 중국에 400여개의 거래처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판매 네트워크를 형성하기까지 한성무역의 철저한 전략과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한성무역이 취한 전략은 단순히 물품 판매처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직접 한국제품에 대한 수요를 일으키는 홍보와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었다. 일단 수요가 일어나면 판매 거래처는 자연스레 확보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러한 전략이 적중한 사업초기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지금은 한류 열풍이 중국 전역에 퍼져 있지만 2000년대 초중반에는 한국 상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싼 물품에만 집착했으며, 직접 써 보지도 못한 한국 상품에 대해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국 상품의 질적 우수함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말로만 소비자를 설득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상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였다. 고민 끝에 무작정 여자들이 많이 일하는 연길의 공장 몇 곳으로 가서, 여공들에게 한국 샴푸를 무료로 배포하여 반응을 파악하고 수요를 일으켜 보기로 했다.
“돈을 받지 않을 테니 써 보고 괜찮으면 구매하라”고 제안했는데, 결국 여공들의 입소문을 통해 연길 시내에 한국 샴푸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 같은 마케팅 노력에 의해 한국제품에 대한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여러 판매거래처에서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인 몇 명과 물품 공급 역할을 하는 작은 가게 하나를 열고 손수레와 자전거를 끌고 다니면서 배달을 하였다.
한 대표는 “추운 겨울에 눈을 맞으며 낮선 이국의 거리를 손수레를 끌면서, 몸은 추웠지만 배달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에 마음은 따뜻했다”고 회상한다. 현재 한성무역은 중국 동북3성에 판매되고 있는 한국 생활용품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를 아십니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금이 없으면 사업을 할 수 없다. 특히 담보력이 부족한 도매업의 경우는 자금 문제가 더욱 절실하다. 새터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한성기업은 은행대출이 어려워 사업 초창기 무척 힘들었다. 2003년 창업 때부터 2007년까지 4년간 은행으로부터 사업자금을 대출받지 못해 매입자금 및 운전자금 부족으로 고생을 거듭했다. 한 대표는 “거의 매일 친척과 지인을 찾아다니고, 납품업자에게는 외상으로 어음을 끊어주는 바람에 당시 생활비로 아내에게 매달 10만원 밖에 쥐어주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회상한다.
그 동안 한성무역이 쌓았던 실적과 적금을 담보로 하여 은행으로부터 일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사업을 크게 확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이윤이 눈에 보이는 기회들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K-sure(한국무역보험공사)라는 수출기업 지원기관을 알게 되었고, 상담을 통해 수출 관련 운전자금과 외상 수출채권 조기현금화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2000년대 후반부터 사업규모를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K-sure의 문을 두드려 보라. 반드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 대표가 경험으로 하는 말이다.
“이윤보다는 거래처 확보가 우선이다”
완제품 수출기업에게는 위와 같은 수출 거래처 확보나 수출 관련 자금 확보뿐만 아니라, 국내 매입처 확보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공장에서 직접 상품을 구입하면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지만, 사업초기 자금도 부족하고 경험도 없다보니 공장물품을 직접 받기가 매우 어려웠다. 특히 한성무역에 취급하는 생활용품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에서 제조하는 물품인 관계로 본사와 계약하기에는 더욱 어려웠다.
결국 한성무역은 이윤이 적더라도 대리점 등 밑에서부터 시작하여 먼저 수출거래처 기반을 확실히 다져 놓은 뒤, 늘어나는 물량 등을 바탕으로 매입 교섭력을 키워 본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처음에 무작정 대리점 사장님들을 찾아갔을 때 한국말도 서툰 새터민이라 거절당한 적이 많았지만, 한 번의 거절로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매달렸다.” 한 대표의 회고다. 대리점을 통해 확보한 물건은 마진이 많이 붙은 물건이라 수출을 해봤자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지만, 이윤보다는 수출 거래처를 우선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였다. 중국에서의 수주 물량이 늘어나자 한성무역의 매입 교섭력이 커지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과 유통의 고급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본사와 직접 계약을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국내 대기업들과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에이전트 계약 이후 한성기업은 본격적인 매출신장과 함께 돈독한 유대관계를 통하여 많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었다. 현재 한성무역은 국내 대기업과 체결한 해외 에이전트 계약 7개와 국내 에이전트 계약 5개를 확보하고 있다.
도와주며 조급해 하지 않는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성무역은 전 직원 53명 중 43명이 새터민이다. 무역실무는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업무이니 새터민들에겐 말할 나위가 없다. 무역실무는 차치하고 기본적인 사무업무도 다루지 못하는 새터민 출신 직원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사업초기 어려움이 많았다. 서류를 잘못 작성하여 회사에 금전적인 손실이 크게 발생한 적도 있었으며, 미숙한 업무처리로 거래처와 선사 등 관련 기관의 오해를 산 적도 많았다.
하지만 ‘새터민이 함께 잘 사는 기업’이라는 기업사명을 한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한성무역이 취한 전략은 ‘교육’과 ‘기다려 주기’였다. 무역실무와 중국어 교육을 위주로 하되 각 부서별로 업무에 특화된 교육을 끊임없이 실시하였다.
한성무역은 지금도 대학교수, 사업가, 외국어 강사를 초청하여 교육하는 등 1년에 100~200 시간 정도 직무에 관련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특별한 인연으로 이루어진 직원들은 가족과 같은 분위기와 회사에 대한 고마움으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되었고, 이는 한성무역만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북한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갑자기 일을 잘 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가족 같은 마음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도와주고 조금만 기다려 준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한 대표의 말이다.
혁신, 고인 물은 썩는다
한성무역은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두 차례나 선정되었다. 그만큼 한성무역은 ‘고인 물은 썩기 마련’라는 믿음 아래 미래를 내다보고 혁신을 추구하여 왔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한성무역은 독점적 거래망을 확보한 중국 동북3성에 안주하지 않고, 구매력이 더 높고 고품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중국 남방지역으로의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몇 차례 시장조사를 통해 해당지역에 고품질의 한국 생활용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음을 알 수 있었고 본격적 진출을 위해 거래처들과 교섭 중에 있다.
한성무역은 또한 단순 완제품 판매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시장의 수요를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OEM 방식으로 자체 브랜드 확보에 도전하였다.
이런 노력으로 ‘오곡 때비누’ 등 OEM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을 중국시장에 크게 히트시켰다. 또한 OEM 방식의 성공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자체 제조업체인 ㈜SL기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를 통해 한성무역만의 자체 브랜드를 중국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앞으로 직접 제조를 겸한다면 중국의 동북3성에 형성된 무역네트워크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성무역은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해 왔지만 수출과 내수간의 조화 역시 중히 여긴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에 대비하기 위해 설립한 국내 생활용품 전자상거래 업체 ㈜리빙홈을 설립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성무역은 ㈜리빙홈을 통해 민감한 생활용품 시장의 소비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리빙홈은 ㈜SL기업 판매처로서의 역할을 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며
한성무역은 지난 10년간 무일푼의 보따리 수출상에서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많은 이들의 도움과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꿋꿋이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의 위치가 성공이 아닌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10년을 위해 준비하고 나아갈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새터민들을 고용하여 이들에게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제공하여 그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올바르게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한성무역의 또 다른 임무이다. 미래를 향해서 가는 한성무역의 앞길에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